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5. 7. 8. 선고 2024나228553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

위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피고는 보령시 H 소재 I목장의 목장주이다. 피고는 2022. 8. 18. E에게 위 목장의 지붕판을 교체하는 보수공사(이하 '이 사건 보수공사'라 한다)를 의뢰하였다. 망 G(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E을 통해 일당 2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이 사건 보수공사에 참여하였다.

나.

망인은 2022. 8. 21. 16:16경 지붕 보수공사를 하던 중 지붕판이 부서지면서 약 7.2m 아래 축사바닥으로 추락하였고, 같은 날 17:35경 보령시 소재 J병원에서 외상성뇌출혈로 인한 심폐정지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근로복지공단은 2022. 12. 20.경 원고 A에게 유족급여 9,236,930원 및 장례비16,775,750원에 대한 지급승인결정을 하였다.

라.

원고 A는 망인의 사실혼 배우자이고, 원고 B, C은 망인의 자녀들로 망인의 상속인이다.

마.

피고는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에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입건되었다가 2023. 7. 26.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E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2023고단554호로 기소되어 2023. 10. 16. 금고 1년형을 선고받았다. E이 이에 대하여 대전지방법원 2023노3329호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 법원은 2024. 8. 23. E이 망인에 대해안전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E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과 그에 대한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망인을 이 사건 보수공사의 일용근로자로 고용한 사업주로서 망인에 대하여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그럼에도 피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및 제31조에 따른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거나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4조 및 제45조에 따라 안전대 설치 등 망인의 추락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망인이 이 사건 사고를 당해 사망하였다. 피고의 위와 같은 의무위반은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E과 공동하여 망인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50,000,000원,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원고 A 25,000,000원, 원고 B, F 각 12,5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 ·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안전 및 건강을 유지 · 증진시키고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위 법의 수범자를 '사업주'로 정하고 있는데(제5조), 사업주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4호).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그 근로자의 안전과보건을 유지 · 증진하도록 각종 의무를 부담시키는 법이며, 그 법에서 도급인에게 부담시키는 각종 의무(제58조 이하)도 모든 도급인이 아닌 사업주인 도급인을 수범자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석하지 아니하고 모든 도급인이 위 법에 따른 의무를 부담한다고 본다면, 주택의 보수나 인테리어, 자동차의 정비, 옷의 수선이나 세탁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할 수 있는 모든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이 위 법에 따른 무거운민 · 형사적 책임을 부담하게 되어 거래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 규칙·복무 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 도구 등의 소유 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 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6. 4. 26. 선고 95다20348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에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망인이 수행하는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위, 감독을 하여 망인과 사이에 근로관계를 맺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는 목장을 경영하는 목장주이고, 지붕 수리를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보수공사는 그 자체가 목장 경영의 일부를 이루거나, 목장 경영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일상적, 반복적 작업이 아니다. 즉, 피고가 망인을 사용하여 목장업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고, 그렇다고 피고가 망인을 사용해 지붕수리업을 한 것도 아니다.

②

피고는 지붕을 보수할 필요성이 생기자 E에게 이 사건 보수공사를 의뢰하였을 뿐, 구체적 투입 인원이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여 다른 작업자들의 채용에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망인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보수공사에 관한 고용계약서 등이 작성된 바 없음은 물론이고, 보수 등 근로조건의 협의가 직접 이루어진 것도 아니며, 보수 역시 E이 일괄하여 수령한 후 망인에게 나누어 주었다.

③

피고가 이 사건 보수공사에 관하여 망인을 비롯한 작업자 누구에게도 구체적 지시를 한 흔적이 없다. 애초에 목장주인 피고가 공사전문가들인 작업자들에게 지붕보수공사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할 수 있는 지식이나 경험이 있다고 보이지도 아니 한다.④ 피고가 이 사건 보수공사의 자재를 공급하였으나, 구체적인 자재의 종류나 수량은 E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⑤

이 사건 보수공사에 참여한 작업자들은 각자 공구나 안전모 등 안전 장비를 개인적으로 구비하여 작업 현장에서 사용했다. 망인이나 E이 원고에게 안전 장비나 안전조치를 요청한 바도 없다.

⑥

근로복지공단이 작성한 재해확인서에 피고가 망인을 채용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으나, 피고와 망인 사이의 실질적 고용관계를 조사하여 법적 평가를 내린 결과라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2022. 8. 24. 근로복지공단에 보험가입자를 I목장의 자신으로 하여 산재보험 보험관계성립신고서를 제출하였으나, 이는 도의적 차원의 지원으로서 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고, 법률적 책임을 이해하고 인정한 결과라고 볼 수 없다.

⑦

E이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이는 E이 망인과 지휘 · 감독관계가 아니라 각자 안전을 도모하여야 하는 대등한 지위에 있다는 취지이고, E이 아닌 피고가 망인에 대한 산업보전안전법상 사업주 지위에 있다는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성욱(재판장) 김영호 조준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