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원고 J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항공기, 인공위성, 우주발사체의 종합시스템 및 핵심기술 연구개발 등을 목적사업으로 하여 정부의 출연금과 그 밖의 수익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의 2019년 행정기능직 정규직원 공개채용 절차에 지원, 합격하여 2019. 12. 16.부터 피고의 4급 행정원(행정기능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정규직 근로자들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시행
정부는 2017. 7.경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기간제근로자와 파견·용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정규직 전환의 대상, 기준, 시기, 절차와 방식, 정규직 전환 결정기구, 전환 이후 임금체계 등에 관하여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 관련 추가지침’을 마련하여 시행하였는데(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가이드라인’이라 한다), 위 가이드라인 등은 정규직 전환 이후 임금체계 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노사전협의기구 구성 및 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계획에 관한 합의
피고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공공기관으로서 이 사건 가이드라인에 따라 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2017. 12.경 부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노사전협의기구를 발족하였다. 위 노사전협의기구에는 이 사건 가이드라인에 따라 피고와 피고 근로자대표 외에 파견근로자 대표, 용역근로자 대표, 외부전문가 2인이 위원으로 참여하였다.
위 노사전협의기구는 2017. 12. 20. 제1회 회의, 2018. 12. 13. 제2회 회의를 개최하여 협의를 거친 후, 2019. 5. 20. 제3회 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계획을 합의(이하 ‘2019. 5. 20.자 노사전합의’라 한다)하였다.
2019. 5. 20.자 노사전합의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계획’(이하 ‘이 사건 전환계획’이라 한다)의 기본원칙 및 전환 이후 신분, 직종·임금 등 처우 등에 관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는 2019. 6. 3.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 사건 전환계획을 보고하여 승인을 받았고, 이어 2019. 7.경 기획재정부로부터 전환규모(38명)에 관한 승인을, 2019. 12.경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회로부터 전환 인건비(14억 900만 원)<1>에 관한 승인을 각 받았다.
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및 인사위원회의 결의
피고는 이 사건 전환계획에 따라 2019. 8. 1. 전환채용 공고를 하고, 전환대상 파견근로자 38명에 대한 전환평가를 실시하여 1단계 19명, 2단계 5명 합계 24명의 전환 대상자를 확정하여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였고, 나머지 파견근로자 14명은 전환을 포기하거나 전환평가에서 탈락하였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전환계획에 따라 공석(14명)에 대하여 공개채용을 실시하기로 하고, 2019. 9. 30. 피고의 제2019-15회 인사위원회에서 제2호 안건으로 전환채용근로자에 대한 급여등급을 결의한 후 제4호 안건으로 ‘2019년도 행정기능직 공채계획 및 채용공고 심의안’을 결의하였는데, 위 심의안에 첨부된 ‘채용공고안’에는 다음과 같이 행정기능직 공개채용 근로자에 대해서는 임용자격 및 경력평정요령에 따른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었다. 이후 피고의 원장은 위 인사위원회 결의를 승인하였다.
피고의 2019년 행정기능직 정규직원 공개채용 등
피고는 2019. 10. 2. 위와 같이 인사위원회에서 심의·결의된 내용에 따라 공개채용 공고를 하고 2019년 행정기능직 정규직원 공개채용(이하 ‘이 사건 공개채용’이라 한다) 절차를 진행하였고, 원고들은 위 공개채용절차에 지원, 합격하여 2019. 12. 16.부터 피고의 근로자(행정기능직 / 4급 행정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원고들은 위 공개채용 절차에 지원, 합격한 이후 피고와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근로계약서 제4조 제5항에는 급여와 관련하여 ‘급여등급은 기능직 1등급으로 정하며, 승급은 연구원이 정한 바에 따른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원고들의 급여등급은 2020. 1. 1. 기능직 2등급으로 승급되었다.
피고의 취업규칙 등
피고는 이 사건 공개채용 이전에는 행정기능직을 공개채용의 방식으로 채용한 적이 없고, 이 사건 공개채용 이후에도 행정기능직을 공개채용의 방식으로 채용한 바 없다.
