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사건정보
대전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5고합400
판결선고
2026. 4. 23.
범죄사실
『2025고합400<1>』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중국 또는 기타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려운 지역에서 인터넷, 전화 등을 이용하여 한국에 있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수사 기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여 대출 빙자, 가족 납치, 개인 정보 유출 등의 내용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조직에서 관리하는 계좌로 금원을 이체 또는 무통장 입금하도록 하거나,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는 속칭'보이스피싱' 수법으로 범행하는 조직으로서, 범행 전체를 총괄하며 내부 각 점조직 간의 유기적인 연락을 담당하는 '총책',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기관 직원등을 사칭하여 거짓말하는 '기망책', 피해자들을 대면하여 현금을 받거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현금수거책 또는 현금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운영되고 있다.
피고인은 2024. 10.경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거래실적을 만들어 작업 대출을 해 줄테니 본인 계좌로 금원이 입금되면 인출하여 직원에게 전달하라.'라는 제안을 받고, 성명불상자의 위 제안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현금인출책' 역할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였다.
피해자 B에 대한 범행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은 2024. 9. 30. 14:46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 B에게 C회사 D 직원을 사칭하며 전화하여 '대환대출이 가능하니 대출을 신청하라.'라고 하고 피해자가 대출을 신청하자 재차 E저축은행 대출담당자를 사칭하면서 '대환대출을
신청한 것은 계약 위반이다. 기존 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가 들어간다. C회사 상환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예치금을 보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위 성명불상 조직원은 금융기관 직원이 아니었고, 피해자에게 저금리대환대출을 진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성명불상의 조직원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2024. 10. 4. 11:21경 피고인 명의 F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1,000만 원, 같은 날 11:22경 같은 계좌로 140만 원을 송금하게 하고, 피고인은 위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2024. 10. 4. 11:50 및 12:24 2회에 걸쳐 위 피해금 전액을 피고인 명의 G은행 계좌(계좌번호 2 생략)에 이체한 후 달러로 출금하고, 계속하여 같은 날 12:25 ~ 12:55경 대전 서구 H에 있는 I 앞 노상에서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함에 있어 이를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
피해자 J에 대한 범행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은 2024. 10. 4. 10:15경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 J에게 서민금융진흥원 K 팀장을 사칭하며 전화하여 '카드론 대출을 받으면 대출한도가 생성될 거고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줄 수 있다. 대출 받은 것은 바로 철회하면 된다.'라고 하고 피해자가 카드론 대출을 신청하자 재차 L카드채권담당자를 사칭하면서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대출 관련해서 연락을 받았는데 L카드론에서 대출받은 돈을 다시 카드사로 입금하라.'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 위 성명불상 조직원은 금융기관 직원이 아니었고, 피해자에게 저금리대환대출을 진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성명불상의 조직원은 위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2024. 10. 4. 15:39경 피고인 명의 G은행 계좌(계좌번호 2 생략)로 1,000만 원, 같은 날 15:40경, 15:42경, 15:43경 같은 계좌로 각 1,000만 원씩 합계 4,000만 원을 송금하게 하고, 피고인은 위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같은 일시에 4회에 걸쳐 위 피해금 전액을 피고인 명의 F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에 이체한 후 달러와 원화로 각 출금하고, 계속하여 같은 날 16:10 ~ 16:20경 대전 대덕구 M에 있는 N조합본점 옆 골목길에서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함에 있어 이를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
『2025고합610(병합)』
피고인은 대전 대덕구 M건물, O호에 있는 P에서 상시 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미용업을 경영하는 사용자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25. 3. 22.경부터 같은 해 5. 9.경까지 근로한 근로자 Q의 2025년 4월 임금 260,180원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근로자 3명의 임금 등 합계 5,419,260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관한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각각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2025고합400』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J, B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입건전조사보고서(증거목록 순번 2, 21, 22),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30)
각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신고서(진정서)
이체내역(증거목록 순번 3), 피고인과 R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증거목록 순번 11),112신고사건 처리내역서(증거목록 순번 15), S조합 및 T조합 각 회신자료(증거목록 순번 26, 27)
『2025고합610(병합)』
피고인의 법정진술
각 진정서 및 진술서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각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제15조의2 제1항, 형법 제32조 제1항(전기통신금융사기 방조의 점, 피해자별로 포괄하여), 각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임금 미지급의 점), 각 징역형 선택
방조감경(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방조죄에 대하여) 각 형법 제32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과 죄질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J에 대한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방조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사회봉사명령
형법 제62조의2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객관적 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은 대출을 받기 위하여 피고인의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 주고 위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해 전달하였을 뿐이므로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판단
