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등
당사자의 지위
참가인은 지방공기업법과 경남개발공사 설치 조례에 따라 1996. 12. 31. 설립되었고, 상시 약 12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토지개발 및 주택건설 등의 지역개발사업 등을 영위하는 지방공기업이다.
원고 A는 2014. 7. 4., 원고 B은 2014. 1. 2., 원고 C은 2014. 9. 22. 참가인에 기간제 근로자로 입사하여 '2015년 상반기 정규직 내부채용'(이하 '이 사건 내부채용'이라 한다)을 통해 2015. 2. 2. 사무(행정) 7급의 정규직으로 전환되었고, 원고 A는 2017. 1. 11., 원고 B, C은 2016. 8. 1. 각각 사무(행정) 6급으로 승진하였으며, 이후 원고 A, C은 마케팅사업부, 분양팀 등에서, 원고 B은 전략기획실, 기획혁신실 등에서 근무한 사람들이다.
참가인의 원고들에 대한 직권면직의 경위
경상남도 지역 시민단체가 2018. 6.경 참가인의 채용비리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자 경상남도 감사관실은 2018. 8. 6.부터 같은 달 10.까지 참가인을 상대로 기간제 근로자이던 원고들을 이 사건 내부채용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고, 조사 결과 원고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정황을 확인하고 경상남도지방경찰청에 2013년 하반기 내부채용 및 이 사건 내부채용과 관련한 채용비리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였다.
경상남도지방경찰청장은 2019. 9. 2. 경상남도지사 및 참가인의 사장에게 '원고들 및 2015년 상반기 당시 참가인의 사장 등 이 사건 내부채용의 채용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에 관하여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다'는 내용의 수사의뢰처리결과를 통보하였다.
원고들은 2020. 1. 30. 아래와 같은 업무방해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창원지방법원 2020고단274, 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 한다).
관련 형사사건의 1심은 2021. 1. 12. 원고들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원고들에게 각 벌금 2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였다. 원고들과 검사가 위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2021. 7. 9. 원고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창원지방법원 2021노173), 원고들과 검사가 위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2021. 10. 14. 상고가 기각되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1도10178, 이하 위와 같이 확정된 1심 판결을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참가인은 2021. 11. 8. 원고들에게 각각 '인사명령(해고예고) 통지'라는 제목으로 '참가인의 인사규정 제3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2021. 12. 9.자로 직권면직에 처한다'는 내용의 해고예고 통지를 하였다(위 해고예고 통지에 따른 원고들에 대한 직권면직을 '이 사건 직권면직'이라 한다).
원고들의 구제신청 경과
원고들은 2021. 12. 28.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직권면직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원직복직 및 직권면직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2. 25. '직권면직 사유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절차도 적법하므로 이 사건 직권면직은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M, 이하 위 기각판정을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원고들이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2. 4. 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6. 24. 이 사건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들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D, 이하 위 재심판정을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4호증, 을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 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직권면직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법하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취소되어야 한다.
직권면직 사유의 부존재
원고들은 참가인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므로 원고들에 대하여 직권면직을 할 때에는 참가인과 노동조합이 2020. 4. 17. 체결한 2020년도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이 우선 적용되는데, 이 사건 단체협약 제23조 제1항 제8호 단서는 조합원이 경미한 형사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았을 경우 참가인이 해당 조합원을 직권면직할 수 없도록 정하였다. 다른 채용비리 사건과 비교할 때 원고들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크지 않고 법익침해 정도가 중하지 않은 사정들이 참작되어 원고들이 관련 형사판결에서 벌금 2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의 가벼운 형을 받은 점, 참가인은 그동안 최소한 징역형 이상의 형을 받은 직원에 대하여만 '경미한 형사사건'으로 보지 않고 해임의 징계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에 대한 관련 형사판결은 '경미한 형사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직권면직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23조 제1항 제8호 단서를 위반한 것으로 무효이다.
