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판결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범위
무죄 판결 부분의 확정 원심판결 중 검사가 항소하지 아니한 무죄 부분(이 사건 공소사실 중 횡령의 점)은 항소기간의 경과에 따라 그대로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에서 제외된다.
배상신청부분의 확정 배상신청인은 배상신청을 각하한 재판에 대하여 불복을 신청할 수 없고(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4항), 따라서 배상신청사건은 선고 즉시 확정된다. 원심은 원심 배상신청인들의 배상신청을 모두 각하하였고, 이 부분은 그 선고와 동시에 확정되었으므로, 원심판결 중 위 배상신청 각하 부분은 이 법원의 심판 범위에서 제외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은 정상적인 회사에 고용된 것으로 인식하고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거나 그것을 타인의 실명을 이용하여 송금한 것으로, 피고인 역시나 속아서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이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하여 그러한 일을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와 달리 피고인은 유죄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1>. 나. 양형과중 가사, 그것이 아니라 하여도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직권판단의 필요성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에 따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공판절차를 진행하여 2025. 9. 25. 징역 3년을 선고 한 사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따르면, 원심판결에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23조의2 제1항에 따른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3호에서 정한 항소이유인'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항소심인 이 법원으로서는 새로 소송절차를 진행한 다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새로운 심리 결과에 따라 다시 판결하여야 하고(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도1725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점에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다만, 위와 같은 직권판단의 필요에도 불구하고 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항소이유는 여전히 당심이 따져 볼 필요가 있는 사정이므로 아래에서는 그에 관하여도 살피기로 한다).
공소사실 및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이른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서,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2023. 5. 10.경 피해자 B을 기망하여 그에 속은 위 피해자에게서 2023. 5. 12. 13:10경 광주 북구 소재 C아파트 정문 앞 노상에서 현금 2,000만 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고이하 '제1편취행위라 한다), 2023. 5. 12. 14:07경 "D은행E자동화점」에서 위 피해자로부터 수거한 위 피해금 2,000만원 중 400만원이 불법재산임을 알면서도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그에게서 전달받은 타인의 실명으로 100만원씩 분산하여 무통장 송금하였으며(이하 '제1금융실명법위반행위라 한다),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2023. 5. 8.경 피해자 F을 기망하여 그에 속은 위 피해자에게서 2023. 5. 12. 10:29경 나주시 소재G' 카페에서 600만원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고(이하 '제2편취행위라 한다), "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2024. 3. 15.경 피해자 H을 기망하여 그에 속은 위 피해자로 하여금 그날 22:39경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로 44만원을 송금하게 한 것을 비롯하여 총 6회에 걸쳐 합계금 2,465,000원을 송금받아 이를<2> 편취하고(이하 '제3편취행위라 한다), 피고인은 같은 날부터 다음 날까지위 피해금을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지정한 J 명의의 K은행 계좌로 송금하였으며<3>, 피고인은 2024. 3. 15.경 위 성명불상자의 제안에 응하여 피고인 명의의 위 I은행<4> 계좌를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제공함으로써 성명불상자가 위와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금을 송금받는 계좌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또는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였다(이하 '제2금응실명법위반행위라고 한다)』라고 함에 있다.
공소사실 원문(原文) 이 사건 공소사실의 상세한 내용 내지 이 사건 각 공소장에 적시되어 있는 공소사실 원문은, 별지(범죄일람표 포함)로 첨부한「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원심의 판단
결론의 개요 및 지지증거 개관
원심은, 피고인이 출석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아니한 채로 재판을 진행한 다음, 다음과 같은 총 5가지 종류의 증거들<5>을 지지증거(支持證據)로 삼아 이 사건 공소사실 전부<6>에 관하여 피고인은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❶ 피고인, M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❷ B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F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❸ 수사보고서피해자와 N은행 O 대리로 속인 사람과의 카톡 대화 내용), 피해자의 통화 기록 내역, 카카오톡 대화 내용(피해자 캡, 피해자의 메시지 대화 내용(피해자 캡쳐), 문 자 대화 내용 사진피해자 캡) /H,P, OR S,T의 각 진정서, 송금확인증, 대화내역 등 /금융거래정보제공요구회신{은행) 수사보고서(수거책 A과 상선이 주고 받은 카톡 내용) 및 A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대화내용 압수조서(임의제출), 압수목록 / 입건전조사보고서(범행현장 CCV영상 확인:G 카페 (나) 위 증거들 중 첫 번째 부류의 증거들(위 ❶)은 보이스피싱 범행과정에서 이른바 '현금수거책'으로 일하였다고 의심을 받는 피고인의 경찰 진술과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범행과정에서 사용한 D은행계좌 개설자인 M의 경찰(피의자) 진술이다. 그중에서 M의 경찰진술에 나오는 내용은 "생계지원이라는 특수목적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고 해서 자신의 은행계좌를 넘겨준 적이 있다. 그들 범죄조직원들이 그걸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른 것을 나중에 경찰 조사과정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것이 사실상 전부이다. 따라서 위 「M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가 이 사건에서의 쟁점사항 즉, 피고인이 자신의 현금수거가 보이스피싱 범행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인식했을 여지가 있는지 또는 그와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본건 각 범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규명함에 일말(一抹)이라도 도움이 될 여지는 전무(全無)하다.
