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 이후 소송 총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재심결정의 경위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9. 10. 7. 설립되어 전국 교육청 산하 각급 학교에 근무하는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설립하여, 원고 교육청 소속 호봉제회계직 근로자 10명 중 8명이 가입하여 활동한다.
2020. 11. 1. 기준으로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원고 교육청 산하 각급 학교 등에서 근무하는 교육공무직 근로자는 1,558명으로, 그중 호봉제회계직 근로자가 10명이다. 원고 소속 교육공무직 근로자는 아래와 같이 3개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활동한다.
참가인은 2020. 9. 8.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를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해 달라고 신청하였다(F). 이에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0. 7.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 결정한다’는 초심결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12. 4. 초심결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결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음,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비호봉제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복무에 관한 부분이 동일하고, 임금 액수에만 다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E노동조합은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비호봉제 근로자의 단일화된 교섭단위로, 종래부터 교섭단위를 구성하는 근로자들 모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비호봉제 근로자의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경우, 교섭효율성이 저하됨에 따라 교섭비용이 증가하고,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갈등을 유발한다. 또한, 실질적으로 동등한 근로조건 하의 근로자들이 노동조합 소속에 따라 상이한 근로조건을 적용받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위배된다. 따라서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비호봉제 근로자의 교섭단위를 분리한 이 사건 재심결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이 사건 재심결정의 적법 여부
관련 법리
구「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21. 1. 5. 법률 제17864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에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도록 하여 교섭창구의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였고(제29조의2), 이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이하 ‘교섭단위’라 한다)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하되(제29조의3 제1항), 교섭대표노동조합에 대하여는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였다(제29조의4 제1항). 다만, 예외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 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제29조의3 제2항).
이러한 구 노동조합법 규정의 내용과 형식ㆍ체계,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복수의 노동조합의 설립ㆍ활동을 보장하면서도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함으로써,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동조합 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의 반목ㆍ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여 효율적ㆍ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단체교섭 절차 일원화의 취지(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37772 판결 등 참조), 교섭창구 단일화의 실시와 아울러 그로 인하여 헌법상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교섭 대표노동조합에 대하여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한 점(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등 참조) 등의 사정에다가 예외적으로만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한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구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서 정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별도로 분리된 교섭단위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있음은 물론 이로 인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하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더라도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한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려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참조). 이처럼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그 구체적인 사정에 관한 주장·증명책임은 그 분리를 주장하는 측에게 있다.
인정 사실
근로조건
참가인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던 무렵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들의 근로조건은 아래와 같다.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 모두 기본급과 수당으로 구성된 임금체계를 가진다.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기본급은 근속연수에 따라 월 1,642,800원에서 월 3,270,500원이고, 다른 교육공무직원의 기본급은 월 1,823,000원에서 월 2,023,000원으로, 기본급의 액수가 다소 차이나기는 한다. 하지만, 호봉제회계직 근로자가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 승급으로 기본급이 증가하는 데 갈음하여 다른 교육공무직원은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월 875,000원의 근속수당을 지급받는다.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 모두 동일한 정액급식비,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정기상여금, 맞춤형복지비를 지급받는다.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만 지급받는 수당과 다른 교육공무직원들만 지급받는 수당이 일부 존재하기는 하나 그 명목이나 금액이 유사하다.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 모두 동일한 방식의 퇴직금 제도를 적용받고, 근로시간, 근로형태, 휴게시간, 휴일, 휴가, 정년 등 복무와 관련된 근로조건도 동일하다.
고용형태
참가인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던 무렵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의 고용형태는 아래와 같다.
호봉직회계직 근로자들은 모두 무기계약직으로 사무행정실무원 직종에서 근무하고, 다른 교육공무직원은 무기계약직, 기간제, 시간제의 다양한 형태로 사무행정실무원을 포함한 32개 직종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2005년 이후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신규 채용이 중단되면서 다른 교육공무직 근로자가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해 왔고,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를 채용하던 때와 비교하여 공립학교의 교육 여건 변화 등으로 새로운 업무를 수행할 다양한 직종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교육공무직 근로자들의 직종이 32개로 늘어났다.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은 모두 학교장으로부터 복무관리 및 지휘감독을 받고, 정년이 만 60세로 동일하다. 특히 동일한 사무행정실무원 직종에 속하는 교육공무직 근로자라면 동일·유사한 업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상시 전일 근무하고 특별한 자격·면허가 요구되지 않는다.
[인정 근거] 갑 제1, 3 내지 8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제1 내지 4, 5호증(가지번호 있는 서증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법원의 판단
앞의 인정 근거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을 추가로 알 수 있고, 이러한 사정과 앞의 인정 사실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에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에 대하여 구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 따라 예외적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에 기본급 액수 등의 임금체계와 각종 수당 등 세부항목에 일부 차이가 있으나, 이는 양자의 각 연혁적 근거와 법적 근거가 서로 달랐던 데에서 비롯한 것이다. 외형상 임금체계와 그 세부항목이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동종ㆍ유사 업무를 담당하는 비슷한 경력의 근로자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경로와 방법으로 월 평균 임금 수준을 거의 동일하게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양자 사이에 비슷한 수준의 임금이 형성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금 수준에 실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는 학교ㆍ교육ㆍ학사행정업무 또는 그 보조업무에 해당하여 다른 교육공무직원이 담당하는 업무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지 않고, 비호봉제 근로자인 ‘사무행정실무원’과는 업무가 같다. 이같이 근로조건의 핵심에 해당하는 업무의 내용이 거의 동일한 상황에서,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를 비롯한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은 모두 「A시교육감 소속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관리 조례」 및 같은 조례 시행규칙, ‘A교육청 교육공무직원 취업규칙’을 적용받고, 근무시간,근무형태, 퇴직금, 휴일․휴직, 승진 여부, 정년․정원관리 등 나머지 근로조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에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고, 양자 사이의 고용형태에 현격한 차이가 없음은 물론 호봉제 회계직 근로자가 별도의 교섭단위를 구성하여 교섭한 관행도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은 3개 노동조합에 분산 가입되어 있고, 피고 보조참가인을 제외한 나머지 2개 노동조합은 상당 기간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단체교섭을 해왔는데, 단체교섭 과정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 등이 법령상 부여된 공정대표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거나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 또는 피고 보조참가인의 헌법상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등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구체적 사정이 주장․증명된 바도 없다.
참가인의 조직대상은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이 가입한 다른 2개 노동조합의 조직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향후 각 노동조합 사이에 조합원이 혼재될 가능성이 상시 존재하고,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업무와 다른 교육공무직원의 업무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없는 이상,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비호봉제 근로자 사이에 인사이동이 현재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양자의 업무 등 근로내용이 상호 대체가 불가능할 만큼 근본적으로 구별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교섭단위 분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간접사실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호봉제회계직의 신규채용이 장기간 중단됨에 따라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 중 호봉제회계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과 함께 업무의 동질성․유사성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업무조건에 대한 결정은 비호봉제 근로자의 업무조건에 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교섭창구를 단일화함으로써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동일․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원고 지역 내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의 근로조건을 통일적으로 형성할 필요성이 오히려 커 보이고, 이는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려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반면, 교섭단위를 분리할 경우에는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동일․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의 근로조건의 통일적·합리적 형성에 장애가 될 우려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노동조합 사이 또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반하고, 결과적으로 원고 지역 내 전체 교육공무직원의 헌법상 근로의 권리 및 단체교섭권이 약화될 소지도 있다.
소결
이 사건 재심결정은 위법하므로, 이를 취소해야 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해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정재오(재판장) 문봉길 이의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