재량권 일탈·남용
참가인은 그동안 형사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은 직원에 대하여 직권면직의 징계를 한 사례가 없는 점, 원고들은 참가인에 기간제 근로자로 입사한 이후 성실히 근무하면서 원고 A는 가벼운 '경고'의 징계만을 받았고, 원고 B, C은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2017. 12. 29. 참가인의 사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직권면직은 평등원칙,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인정사실
갑 4호증, 을가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참가인의 '최근 5년간 직권면직 및 징계현황' 중 2013년 하반기 정규직 내부채용 및 이 사건 내부채용 과정에서 발생한 채용비리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내역은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관계 법령 및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직권면직 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단체협약 제23조 제1항은 노동조합 조합원의 면직 사유를 열거하면서 제8호에서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 단, 교통사고와 경미한 형사 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았을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참가인의 인사규정 제33조 제1항 제4호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를 직권면직사유로 정하고 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된 노동조합의 조합원에 대하여 직권면직을 할 수 없도록 정한 이 사건 단체협약 제23조 제1항 제8호 단서에 해당하려면 '교통사고 또는 경미한 형사사건' 및 '벌금형을 받았을 것'의 두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데, 그중 '경미한 형사사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범죄에 관하여 관련 처벌법령에 규정된 법정형 등 형벌의 종류와 범위, 죄질과 범정,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공기업의 채용비리는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행위로서, 업무방해의 직접적 피해자인 해당 공기업 자체뿐만 아니라 그 공기업에 채용되기 위하여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채용절차에 지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채용비리로 인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 지원자들도 또한 채용비리에 따른 피해자로 보아야 하며<1>, 특정 시기에 시행된 채용절차에 채용비리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당 공기업에서 계속되어 온 채용절차 전반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되므로, 채용절차에서 저질러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의 형사사건을 '가벼운 형사사건'으로 볼 수 없다.
원고들이 관련 형사판결에서 각 벌금형 2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형을 받기는 하였으나, 이는 관련 형사판결이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제반 사정들을 참작하여 원고들의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일 뿐, 관련 형사판결이 이 사건 내부채용 과정에서 원고들이 저지른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의 형사 사건이 '경미한 형사사건'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참가인이 그동안 징역형 이상의 형을 받은 직원에 대하여만 해임의 징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안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23조 제1항 제8호 단서에서 정한 '벌금형을 받았을 것'이라는 요건에 해당되지 않아 위 단서 규정을 적용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이므로, 참가인이 징역형 이상의 형을 받은 직원에 대하여 해임의 징계를 한 것만으로 참가인이 위 단서가 적용되는 '경미한 형사사건'인지 여부를 확정판결의 선고형을 기준으로 판단해 온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는 '경미한 형사사건'에 해당되지 않아 원고들에 대하여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23조 제1항 제8호 단서가 적용되지 않고, 원고들에게는 참가인의 인사규정 제33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직권면직 사유가 존재한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 또는 면직 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한 경우에, 그 당연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7다6284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해고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한편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직권면직의 경위,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직권면직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공기업인 참가인의 채용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신뢰는 사기업과 비교할 때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참가인의 채용절차에 있어서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이라는 시대적 가치는 엄격하게 확보되어야 하고, 채용절차의 불공정성이 의심될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충분하고 효과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며, 불공정한 채용절차가 밝혀졌을 경우 그 채용절차에 따른 결과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원고들이 이 사건 내부채용에서 직접적·적극적으로 채용절차의 관련자나 결정권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관련 형사판결을 통해 이 사건 내부채용의 채용비리가 명백히 드러난 이상 그 채용비리에 가담하였을 뿐만 아니라 불공정한 채용절차에 따른 지위변동의 직접적 이익을 누리는 원고들을 보호하는 것은 불공정한 채용절차로 인한 결과를 용인하는 것으로 정의 관념에 반한다.
원고들의 비위행위는 참가인 자체는 물론 참가인의 임직원들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원고들의 비위행위로 인하여 원고들과 참가인 사이의 신뢰관계뿐만 아니라 참가인의 기존 직원들, 정상적으로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되거나 전환 채용된 다른 직원들 및 이 사건 내부채용을 포함하여 참가인의 내부채용 절차에서 탈락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계속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사이의 신뢰 관계가 크게 훼손되었고, 결과적으로 참가인 내부의 근무 기강과 질서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들에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들은, 참가인이 그동안 형사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직원에 대하여 직권면직을 한 사례가 없으므로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직권면직은 평등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내부채용 과정에서 원고들이 저지른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의 형사사건과 벌금형을 선고받고 직권면직되지 않은 직원들의 형사사건은 범죄의 종류, 행위 태양뿐만 아니라 참가인의 대내외적인 신뢰관계 등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므로 확정된 형사판결의 선고형이 벌금형이라는 결과에만 주목하여 참가인이 원고들에 대하여 이 사건 직권면직을 한 것이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참가인은 원고들과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는 이 사건 내부 채용의 채용비리에 가담하였으나 원고들보다 더 가벼운 벌금형의 선고유예를 선고받은 I를 포함하여 2013년 하반기 정규직 내부채용 및 이 사건 내부채용 관련자들을 모두 당연퇴직·직권면직으로 조치하였는바, 이 사건 직권면직이 본질적으로 같은 비위행위를 다르게 취급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헌행(재판장) 장태관 박서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