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2. 7. 19. 선고 2021나117355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4,52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7. 24.부터 2022. 7. 19.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C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고 한다)을 운영하는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6. 3. 1.부터 2018. 1. 14.까지 위 병원의 진료과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피고는 퇴직 후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원고를 상대로 퇴직금 체불로 진정을 제 기하였고, 원고는 그 시정조치에 따라 2020. 2. 4. 피고에게 퇴직금 13,475,61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7호증, 을 제1,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고와의 약정에 따라 2016. 3. 1.부터 2017. 12. 31.까지 피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합계 14,520,000원을 분할하여 미리 지급하였는데, 이러한 금원 지급이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피고는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 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원으로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지급에 관하여 사용자가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근로계약, 노동관행 등에 따라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근로관계의 계속 중에 퇴직금 분할 약정에 의하여 월급이나 일당과는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으나 퇴직금 분할 약정이 위와 같은 이유로 무효여서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면 위 약정에 의하여 이미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하는 임금’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사용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반면 근로자는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셈이 되므로, 근로자는 수령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부당이득으로 사용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평의 견지에서 합당하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위와 같은 법리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퇴직금 분할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비로소 적용할 것이어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당해 약정이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 약정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월급이나 일당 등에 퇴직금을 포함시키고 퇴직 시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특정되고, 위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임금의 액수 등을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종전의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 등에 비추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등, 사용자와 근로자가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경우에 한하여 위와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0다95147 판결 참조).

나.

판단

1)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가)

원고와 피고는 2016. 3. 1. 최초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2016. 3. 1.부터 2017. 2. 29.까지를 근로기간으로 하는 연봉근로계약서(갑 제1호증)를 작성하였는데, 위 계약서 중 임금에 대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나)

또한 피고는 2016. 12. 31. 원고에게 “본인의 요구에 의하여 이 사건 병원에서 수령하는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하여 수령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또한 본인이 재직하는 동안에는 본인의 사정에 의하여 퇴직금을 매월 급여에 포함하여 선지급을 이 사건 병원에 요구합니다”라는 내용의 퇴직금 수령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다)

원고와 피고는 2017. 3. 1. 재계약을 하면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기재된 연봉근로계약서(을 제2호증, 이하 ‘피고 제출 계약서’라고 한다)를 작성하였다가, 같은 날 임금 부분에 대하여 위 가)항과 같은 내용으로 기재된 연봉근로계약서(갑 제2호증, 이하 ‘원고 제출 계약서’라고 한다)를 다시 작성하였다.

라)

원고가 작성한 피고에 대한 급여대장과 급여명세서의 지급내역에는 기본급, 연장수당, 식대, 성과급, 당직수당, 연차수당, 기타수당으로 항목이 구분되어 있고 퇴직금 항목은 없는데, 그 중 기본급 항목 지급액이 ‘8,000,000원’으로 기재되어 있고 연장수당 항목에는 공제 합계금과 동일한 금액이 지급된 것으로 기재되어 결국 차인지급액이 8,000,000원인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2)

판단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위 법리를 보태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금과 구별하여 퇴직금 명목으로 매월 660,000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퇴직금 분할 약정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가)

피고는 퇴직금을 매월 나누어 지급하기로 하는 각 연봉근로계약서(갑 제1, 2호증)에 자필로 서명하였고, 위 문서는 처분문서에 해당하는바,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나)

