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충남 태안군 B에 있는 C 주식회사의 경영자로서 상시 64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9. 1. 1.부터 2023. 12. 31.까지 위 사업장에서 소방·방재업무를 담당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D의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은 임금 합계 31,452,48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7. 6.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대법원 2021. 7. 8. 선고 2020다296321 판결 등 참조).
또한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5도473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는 D에게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임금을 지급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고, 진행 중인 민사소송의 결과에 따라 D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보이는바, 설령 이 사건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D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와 관련하여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D는 2015. 3. 16.부터 주식회사 E에서 근무하고, 2019. 1. 1.부터 이 사건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되어 근무하다가 2020. 12. 31. 정년퇴직하였다. 그 이후 2021년, 2022년, 2023년 각 1년을 계약기간으로 하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하고, 2023. 12. 31. 계약기간 만료로 퇴직하였다.
D는 위 기간 동안 소방사로서 F의 G발전소, H발전소 등의 소방·방재업무를 담당하였는데, 방재센터 내에 있는 장비의 감시, 모니터링 작업 및 화재나 기상이변 등 비상상황 발생 시 직접화재를 진압하는 등 긴급재난에 대응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 으로 보이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특별히 업무의 변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위와 같은 소방·방재 업무는 업무의 내용과 그 특성상 야간근무가 필수적이다. 이 사건 회사는 방재 업무에 관하여 4조 3교대 근무를 4조 2교대로 변경하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게 되었고(취업규칙 제15조), 2018. 12. 10.부터 정규직 전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설명회를 개최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대하여도 이를 설명하였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위 시점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이 때문에 연장근로수당을 제외한 야간근로수당만을 포함한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다.
이 사건 회사의 취업규칙 제2조는 "직원의 취업에 관하여는 별도로 정한 바를 제외하고는 본 규칙을 따른다. 다만, 일용직근로자·촉탁근로자·기간제 근로자·단시간 근로자 등은 본 규칙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개별 근로계약에 의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15조 제1항은 "회사는 2주간 이내의 일정한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의 근로시간이40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특정 주에 40시간을, 특정일에 8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특정 주의 근로시간은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정하고 있다.
D는 2021년부터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로 일하게 되었는데, 정규직으로 일하던 당시인 2019년부터 작성된 근로계약서와 기간제 근로자로서 일하게 된 2021년 이후 작성된 근로계약서 모두 제2조 계약기간 부분을 제외하고는 동일하게 작성되었고, 제4조 제2항에서 근로시간은 4조 2교대로 한다는 내용을, 제7조에서 계약상 명시되지 않는 사항은 근로기준법, 사규 및 기타 인사관리 제 규정에 따른다는 내용을 정하고 있었다.
결국 D가 정년으로 퇴직하기 이전이나 이후 모두 업무의 내용, 처우 및 근로계약의 내용 등이 변경된 부분은 전혀 없었고 이 사건 회사는 근로계약서 제7조의 정함에 따라 회사의 취업규칙 및 복무규정 등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D는 이 사건 회사 이전에 근무하였던 주식회사 E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에 해당하는 수당 등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고(서울동부지방법원 2021. 7. 8. 선고 2019가단161475 판결), 이후 이 사건 회사를 상대로 하여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수당을 청구하여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수원지방법원 오산시법원 2023. 11. 23. 선고 2022가소222032 판결, 이하 '오산시법원 판결'이라 한다). D는 이 사건 회사에 정규직 전환시 임금을 보전해주기 위하여 도입하였던 조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할 것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를 제기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22가단526558 수당 청구), 위 오산시법원 판결에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수원지방법원 2023나104376 약정금).
지금까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 중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근로자는 D 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 각 민사사건에서는 이 사건 회사가 제공한 휴게시간이 실질적인 휴게시간에 해당하는지, 이전 직장에서 지급받은 임금이 사후적으로 증가한 경우에도 이 사건 회사가 조정수당을 지급하여야 하는지, 이 사건 회사의 임금체계에 관련한 제반 문제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여부등 다양하고 복잡한 노동법상 쟁점이 다투어지고 있고, 이 사건 회사는 이와 관련하여 노무사 등으로부터 업무처리에 관한 자문을 받기도 하였다.
이 사건 회사는 오산시법원에서 인정한 임금을 지급하고 위 각 민사소송에서 미지급임금에 관하여 다투고 있으며, D는 2024. 3. 8. 이 사건에 관한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박현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