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1. 17. 선고 2022노287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자신에게 사용이 허락된 복사용지를 사용하여 노동조합 규약을 복사해간 것일 뿐, 피해자의 재물을 절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별지 [ 이 사건 공소사실 ] 기재와 같다.

(2)

원심은 피고인이 조합 규약을 복사해 간 행위에 대하여 조합 측의 사전 양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은 절도의 죄책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나.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도311 판결 등 참조).

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 조합 소유의 복사용지를 절취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있다.

○

이 사건 노동조합 사무실은 피고인을 포함한 조합원들이 자유롭게 출입․이용가능한 시설로서, 보안 차원에서 야간에 잠금 조치가 이루어지나,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출입한 시점에는 아직 출입문 시정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

위 사무실에 설치되어 있는 조합 소유의 복사기(인쇄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복합기로 보인다)는 조합원들이 업무배치표, 배차표와 같은 자료들을 출력․복사하는 등 일반적․통상적 용도로 이용 가능하도록 제공되어 있었다.

○

피고인은 위 복사기를 이용해 위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던 조합 규약을 두 차례 복사해 갔다. 위와 같은 규약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4조에 의하여 조합원들이 자유로이 열람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달리 조합원들이 위 서류를 복사해 가는 것이 조합의 의사에 반한다거나, 관련 규정상 금지되어 있다거나, 지부장 등의 승인이 있어야만 가능한 행위라고 볼만한 근거는 없다(이 사건 노동조합 지부장인 고소인은 규약의 등사가 필요한 경우 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그 허가를 받아야 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 조리에 비추어서도 이러한 주장은 부당하다).

○

그렇다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필요한 범위에서 조합 규약을 등사해 간 행위는 조합원으로서의 정당한 권리 행사로, 위 복사기 및 복사용지의 제공 목적 내지 사용이 허락된 범위, 즉 일반적․통상적 용도 내 사용 범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이 1회에 복사한 분량이 A4용지 20장을 넘어 62장에 달한다고 하여, 그러한 평가가 변경되어야 한다고 볼 이유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복사용지에 대한 절도의 죄책을 진다고 볼 수는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별지 [ 이 사건 공소사실 ] 기재와 같고,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것과 같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창모(재판장) 김기호 송현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