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4. 10. 18. C B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각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4. 10. 10. 설립되어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23. 12. 5. 참가인에 입사하여 게임 서버개발자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24. 1. 10. 자로 참가인으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2024.4. 5.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D). 위 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6. 3. 원고가 자발적 의사로 사직서를 제출하여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으로 보여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을가 제1호증).
원고는 2024. 7. 17.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에 대한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4. 10. 18.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을가 제2호증,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원고는 2024. 11. 15. 이 사건 재심판정서를 송달받고, 이에 불복하여 2024. 11.27.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위 각 거시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재심판정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다.
참가인이 여러 차례 퇴사를 종용하였고, 2024. 1. 3. 원고의 책상에 근로계약 해지통지서, 사직서, 인수인계문서 등을 올려놓으며 사직을 강요하였으며, 2024. 1. 4. 다시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강하게 압박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정신적, 신체적 압박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므로, 이는 해고에 해당한다.
참가인이 해고의 근거로 삼은 수습사원 근무상황 평가표의 평가내용은 사실이 아닌 데다가 평가권한이 없는 외부 용역 인력이 작성한 것이므로 절차적, 실체적 하자가 있다. 이를 이유로 원고를 해고한 것은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라 볼 수 없으므로 부당하다.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참가인은 2023. 9. 8.경 'E'라는 모바일게임을 출시하여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위 신작 게임의 안정화를 위한 게임 서버 개발이 필요하여 2023. 12. 5. 원고를 게임 서버 개발자로 채용하였다.
원고는 2023. 12. 20. 참가인과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을나 제3호증).
참가인은 2023. 12. 6.부터 2023. 12. 12.까지 거주지가 지방인 원고의 출퇴근을 위한 서울 호텔 숙박비를 결제하였고, 이후 2023. 12. 12.부터 2023. 12. 19.까지, 2023.12. 19.부터 2023. 12. 23.까지의 호텔 숙박비를 추가로 결제하였다(을나 제4호증).
원고와 참가인의 대표이사인 F은 2023. 12. 22.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갑 제3, 4호증).
참가인의 '수습사원 근무상황 평가 지침'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을나 제6호증).
원고의 상급자인 G은 2023. 12. 28. 원고에 대하여 6개 평가항목 중 품성, 근무실적, 업무수행능력, 복무자세 4개 항목에 대해서는 각 "불량", 근무수행태도, 건강상태 2개 항목에 대해서는 각 "양호" 등급으로 평가하였다(을나 제7호증).
참가인은 2024. 1. 3. 원고에게 '수습기간 내에 진행한 업무평가가 회사의 기대와 달리 업무 역량이 미흡하다고 판단되어 본 채용을 취소한다'를 해고사유로 하여 2024.1. 3. 자로 수습기간 내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 해지통지서를 교부하였다(갑 제5호증).
원고는 2024. 1. 3. F과 아래와 같은 대화를 하였다(갑 제1, 2호증).
원고는 2024. 1. 4. 12:00경 참가인에게 퇴직일을 '2024. 1. 9.'로, 퇴직사유란에 자필로 '본인은 가정경제의 위기를 최대한 막고자 노력하였으나 부득이 사직을 결정하게 됩니다.'라고 기재한 사직원을 제출하고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아 2024. 1. 9. 자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갑 제7호증, 이하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라 한다).
참가인은 2024. 1. 5. 위 사직원을 수리한 후, 같은 날 아래와 같은 해지사유와 함께 해지일을 '2024. 1. 9.'로 기재한 근로계약 해지통지서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원고에게 전송하였다(을나 제10, 11호증)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위 각 거시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
해고의 존부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이때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실에 아래 각 거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원래 사직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참가인으로부터 퇴사를 종용받고, 서버 접근 권한의 차단으로 실질적으로 일을 못하게 하는 등의 압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사직원을 작성, 제출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이는 실질적으로 참가인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같이, 대표이사인 F은 원고가 입사한 시점(2023. 12. 5.) 으로부터 불과 17일만인 2023. 12. 22.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퇴사를 종용하였다. 참가인은 원고가 입사한 이후로 계속 제공하였던 숙소비용 결제를 2023. 12. 23. 이후부터 중단하기도 하였으며, 2023. 12. 29.경에는 원고의 게임 운영서버 접근 권한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2024. 1. 3. 수습사원 근무상황 평가결과 업무 역량이 미흡하다는 내용이 해고사유로 기재된 근로계약 해지통지서를 교부받았고, 같은 날 F으로부터 다른 회사에 서버를 넘기려고 하니 정리하고 그만두라는 식으로 다시 한번 퇴사를 종용받았다.
나아가 원고는 2024. 1. 4. 개발서버 접근 권한까지 차단당하여 출근해도 사실상 업무를 이어갈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 퇴사 압박을 피할 방법이 없어 2024. 1. 4. 사직사유로 '가정경제의 위기를 최대한 막고자 노력하였으나 부득이 사직을 결정하게 됩니다'라고 기재한 사직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가정경제의 위기를 최대한 막고자 노력하였으나"라는 기재 부분은, 자녀가 3명이나 있고 상당한 기간 실직 상태에 있다가 재취업한 상황이어서(갑 제12, 13호증), 회사에서 계속 근무하기를 원했지만 어쩔 수 없이 위와 같은 내용을 기재하여 사직서를 작성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그 사직사유만 보더라도 원고가 진정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한편, 원고가 22년 동안 다양한 사업체에서 개발팀장, 대표이사 등의 직책을 수행한 사회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것과 같은 강한 퇴사 압박에는 달리 이를 회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은 원고가 2024. 1. 4. 사직원을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는데도 퇴직일을 2024. 1. 9. 자로 하여 며칠간의 임금을 사직서 제출에 따른 위로금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경제적 이익은 2024. 1. 3. 자 F과 원고 사이의 대화 내용과 같이 F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이며, 월 급여가 800만 원인 데다가 수습기간에도 100%의 급여를 받는 등 상당한 경력이 있는 원고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사직을 결정할 만할 정도의 경제적 이익이라고도 보이지 않는다. 그 외에 달리 원고가 스스로 사직을 선택할 만한 이유나 동기도 찾기 어렵다.
