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19. 1. 30. 선고 2018가합103833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정부출연 전문연구기관으로서 국가 과학기술 및 산업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원고는 1987. 11. 1. 피고 소속 연구원으로 임용되어 2000. 3. 1.부터 B근무원으로 근무하다가 2018. 7. 12.자로 정년퇴직 한 자이다.

나.

피고는 2013. 6. 13. 인사규정을 개정하면서 제10장 제56조 제4-1호로 '피고는 피고 발전에 기여한 자에 대해 소정의 절차를 통해 전문위원으로 정년퇴직 후 재고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였고, 같은 날 그 운영과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을 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년 후 재고용 운영지침(이하 '개정 전 운영지침'이라 한다)을 제정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피고는 2017. 3. 16. 위 운영지침을 개정하였는데, 개정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이하 '개정 운영지침'이라 하고, '개정 전 운영지침'과 통칭하여 '이 사건 운영지침'이라 한다).

라.

원고가 B연구원으로 근무한 기간 동안의 개인평가 점수는 평균 2.5점 미만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주위적 소의 적법여부

가.

관련법리

확인의 소는 반드시 원고·피고 간의 법률관계에 한하지 아니하고, 원고·피고의 일방과 제3자 또는 제3자 상호간의 법률관계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나, 그러한 법률관계의 확인은 그 법률관계에 따라 원고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이 야기되어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를 확인의 대상으로 삼아 원고·피고 간의 확인판결에 의하여 즉시 확정할 필요가 있고, 또한 그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어야 확인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1995. 5. 26. 선고 94다59257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살피건대, 이 사건 운영지침상 피고는 매년 10월말 이내에 인사위원회를 통해 다음연도 정년퇴직 대상자 중에서 정년 후 재고용 대상자를 선정하게 되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18. 7. 12.자로 이미 정년퇴직 하여 개정 운영지침 제4조 제1항이 무효로 된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정년 후 재고용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바, 위 규정으로 인하여 현재 원고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어떠한 위험·불안이 초래된다고 보기 어렵다.

2)

또한 아래 제3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는 피고의 정년 후 재고용 거부를 대상으로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고, 그 소송에서 위 규정의 개정이 근로기준법에 반하여 효력이 없다거나 위 규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여전히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이므로, 별도로 위 규정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

따라서 이 사건 주위적 소는 어느 모로 보나 확인의 이익이 없으므로,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을 받아들인다.

3.

이 사건 예비적 소의 적법여부

가.

관련법리

1)

취업규칙 등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사용자가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연장을 허용하지 아니한 조치의 정당성은 사용자의 행위가 법률과 취업규칙 등의 규정 내용이나 규정 취지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해야 하며, 단지 정년연장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이 해당 근로자에게 가혹하다든가 혹은 다른 근로자의 경우에 비추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사정만으로 그 정당성이 없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2)

한편,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252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정년 후 재고용의 경우에도 유추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한바,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재고용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재고용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면, 사용자의 해당 근로자에 대한 재고용 거부는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나.

판단

1)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원고에게 정년 후 재고용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임에도 피고가 재고용을 거절한 것이라면, 원고는 그 재고용 거부를 대상으로 하여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원고 스스로도 '정년 후 재고용이 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가진 원고에 대하여 사용자인 피고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으므로, 근로자로서는 정년이 도달하였더라도 갱신 거절의 유효여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전문위원 신청대상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예비적 소 역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2)

나아가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운영지침에 의하면 피고는 다음연도 정년퇴직 대상자 중에서 전문위원을 선정하고, 정년 퇴직일이 전문위원의 계약개시일이 되는 것이므로, 이미 정년퇴직 한 원고는 전문위원 신청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정당한 기대권 인정여부에 대한 부가적 판단

원고가 피고의 정년 후 재고용 거부에 대하여 다투는 것으로 보더라도,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게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1)

이 사건 운영지침에 의한 정년 후 재고용은 피고 연구원에서 근속기간 10년 이상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정년퇴직하는 직원에 대하여 정년 후에도 일정 기간 피고 연구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수혜적인 제도이다(개정 전 운영지침은 정년 후 재고용이 '혜택'에 해당함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됨으로써 기존의 업무를 동일하게 수행하는 것인 반면, 직원이 정년퇴직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인력이 충원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재고용된 자들은 주로 자문 등 기존에 직원으로서 수행하던 업무와 다른 업무를 수행하거나 그 업무강도가 현저히 낮으므로, 조직의 유지·운영을 위해서 필수적인 인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한 근로자의 기대권을 쉽사리 인정하게 되면 자칫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에 비하여 엄격하게 인정함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운영지침에 의하면 전문위원 선발 및 운영계획은 인사관리담당부서의 연간 인력운영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한편, 정년 후 재고용되고자 하는 직원은 신청서 이외에 활용부서장 추천서, 성과조서 등을 제출하여야 하고, 인사관리담당부서는 별지 평가항목 배점 및 세부기준에 의하여 신청자에 대한 평가점수를 산출하는데, 전문위원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평가점수 합계가 70점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신청자는 연구인사심의회 평가와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되며, 그 과정에서도 신청자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 및 배점 등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정년 후 전문위원으로 재고용되기 위해서는 소정의 임용절차를 거쳐야 하고, 당시까지 업무(연구)성과, 조직 공헌도, 포상, 경력 등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하며, 전문위원에 대한 수요는 매년 수립되는 인력운영계획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운영지침의 제정 이후 정년퇴직한 자들이 대부분 전문위원으로 재고용되었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의 직원들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당연히 재고용 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그리고 피고 인사규정 및 이 사건 운영지침상 정년 후 재고용 여부 및 선발규모는 피고 원장의 재량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는바, 피고의 원장은 신청자가 평가점수기준을 충족하고, 자문기구에 해당하는 인사위원회에서 적합의견이 제시되더라도, 피고 연구원의 인력수급 현황이나 재정상황,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재고용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의 직원들은 위 인사규정 및 운영지침을 통하여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4)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운영지침은 2017. 3. 16.자 개정으로 정년 후 재고용 대상을 '신청시점 직급기간 동안 개인평가 평균 2.5점 이상'으로 제한하였고, 운용규모도 종래 전체 정원의 10% 이내에서 5% 이내로 축소하였는바, 이는 정년 후 재고용 제도가 가변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운영지침 제4조 제1항의 개정이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함에도 피고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른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근로기준법 제93조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하여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운영지침상의 정년 후 전문위원 임용에 관한 사항이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취업규칙에서 정하여야 할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그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불리하게 변경되었다고 보더라도, 을 제3, 6, 8, 9,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피고의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전국공공연구 노동조합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지부로부터 위 규정의 개정에 대한 적법한 동의를 얻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비추어 보면 위 노동조합 역시 정년 후 재고용이 정년퇴직자들의 당연한 권리로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며, 대·내외적인 상황의 변동에 따라 얼마든지 축소 내지 변경될 수 있음을 인식하였다고 보인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주위적 및 예비적 소는 각 부적법하므로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규(재판장) 강창효 차은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