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7. 11. 30. 선고 2016노3738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1)

J 관련 배임수재의 점(원심 2014고정2136 사건)에 대하여, 피고인은 초빙강사의 추천 권한이 있을 뿐, 채용 권한은 갖고 있지 않으므로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볼 수 없고, J으로부터 받은 1,000만 원은 초빙강사로 임용되도록 하여달라는 명목이 아니라 연구소 건립비용 명목으로 받은 것이어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2)

재단법인 L(이하 'L'이라 한다) 관련 배임수재의 점(원심 2015고정188 사건)에 대하여, 이 부분 금원 3,000만 원은 피고인이 L의 의뢰에 따른 계약학과의 설치를 추진하면서 위 재단과 체결한 2013. 6. 4.자 업무협약에 따라 지급받은 정당한 용역비이다. 설령 피고인이 L으로부터, 비영리 종교법인인 L이 계약학과 설치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계약학과가 설치될 수 있도록 하여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4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법 제357조 제1항에서 정한 배임수재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또 사무가 포괄적 위탁사무일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처리의 근거, 즉 신임관계의 발생근거는 법령의 규정, 법률행위, 관습 또는 사무관리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임무에 관하여'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위탁받은 사무를 말하는 것이나 이는 본래의 사무뿐만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범위 내의 사무도 포함되고, 나아가 고유의 권한으로 처리를 하는 자에 한하지 않고 보조기관으로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무를 담당하는 자도 포함되고, '부정한 청탁'이란 반드시 업무상 배임의 정도에 이를 것을 요하지 않으며,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면 족하고, 이를 판단할 때에는 청탁의 내용 및 이에 관련한 대가의 액수, 형식,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1784 판결 참조).

나.

J 관련 배임수재의 점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과 J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대학교에 설치될 계약학과의 교원임용에 관한 사무를 적어도 보조기관으로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담당하는 자로서, F대학교의 초빙강사 추천 및 임용과 관련하여 J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1,000만 원을 취득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①

피고인은 경찰에서, J은 계약학과 추진위원이었고, 추진위원들은 계약학과가 설치되면 강사로 임용될 수 있으며, 강사 임용권한은 F대학교 법인 이사장에게 있는데, 만일 계약학과가 제대로 만들어져서 피고인이 임용 건의를 하였다면 J은 초빙강사로 임용되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F대학교(기획처, 교무처)의 2015. 9. 3.자 사실조회 회신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2. 12. 18.경 F대학교에 설치된 '계약학과 추진검토를 위한 TFT' 팀원으로서 '산업체 수요파악, 협약조건 검토, 계약학과 운영방안 등' 부문을 담당하였고, 주요 업무에는 '교육과정운영·교원배치·산업체와 협약체결·학칙개정·운영규정 제정·입학전형 등'이 포함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F대학교 내 신설할 계약학과의 초빙강사 임용에 관한 사무를 적어도 보조기관으로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담당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②

다음으로 J으로부터 받은 1,000만 원의 명목이 무엇인지 본다. 피고인과 J의 경찰 및 원심법정 진술, F대학교의 위 사실조회 회신 등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1,000만 원의 형식적 명목은 피고인이 당시 담당하던 F대학교 계약학과의 설치 추진비용(피고인 자신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일관된 진술이 이에 부합하는바, 위 금원이 별도의 연구소 건립비용 명목이었다는 피고인의 변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이지만, 그 실질적 명목은 위 계약학과의 초빙강사 추천 및 임용의 대가로서, 당시 피고인과 J은 그와 같은 명목으로 위 금원을 수수한다는 공통된 인식 혹은 묵시적인 양해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한바, 이는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이라고 봄이 옳다.

㉠ 피고인이 소속된 F대학교는 2012. 12.경부터 계약학과 설치를 추진하였는데, 한편, AA대학교에서 보건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거주지인 익산에서 순천 소재 고등학교 보건교사로 출퇴근 근무를 하던 J은 거주지에서 보다 가까운 곳의 교원자리를 찾다가 그 무렵 AA대학교 교수 AB를 통해 충북 E에 있는 F대학교의 교수인 피고인을 소개받은 다음 피고인에게 계약학과 설치 희망 산업체로 'AC'(익산에 있는 'AD교회'의 산하 기관으로 보인다)를 소개하였다(원심 피고인신문녹취서 제29면).