한편 피고는 직원<2>의 취업 및 근로조건에 관한 취업규칙과 그밖에 급여규정, 인사관리규정, 임용자격 및 경력평정요령 등을 두고 있는데,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3>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 을 제1 내지 6, 8, 9, 11 내지 16, 18, 1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내지 음성,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들
피고의 취업규칙과 급여규정, 인사관리규정, 임용자격 및 경력평정요령은 모든 정규직 직원에 대하여 학력, 병력, 근무경력 등에 따른 경력을 인정하여 급여등급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들을 비롯하여 이 사건 공개채용 절차를 통하여 채용된 근로자에 대해서만 위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배제하여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기능직 1등급의 급여등급을 적용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의 근로계약 중 급여등급에 관한 부분은 위 취업규칙 등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으로서 근로기준법 제97조에 따라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경력을 반영하여 재산정한 연봉과 원고들이 실제로 지급받은 연봉의 차액인 별지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 공개채용 절차를 통하여 채용된 근로자에 대하여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기능직 1등급의 급여등급을 적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2019. 9. 30.자 인사위원회 결의 중 행정기능직 공개채용 근로자의 급여등급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결의’라 한다)은 유효한 취업규칙으로서 원고들에게 적용되므로 원고들의 근로계약 중 급여등급에 관한 부분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결의는 이를 취업규칙으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이를 취업규칙으로 보더라도, ① 기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임에도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이거나, ② 위 노사전협의기구는 2019. 5. 20.자 노사전합의를 통하여 공개채용 근로자에 대하여 기존의 기능직 등급표를 적용(기존의 경력평정요령에 따른 급여등급 적용 포함)하기로 합의하였고 이는 단체협약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단체협약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또한 이 사건 공개채용 이전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기존 행정기능직 근로자, 별정직 행정기능직 근로자와 행정직 근로자는 모두 원고들과 동일한 가치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경력에 따른 호봉을 인정받아 급여를 지급받고 있는바, 이는 근로기준법 제6조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에서 정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경력을 반영하여 재산정한 연봉과 원고들이 실제로 지급받은 연봉의 차액인 별지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이 사건 공개채용은 일반적인 공개채용이 아니라 이 사건 가이드라인에 따른 파견근로자 정규직 전환절차에서 파생된 특수한 채용 절차로 기존의 취업규칙을 적용할 수 없어 피고는 2019. 5. 20.자 노사전합의에 기하여 별도의 취업규칙으로 공개채용 근로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기능직 1등급의 급여등급을 적용하는 이 사건 결의를 하였는바, 이 사건 결의는 적법한 취업규칙으로 원고들에게 적용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 결의에 따른 급여를 모두 지급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
이 사건 공개채용은 파견근로자 정규직 전환절차에서 탈락하거나 포기한 공석에 대한 특수한 채용 절차로, 피고는 공개채용 근로자에게 인건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최고의 급여등급을 부여하였으므로 원고들을 부당하게 차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원고들과 행정직 근로자들은 업무 내용이나 강도가 상이하므로, 원고들이 행정직 근로자들과 상이한 임금을 받는 것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판단
근로계약 무효 주장
이 사건 결의가 취업규칙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리
근로기준법 제94조 소정의 취업규칙이란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 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그 명칭을 불문하는 것이므로 개별 근로계약에서 복무규율과 근로 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이 또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4511 판결 등 참조). 또한 취업규칙은 같은 사업장에 소속된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근로형태, 직종 등의 특수성에 따라 근로자 일부에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작성할 수 있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다11628 판결). 취업규칙의 하나인 인사규정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인사규정을 작성·변경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 인사규정을 종전보다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자의 동의나 협의 또는 의견청취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인사규정을 변경하였다고 하여 그 인사규정의 효력이 부정될 수는 없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8두6647 판결).
