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7. 10. 25. 선고 2017노961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이 사건 CCTV는 '노조의 위법한 점거가 있어 회사 시설 안전, 보안, 도난방지를 위해 일응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법원의 가처분 결정(2014. 2. 14.자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3카합79 결정)에 의하여 설치된 것으로 소속 조합원을 감시할 목적이 아닌 시설 안전 등의 목적으로 설치되었던 점,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CCTV의 이용에 장애를 미친 기간이 약 4개월로 상당한 점, 이 사건 CCTV에 스프레이를 뿌린 부분은 원상회복이 어려운 점, 이 사건 CCTV의 촬영을 막기 위하여 그 철거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의 법적 구제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를 정당행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각 CD, 각 사진 등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 회사 검사팀 사무실에 설치되어 있는 CCTV(이하 '이 사건 CCTV'라 한다)에 붉은 색 천을 부착하거나 테이프를 붙인 사실은 인정되나,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피해자 주식회사 J(이하 '피해자 회사'라 한다)은 아산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검사팀 소속장에 대하여 폭력을 행사하며 업무를 방해하고 또 다른 노조인 J 노조 소속 조합원들과 상호 충돌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여 노조원들의 공장 불법 점거 등을 방지하고 공장 내 시설의 안전, 보안을 유지하며 노조원들 상호간의 폭행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이 사건 CCTV를 설치하였다고 한다.

②

이 사건 CCTV는 피해자 회사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설치 경위와 목적, 설치장소(공개되지 않은 장소로서 사업장에 해당함), 촬영 가능 범위와 정도(3대의 CCTV로 검사팀 사무실의 거의 전체를 상당히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임), 운용 시간(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등의 비상시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촬영이 이루어짐) 등에 비추어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이라 한다) 제20조 제14호에 정한 '사업장 내 근로자(특히 아산지회 소속 조합원들) 감시 설비'에 해당하고, 이 사건 CCTV를 통해 촬영되는 근로자들의 영상 등은 개인정보호법 제2조 제1호에 정한 '개인정보(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③

피해자 회사가 위와 같은 CCTV를 적법하게 설치하려면 근로자참여법 제20조에 따라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치거나,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따라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④

그런데 피해자 회사는 이 사건 CCTV의 설치에 앞서 노사협의회 협의를 통하여 노조에게 이 사건 CCTV 설치의 필요성이나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노조 측으로부터 그에 관한 의견을 들은 적이 없고,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수집하려는 개인정보의 항목,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 기간 등을 알리고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⑤

피해자 회사 입장에서는 아산지회 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검사팀 소속장에 대한 폭력 행사와 J 노조 소속 조합원들과의 충돌 등을 예방하고 시설의 안전, 보안을 유지하는 등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CCTV의 설치 및 이를 통한 상시적인 개인정보 수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설치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ⅰ) CCTV를 설치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들의 사생활의 자유 내지 초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이는 다시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 (ⅱ) 이 사건 CCTV를 설치하거나 이 사건이 발생할 무렵 노사협의회의 협의나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그 설치를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대규모 폭력사태 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점, (ⅲ) 이 사건 CCTV 설치 이후 운용 상황을 살펴보면 피해자가 CCTV를 설치한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수집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CCTV의 설치 및 촬영을 통하여 달성할 수 있는 피해자 회사의 이익이 피고인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이 설치에 동의하지 않은 CCTV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보다 명백히 우선하는 경우로서 피해자 회사의 이익 달성과 상당한 관련이 있고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않는 정도에 그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⑥

한편 피고인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그 설치 및 촬영의 적법성이 문제될 수 있는 이 사건 CCTV에 의하여 자신들이 쟁의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계속적으로 감시당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자신들을 포함하여 당시 쟁의행위를 하던 조합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 사건 CCTV에 붉은 색 천을 부착하거나 테이프를 붙인 것으로 보이고, 그 행위도 이 사건 CCTV를 원상복구가 쉽지 않을 정도로 파손하거나 이를 아예 철거하는 정도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⑦

피고인들이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그 즉시 이 사건 CCTV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개인정보의 수집이 이루어지는데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들이 CCTV 촬영의 부당성을 다투기 위하여 고소,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가처분 또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법적 구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고 그 외에 이 사건 CCTV의 촬영을 막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별다른 실효성 있는 조치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

당심의 판단

이 사건 기록을 증거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은 증거판단을 토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라고 판단한 조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므로, 원심판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봉길(재판장) 고영식 이혜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