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4. 20. 선고 2022구합10023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울산 북구 E에서 D회사이라는 상호로 자동차 부품 제조업을 영위하였던 사람이고, 원고는 2011. 6. 20. D회사에 취업하여 CNC 선반을 가공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21. 6. 28.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이 2021. 4. 17. 원고를 구두로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직복직 및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8. 18. ‘D회사은 상시근로자수가 5인 미만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사업장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F, 이하 위 기각판정을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1. 10. 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2. 3. ‘D회사은 상시근로자 수가 5인 이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 해당하나,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가 자발적으로 퇴직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합의에 의해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해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G, 이하 위 재심판정을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은 2021. 4. 17. 원고에게 ‘이대로는 안 되겠다. 그만두어라’고 말하며 일방적으로 원고를 해고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작성일이 2021. 4. 16.인 퇴직계약서(을가 1호증, 이하 ‘이 사건 퇴직계약서’라 한다)의 원고 이름 뒤에 있는 서명(이하 ‘이 사건 서명’이라 한다)을 원고가 직접 한 것으로 보고 원고와 참가인의 근로계약관계가 이 사건 퇴직계약서에 의해 합의로 종료된 것이고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으나 원고는 이 사건 퇴직계약서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 이 사건 재심판정은 부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인정사실

1)

이 사건 퇴직계약서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2)

원고는 2021. 7. 2. 참가인이 이 사건 퇴직계약서를 위조하고 근로복지공단 소속 공무원에게 제출하였다고 주장하며 참가인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고소하였다. 원고는 위 고소사건의 조사과정에서 참가인이 제출한 이 사건 퇴직계약서의 원본을 확인하고 ‘자신이 서명한 문서가 맞다’고 하면서 2021. 7. 13. 고소를 취하하였으나, 다음날 다시 동일한 이유를 들어 참가인을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고소하였다.

3)

울산북부경찰서는 2021. 8. 25. 참가인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에 비추어 원고의 주장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불송치결정을 하였다(이하 위와 같이 불송치결정된 사건을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6, 7, 11호증, 을가 1호증(이 사건 퇴직계약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진정성립이 인정된다), 을가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관련 법리

가)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다246795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사용자와의 근로관계 종료원인이 해고라고 주장함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근로관계가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또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따라 종료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근로관계 종료원인이 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8. 16.자 2018두43941 판결로 확정된 서울고등법원 2018. 5. 4. 선고 2017누84329 판결 등 참조).

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다)

사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증명되어야만 이를 증거로 할 수 있으나 그 증명의 방법에 관하여 특별한 제한이 없고 사문서에 대한 진정성립의 인정 여부는 법원이 모든 증거자료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터 잡아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대법원 1993. 4. 13. 선고 92다12070 판결,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9다10980 판결 등 참조).

라)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케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다211630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7,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이 사건 퇴직계약서에 의한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따라 이 사건 퇴직계약서에 근로계약기간의 종기로 기재된 2021. 4. 17.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울산북부경찰서에 이 사건 서명과 원고가 서명한 피보험자격확인 청구서 및 시필 문서의 필적을 대조한 결과 ‘서명 필적의 동일 여부에 대한 판단이 곤란하다’고 회신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8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서명은 원고가 직접 한 것으로, 이 사건 퇴직계약서는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한다는 의사표시의 합치 내지 동의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①

원고는 ‘2021. 4. 16.<1> 또는 2021. 4. 17.<2> 참가인이 원고에게 위로금 1,000만 원을 지급하겠다며 문서를 내밀었는데, 그 문서는 퇴직계약서라는 제목이 없고, 주소,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기재란이 없이 “위로금 1,000만 원”이라는 문구 및 깨알같이 작은 글씨가 인쇄된 가로 형태의 문서였다. 원고는 1,000만 원을 수령한다는 영수증 정도로 생각하고 서명하였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원고는 참가인이 원고에게 제시한 부동문자로 인쇄된 문서에 서명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②

이 사건 퇴직계약서는 세로 형태의 문서일 뿐만 아니라 문서 상단에 ’퇴직계약서’라는 제목이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한 정도의 비교적 큰 글씨로 기재되어 있고, 사용자와 근로자의 인적사항에 관한 표까지 삽입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서명하였다고 주장하는 문서와는 그 형태와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최초 참가인을 고소한 사건의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퇴직계약서의 원본을 확인하고 ‘자신이 서명한 문서가 맞다’고 하면서 2021. 7. 13. 고소를 취하하였다.

③

D회사에서 경리 업무를 담당한 H의 컴퓨터에 대한 관련 형사사건에서의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에 의하면, 위 컴퓨터에서는 2021. 4. 16.에 이 사건 퇴직계약서와 같은 세로 형태의 퇴직계약서만 작성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④

원고는, 참가인이 한 장으로 된 어떤 문서를 제시하면서 위로금 명목의 1,00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그 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여 위로금에 대한 영수증으로 생각하여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위 문서에 서명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는 오랜 직장생활의 경험이 있어 사직의 경우 실업급여 대상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3>, 그러한 원고가 참가인과의 근로계약관계의 종료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인 참가인이 제시하는 한 장에 불과한 문서의 내용을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은 채 단순히 위로금에 대한 영수증 정도로만 생각하고 서명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

원고는 2021. 4. 17. 참가인으로부터 1,000만 원을 수령한 뒤에도 약 2개월 후인 2021. 6. 14. 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피보험자격확인청구를 하기 전까지 참가인에게 근로관계의 종료와 관련하여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다)

D회사 소속 근로자였던 I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 참석하여 ‘원고가 자신에게 2021년 4월 말까지 일하고 그만두게 되었다고 말했지만, 그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갑 1호증 24쪽). I가 원고에게서 들었다는 퇴직예정 시기에 관한 말은 원고가 참가인의 갑작스러운 일방적 해고통보로 참가인과의 근로관계가 종료될 것을 예상하고 한 말이라기보다는 원고가 계속 근로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말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편 I가 특별히 원고에게 불리하게 허위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를 발견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I는 2021. 3. 31. D회사에서 퇴사하여 2021. 5. 1. J에 입사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I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I는 D회사에서 퇴사한 이후 인수인계를 위해 D회사에 출근하였다는 참가인의 주장을 인정하였고(갑 1호증 29쪽), 원고도 I는 2021. 4. 17. D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다고 주장하였던 점(갑 1호증 12쪽)에 비추어 보면, I가 2021. 3. 31. D회사에서 퇴사하고 2021. 5. 1. J에 입사한 사정만으로 I의 위와 같은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원고는, 참가인은 원고가 ‘장인의 뇌출혈 수술도 있었고 장인어른 간병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본인 다리가 아프니 퇴직하겠다’고 먼저 퇴직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하나, 근로자가 위와 같은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자가 친인척의 치료 또는 병간호를 위해 근로를 중단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헌행(재판장) 장태관 박서우

각주1) 원고의 2023. 3. 7.자 준비서면 2쪽(쪽수는 전자기록 기준, 이하 같다)

각주2) 갑 1호증(중앙노동위원회 결정문) 5쪽 및 9쪽 ‘근로자 주장’ 부분

각주3) 원고의 2023. 3. 7.자 준비서면 3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