사건정보
작업도구를 공사현장에 옮겨 놓는 업무준비행위중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 재해이다 (1996.10.11, 대법 96누9034)
[요 지]
재해의 발생경위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에 심리미진 및 채증법칙 위배가 있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건물 신축공사중 미장공사를 하도급 받은 자의 피용인이 하도급계약 개시일 전날 밤에 그 다음날부터의 작업을 준비하기 위하여 작업도구를 공사현장에 옮겨 놓던중 발생한 재해는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업무준비행위로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
*원심판결/서울고법 1996.5.14, 선고 95구2665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소외 이○○은 1994.9.7 서울 은평구 구산동 다가구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용달차를 임차하여 다음날부터 미장작업을 맡아 일하게 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29의 19 근린생활시설 및 주택 신축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이라 한다)으로 작업도구를 옮기려고 하였는데, 위 구산동 다가구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잡부로 일하던 소외 망 정○○가 승낙 없이 먼저 위 용달차에 올라 타 위 망인을 그의 집이 있는 연희동까지 바래다 주려고 연희동에 갔으나, 위 망인이 하차를 거절하며 동행을 고집하여 어쩔 수 없이 위 망인과 함께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 오게 된 사실, 위 이○○은 위 망인이 인조석 물갈이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라서 위 구산동 다가구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도 필요하지 아니한 사람이었으나 위 망인이 집안사정이 어렵다며 일당일을 시켜달라고 하여 위 작업현장에서 2개월 반 동안 1개월 15일 정도의 기간 동안 잡부로 고용하였지만 그가 평소에 술이 과하여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고용할 마음이 없었던 사실, 위 이○○은 같은 날 20:00경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 도착하였으나 건물 내부가 어두워 드럼통과 미장도구 등을 시공자인 소외 조○○ 모르게 현장 외부에 내려 놓고 물을 마시고 철수하고자 약 7m 떨어진 수돗가로 가는 순간, 술에 취한 위 망인이 소변을 보려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 지하 계단으로 통하는 얇은 합판을 함부로 밟다가 3m 아래의 지하계단으로 굴러 떨어져 뇌출혈 등의 상해를 입고 같은 달 9일 사망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은 위 구산동 다가구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위 이○○으로부터 일당일을 받아 일하여 왔으므로 위 이○○과의 사이에서는 근로계약관계가 있었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위 이○○이 위 망인을 고용할 의사가 없어 위 망인을 연희동에 있는 그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지만 위 망인이 스스로 동행을 고집하여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까지 따라 왔고,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의 미장작업 개시일은 1994.9.8로서 작업개시일 전날에 위 작업도구를 시공자 모르게 현장 외부에 옮겨 놓는 정도의 일을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의 작업 준배행위로 볼 수도 없으므로, 위 망인과 위 이○○을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의 미장책임자로 고용한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중 내장공사의 수급인인 소외 조○○ 또는 건축주인 소외 이○○과 사이에 어떠한 근로계약 관계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으니 위 망인의 사망이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의 업무상의 재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위 이○○이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위 망인을 고용할 의사가 없어 위 망인을 연희동에 있는 그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지만 위 망인이 스스로 동행을 고집하여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까지 따라 왔다가 자신의 실수로 사망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원심이 위 사실인정을 위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보면, 그 중 갑 제6호증의 7(위 이○○에 대한 진술조서)의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위 이○○은 이 사건 사고 직후인 1994.9.9 "1994.9.7 서울 은평구 구산동 다가구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다음 날부터 미장작업을 맡아 일하게 된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으로 가서 위 작업도구들을 신축건물 밖에 내려 놓았는데, 인조석 물갈이 인부로서 자신에게 고용되어 같은 날 저녁까지 위 구산동 다가구주택 신축공사 현장에 따라왔다가 신축건물 내부의 지하계단으로 굴러 떨어져 상해를 입었고, 이에 자신의 위 망인을 부축하여 그의 집으로 데려가서 '다쳤으니 하루 쉬고 모레부터 일하러 나오라'라고 말하였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으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원심 인정사실과는 반대로 위 망인과 위 이○○ 사이에 위 망인이 위 구산동 다가구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와 같이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도 계속하여 일하기로 묵시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이나, 반면 을 제5호증의 2(위 이○○ 작성의 자술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이○○은 그 뒤 1994.2.5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위 망인에게 일을 나오지 말라고 하였고 위 구산동 다가구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도 데려가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위 망인이 동행하기를 고집하며 위 현장으로 향하는 용달차에서 내리지 아니하여 위 현장에 함께 가게 된 것이다."라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하여 종전의 진술을 번복하고 있으며, 갑 제6호증의 9, 을 제5호증의 1, 3, 4(위 조○○에 대한 진술조서, 문답서, 그 작성의 확인서, 경위서)의 각 기재 및 원심 증인 조○○의 증언은 모두 위 이○○으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사고 경위를 전해 들었다는 위 조○○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것에 불과하고, 갑 제6호증의 8(소외 고○○에 대한 진술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용달차 운전사인 소외 고종태는 위 망인이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 오게 된 경위에 대한 진술이 없이 단지 자신과 위 이○○만이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위 용달차에 싣고 온 작업도구들을 신축건물 밖에 옮겨 놓았다는 내용의 진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 구산동 다가구 주택 신축공사현장에서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현장으로 옮긴 작업도구에 위 망인의 인조석 물갈이 작업도구가 포함되어 있었는지 여부, 위 망인이 위 용달차에 동승하여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 도착하여 이 사건 사고를 당할 때까지 위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였는지, 위 이○○이 위 사고 이후 위 망인을 그의 집으로 데려가서 다쳤으니 하루 쉬고 모레부터 일하러 나오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면서도 그 뒤의 진술시에는 위 망인에게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하지 말도록 지시하였는데도 그가 임의로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까지 따라온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이유 등을 심리한 연후가 아니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일관성이 없는 위 이○○의 진술이나 그 진술을 들었다는 것에 불과한 위 조○○의 진술 등을 쉽게 믿어 원심 설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위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위 망인의 사망이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의 업무상의 재해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원심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한편 원심이 적법히 확정한 바와 같이 위 조○○의 1994.8.25경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인 소외 이○○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중 내장공사(미장공사, 도배, 페인트칠, 출입문 제작)의 노무제공만을 금 30,000,000원에 도급받은 후 그 중 미장공사를 위 이○○에게 맡겨 그로 하여금 같은 해 9.8일부터 작업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므로, 위 망 정○○가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 있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한 경위가 원고 주장과 같다면 위 망인은 위 이○○의 피용인으로서, 위 조○○와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위 이○○이 1994.9.8부터 시공하기로 한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중 미장공사 작업을 준비하기 위하여 그 전날 저녁에 위 이○○ 등과 함께 작업장인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현장으로 가서 작업도구를 그 현장에 옮겨 놓던 중 사망한 것이 되므로, 위 조○○와 위 망인 사이에도 사용종속관계가 있다 할 것이고, 위 망인의 행위는 업무 수행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업무 수행에 수반되는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 중 위 내장공사 사업장이 위 조○○가 사업주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대상 사업장이라고 한다면 위 망인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위 법 소정의 유족보상일시금 등의 청구를 거부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한 것이 되므로 원심의 위 심리미진, 체증법칙 위배의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위와 같은 점을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된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