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여객자동차운수 및 운송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원고는 2005. 12. 23. 피고 회사에 운전직으로 입사하여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자이다.
원고는 2017. 3. 15.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세종터미널에 도착하는 경로로 피고회사 소속 버스(B, 이하 '이 사건 버스'라 한다)를 운행하다가 11:30경 공주시 정안면에 있는 차령터널 내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하여 교통정체로 일시 감속하는 선행차량을 충돌하였고, 이로 인하여 선행차량이 밀려나면서 전방에 있던 차량 3대가 연쇄적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 한다).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이 사건 버스을 포함한 차량 5대가 파손되었고, 7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미결추산금액을 제외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액은 대물 44,988,864원, 대인 4,772,450원인데, 대물피해액 중 자기차량 손해액 8,480,054원은 피고가 직접 부담하였고, 나머지 피해액에 대해서는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이라 한다)이 원고의 전적인 과실을 인정하여 공제금을 지급하였다.
피고는 2016. 6. 9.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교통사고가 승무원의 과실로 발생하였고, 피해금액이 징계규정상의 면직대상금액을 초과한다(피해금액 : 대물 44,988,864원, 대인 4,772,450원, 합계 49,761,314원)'는 면직 사유에 대한 심의를 거친 후 원고를면직하기로 의결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같은 날 원고에게 2017. 7. 13.자로 면직된다는 통지를 하였고, 2017. 6. 12. 위 통지가 원고에게 도달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2017. 9. 19. 위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이 내려졌다(충남2017부해331호).
이 사건 해고처분의 근거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해고무효확인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 주장의 요지
징계사유에 관하여
원고가 이 사건 교통사고로 피고에게 끼친 경제적 손실은 대물피해액 중 공제금 지급이 되지 않은 자차수리비 8,480,054원에 한정되므로, 위 교통사고는 이 사건 규정상 면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해고처분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가 정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
징계양정에 관하여
이 사건 해고처분은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
징계사유의 존재여부
이 사건 규정의 해석
이 사건 규정은 피고의 직원이 과실로 대물 및 자차피해액 1,800만 원 이상의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그 교통사고의 규모와 피해정도를 고려하여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정한 것이므로(괄호 안의 '대물 및 자차피해액 1,800만 원'이 '경제적 손실'이 아니라 '교통사고'를 수식함은 이 사건 규정의 문언상 명백하다), 공제금이 지급되더라도 위 피해액에서 이를 제외할 수는 없다.
판단
앞서 기초사실에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는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과실로 선행차량을 충돌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그로 인한 대물피해액이 44,988,864원으로 1,800만 원 이상이다. 또한 피고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자기차량 손해액 8,480,054원을 부담하였으므로 피고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징계사유 및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
징계양정의 적정여부
관련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또한,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다100760 판결 등 참조).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16, 2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과실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해고처분이 징계재량권을 벗어나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버스의 속도그래프에 의하면, 원고는 선행차량과의 충돌 직전까지 시속 90~100km로 이 사건 버스를 운행하다가 급격하게 정지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일정한 사유로 급정지하거나 서행할 수 있는 선행차량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았다.
대형버스가 선행차량을 추돌하여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 화재나 차량전복 등으로 인하여 버스의 승객과 선행차량 탑승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터널 내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 위험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버스를 운전하는 원고로서는 일반 운전자에 비하여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됨을 인식하고, 특히 터널에서는 감속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터널 내에서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속도를 줄이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버스를 운행한 자신의 전적인 과실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켰으므로, 그 의무 위반의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액은 미결추산금액과 대인피해액을 제외하고도 44,988,864원에 이르러 이 사건 규정이 정한 기준을 크게 상회한다. 위 기준은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 결정되어 단체협약과 징계규정에 포함된 것이고, 동종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면직기준에 비추어 특히 부당하다고 볼만한 사정이 기록상 나타나지 아니한다.
피고는 다수의 운전기사를 고용하여 운송사업을 하는 회사로서 운전기사의 부주의로 인한 교통사고,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여 향후 동일한 과실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대외적인 신뢰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
한편, 원고는 과거 피고가 이 사건 규정의 면직사유에 해당하는 교통사고를 낸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 사직을 권고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이 사건 해고처분의 징계양정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가 위와 같이 사직을 권고하였던 것은 위 직원들이 해고처분으로 인하여 다른 업체에 재취업하는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은혜적 조치로 보이고, 위 직원들이 사직권고를 받아들여 퇴사하였던 이상 해고처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해고처분이 위 직원들의 사례에 비추어 형평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해고무효확인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임금 청구에 대한 판단
위 제2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처분을 무효라고 할 수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임금청구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규(재판장) 강창효 차은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