㉡ 이에 2012. 12. 18.경 F대학교 '계약학과 추진검토를 위한 TFT'가 구성되었고, 피고인은 그 팀원으로서 특히 AC의 의뢰에 따른 'S'라는 계약학과의 설치를 담당하였다.

㉢ 피고인은 '계약학과추진협의회'라는 위원회를 만들어 자신이 그 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J을 비롯한 6명은 위원이 되었다. 피고인은 J을 비롯한 위 위원들에게 계약학과를 추진함에 있어 사업체 발굴 및 연구자료 확보 등을 위한 비용으로 총 1,5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금원의 각출을 요청하면서, 금원을 내면 나중에 그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한편, '초빙강사는 매주 토요일 강의하고 월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라고 얘기하였고, 이에 J은 피고인이 말하는 '보상'이란 바로 위 '초빙강사' 자리라고 생각을 하고 2012. 12. 30.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1,000만 원을 피고인 명의의 농협은행 계좌로 송금하였다.

다.

L 관련 배임수재의 점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 K, M, O 등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 등을 종합하면, L이 피고인에게 설치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계약학과를 설치하여 달라는 취지로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피고인은, L에 계약학과 설립을 위한 지적 노하우를 전수하고, 계약학과 설립과 관련된 각종 조언을 하며 관련 업무수행을 하기 위한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지급받은 것으로서 부정한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고 변소하나, 위 증거에 의하면, 비영리 기독교 종교법인인 L은 교육사업 진출을 목적으로(위 재단 소속 직원들이 아니라, 위 재단이 운영하는 AE교회 교인들의 취업용 교육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에게 계약학과 설치를 의뢰한 사실, 이에 관하여 피고인 자신도 경찰에서 '처음부터 L에 상시근로자가 없어 계약학과 설치 대상이 안 되는 것을 알았지만, 상시근로자야 4대 보험 가입을 통하여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추진하였다, L에게 5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추진 명목으로 3,000만 원을 받고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L은 계약학과 설치조건이 되지 않아서 설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사실, 위와 같은 L의 의뢰에 따라 피고인이 계약학과 설치를 위해 K을 통하여 L에 한 주된 조치는, 종교법인으로서 그때까지 4대 보험에 가입된 상시근로자가 없던 L으로 하여금 우선 재단 이사장인 P, 상임이사인 M, 재단 회계담당 직원 AF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하여 이들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L의 정관상 목적사항에 '부동산 임대업', '사회적기업 등에 필요한 수익사업' 등을 추가·변경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L을 외형상·서류상 계약학과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산업체'에 해당하게끔 만드는 것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은 F대학교의 계약학과 설치를 담당하는 교수로서, 정상적인 사업체가 실제 직원의 채용을 조건으로 교육과정의 운영을 요구하거나 그 소속 직원의 재교육 또는 직무능력 향상 등을 위해 교육을 의뢰하는 경우가 아님에도 L으로부터 그 재단에 계약학과가 설치될 수 있도록 하여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으면서 이 부분 금원 3,000만 원을 지급받은 것으로서, 그 청탁은 사회상규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이다. 그런데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 하에서 존중되는 제1심의 양형에 관한 고유한 영역과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을 감안하면, 제1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형의 양정이 부당한 제1심판결을 파기함이 상당하다. 그와 같은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1심의 양형판단을 존중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당심에서 주장하는 양형에 유리한 사정은 이미 원심에서 형을 정하면서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토대로 한 원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며, 당심에서 양형조건에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양형을 존중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양희(재판장) 김성환 김덕완

각주1) AC의 의뢰에 따른 계약학과 설치는 피고인이 소속된 F대학교 TFT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추진되어(이는 아래의 L 관련 배임수재 사건과의 차이점이다) 2013. 1. 30.경 F대학교 총장과 AC장 간에 관련 MOU까지 체결되었으나, 학생 모집 등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결국 설치가 무산되었다.

각주2)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에 의하면, 산업체, 사업자단체 및 직능단체를 말한다. 계약학과 운영요령 제2조 제2항 제2호는 계약학과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산업체'의 하나로 '근로기준법 제11조의 규정에 의거 상시 근로자 5명(사업주 포함) 이상인 사업체'를 규정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