2017. 3. 1.에는 퇴직금 항목에 대한 기재 여부에 대해 내용을 달리하는 2개의 연봉계약서가 작성되어 있다. 이와 같은 2개의 계약서가 작성된 경위에 대해 원고는 ‘피고 제출 계약서를 먼저 작성하였다가, 근로자가 퇴직금 선지급을 요청하는 경우 그 취지를 분명하게 기재하여야 한다는 행정원장의 지적에 따라 같은 날 피고 제출 계약서를 파기하기로 하고 다시 원고 제출 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피고는 피고 제출 계약서를 작성한 후 원고 측으로부터 원고 제출 계약서를 제시 받아 자필로 서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원고 측의 강압에 의하여 서명한 것이라거나, 사무처리상 필요하여 형식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라고 하여 서명한 것일 뿐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 각 계약서는 하나의 법률관계에 대하여 각기 다른 내용을 정한 계약서로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인 원고 제출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인 점, 원고 제출 계약서의 작성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거나 원고와 피고 사이에 효과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한 점, 직전년도인 2016년 작성한 연봉근로계약서(갑 제1호증)의 임금 부분 내용이 원고 제출 계약서와 동일하고 피고가 2016. 12. 31. 앞서 본 바와 같이 퇴직금 수령확인서도 작성하였으므로 피고가 원고 제출 계약서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서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와 피고가 2017. 3. 1. 체결한 근로계약은 원고 제출 계약서의 내용대로 체결되었다고 인정된다.

다)

피고의 급여내역과 급여명세서에 퇴직금, 식대에 대한 기재가 없기는 하나, 원 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근로자인 피고가 부담할 4대 보험료, 세금을 사용자인 원고가 부담하고 근로자인 피고가 실제로 수령하는 임금을 확정하는 형태의 이른바 NET 계약인 점, 급여대장과 급여명세서 양식에 ‘퇴직금’란이 존재하지 않았고 연장수 당의 지급으로 공제액을 맞추어 차인지급액을 월 8,000,000원으로 맞추어 기재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원고는 NET 형태의 연봉근로계약의 특성상 피고가 실제로 수령하게 되는 급여액수에 중점을 두어 세부항목 구분 없이 급여내역 등을 작성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고, 나아가 급여내역, 급여명세서에 퇴직금, 식대 항목이 기재되지 않은 사정만으로는 처분문서인 각 연봉근로계약서(갑 제1, 2호증)의 기재내용을 부인할 만한 반증이 되기 부족하다.

라)

결국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것인데, 위 계약상 퇴직금의 액수가 월 660,000원으로 특정되어 있다.

마)

위와 같은 퇴직금을 제외하더라도 피고의 임금액이 월 700만 원을 초과하는 등 퇴직금 분할지급 약정을 포함하는 근로계약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일반적 근로계약이나 근로기준법에 비추어 특별히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가이와 같은 내용이 기재된 연봉근로계약서나 퇴직금 수령확인서를 작성하면서 매달 지급받은 돈에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으로 미루어 보아 피고가 제출한 각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임에도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하여 퇴직금 분할약정의 형식만을 취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약정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3)

소결론

원고와 피고 사이의 위 퇴직금 분할 약정은 위 3의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은 법리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14,520,000원(=월 660,000원×22개월) 및 이에 대하여 이행청구를 받은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2020. 7. 2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및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7. 1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2020. 2. 4.부터의 지연 손해금을 청구하고 있으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채무라고 할 것이므로 이행의 청구를 받은 다음 날부터 이행지체의 책임이 있는데, 2020. 2. 4. 이전에 원고가 피고에게 이행을 최고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내용이 기재된 내용증명우편물인 갑 제4호증이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이전에 피고에게 도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위 인정범위를 초과하는 원고의 지연손해금 청구는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이와 결론을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되,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퇴직 금 분할 약정이 무효가 됨에 따라 부당이득이 발생하게 된 점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민사소송법 제99조, 제100조를 적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희정(재판장) 김윤종 윤현정

각주1) 예를 들어 2016. 3.분 급여대장은 다음과 같다.

각주2)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내용을 정한 여러 개의 계약서가 순차로 작성되어 있는 경우 당사자가 그러한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나 우열관계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면 그와 같은 내용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여러 개의 계약서에 따른 법률관계 등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면 각각의 계약서에 정해져 있는 내용 중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부분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나중에 작성된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17다17603 판결 참조)

각주3) 피고는 2016. 3. 1. 연봉근로계약서(갑 제1호증)와 퇴직금 수령확인서(갑 제3호증)에 대해서도 원고 제출 계약서와 마찬가지 경위로 작성되어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나, 위 각 문서의 진정성립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작성과정에 강압이 있었다거나 형식적으로만 작성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