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19. 5. 28.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 대하여 한 각 조합원제명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는 석유화학제품 생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이 사건 회사에 소속된 약 935명의 근로자들로 구성된 D노동조합연맹 산하 단위노동조합이며,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 한다) 및 선정자들은 피고의 조합원들이다.
피고가 2005. 10. 12.경 이 사건 회사와 체결한 단체협약은 제68조에서 피고의 쟁의행위 중 업무에 임하여야 하는 협정근로자의 범위를 별지2와 같이 정하였고, 그 내용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같은 조 제2호는 '안전보호시설 근무자(근무조)'를 정하고 있다(위 단체협약 제68조 제2호를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이라 한다),
위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들은 '안전·방재팀' 또는 '동력, 유틸리티시설 관리팀' 등에 소속되어 있고, 각 팀은 A, B, C, D조(현자업무 근로자) 및 주간조(관리업무 근로자)로 나뉘어, 각 팀의 A, B, C, D조가 1일 3교대로 현장업무를 수행해 왔다.
피고는 2019. 3. 23부터 2019. 3. 28.까지 1차 파업을, 2019. 4. 25.부터 2019. 5. 27.까지 2차 파업을 하였는데, 피고는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들에 대하여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위 각 파업별 '근무조'와 '파업조'로 분류하여, 그 '파업조'에 해당하는 조합원들에게 정규 근무시간 중에도 이 사건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지 말고, 파업에 참여할 것을 지시하였다.
원고와 선정자들은 안전·방재 요원 또는 운영 요원(위험물 저장소)으로서 안전보호시설 근무자에 해당하였는데, 원고와 선정자 E은 A조, 선정자 F, G는 C조 소속으로, 2차 파업 시 피고에 의해 '파업조'로 지정되었다.
한편, 이 사건 회사는 위 각 파업 무렵, 피고 및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들에 대하여, 안전보호시설 근무자의 경우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따라 정규 근무시간 중에 파업에 참여하지 말고 정상근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들이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고, 피고에 의해 '파업조'로 지정된 원고 등도 그러한 통보를 받았다.
원고 및 선정자들은 2차 파업 발생 이후에도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 및 이 사건 회사의 지시를 근거로 정규 근무시간 중에는 이 사건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19. 4. 30.경부터 2019. 5. 3.경까지 사이에 수차례에 걸쳐 원고 및 선정자들 측에 '원고 및 선정자들은 피고가 협정근로자로 지정하지 않은 파업조이니, 이 사건 회사에 근로를 제공할 경우 피고의 조합규약에 의해 제명될 것'이라는 취지로 통보하였다.
원고 및 선정자들은 2차 파업 개시일인 2019. 4. 25.부터 2019. 5. 8.까지는 근무 외 시간을 이용해 파업집회에 일부 참여하다가, 그 이후부터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피고의 조합규약 제52조 제4호는 "쟁의기간 중 정당한 사유 없이 3일 이상 불참자는 제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는 2019. 5. 28. 원고 및 선정자들에 대하여 위 규정에 근거한 제명처분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제명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장 및 판단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은 정규 근무조인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를 협정근로자로 정하는 의미이므로, 그에 따라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는 근무시간 중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다.
피고가 2차 파업 시 원고 및 선정자들을 '파업조'로 지정하여 상시 파업에 참여하도록 지시한 것은 위법하고, 그러한 위법한 지시에 따르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각 제명처분은 노동조합의 통제권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서 부당하다.
피고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은 안전보호시설 근무자 중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근무조'로 별도 지정된 일부만 협정근로자가 된다는 의미이므로, '근무조'로 별도 지정되지 않은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들도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방법으로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있다.
원고 및 선정자들은 '근무조'가 아닌 '파업자'로 지정되었음에도 피고의 정당한 지시를 위반하고 이 사건 회사의 주장 및 지시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였으며, 2019. 5. 8. 이후부터는 일체의 파업 참여를 중단하였다. 이는 쟁의기간 중 정당한 이유 없이 3일 이상 불참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각 제명처분은 피고의 조합규약 제52조 제4호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이다.
판단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의 해석
관련 법리
법률행위에 따라 작성된 처분문서에 담긴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한편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쳐 체결하는 것이므로, 그 명문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체협약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문언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문언 내용, 단체협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653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인정사실 및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은 정규 근무시간 중에 있는 안전보호시설 근무자 일체를 협정 근로자로 정하는 의미라고 봄이 상당하고, 갑 제4호증의 기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 또는 제42조의2의 내용은 위와 같은 해석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 회사의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들은 피고의 쟁의행위 중에도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따라 정규 근무시간 중에는 업무에 임해야 한다.
이 사건 회사의 안전보호시설 근무자(현장업무 담당자)들은 평상시 각 팀별로 4개의 근무조로 편성되어 교대 근무를 한다.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은 별도의 근무조 지정을 예정하지 않고, '안전보호시설 근무자(근무조)'라고만 되어 있는바, 그 문언의 내용상 평상시에 운영되는 근무조의 근무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은 '안전보호시설 근무자' 옆에 '(근무조)'라고 부기되어 있다. 이에 관하여, 피고는 안전보호시설 근무자 중 개별 쟁의행위에 관한 '근무조'로 지정된 인원만으로 한정하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상 그 지정권자나 지정 방법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고, 같은 조 제3호나 제5호와 달리 이 사건 회사와의 협의를 전제하고 있지도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의 주장과 같이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는 '근무조'가 아닌 근무 외 시간에 비로소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있음을 명시하려는 의도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근무조)' 부분을 부가하였다고 보는 것이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의 체결 경위와 전후 내용 등에 비추어 자연스럽다.
제명사유의 존부
피고의 조합규약 제52조 제4호는 "쟁의기간 중 정당한 사유 없이 3일 이상 불참자는 제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인정사실 및 그로부터 알 수 있는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및 선정자들이 2차 파업의 참여를 중단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각 제명처분에는 위 규정에서 정한 제명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의 객관적 의미에 반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원고 및 선정자들을 포함한 안전보호시설 근무자 일부를 '파업조'로 지정하고, 이들에게 정규 근무시간 중에도 파업에 참여하라는 지시를 하였는바, 이러한 피고의 지시는 위법하다.
한편, 이 사건 회사는 2차 파업 발생 무렵 모든 안전보호시설 근무자들에 대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의 준수를 요구하면서, 피고의 위법한 지시에 따라 파업에 참여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였다.
위와 같이 피고와 이 사건 회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원고 및 선정자들은 2차 파업 발생 이후 한동안 이 사건 단체협약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파업에 참여하였는데, 피고는 원고 및 선정자들에게 정규 근무시간 중에도 파업에 상시 참여할 것을 거듭 지시하면서, 이 사건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면 근무 외 시간에 파업에 참여하더라도 제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노동조합의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조합원 개인의 단결권도 보장되어야 하므로 노동조합의 조합원에 대한 통제권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특히 노동조합의 구성원인 조합원에 대한 제명처분은 조합원의 의사에 반하여 조합원으로서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조합원의 행위로 인하여 조합의 목적 달성이 어렵게 되거나 조합의 이익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최종적인 수단으로서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66553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조합규약 제52조 제4호는 조합원이 쟁의기간 중 3일만 불참하여도 그 불참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제명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그 '정당한 사유'를 해석함에 있어 위와 같은 법리가 고려되어야 한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각 제명처분은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으므로, 이 사건 각 제명처분은 원고 및 선정자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욱(재판장) 윤지영 박진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