관련 법리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행위를 말하므로,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이른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의는 내심적 사실이므로 피고인이 이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또한 방조범의 경우에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으로 족하다(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등 참조).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에서 현금인출책 또는 현금전달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원을 인출해 전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보이스피싱 현금인출책 내지 현금전달책인 피고인이 계좌에 입금된 금원을 인출하여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여부는 현금인출책 내지 현금전달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인출 및 전달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인출 및 전달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인출 및 전달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인출 및 전달 과정에서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인출 및 전달을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 등이 있는 경우 그 문서의 생성, 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인출 및 전달업무의 관련성, 피고인의 현금인출 및 전달 횟수와 그 금액의 규모, 계좌에서 인출한 현금을 다시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 등으로 전달, 교부, 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특히 제3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보수의 정도나 그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U 직원', 'R팀장'을 사칭한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대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거래 은행의 계좌 등을 제공한 다음 위 성명불상자의 지시를 이 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과 위 성명불상 보이스피싱 조직원들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 따르면, 위 성명불상 조직원들은 피고인에게 대출 기회를 제공할 것처럼 안내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러한 경과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관하여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 전반에 관하여 그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 등을 모두 알지는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대출금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일반인의 관점에서 의심스러운 다수의 사정들을 외면한 채 범죄 발생 가능성을 내심으로 용인하고 범행에 나아갔고, 이를 통해 성명불상의 조직원들이 주도한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과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피고인은 2024. 10.초경 'R 팀장'이라는 성명불상의 조직원으로부터 '현재는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불가하지만 추후 거래실적이 충족되면 U에서 1억 원을 연 5.9%의 금리로 대출해줄 수 있다. 거래실적을 만들기 위해 본인 계좌로 금원이 입금되면 인출하여 직원에게 전달하라.'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하여 같은 해 10.4.경 위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송금된 돈을 인출하여 이를 위 조직원이 알려준 제3자에게 전달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위 'R 팀장'이라는 사람이 소속된 조직, 실존 여부 혹은 그가 말하는 대출 조건이나 대출 절차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피고인은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의 지시에 따라, 출처불명의 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받고, 이를 환전하여 현금으로 인출한 다음, 조직원이 알려준 제3자에게 전달하였는바, 이는 전형적인 '현금인출책'의 역할로서,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이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돈을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현실적으로 취득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범행의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44세 여성으로 약 10년 동안 중고차 캐피탈알선 회사에서 고객이 차량 구매 시 필요한 대출 한도를 맞추어 차량이 출고될 수 있도록 하는 중개 업무를 담당하였는바(증거기록 314쪽), 정상적인 대출과 비정상적인 범죄행위를 구분할만한 충분한 사회경험과 사리분별력이 있었다고 보인다. 이러한 피고인의 대출 관련 사회적 경험과 연령, 인식능력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하는 일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를 비롯한 불법적인 일과 연관되어 누군가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거나 적어도 그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성명불상의 조직원들은 피고인에게 '거래실적이 충족되면 U에서 1억 원을 연 5.9%의 금리로 대출해주겠다.'라고 제안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당시 신용등급이 좋지 않아 대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피고인은 이 사건 직전에 이미 'V은행' 어플을 통해 U, W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조회하였는데, 위 U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은 바 있었고(증거기록 316쪽), 그나마 유일하게 X로부터 2,000만 원의 한도에서 연 19%의 금리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음을 확인한 상태였다(증거기록 318쪽).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으로서는 신용도가 높지 않아 정상적인 대출이 불가능한 피고인에게 변제 자력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없이 거래실적만 충족되면 선뜻많은 금액을 낮은 금리에 대출해 주겠다는 제안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피고인 명의의 계좌로 거액을 입금하는 경우 신용도가 낮은 피고인이 이를 반환하지 않을 위험이 있으므로 정상적인 금융기관이라면 금융기관 자체나 그 직원들의 돈으로 대출고객인 피고인의 거래실적을 만들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피고인의 계좌에 돈을 입금해 준 뒤 다시 그 돈을 현금으로 인출하여 전달받는 등의 방법으로 무리하여 신용도를 높인 후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은 정상적인 대출이 아니고 범죄행위와 관련성이 있음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피고인 명의 계좌로 입금된 금원은 그 입금자명이 피해자들의 성명이었는데, 대출업체가 그 회사의 명칭이 아닌 개인의 이름으로 송금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거래관념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이와 같이, 피고인은 성명불상 조직원들의 제안이 일반적인 대출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마) 나아가 'R 팀장'이라는 성명불상의 조직원은, ① 당초 피고인에게 입금된 돈을 전액 '달러화'로 현금 인출하라고 지시하였다가 이후 전액을 '달러화'로 인출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급하게 '엔화' 또는 '원화 수표'로 인출해도 된다고 지시사항을 변경하기도 하였고(증거기록 177, 178쪽), ② 피고인에게 환전사유를 묻는 금융기관 직원한테'달러화 환율이 낮아서 찾는 것이다. 