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원고 A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의 제2공장 내에서 사고로 사망한 망 F(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아내이고, 원고 B, C는 망인의 자녀들이며, 원고 D은 망인의 어머니이다.
피고와 망인 사이의 사내하도급계약 체결경위
피고 회사는 1981. 11. 12. 철강제품 판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포스코, 현대제철 등으로부터 철판, 형강을 구입하여 1차 유통회사로서 이를 공장이나 2차 유통회사에 판매하다가, 2001년경부터 철강제품 제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소부재(철골부재 접합에 사용되는 부속품)와 BH빔(공사현장에서 건축자재로 사용되는 철구조물의 일종)의 제조, 납품을 시작하였다. 다만, 소부재는 대전 대덕구 G에 있는 피고 회사의 제1공장에서 이를 직접 제작하여 납품하였으나, BH빔의 경우 건설업체로부터 이를 도급받은 후 철구조회사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던 중 피고 회사는 철강제품 제조업의 이윤을 높이기 위하여 2012. 10. 경 'SS사업부'를 신설하고, 제1공장이 위치해 있는 G 내에 제2공장을 추가로 신축하여 제2공장에서 직접 BH빔을 제조하여 납품할 수 있도록 기계와 설비 등을 갖추었다. 그리고 2013. 1. 1. BH빔의 제조경험이 풍부한 업체인 J과 사이에 BH빔 제조, 납품에 관한 사내하도급계약 및 제2공장 입주를 위한 무상 임대차계약을 각 체결하였고, 그 무렵부터 J이 제2공장에 입주하여 BH빔을 제작하였다.
망인은 J의 현장관리자로 채용되어 제2공장에서의 BH빔 생산과 관련된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J이 2014. 2. 경 사내하도급계약을 해지하고 제2공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이 되자 피고 회사와 사이에 망인이 별개의 사업자로 등록하여 기존에 J이 수행하던 BH빔 제작을 이어서 하기로 협의하였다.
이에 망인은 2014. 3. 1. 피고 회사와 사이에 사내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2014. 3. 20. 자신의 아내인 원고 A를 사업자로 하여 ' H'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한 후 같은 날 피고 회사와 사이에 제2공장을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무렵부터 망인은 피고 회사가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발주를 받아 H에 작업지시서를 통보하면 제2공장에서 망인이 직접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 등과 함께 BH빔을 생산하였고, 피고 회사로부터 매월 공정별 단가 및 납품 수량에 기초한 기성금을 지급받았다.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망인은 2015. 4. 21. 9 :50경 제2공장에서 천장 크레인에 끝에 마그네틱 자석을 연결한 후 위 크레인을 무선으로 조종하여 BH빔을 화물차량에 상차하는 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에 매달려 있던 BH빔이 떨어지면서 주변에 있던 BH빔과 부딪히고 그로 인하여 3개의 BH빔에 깔리게 되어 같은 날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2015. 6. 24. 망인이 H의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의 산업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조사를 내사종결 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2015. 10. 23. 망인이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사용종속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다.
또한 대전지방검찰청은 2016. 1. 8. 피고 회사 소속 I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하여 "망인은 H의 실질적인 경영자로 근로자들을 관리·감독한 점, 망인은 오랜 기간 본 건 업무에 종사해 온 사람으로 H에서 담당하는 작업은 망인에게 일임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작업장 안전관리 또한 망인이 담당하기로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I가 망인의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감독할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안전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내지 갑 제7호증, 갑 제9호증 내지 갑 제12호증, 갑 제14호증, 갑 제15호증, 갑 제21호증 내지 갑 제26호증, 갑 제28호증, 을 제1호증 내지 을 제9호증, 을 제12호증, 을 제1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각 가지번호 포함), 당심 증인 I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근로관계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 회사는 망인에게 원고 A 명의로 사업자를 등록하게 하고, 사내하도급 형태로 망인을 고용하여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였는바, 망인은 피고 회사의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던 망인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을 방지할 보호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위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망인 및 그의 유족인 원고들에게 이로 인한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관련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판단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망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피고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피고 회사의 근로자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회사의 BH빔 생산 업무는 처음부터 망인이 실질적으로 경영한 H이 담당한 것이 아니었고, J이라는 별개의 사업자가 이를 피고 회사로부터 하도급 받아 수행하다가 망인이 피고 회사의 협조를 구하여 J이 하던 업무를 사실상 그대로 인수한 것이다. 한편, 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계약기간이 2014. 3. 1. 부터 2015. 2. 28. 까지로 1년에 불과하여(다만, 피고 회사와의 합의에 따라 1년씩 연장이 가능하다) 추후 피고 회사가 H의 계약기간 연장을 불허하고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것이 가능하였으므로 망인의 BH빔 제작업무가 피고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계속성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망인은 피고 회사로부터 매월 공정별 단가 및 납품 수량에 기초한 기성금을 지급받았는바, 해당 월의 작업량에 따라 망인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상이하였다. 즉, 망인이 피고 회사로부터 매월 일정한 액수의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근로자에게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지급받았다고 볼 자료도 없다. 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는 망인에게 지급되는 기성금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바도 없다.
