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은 F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다.
설령 피고인이 F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G, H은 F이 데리고 온 인부로서 피고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다.
설령 피고인이 F, G, H(이하 'F 등'이라고 한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초 공사를 의뢰한 I과 피고인, F 등 사이에 I이 F 등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합의하였으므로,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다는 고의가 없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1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 즉 F 등이 업무의 대가를 일당 형식으로 지급받기로 한 점, F이 받은 자재비, 장비대는 F이 거래처를 피고인에게 소개한 다음 선지급한 돈을 정산받거나 자신의 장비를 사용한 것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 F은 피고인에게 공사대금 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한 적이 있으나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노임을 받아 달라고 의뢰하였을 뿐 소가 제기된 경위, 청구원인 등에 관하여는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F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공사를 하였다고 진술하는 점, 피고인도 수사기관 및 원심 법원의 제1회 공판기일까지 F 등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14487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이때에도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7다56235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도31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의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위 1)항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F은 계약 당시의 예상물량에 따라 단가를 정하고 공사완료시 실제 시공한 물량을 확인하여 미리 정한 단가를 근거로 공사비를 지급하는 방식의 단가계약 또는 실제로 공사에 소요되는 공사원가(노무비를 제외)는 피고인이 부담하고 F에게 지급할 보수는 별도로 지급하되 그 산정방식은 공사기간에 따른 일당으로 계산하는 방식의 실비정산계약에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F 등과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F은 'J'이라는 상호로 개인건설업을 영위하고 있었고, 이 사건 공사를 하기 전에 피고인에게 'J 대표 F'으로 기재된 명함을 준 적도 있다. 한편 F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의 '소개'로 가서 일을 했다."라고 답하였다.
또한 F은 원심 법정에서 "항상 저하고 10년 이상씩을 같이 한 저의 동료들이다."라고 말하면서 "G, H은 F이 데리고 온 F의 인부이고, 피고인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어떤가요."라는 질문에 "그렇지요."라고 답하거나, 'G, H의 노임을 F이 준 이유에 관하여 "저 때문에 나를 믿고 온 사람들이니까요. 결국 내 밑에서 나랑 같이 10년씩 일을 한 사람들이니까요."라고 답하였다. 위와 같은 G, H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하게 된 경위, F과 G, H의 관계에다가 F은 임금요청을 비롯한 민·형사상의 모든 절차에서 G, H의 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자신 뿐만 아니라 G, H의 노무비와 자재비, 장비대 등이 포함된 일용노무비지급명세서를 작성하였으며[위 일용노무비지급명세서에는 "전기공사비(인건비 포함)", "전기공사 K 260만 원"이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F이 피고인으로부터 하도급받은 인테리어 공사 중 일부인 전기공사를 다시 재하도급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돈 중 일부를 G, H에게 노임으로 지급하였고, G, H에게 업무에 관한 지시를 하였던 점 등을 더하여 보면, F이 개인건설업을 영위하면서 G, H의 사용자 지위에 있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F은 노무의 대가에 관하여 일당 형식의 돈을 받은 외에도 자재비, 장비대 등을 정산받았다. 이에 관하여 F은 원심 법정에서 "지금 철물대도 제가 거래를 하는 철물대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제 이름으로 어업회사법인 주식회사 E(이하 'E'라고 한다)에서 공사한다고 외상으로 갖다 썼기 때문에 제 입회하에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제가 그래서 E 법인카드로 결제해 준 것이고요. 공구 같은 경우에는 제가 소유하고 있는 공구에요. 화물차도 제가 가지고 있는 화물차입니다. 당연히 제 차를 갖고 운행했고, 제 공구를 갖고 사용했기 때문에 거기에 합당한 사용료를 받아야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고요.", "장비도 피고인이나 E가 그런 쪽을 아무도 모르고, 더구나 그 분들은 계속 쓰는 게 아니고 오늘만 쓰는 것이기 때문에 결제를 해줘야 해요."라고 진술하였는데, F은 피고인으로부터 단순히 노무의 대가를 받는 것을 넘어서 F이 소유한 작업도구를 사용하거나 F의 계산으로 원자재를 투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F은 공사현장의 작업지시, 인력관리 등에 관하여 수사기관에서는 "E 사장, 피고인과 제가 업무지시를 하였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21면), 원심 법정에서는 "피고인과 제가 동시에 같이 했다."라고 진술하였다. 이처럼 F은 작업지시, 인력관리 등에 직접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 피고인이 F 등에게 작업에 관하여 지시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자료는 없고, 오히려 F도 공사를 서두르기는 했지만 작업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F 등에 대하여 매일 출근카드 또는 출력일보를 작성하도록 하여 이를 확인하는 등 출근·퇴근을 관리하였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
F은 E를 상대로 2017. 5. 1.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7차742)을 신청하였고(E가 이의를 신청하였으나 F이 소제기 신청을 하지 않아 각하되었다), 이후 피고인을 상대로 2018. 8. 28.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8차1381)을 신청하면서 그 청구원인에 "F은 건설업을 하는 사람이고, 피고인은 F에게 공사를 의뢰한 사람이다. F은 피고인의 요청으로 E 냉동창고 신축공사 현장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완료하였는데, 1,255만 원의 공사대금 중 600만 원만을 지급하였으므로 나머지 655만 원의 지급을 구한다."라고 기재하였다[위 지급명령에 대하여 피고인이 이의를 신청하자 F은 소제기 신청을 하였고, 위 공사대금 지급청구 소송(2018가소21807)에서 2019. 2. 21. 피고인이 F에게 655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할 것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2019. 3. 12.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도급인인 E로부터 공사에 필요한 세부도면을 제공받지 못하여 정확한 자재대금이나 물량을 산출하기 어려워 F에게 공사를 하도급하면서 공사대금을 총액으로 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과 같고, 이는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박병찬(재판장) 백승준 김주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