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9. 7. 선고 2022구합101976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D’이라는 상호로 쓰레기수거 및 운반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참가인은 1999년경 E군으로부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용역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기 시작하였고, 2001년경 E군 소속 환경미화원들을 고용승계하였다.

나.

원고는 1992년경 E군에 환경미화원으로 취업하여 근무하다가, 2001. 1. 1.부터 위 가.항 기재 고용승계에 따라 D에 소속되어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였다.

다.

D의 근로자는 총 21명으로, 현장 근로자 19명, 반장 1명, 민원 접수원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장 근로자들은 월 단위로 짜여진 배차표에 따라 배정된 구역을 돌며 생활폐기물을 수거·적재하는 승차업무와 정해진 구역을 빗자루로 청소하는 가로청소업무를 순환하여 근무한다.

라.

D에는 F노동조합 G지부 H지회(이하 ‘교섭대표노동조합’이라 한다)와 D노동조합(이하 ‘기업노동조합’이라 한다) 2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데, 원고는 기업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이고, I는 기업노동조합의 사무장이다.

마.

원고는 2020. 10.경부터 승차업무를 수행하던 중 2021. 1. 14. 차량에서 낙상하는 사고(이하 ‘이 사건 낙상사고’라 한다)를 당하여 2021. 1. 15.부터 2주간은 연차휴가를 사용하였고, 2021. 2. 1.부터 7. 31.까지 6개월간은 병가를 사용하였다.

바.

원고는 2021. 7. 28. ‘상기 본인은 회사에서 퇴사를 권유하기에 이를 이해하고 2021. 7. 31.부로 사직하고자 합니다’라는 내용의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참가인에게 제출하였고, 참가인은 2021. 7. 31.자로 원고를 권고사직으로 인한 사직처리 하였다.

사.

원고는 2021. 10. 7. 참가인이 2021. 7. 28. 행한 근로관계 종료(이하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라 한다)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12. 8.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진의에 따라 작성된 이 사건 사직서가 제출됨에 따라 종료된 것이므로 해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하였다(J).

아.

원고가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2. 1. 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2. 23.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중앙노동위원회의 위 기각결정을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7, 8, 14호증(이하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가 제1, 3, 4,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21. 1. 14. 낙상사고 이후 건강이 회복되어 출근하려 하였는데, 원고의 복귀 예정일 하루 전날 참가인이 원고의 여동생 K에게 I를 만나 사직 절차를 의논하라면서 사직을 강요하였다. I는 2021. 7. 7. K에게 D의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원고를 대신하여 입사할 사람까지 정해 놓았고, 원고가 사직을 거부할 경우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말까지 하면서 사직을 강요하여, K은 원고로 하여금 미리 작성해온 사직서에 서명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교섭대표노동조합에서 원고의 후임을 정해놓았다고 I가 말한 것은 참가인의 지시를 받은 I의 기망행위였고, 참가인은 원고의 사직 다음날 그의 아들을 원고의 후임으로 채용하였다. 원고는 지적장애 3급으로 사직의 법률적 의미를 이해할 의사능력을 가지지 못하며, 진정으로 사직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사용자 측의 강압, 협박 및 기망을 받은 K의 권유에 의해 사직의 의사를 표시한 것인바,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의 실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뜻한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다246795 판결 등 참조).

2)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는 볼 수 없고(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등 참조),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 갑 제12, 26, 27호증, 을가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 제출 당시 사직의 의사표시를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사직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의 종료는 이 사건 사직서의 작성·제출에 의한 것으로 해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같은 취지로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

원고의 여동생 K은 이 사건 낙상사고 이후 병가를 사용하면서 쉬는 원고를 대신하여 참가인, I와 연락하면서 원고의 복귀 여부 및 시점에 대하여 의논하여 왔다. 참가인과 I는 위 논의 과정에서 K에게 원고의 건강상태와 업무수행능력 등으로 인하여 원고의 복귀에 어려움이 있음을 알렸고, 참가인과 K은 2021. 7. 6. 통화 당시 ’일단 원고가 출근하면 일을 해 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거부하면 사직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였다(2021. 7. 6.자 통화, 갑 제12호증 녹취록 20면).

○

I는 2021. 7. 7. K과 통화하면서 이미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원고의 후임자를 예정해 놓았다거나 이 사건 낙상사고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여 E군과 참가인 사이의 위탁계약이 해지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였고, 이에 K과 원고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실업급여 등을 수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설사 I의 위와 같은 말에 사실과 다소 다르거나 과장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I가 위와 같이 말한 것이 참가인을 비롯한 사용자측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거나 사용자측에서 이를 알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 사직서가 참가인을 비롯한 사용자측의 의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작성·제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

원고는 지능지수 69, 사회지수 65(만 10.4세 수준)의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으로 경도의 정신지체 수준에 속하고, 상황 판단력 및 사회적 이해력이 제한된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는 20년 이상 D에 소속되어 근무하여 왔고, 초심판정 심문회의에 직접 출석하여 사용자가 직접 사직을 강요하거나 강압한 사실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할 당시 사직의 의미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박헌행(재판장) 장태관 박서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