내 돈 찾는데 무슨 문제냐.'라는 거짓말을 하라고 종용하기도 하였으며(증거기록 179쪽), ③ 피고인에게 금융기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본인의 연락처를 'R 팀장'이 아닌 'Y, B, J' 등 가명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있었다(증거기록 327, 328쪽). 이러한 지시사항은 그 어느 하나도 정상적인 대출 절차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행동들이다. 오히려 이러한 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경우가 아니라면 상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피고인은 'R 팀장'이라는 성명불상의 조직원과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같은 건 아니지요?', '이거 진짜 안전한 것 맞죠?'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고(증거기록 170, 179쪽), 지인들에게도 사정을 설명하며 정상적인 대출 절차가 맞는지 물었으며(증거기록 321쪽), 피고인의 남편에게도 상황을 설명하고 F은행으로 갈 당시에 동행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327쪽). 피고인은 위 조직원과 약속한 대출이 실행되지 않자 곧바로 위 조직원에게 '보이스피싱으로 신고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증거기록 184쪽).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스스로도 위와 같은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들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비롯한 어떠한 범죄와 연관되어 있음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였거나 할 수 있었으면서도, 이를 내심 용인하면서 대출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통하여 당장 곤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신이 인식한 의심스러운 사정들을 의도적으로 애써 외면한 채 이 사건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판단된다.
양형의 이유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6개월 ~ 징역 22년 6개월
양형기준의 미적용: 일부 범죄가 방조범이므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선고형의 결정
아래와 같은 정상들과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의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불리한 정상: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조직적, 지능적 범죄로서, 그 피해자가 대부분 일반 시민들인 데다가 적발이 매우 어려워 회복하기 어려운 막대한 손해를 지속적으로 양산하고 있으므로, 그에 따른 사회적 폐해나 해악이 매우 심각하다. 비록 피고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주도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분담한 금융계좌 제공, 현금 인출 후 전달 등의 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목적을 최종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행위이다.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의 특성상 하부 단위 가담자가 없으면 완성될 수 없으므로, 범행에 일부라도 가담한 자라고 하더라도 그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들에게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고, 피해회복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리한 정상: 피고인은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임을 확정적으로 인식하고 가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범행에 가담한 기간도 길지 않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실질적으로 취득한 경제적 이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2회 벌금형 전과 이외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무죄 부분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의 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들로부터 금원을 편취하였다.
판단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인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7658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과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정범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상호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실행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대환 대출에 관한 내용을 기망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 내지 피해자들의 처분행위(송금)에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고, 피해자들이 위와 같은 경위로 송금하였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이 사건 무렵 성명불상자와 대출 관련 상담을 하며 범행에 관여하게 되었다. 성명불상자는 피고인에게 거래 실적을 만들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였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 있었던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에게 대출을 신청하며 피고인 명의의 계좌번호 등을 성명불상자에게 알려주었으며, 자신의 계좌로 송금된 피해금을 환전한 후 이를 성명불상자가 알려 주는 제3자에게 전달하였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금을 전혀 취득하지 않았다.
이 사건 범행은 성명불상의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이 계획하고 주도한 것이다. 피고인이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들과 전체 범행을 공모하였다거나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이 사건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의 구조, 방법, 범행에 연루된 사람들이나 범행의 규모,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가 위 범행에서 어떠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이에 포함된 축소사실인 판시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방조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판사 박우근(재판장) 이두호 최혜원
별지
각주1) 검사는 이 부분에 대하여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죄로 기소하였으나, 아래 무죄¦
각주2) 부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은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보다 가벼운 범죄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 그 심리의 경과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가벼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범죄사실을 방조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심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범죄사실을 방조사실로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는 없다고 판단되므로,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축소사실인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방조죄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그에 맞추어 범죄사실을 수정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