한편, 근로기준법 제96조는 취업규칙의 작성 및 변경에 관하여 행정관청에의 신고의무를, 같은 법 제97조 본문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자의 의견청취의무를, 같은 법 제13조 제1항은 취업규칙의 게시 또는 비치에 의한 주지의무를 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규정들은 단속법규에 불과할 뿐 효력규정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사용자가 이러한 규정들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바로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정하는 기업 내의 규범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신설 또는 변경하기 위한 조항을 정하였다고 하여도 그로 인하여 바로 효력이 생기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신설 또는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생기기 위하여는 반드시 근로기준법 제13조 제1항에서 정한 방법에 의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법령의 공포에 준하는 절차로서 그것이 새로운 기업 내 규범인 것을 널리 종업원 일반으로 하여금 알게 하는 절차 즉, 어떠한 방법이든지 적당한 방법에 의한 주지가 필요하다(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판단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2019. 9. 30.자 인사위원회에서 결의한 행정기능직 공개채용 근로자의 급여등급은 급여규정에 첨부된 기능직 단일등급표상 해당 등급의 연봉 총액에 대응되므로 근로조건인 임금에 관한 중요 사항에 해당하는 점, ② 이 사건 결의는 이 사건 공개채용 절차를 통하여 채용된 행정기능직 근로자 14명에 대하여 집단적,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점, ③ 피고의 원장은 이 사건 결의 이후 이를 그대로 승인하였고, 피고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M도 2019. 9. 30.자 인사위원회에 직접 배석하여 이 사건 급여등급에 관한 내용이 노사가 합의한 내용임을 분명하게 밝힌 점,<4> ④ 이 사건 공개채용에서 채용되는 근로자의 급여가 이 사건 결의에서 정한 바와 같이 기능직 1등급의 급여인 26,137,000원이고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채용 공고의 형태로 피고의 홈페이지, 공공기관 통합공시 사이트, 인터넷 채용포텔사이트 등 다양한 매체에 게시되어 원고들의 비롯한 공개채용 지원자들에게 충분히 공개되었던 점, ⑤ 나아가 원고들을 비롯한 행정기능직 공개채용 근로자들은 모두 채용과 동시에 피고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근로계약서에 ‘급여등급은 기능직 1등급으로 정하며 승급은 연구원이 정한 바에 따른다’라고 명기되어 있는 점(위 근로계약서에는 직위, 계약기간, 급여 지급방법, 급여항목, 급여등급, 복지혜택, 근로시간, 휴게시간, 휴일, 휴가, 퇴직금 등에 관한 조항이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고 원고들을 비롯한 공개채용 합격자들은 피고로부터 위와 같은 근로계약서를 제시받고 인적사항 란에 자신의 성명 등을 기재하였을 뿐이다)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결의는 이 사건 공개채용에 지원, 합격한 원고들에게 적용되는 임금에 관한 준칙으로 그 형식에 관계없이 취업규칙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결의의 효력 유무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 부존재 주장
이 사건 결의가 취업규칙인 피고의 임용자격 및 경력평정요령의 적용을 배제하고 이 사건 공개채용 절차를 통하여 채용되는 행정기능직 근로자에 대하여 학력, 병역, 근무경력, 자격증 등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기능직 1급의 급여등급을 부여하는 내용이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공개채용은 피고가 이 사건 가이드라인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는 과정에서 공석이 발생함에 따라 부수적으로 시행한 채용절차로서 피고가 과거에 시행한 적이 없는 특수한 채용절차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이 사건 결의는 위와 같이 종전까지 취업규칙이 정하고 있었던 일반적 임용경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임용경로를 신설함에 따라 그에 필요한 경력 인정 여부를 별도의 취업규칙을 통하여 새로 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그 임용경로에 관하여 종전에 있었던 취업규칙 규정을 변경하였다거나 이를 불이익하게 변경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결의는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무효로 볼 수 없다.
단체협약인 2019. 5. 20.자 노사전합의 위반 주장
⑴ 먼저 2019. 5. 20.자 노사전합의가 단체협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가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 관한 합의가 노사협의회의 협의를 거쳐서 성립되었더라도, 당사자 쌍방이 이를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로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의 대표자가 각 노동조합과 사용자를 대표하여 서명날인 하는 등으로 단체협약의 실질적·형식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이는 단체협약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이 법원 증인 M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2019. 5. 20.자 노사전합의는 단체협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위 노사전협의기구는 이 사건 가이드라인이 정한 바에 따라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협의하기 위해 부원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구성된 기구일 뿐 피고와 피고 근로자 사이의 근로조건 교섭을 위해 구성된 기구가 아니다. 실제로 위 노사전협의기구에서 논의하여 결의한 주된 내용은 파견근로자의 전환규모, 전환방식, 전환평가의 방법 등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아닌 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절차에 관한 내용이다.