망인은 피고 회사를 사업주로 한 4대 보험에 가입된 사실이 없고, H의 직원으로 근무하였던 자들 역시 피고 회사에서 4대 보험을 가입해 준 바가 없다. 오히려 사업주를 원고 A, 사업장을 H로 한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관계가 2014. 3. 3. 성립되었으며, 원고 A와 직원 K는 H을 사업장으로 하여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로 등재되어 있었다.
H의 직원들은 피고 회사의 관여 없이 망인이 채용한 것이고, 망인은 자신의 친구인 K를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H 직원들에 대한 급여는 망인이 이를 책정하여 지급하였다. 그리고 H의 BH빔 제작 업무는 피고 회사의 발주가 있어야 수행이 가능한 것이고, 업무량이 고정적이지 않아 대부분 일용직 근로자를 채용한 후 업무일수에 일당을 곱한 금액을 지급하였는데, 이에 따른 일용직 근로자의 출근 등 근태관리 역시 피고 회사의 지시·감독을 받지 않고 망인이 스스로 판단하여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H의 명의상 사업주인 원고 A는 망인이 사망한 직후인 2015. 4. 24. H의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지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제2공장 내 용접기, 크레인, 절단기 등 기계장치는 피고 회사의 소유였으나, 컨테이너 사무실, 마그네틱, 각종 공구류, 사무용품 및 소모품은 망인의 소유였다(컨테이너 사무실, 마그네틱, 일부 공구는 망인이 J로부터 BH빔 제작 업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매입한 것이다).
제2공장에 상주하는 피고 회사의 직원은 없었고, 망인은 피고 회사의 업무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업무량에 따라 출근 여부 및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직함이 피고 회사 SS사업부 차장으로 기재된 명함을 소지하였고(나머지 H의 직원들은 피고 회사의 명함을 사용하지 않았다), 피고 회사 거래처와의 면담시 자신을 피고 회사의 차장으로 소개하기도 하였으나, 피고 회사와의 관계에서 내부적으로는 피고 회사와 별개인 H이 BH빔을 생산하는 것이지만, BH빔의 제작을 발주하는 회사는 피고 회사의 인지도, 재무상태 등을 고려하여 피고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므로 거래처에 대한 관계에서 업무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는 피고 회사의 주장에 수긍할 바가 있다. 한편, 망인은 피고 회사의 회의에 수시로 참석하였으나 이는 계속적인 도급관계에서 발주량, 품질관리상태 등의 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망인이 피고 회사의 지휘와 감독을 받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노무도급관계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설령 망인의 근로자성이 부정된다 하더라도, 피고와 망인은 피고가 도급을 준 BH빔 제작에 대하여 망인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는 노무도급관계에 있었는바, 피고는 수급인인 망인의 생명·신체 등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노무도급인으로서 보호의무를 게을리 한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관련법리
건축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 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부분만을 시공기술자들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 그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 도급인은 수급인이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보호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참조).
판단
살피건대, 앞에서 인정한 기초사실 및 제2항의 '가. 근로관계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살펴 본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의 성질을 피고 회사가 망인에 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가지는 노무도급으로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들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의 적용을 받는 사업자로 법 제5조에 따라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유해·위험의 방지의무를 지며, 법 시행령 제9조 및 제10조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선임하고 관리감독자로 하여금 안전조치를 취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법 제29조 제1항에 따르면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바, 이에 따라 피고 회사는 망인을 포함한 H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를 게을리 하여 이 사건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였으므로 위 사고로 인한 망인 및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관련규정
별지 관련규정의 기재와 같다.
판단
살피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피고 회사에 대하여 수급인의 지위에 있는 H의 실질적인 사업주일 뿐이지 피고 회사의 근로자 또는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고, 제2공장은 H이 영업을 위해 임차하여 사용하는 사업장이므로, 피고 회사는 근로자와 자신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별지 관련규정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를 망인에 대해서는 부담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관련규정상 피고 회사에게 망인에 대한 안전조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병준(재판장) 오선아 강창효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