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4. 12. 24. 선고 2014구합227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2000. 2. 10. 설립되어 상시근로자 15명을 고용하여 드라이아이스 세척기 제조업 등을 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2013. 9. 23. 참가인에 입사하여 참가인의 서울기술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2013. 10. 25. 자로 부당해고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13. 11. 26.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참가인이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시켰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3. 1. 10.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4. 3. 21. 2014부해27호 판정으로, 원고가 스스로 퇴직하여 근로계약이 종료되었으므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구제신청을 기각한 초심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재심판정의 적법여부

가.

원고의 주장

참가인은 원고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해제할 이유가 없음에도 무단으로 비밀번호를 해제하였고, 원고는 참가인이 앞으로 원고를 근무시키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써 업무를 중단시킨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만두게 된 것일 뿐 스스로 퇴직한 것이 아니므로, 참가인이 2013. 10. 25. 자로 원고를 면직처리 한 것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해고일뿐만 아니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해고이다. 따라서 부당해고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구제신청을 기각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이와 달리 초심판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등의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다.

인정사실

살피건대 갑 제3, 4, 11 내지 13호증, 을 제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참가인은 2013. 10. 22. 삼성전자 주식회사(이하 '삼성전자'라 한다)로부터 '천공Display 공법 적용 Laser 디버링 라인 제작 설치공사'를 도급받았고, 원고를 포함한 서울연구소의 직원 C, D 등은 조립라인의 설계업무를 담당하여 참가인 소유의 컴퓨터로 설계도면을 작업하고 공유폴더에 저장·관리하였다.

2)

원고는 2013. 10. 24. 참가인의 직원 E 과장과 함께 삼성전자 광주공장으로 출장을 갔는데, 같은 날 오전 D 과장이 원고에게 전화하여 '삼성전자에서 설계도면 공정률을 확인해 달라고 하나 현재 네트워크 연결이 되지 않으니 원고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3)

그 후 D 과장은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외부기술자를 불러 원고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해제하였고, 다음날 출근하여 비밀번호가 해제된 것을 발견한 원고는 "나보고 나가라는 것 같은데 정리하겠다"고 화를 내면서 컴퓨터 내 저장된 설계도면과 프로그램을 모두 삭제하고, 이를 말리는 E 과장에게 업무인수인계를 한 후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4)

그 후 원고는 참가인에 출근하지 않으면서 참가인의 대표이사에게 퇴직 후 14일 이내에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3. 10. 25.까지의 임금 지급을 요구하였고, 2013. 12. 9. 참가인으로부터 임금 3,233,553원을 모두 지급받았다.

5)

원고는 초심 심문회의에서 "참가인이 2013년 10월 임금을 정기지급일인 2013. 11. 1.까지 정상적으로 지급하였으면 구제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진술하였고, 재심 심문회의에서 "대표이사나 E 과장이 그만 근무하고 나가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고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해제한 것은 나가라는 의미인 것으로 스스로 판단하였으며 2013. 10. 24.부터 같은 해 11. 2.까지 대표이사가 해외출장 중이어서 해고여부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라.

판단

1)

해고사실의 존부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가 컴퓨터 비밀번호를 해제한 것에 화가 나 사무실을나가면서 "정리하겠다"고 근로계약을 해지통고함으로써 종료된 것일 뿐, 참가인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

가)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겠다고 하였음에도 비밀번호를 해제한 것에 화가 나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것일 뿐 참가인의 대표이사나 다른 임원들이 원고에게 그만둘 것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고, 오히려 E 과장 등은 그만두겠다는 원고를 만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

참가인으로서는 도급인인 삼성전자의 요구와 납품일정 등에 따라 원고가 작성한 설계도면을 확인하여 제출할 필요가 있었고, 원고가 자리를 비운 사이 네트워크 연결이 되지 않아 업무용 컴퓨터의 공유폴더에 접속하기 위해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한 것과 원고가 이를 거부하자 부득이 비밀번호를 해제한 것은 업무상 필요한 행위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참가인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원고에게 서울기술연구소 소장직을 맡기고 삼성전자와의 회의에 직접 참석하게 하는 등 중요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고, 원고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하여 어떠한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참가인이 원고를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해고하려고 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라)

원고는 참가인 측에서 그만둘 것을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업무인수인계를 하고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모두 삭제한 채 출근하지 않으면서 임금정산을 요구하였으므로, 그 후 참가인이 원고에게 출근을 종용하거나 사직서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참가인이 처음부터 원고를 해고할 의사였다고 보기 어렵다.

2)

재심판정의 위법여부

따라서 원고는 그 의사에 따라 스스로 퇴직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참가인의 해고처분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부당해고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판정은 정당하므로, 이를 그대로 유지한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병식(재판장) 이혜민 강하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