피고 노동조합 대표자인 M도 이 법정에서 2019. 5. 20. 노선전합의와 이 사건 전환계획이 단체협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피고 대리인의 질문에 ‘단체교섭을 하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단체교섭은 아니고 전환위원회에는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가 들어오게 되어 있으니까 N씨가 들어온 거죠‘, ‘협약은 아니죠, 왜냐하면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진행된 절차인데 그냥 …’, ‘단체협약으로써는 맞지 않겠지만 지켜야 되는 거죠’라고 진술하였는바, 위와 같은 M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M는 2019. 5. 20. 노선전합의 당시 위 합의를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9. 5. 20.자 노사전합의에 관한 합의서에는 피고의 원장이 아닌 부원장이 서명하였을 뿐 아니라 부원장도 피고의 대표자 자격이 아닌 위 노사전협의기구의 위원장 자격에서 서명하였다. 나아가 부원장이 피고의 대표자인 원장으로부터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또한 위 합의서에는 피고의 근로자가 아닌 파견근로자 대표, 용역근로자 대표와 외부전문가도 위 노사전협의기구의 위원 자격에서 서명을 하였다.
⑵ 나아가 설령 2019. 5. 20.자 노사전합의를 단체협약으로 보더라고, 이 사건 전환계획 중 ‘행정기능직 공개채용(전환탈락 TO, 퇴직충원 등)의 경우 기존의 기능직 등급표 적용’이라는 부분은, 앞서 본 이 사건 가이드라인의 내용, 위 노사전협의기구의 구성 및 협의 경과, 2019. 9. 30.자 인사위원회 당시 M의 발언 등과 위와 같은 기재 바로 앞에 ‘파견근로자 실수령 급여액을 기준으로 기능직 단일등급표 등급 신설 및 적용(전환채용 시에만 적용함) (예) 단일등급표 1등급 이하 A~E 등급 신설’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공개채용 근로자들에게 기존 취업규칙과 경력평정요령을 적용하여 학력과 경력이 인정된 호봉에 따른 임금을 지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파견근로자와 달리 실수령 급여액이 없는 공개채용 근로자에 대하여는 새로운 기능직 등급표를 신설하거나 기존 기능직 등급표에 새로운 등급을 신설하지 않고 기존의 기능직 등급표를 적용한다는 의미로 봄이 타당하다.
⑶ 따라서 이 사건 결의가 단체협약인 2019. 5. 20.자 노사전합의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
소결
결국 이 사건 결의는 이 사건 채용절차를 통해 채용된 행정기능직 근로자의 급여등급에 관하여 새로 정한 취업규칙으로서 유효하고, 이는 피고의 취업규칙 제2조에 정한 ‘근로조건에 대하여 따로 정하고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결의에 따라 원고들의 급여등급을 일괄적으로 기능직 1등급으로 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고 이를 무효로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원고들은, 피고의 원관리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 결의는 예규에 불과하므로 상위 원규인 경력평정요령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나, 취업규칙 제2조가 ‘근로조건에 대하여 따로 정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취업규칙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는 점, 위와 같이 ‘근로조건에 대하여 따로 정하는 것’이 반드시 원규 중 규정이나 규칙의 형태로 제정되어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공개채용 근로자에 대해서는 전체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경력평정요령보다 공개채용 근로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이 사건 결의가 우선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 주장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성별·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근로기준법 제6조). 여기에서 ‘차별적 처우’란 사용자가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참조).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제1항). 여기에서 ‘동일가치의 노동’이란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남녀 간의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그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동일가치의 노동인지는 같은 조 제2항에서 정한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을 비롯하여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여기서 ‘기술’은 자격증, 학위, 습득된 경험 등에 의한 직무수행능력 또는 솜씨의 객관적 수준을, ‘노력’은 육체적 및 정신적 노력, 작업수행에 필요한 물리적 및 정신적 긴장 즉, 노동 강도를, ‘책임’은 업무에 내재한 의무의 성격·범위·복잡성, 사업주가 당해 직무에 의존하는 정도를, ‘작업조건’은 소음, 열, 물리적·화학적 위험, 고립, 추위 또는 더위의 정도 등 당해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통상적으로 처하는 물리적 작업환경을 말한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다101011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어느 것이나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그밖에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며,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1051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5>
행정직 근로자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1 내지 36, 44 내지 47, 53, 59호증, 을 제20 내지 23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속한 행정기능직 근로자와 행정직 근로자는 자격기준, 업무내용, 권한과 책임 등이 서로 상이하므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행정기능직 근로자와 행정직 근로자의 노동이 동일가치의 노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들이 속한 행정기능직 근로자와 행정직 근로자는 임용자격기준이 상이하다. 행정직은 책임급, 선임급, 원급으로 구분되고, 책임급의 자격기준은 국가기관에서 서기관 이상의 직에 있었던 자, 경력환산 결과가 26등급 이상인 자, 상기 요건과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이고, 선임급의 자격기준은 박사학위취득자, 경력환산 결과가 12등급 이상인 자, 상기 요건과 동등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이며, 원급의 자격기준은 대학졸업자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실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이다. 반면 행정기능직 4급의 자격기준은 고등학교 졸업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실적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 자격증 또는 면허증을 소지하였거나 이와 동등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자이고, 3급, 2급 1급의 자격기준은 4급의 자격기준에 더하여 전문기능경력이 각각 35년, 24년, 15년 이상인 자이다. 위와 같이 행정직은 행정기능직에 비하여 요구되는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의 자격기준이 현저히 높다.
