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10. 15.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 경위
원고의 배우자인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유한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에 고용되어 논산시 D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현장(이하 'D 현장'이라 한다) 및 군산시 E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현장(이하 'E 현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하며 인력 및 장비, 자재 등을 수급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망인은 2023. 3. 16. 07:00경 김제시 F에 위치한 G(이하 '이 사건 철물점'이라 한다) 야적장에서 추락해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망인에 대한 사체검안서에는 직접사인이 두부 손상으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2024. 10. 7.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4. 10. 15.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쟁점의 정리
원고는 망인이 이 사건 회사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수행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망인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고 다툰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사고가 업무수행 중 발생하였는지 여부이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업무수행성이라 함은 사용자의 지배 또는 관리하에 이루어지는 당해 근로자의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재해의 원인이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누9498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어떠한 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경우에 당해 근로자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이유, 전후 과정 등의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행위가 당해 근로자의 본래의 업무행위 또는 그 업무의 준비행위, 사회통념상 그에 수반되는 생리적 행위 또는 합리적·필요적 행위로서 그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에 해당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두10246 판결 등 참조).
갑 제1, 3~8호증, 을 제1, 4, 7, 17, 18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증인 H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D 또는 E 현장에 사용될 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이 사건 철물점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고 인정된다.
이 사건 회사는 망인을 D 및 E 현장의 소장격으로 채용하였고, 망인은 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인력 및 장비, 자재 등을 수급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망인은 위 업무 시 발생하는 인건비, 경비, 식대, 자재비 등 모든 비용을 이 사건 회사에 청구하였고, 이 사건 회사는 망인이 청구한 내용과 작업일지를 대조하여 망인에게 비용을 지급하였다.
망인은 필요한 자재가 있는 경우 오전 이른 시간에 이 사건 철물점에서 자재를 가져가고 나중에 자재비를 정산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철물점과 거래해왔는데, 망인은 D 및 E 현장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이 사건 철물점과 거래하였다. 망인은 D 현장 작업이 예정되어 있던 상황에서 2023. 3. 16. 07:00경 차량을 운전하여 이 사건 철물점 야적장에 들어온 후 자재가 적재되어있는 철 구조물 1층에서 수로관 등 자재를 확인하고 사다리로 2층으로 올라가 이동하다가 약 2.3m의 높이에서 1층 바닥으로 추락하였다. 망인이 사고 당시 D 및 E 현장이 아닌 제3의 현장에서 근무하였음을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고, D 또는 E 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할 자재를 구입할 목적으로 이 사건 철물점을 방문하였다고 볼 특별한 이유도 찾기 어렵다. 또한 기록에 나타나는 D 및 E 현장 작업의 내용 및 일반적인 공사자재의 수급 방법 등을 고려할 때 망인의 사망 당일 D 현장에서 다른 인부들에 의하여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하여 망인의 업무수행성을 부정할 수 없다.
망인의 동료근로자 H, I은 2023. 12. 22. '망인은 2023. 3. 16. 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이 사건 철물점에 방문하였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다(을 제4호증). H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사고 무렵에도 D 및 E 현장에서 수로관, 펜스 작업 등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침에 모여서 작업현장으로 출발하는데 망인은 자재를 실으러 갔다고 생각했고, 일을 하고 있는데 사고가 났다고 전화가 왔다'라고 진술하였다. H은 이 사건 회사 대표 J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체불 고소 건으로 2026. 2. 10.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익산지청에 출석하여 '2020년경부터 망인과 한 팀을 이루어 이 사건 회사가 시공한 현장에서 근무하였고, 다른 회사가 시공한 현장에서 근무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망인이 작성한 작업일지(을 제18호증)에는 "3/15 E 및 D 수로관 정비 및 휀스 작업, 3/16 D, 수로관 및 휀스", H이 작성한 작업일지(갑 제8호증의1)에는 "15일 군산E 핸사 기둥 수로관 매직 정리, 16일 논산 K 포크랜 수로관 핸사"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처럼 동료근로자의 진술과 당시 작성된 작업일지 내용도 망인이 업무수행을 위하여 이 사건 철물점에 방문하였다는 사실에 부합한다.
J은 2023. 12. 8. '망인이 E 현장에 필요한 자재를 수급하기 위해 이 사건철물점에 방문하였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인지하였다'는 취지로 원고 주장에 부합하는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으나, 2024. 1. 26.에 이르러 '2023. 12. 8. 자 사실확인서는 시일이 지난 상태에서 작업일지를 보지 못하고 원고 소송대리인의 요청에 따라 작성한 것이다. 이 사건 사고 당일에는 D 현장에서 수로관 및 펜스 작업만 있었고, E 현장은 작업이 끝난 상태였으며, D 현장은 부지정리 작업 중으로 추가로 투입될 자재가 없었는바, 망인이 이 사건 철물점을 방문한 행위는 이 사건 회사에서 시공하는 공사와 관계가 없다'라는 취지로 기존의 내용을 번복하고 피고 주장에 부합하는 사실확인서(을 제7호증)를 작성하였다. 살피건대, 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시간이 경과할수록 기억이 부정확해지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J은 사고일로부터 약 11개월이 지난 후인 2024. 1.26.에 이르러 이 사건 사고 경위에 관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점, ② 망인이 D 및 E 현장의 자재를 수급하기 위해 이 사건 철물점을 방문하였다는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경우 입게 될 불이익(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등 참조)을 염두에 두고 J이 허위로 진술을 번복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③ J이 공사현장의 작업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J이 작성한 2024. 1. 26. 자 사실확인서의 기재는 신빙성이 낮다.
소결론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D 또는 E 현장에 사용될 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이 사건철물점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고, 이는 이 사건 회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의 준비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이 사건 사고가 업무수행 중 발생하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영광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