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판결

대전고등법원 2025. 11. 6. 선고 2025누362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4. 3. 7.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급여신청 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2. 원고의 주장 및 3. 관계 법령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문 이유 제1항, 제2의 가., 나.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제1심판결문 별지 포함).

4.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하므로(제5조 제2호 본문), 보험급여 대상자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8. 4.26. 선고 2016두49372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 부분만을 시공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 그 노무도급의 도급인과 수급인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9, 10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G의 증언, 당심 증인 R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2015. 4. 15. 'E'이라는 상호로 열선 및 전기공사에 관한 사업자등록을 한 후 이 사건 공사 이전부터 건설현장에서 열선 작업을 전문으로 수행하였다.

2)

I 주식회사(이하 'I'이라 한다)는 2020. 8.경 J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은 다음 그중 일부공사를 D에 하도급하였고, D는 F으로부터 열선자재를 공급받으면서 F에 대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위 열선 작업을 수행할 작업자의 소개를 의뢰하였다.

3)

원고는 F의 기술영업 전무 R의 소개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열선의 설치 작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2023. 5. 8. D와 사이에 '계약기간 2023. 5. 8.부터 2024. 5. 7.까지, 원고는 시업시간 오전 7:00(D의 현장소장으로부터 작업 지시를 받을 준비를 하여야 함)부터 종업시간 17:00까지 동안 현장 관리자의 작업 지시에 따른다'는 내용이 기재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며, 위 근로계약서의 '임금 구성내역'란은 공란으로 되어있었다.

4)

원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열선 작업을 수행할 당시, 그 현장관리 및 감독은 D의 현장소장과 공무과장 G가 담당하였다. G는 원고를 포함한 이 사건 공사현장의 작업자들에게 안전모, 안전화 등의 안전장비를 지급하였고, 원고에게 당일 원고가 열선을 설치해야 하는 구간, 목표 작업 분량과 작업 방식 등에 대하여 작업을 지시하였으며, 근무시간 중 오전과 오후 2회에 걸쳐서 현장소장과 함께 작업의 진행 상황을 감독하면서 다음 날 보완할 상황 등에 대해서 확인하였다.

5)

원고는 이 사건 공사현장의 다른 작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였고 1시간에 5분에서 10분 사이의 휴게시간을 가졌으며, 이들에 대한 근태관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노무는 G에 의해 관리되었다.

6)

D에서는 열선 작업에 필수적인 도구와 장비를 제공하였고, 원고와 같은 숙련된 기술자들은 개인 공구와 D의 도구를 함께 사용하였다.

7)

D는 F에 열선 자재 비용과 D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작업자들에 대한 노무비를 지급하였고, F은 원고에게 위 노무비를 지급하였으며, 원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F에 대하여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

다.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D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원고가 E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다는 점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실질적으로 독립된 사업주의 지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원고는 자재를 직접 조달하지 않았고, D와 F 사이에 체결된 자재 공급계약에 따라 F으로부터 열선 작업에 필요한 열선, 글래스테이프, 전선관, 전선 등의 자재를 제공받았다. 또한 원고는 가위, 전동드릴 등의 개인 작업도구를 지참하였는데, 이는 D가 비치한 도구와 동일한 품목이었던 점에 비추어 원고가 수행한 열선 작업에 필요한 도구와 안전장비는 D로부터 제공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제1심 증인 G의 증언에 의하면, G는 D의 공무과장으로서 이 사건 공사현장에 상주하면서 원고에게 공사의 진척도에 따라 열선을 시공할 범위를 지정하고, 원고가 당일 작업해야 할 분량을 정해주었으며, 작업 방식까지 지시하였다. 또한 G는 D가 원고를 포함한 현장 인부들의 사용자라는 인식 하에 근무시간을 관리하고 근태현황과 당일의 업무 수행 내역을 기록함으로써 노무를 총괄하였는데, 위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G의 지시를 받으며 열선 작업을 이행한 점은 원고와 D가 작성한 근로계약서에 '원고는 현장 관리자의 작업 지시에 따른다'고 명시된 내용과도 부합한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D가 원고의 업무내용을 결정하면서 그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이 이루어졌고, 원고는 D가 지정한 근무 시간·장소에 구속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원고는 D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종속된 관계에서 열선 작업을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4)

원고는 F으로부터 열선 시공 의뢰를 받은 후 자신이 S 등을 섭외하여 이들과 함께 열선 공사를 수행하였으므로, 결과적으로 F은 D에 대하여 위 열선 공사의 전문 인력을 알선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는 F이 아니라 D의 공무과장과 현장소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위 열선 공사를 수행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거래 외형상으로 F이 원고에게 열선 시공에 따른 보수를 지급하였고 원고가 F에 대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사정이 있더라도,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에 대한 사용자는 열선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한 D라고 볼 수 있다.

5)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열선팀장'으로 불렸고, 원고와 D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의 '임금 구성내역'란이 공란으로 되어 있으며, 열선 시공에 따른 보수는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아니라 작업량에 비례하여 정산되었고 보험가입자인 I이 작성한 보험가입자 의견서(을 제1호증)에는 '보험가입자(사업주)와의 관계'란에 원고가 '하수급 사업주'로 표시된 점을 근거로 원고가 독립된 사업주의 지위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1심 증인 G의 증언에 의하면 D는 하나의 조를 구성하여 특정 공사를 수행하는 인부들 가운데 가장 경력이 오래된 인부를 '팀장'으로 호칭하였을 뿐이라는 것이고, 오히려 당심 증인 R은 원고가 팀원인 다른 인부들과 동일하게 1일평균 27만 원의 보수를 지급받았다고 증언한 점에 비추어 보면, D는 원고를 동일한 조건의 근로자로 대우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아니라 작업량에 의하여 정산한 보수는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이라는 성격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 한편 건설업계에는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피용자에게 형식적인 사업자등록을 요구하는 관행이 존재하는 것 으로 보이는데 원고가 위 사업자등록을 마친 이후부터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전까지 발행한 매입세금계산서(갑 제14호증)에 의하면 소액의 통신 요금과 세무대리 수수료만이 매입비용으로 기재되어 있고 독립적인 사업주로서의 자재 조달 비용과 같은 전형적인 매입비용이 발견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 역시 위와 같은 관행에 따라 형식적으로 사업자등록을 마쳤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원고에게 통상의 일용직근로자와 구별되는 요소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앞서 인정한 원고의 근로자성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봉길(재판장) 이선미 신철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