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F 주식회사(이하 ‘F’이라 한다)와 택배집배점 계약을 체결하여 F 충남세종대리점(이하 ‘이 사건 집배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들은 원고와 택배화물 집배송 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람들로, 택배운송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인 G노동조합(이하 ‘G노조’라 한다)이 조합원들이다.
이 사건 위탁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G노조는 2021. 12. 말경 총 파업을 실시하였고, 피고들은 이에 동조하면서 F의 지침을 위반한 상품(이하 ‘집화제한 이형상품’이라 한다)에 대한 개선조치를 요구하며 이에 대한 집화 및 배송을 거부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대체 배송기사 등을 통하여 피고들의 담당구역 내 화물에 관한 집화 및 배송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F의 포장지침, 집화 금지/제한 상품지침, 판가규정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
피고들은 2021. 12.경부터 2022. 2.경까지 이 사건 위탁계약에서 정한 집화 및 배송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피고들의 배송거부 행위는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거나, 이 사건 위탁계약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원고는 건당 600원의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고 대체배송을 하게 되어 아래와 같은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들은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청구취지와 같은 금액과 각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2024. 11. 8.자 준비서면에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구체적 손해액을 아래 표와 같이 정정하였으나, 청구취지는 변경하지 아니하여 청구금액과 주장금액에 일부 차이가 있다).
피고들
집화제한 이형상품을 별도로 분류하여 개선조치를 요구한 것이지 위법하게 배송을 거부한 것이 아니고, 이러한 피고들의 행위는 관련 법령상 쟁의행위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 또한 이형상품에 대한 피고들의 배송의무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들이 그 배송을 거부하더라도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여지가 없고, 설령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손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판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6호에 따르면,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ㆍ태업ㆍ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한편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지만, 불법쟁의행위를 기획·지시·지도하는 등으로 주도한 조합간부들이 아닌 일반조합원의 경우, 쟁의행위는 언제나 단체원의 구체적인 집단적 행동을 통하여서만 현실화되는 집단적 성격과 근로자의 단결권은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데, 일반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해칠 수도 있는 점,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하여 의심이 있다 하여도 일반조합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 간부들의 지시에 불응하여 근로제공을 계속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일반조합원이 불법쟁의행위 시 노동조합 등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노무를 정지한 것만으로는 노동조합 또는 조합 간부들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5다30610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피고들이 2021. 12. 말경 이루어진 G노조의 총 파업에 동조하면서, 집화제한 이형상품에 대한 개선조치를 요구하며 이를 별도로 분류하여 집화 및 배송을 거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아가 갑 제5 내지 34, 40 내지 4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원고 소속 근로자들 중 피고들만이 집화제한 이형상품에 대한 집화 및 배송을 거부한 것으로 보이고, 행위의 시기나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들의 행위는 G노동조합의 전국적인 파업 추진 과정의 일부로서 계획적·집단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피고들의 행위가 F의 지침을 준수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이는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던 배송업무의 일부를 집단적으로 거부함으로써 회사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 이른바 쟁의적 준법투쟁으로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41조에 제1항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쟁의행위에 나아가기 전에 찬반 투표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기도 하다.
그러나 피고들은 G노조의 일반 조합원으로서 노조의 지침에 따라 집화 및 배송을 거부한 것으로 보이고, 단순히 노무를 제공하지 아니하는 소극적인 행위에 그치지 아니하고 주도적으로 쟁의행위를 기획·지시·지도하는 등 불법쟁의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들이 단순히 노무를 정지한 것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들이 2021. 12. 말경부터 F의 택배업무 지침에 위반되는 화물에 대한 집화․배송의 이행을 거부한 사실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을 제3,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F의 지침을 위반한 일부 이형상품의 집화 및 배송을 거부한 데서 나아가 전면적으로 원고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거부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한 점, ② 이 사건 계약 제5조 제5항에 의하면 피고들은 이형상품 집배송에 대해서는 택배시스템을 통해 공지되는 처리기준을 준수해야 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는데, F은 이형상품의 집화 금지나 제한 또는 가격 차등에 관한 지침을 두고 있으므로, F의 화물을 운송하는 피고들이 위 지침을 위반한 화물에 대한 포장개선 또는 가격 조정을 요구한 것을 두고 이 사건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 보기 어려운 점, ③ 원고는 ITS 시스템을 통해 지침에 위반된 상품의 가격 조정이 신속히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위 ITS 시스템은 무게 기준을 위반한 상품을 제대로 분류하지 못하는 등 피고들의 요구사항을 본질적으로 개선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피고들은 2022. 2.경 다시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이 사건 위탁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에 대한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도 받아들이지 아니 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황성욱(재판장) 김영호 조준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