한편,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한 다음날인 2024. 1. 5. 참가인이 교부한 근로계약 해지통지서의 해지사유는 매출 실적이 호전되지 않고 적자가 발생하는 등 경영상 필요 또는 회사불황으로 고용 지속이 불가하다는 취지로, 앞서 본 2024. 1. 3. 자 근로계약 해지통지서에 기재된 사유와 달라졌는데, 이는 참가인이 원고로부터 사직원을 수리한 후 '경영상 필요 또는 회사불황으로 인한 권고사직'이라는 외관을 만들기 위해 근로계약 해지통지서를 다시 보낸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일부터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에 따른 3개월의 구제신청 기간 이내인 2024. 4. 5.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면서 위 사직원 제출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하고 근로계약 해지통지서를 수령한 직후에 참가인에 대하여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자의로 사직원을 제출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
관련법리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3다595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참가인은, 설령 2024. 1. 3. 자 근로계약 해지통지서에 의하여 원고를 해고 한 것으로 보더라도 시용기간 중인 원고의 업무역량이 미흡하다는 평가결과에 근거하여 원고를 해고한 것이므로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원고의 선임인 G이 2023. 12. 28. 작성한 수습사원 근무상황 평가결과(을나 제7호증)에 의하면 품성, 근무실적, 업무수행능력, 복무자세의 4개 항목에 대해서 각 "불량"이라는 평가가 나왔고(이하 '이 사건 수습평가'라 한다), 이는 참가인의 '수습사원 근무상황 평가 지침'에 따른 본채용 거부 사유임은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같다.
그런데 앞서 본 사실과 증거에 아래 각 거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와 참가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해고에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앞서 살펴본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는 시용근로자에게 평가 절차 및 평가사항, 본채용 기준 등을 미리 알려 역량을 발휘할 충분한 기회를 주고, 시용기간 중 평가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그 평가결과를 시용근로자에게 알려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거나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으로 지위가 불안정한 시용근로자를 배려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고가 선임인 G과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참가인은 2023. 12. 5. 원고를 채용한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원고를 단 1회 평가한 결과만을 가지고 원고를 해고하였다. 원고의 업무적격성을 판단하기에는 관찰 기간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 평가결과를 미리 원고에게 알려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고, 원고가 2024. 4. 5.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이후에서야 참가인은 수습사원 근무상황 평가표를 제출하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수습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앞서 본 것처럼 위 수습평가는 F이 2023. 12. 22. '배틀서버를 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조만간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원고가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그만두라고 압박한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원고를 해고하기 위한 명목으로 다소 자의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점, ② F과 원고 사이의 2023. 12. 22. 자 및 2024. 1. 3. 자 대화내용에 의하면, 해고 이유에 관해 F은 원고의 업무역량 미흡을 지적하기보다는 서버 개발을 다른 회사에 맡기겠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보이는 점, ③ 원고에 대한 수습평가는 G 개인에 의해서만 이루어졌고, 원고에 대하여 대부분의 평가항목에서 최하등급인 '불량'을 부여하였는데 그 근거가 된 객관적인 사실이나 업무 내역 등 구체적인 증빙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수습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참가인은 원고가 2주 이내에 배틀서버 개발이 가능하다고 하여 채용하였으나, 약속한 2주가 다 되도록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하지 않고 있다가 마감일인 2023. 12. 20.에서야 업무를 완료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였다며, 원고의 업무역량 부족을 주장한다. 그런데 원고와의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날이 위 마감일이라는 2023. 12. 20.인 데다가, F이 2023. 12. 22. 원고에게 '이건 내가 만들어 볼라 하는데 자심감은 있는데 확신이 없고 두달이 걸릴지? 석달이 걸릴지? 모르니까'라고 얘기한 점에 비추어, 참가인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2주 이내에 배틀서버 개발이 가능하다고 확언하였을지 의문이고, 설령 원고가 이를 약속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기한이 얼마 지나 지 않은 2023. 12. 22. F이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퇴사를 종용하였던 점에 비추어, 배틀 서버 개발이 약속보다 며칠 늦어진다는 점만으로 해고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라 할 수 없다.
원고의 복무자세에 관해, 참가인은 근무시간 중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잦았다고 주장하나, 을나 제5호증의 기재만으로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갑 제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23. 12. 5. 채용된 이후부터 하루 14시간 이상 근무한 적도 많으며, 성과를 내기 위해 주말에도 출근할 정도로 일에 매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설령 원고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할 정도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소결론
이 사건 사직원 제출은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참가인의 일방적 의사로 이루어진 해고에 해당하며, 그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아 부당하다. 따라서 참가인에 의한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다.
판사 양태경(재판장) 박주원 서제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