행정직은 행정업무의 책임자로서 중요도, 난이도, 노동강도가 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반면 행정기능직은 행정업무의 보조자로서 중요도, 난이도, 노동강도가 낮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예컨대 기획팀의 경우 직무분장상 기관평가 연구지원 분야 총괄, 대외 요구자료 총괄, 국회 업무보고 및 국정감사 총괄, 조직관리, 원규관리 및 제도개선 등 중요 업무는 행정직이 수행하도록 되어 있고, 제안마당 운영, 간부회의 운영, 임원정보 관리 등 보조적 업무만 행정기능직이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 사건 전환계획에 첨부된 표에 기재된 행정기능직 예상업무도 대내외 문서접수 및 발송, 각종 위원회 및 회의 개최 준비, 부서공통 서무업무, 과제관리 및 정산업무 지원, 행정지원업무 등 보조적 업무이다. 또한 채용공고 역시 원고들이 채용된 이 사건 채용공고에는 행정기능직의 주요 직무내용이 연구근접 행정지원, 일반사무 행정지원, 비서업무로 기재되어 있는 반면, 2019년 하반기 정규직원 채용공고에는 행정직의 주요 직무내용이 인적자원 관리, 급여·세무관리 등으로 기재되어 있다.
물론 원고들의 주장과 같이 행정직과 행정기능직의 업무 혼용 사례가 일부 확인되기는 하나, 일부 부서에서 인력 수급 등의 문제로 일시적으로 업무 혼용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행정직과 행징기능직의 업무가 동일가치노동이라고 볼 수는 없다.
피고는 직종변경요령을 통하여 행정기능직에게 행정직으로 직종을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의 의뢰로 민간 업체가 작성한 피고의 ‘행정직무 발전방안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행정기능직 근로자 중 행정직으로의 전직 기회가 주어질 때 전직을 하겠다는 근로자는 28.2%에 불과한 반면 전직을 하지 않겠다는 근로자는 48.7%에 달한다. 위와 같이 전직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에 관하여는 전직 후급여 차이는 미미한데 업무량은 과중해 지는 등 전직에 따른 이익이 없기 때문으로 조사되었다.
다른 행정기능직 근로자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라 함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 근로자 개인의 개별적인 요소들뿐만 아니라 근로 제공의 시점과 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하여 그 가치가 같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대하여는 같은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즉 같은 시기에 같은 근로환경에서 같은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는 서로 다른 근로자나 근로집단 사이에서 임금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근로 제공의 시기나 주변 여건의 변화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제공하는 근로자가 동일하다면 기존의 임금이 계속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존 행정기능직 근로자는 장기간 피고의 비정규직 근로자로 근무하다 2007. 12.경 정부의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 임용되었거나, 2009. 2.경과 2018. 7.경 별정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 임용된 근로자로 평균 근속기간이 18년을 상회한다. 또한 별정직 행정기능직 근로자는 원고들과 같은 정규직 근로자가 아니라 기간제 근로자로서 피고의 별정직 운용요령에 따라 행정직, 행정기능직 근로자의 육아휴직 등 기간 동안 대체근로를 제공하는 계약직 근로자들이다.
위와 같이 기존 또는 별정직 행정기능직 근로자들은 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공석이 발생함에 따라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임용된 원고들과는 채용경로, 근속기간, 고용안정성,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상이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근속기간, 채용시기와 채용상황에 비추어 동일가치의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원고 J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영호(재판장) 조준호 황성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