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충남 홍성군 D 소재 'E'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2명을 고용하여 축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고, 2006. 5. 28.부터 같은 해 6. 2.까지 위 농장의 분뇨처리장 지붕 보수공사를 함에 있어 안전관리 책임자인바,
2006. 5. 29. 09:00경 위 사업장에서 피해자 F 등 근로자 3명에게 분뇨처리장 지붕보수공사를 하게 함에 있어 그곳은 높이가 5.2m로서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이므로 안전관리 책임자로서 안전모와 안전대를 지급하고, 안전망을 설치하는 등 추락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작업을 하게 한 과실로 피해자가 작업 중 발을 헛디뎌 플라스틱 지붕을 밟으면서 땅바닥으로 추락하게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지체장애6급의 좌측 주관절 탈구 등으로 상해를 입게 하고,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비용으로 필요한 요양을 행하거나 필요한 요양비를 부담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1항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 F가 위와 같이 부상을 당하여 2006. 5. 29.부터 2007. 3. 23.까지 보령아산병원, 순천향병원, 제일병원, G의원, H의원, 충남대병원 등에서 치료 및 요양을 하였음에도 요양비 총 12,483,625원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려 요양 중에 있는 경우에는 치료 중 평균임금의 100분의 60의 휴업보상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1항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 F가 위와 같이 부상을 당하여 2006. 5. 29.부터 2007. 3. 23.까지 요양을 하였음에도 휴업보상금 총 11,641,067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이다.
판단
기초사실
피고인은 충남 홍성군 D에서 E이라는 상호로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로 사업자등록을 내어 양돈업을 영위하고 있었는데, 2006. 5. 중순경 우기가 다가오기 전에 축사분뇨처리장 지붕보수공사를 해야 될 상황이라서 전부터 피고인 운영의 축사와 관련된 일을 도맡아 손봐주었던 I로 하여금 그 일을 맡아서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I는 이 사건 사고가 난 축사건물도 신축했었고 피고인 운영의 축사와 관련된 일 거리가 있으면 수시로 와서 일을 맡아서 처리하곤 하였는데, 피고인이 I에게 일을 맡기는 형식은 피고인이 원하는 바를 말하면 I가 그에 필요한 재료가 무엇인지 말하고, 그에 따라 피고인이 재료준비를 하고 피고인은 I가 맡은 일을 하는데 필요한 인원을 데려다 쓴 만큼 인건비를 계산해 주는 형식이었다. 그 경우 하루 인건비는 점심값 등을 포함하여 인부 1인당 약 13만원이었다.
피고인은 I에게 이 사건 축사 분뇨처리장 지붕보수공사에 관한 내용을 설명해주었는데, 피고인이 I에게 구멍이 난 부분의 칼라강판을 전부 떼어내고 다시 새로 덧씌우기를 해야겠다고 하니, I가 "칼라강판을 전부 떼어내고 공사를 하게 되면, 나무만 남게 된다. 그럼 지붕위에서 인부들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하여, 칼라강판을 떼어내지 않고 덧씌우기를 하기로 하였다. 그후 2006. 5. 25.경 I가 다른 곳에 일이 끝나지 않아I와 같이 일을 하던 J이 이를 맡아 공사를 하기로 하면서 (2)항과 같이 인건비 등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피고인은 공사재료인 칼라 강판을 구입하여 크레인을 불러 지붕위에 올려주었다.
한편 J은 평소 같이 일을 하던 K, L과 함께 지붕보수공사일을 시작하였는데,2006. 5. 29. 아침에 K이 갑자기 일을 나오지 못한다고 하여 J은 급히 M에 있는 N인력사무실을 통해 지붕에 올라가서 일을 할 수 있는 경험자 1인을 보내라고 하였고, 이에 피해자 F가 일을 하러 오게 되었다.
J은 F에게 일을 시키기 전에 "지붕함석이 오래되어 미끄러우니 조심하고, 중간에 플라스틱이 있으니까 빠지지 않게 조심해서 다니라"고 지시하였다.
J 등은 사다리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가 J은 함석을 대고 못질을 하고, F와 L은J이 못질을 하는 동안 함석이 흐트러지지 않게 붙잡고 있는 역할을 하였는데, F가 플라스틱으로 된 지붕부분을 잘못 밟아 추락하게 되었다.
판단
살피건대,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지붕보수공사에 대한 안전관리책임자,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사업주, 근로기준법 상의 사용자임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데, 먼저 피고인이 안전관리책임자로서 공소사실과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지붕보수공사작업 전반을 계획하고 지시하면서 작업에 관여하는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하여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볼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로서 동법 제23조 제3항의 의무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한다는 입법목적과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각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볼 때 피고인이 공사현장의 근로자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휘 · 감독을 할 수 있고,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한 안전상의 조치의무의 이행주체는 근로기준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이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의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며(대법원 1991. 7. 26. 선고 90다20251 판결 등 참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 복무규정 ·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 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 · 원자재 ·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 · 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관한 여러 징표 중 근로조건에 관한 일부의 사정이 결여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749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피고인은 J 등에게 이 사건 지붕보수공사를 맡기면서 위 보수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자신이 공급하되 그 현장에서의 시공은 전문기술자인 J에게 일을 맡기고, J이 필요한 인원만큼 인부를 사용해서 일을 하면 그에 따라 피고인이 인부 1인당 하루130,000원 정도를 계산해서 J에게 주고, J이 받은 돈을 인부들에게 나누어 주기로 하였던 점, J이 몇 명의 인부랑 일을 할지, 어떤 인부랑 일을 할지에 관하여는 J이 전적으로 알아서 처리하고, 피고인은 이에 관하여 전혀 관여하지 아니한 점, F는 이 사건 사고 당일 인력사무소에서 J이 데려온 사람으로 피고인은 F가 이 사건 사고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정도 모르고 있었던 점, 피고인은 양돈업을 하는 자로서 지붕보수공사에 관하여는 전문지식이 없어 J 등의 작업에 전혀 관여하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지붕보수공사를 관리하고 통제할 지휘 · 감독권한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을 이 사건 지붕보수공사의 안전관리책임자 및 앞서 본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로 보기에 부족하다.
한편,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 F가 지붕보수공사 도중 플라스틱으로 된 지붕부분을헛디뎌 추락한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지붕보수공사의 안전관리책임자 및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가 아니라고 할 것이어서 F에 대한 지휘 · 감독권이 없는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치상의 죄책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조규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