위 두 번째 부류의 증거들(위 ❷)과 세 번째 부류의 증거들(위 ❸)은 모두 이 사건 각 사기범행 피해자들의 피해 진술이거나 그들 피해자들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그들이 돈을 송금한 경위와 내역 자료 등이다. 다만, 위 세 번째 부류의 증거들(위 ❸)에 나오는 피해자들은 피고인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인 까닭에 피고인에 대하여 아무런 진술도 할 수가 없는 처지인 반면, 위 두 번째 부류의 증거들(위 ❷)은 피고인을 만나 돈을 건네준 피해자들의 진술이라는 점에서 편취금을 건네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 예컨대, 피고인과 무슨 대화를 하였는지 등 -을 진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간 차별점이 있다. 이 사건에서의 쟁점과 관련이 있는 것은 피해자 B과 F이 피고인에게 돈을 건네줄 당시 서로 무슨 말을 하였고, 피고인이 어떠한 행동을 하였는지 따위이지, 피해자들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기망을 당하였는지, 그 기망으로 유발된 착오로 인하여 얼마의 돈을 어떻게 송금하였는지 등이 아니다. 그에 따라 뒤에서는 위 세 번째 부류의 증거들(위 ❸)에 대한 검토는 생략하고 두 번째 부류의 증거들에서 확인되는 사항과 사정만을 따져보기로 한다.
위 네 번째 부류의 증거들(위 )은 피고인에게 일을 시킨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피고인 사이의 언동을 담고 있는 것들이라서 이 사건에서의 쟁점사항과 직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중요한 검토의 대상이 된다.
위 마지막 부류의 증거들(위 ) 중「압수조서(임의제출) 및 압수목록」은 은행자동화 코너(창구)에서 무통장입금을 하고 있던 피고인이 체포될 당시 가지고 있던 돈(피해자 B에게서 받아온 2,000만원 중 무통장입금을 마친 4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인 1,600만원)을 경찰관이 현장에서 압수하였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라서 이 사건에서의 쟁점사항과 관련이 있지는 않다. 이러한 사실은 피고인도 모두 인정(시인)하면서 다투지 않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기에서 굳이 위 증거들의 증거가치를 따져볼 필요는 없다. 다만, 위 다섯 번째 부류의 증거들 중 증거순번 8로 제출되어 원심이 위와 같이 지지증거로 거시한 위「입건전조사보고서(범행현장 CCTv영상 확인:G 카페)」와 원심이 지지증거로 거시하지는 않았지만 증거순번 9 「입건전조사보고서(피혐의자가 결제한 영수증 첨부)」는 이 사건에서의 쟁점사항과 관련하여 중요한 간접사실을 밝혀주는 자료이다. 이에 관하여는 뒤에서 다시 자세하게 보기로 한다.
원심의 양형 등
원심은「양형의 이유」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사정을 들어(원심 판결이유 제9쪽)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 보이스피싱 수법의 전화금융사기 범죄는 다른 사람의 재산에 커다란 손해를 끼 치는데다가 그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전화금융사기 범죄에 가담한 사람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는 점 ❷ 피고인은 전화금융사기 범죄의 현금수거책을 담당하였다가 경찰에 조사를 받았 음에도 범행을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여 현금세탁 을 돕는 등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한 점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선불 유심을 제공하는 전 기통신사업법위반죄로 벌금형의 약식명령 처분을 받은 전력도 있는 점 (나) 원심이 설시한 위 양형의 이유 3가지 중 위 잃, 醫과 관련하여서는 어차피뒤에서 사실오인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따져보면서 따로 살필 것이지만, 위 ■과 관련하여서는, 이 판결이유의 편제(編制)상 그러한 기회가 없을 것이라서, 차제에 주의적·참고적으로 한 가지 점을 언급하여 두고 넘어가기로 한다. 살피건대, 원심은 위 ■에서 "전화금융사기 범죄에 가담한 사람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점의 근거로 다음 2가지를 들고 있다. · 보이스피싱 수법의 전화금융사기 범죄는 다른 사람의 재산에 커다란 손해를 끼친다. · 보이스피싱 수법의 전화금융사기 범죄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층가하고 있다. 그런데 보이스피싱 수법의 사기범죄가 최근 급증하면서 사회문제화 되는 지경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범죄로 인한 피해를 개인적 피해가 아니라 사회적 피해라고부를 것은 아니다. 또한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형법각칙에서 국가적 법익에 대한 범죄와 사회적 법익에 대한 범죄를 개인적 법익에 대한 범죄에 비하여 엄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정형(法定刑)에 그런 경향성이 있다고 하여 구체적인 과형의 경중을 결정함에 있어 그 보호법익이 사회적 법익인지 또는 개인적 법익인지를 따질 필요도 없다. 결국은 개개의 사건에서 침해된 보호법익의 종류와 침해의 정도, 침해의 방식 등을 비롯하여 형법 제51조가 정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양형의 조건<7> 모두를 따져서 법률의 취지에 따른 양형 즉 형의 양정을 하여야 하는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소위 '일반의' 사기범죄도 얼마든지 타인의 재산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이스피싱'이라는 이름의 전화금융사기 범죄와 다를 것이 없다. 소위 차용금 사기나 전세 사기, 보험 사기에서도 얼마든지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유발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리고 그 피해가 커서 또는 그 피해자들이 그 피해를 극복하기 지난하여 그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요컨대, 이러한 천상은 보이스피싱 전화금융사기사건에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원심이 설시하고 있는 위와 같은 양형의 조건 내지 이유에 필요 이상의 강력한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원심이 양형의 출발점으로 제시한 위 "보이스피싱 범죄는 다른 사람의 재산에 커다란 손해를 끼치는데다가 그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그에 가담한 사람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는 점"이라는 논점(착안점) 내지 시각은 소위 '이중평가 금지의 원칙<8>'의 관점에서 별반 적절치 않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 형사재판의 양형에서 피해야 할 동일한 요소에 대한 이중의 평가를 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내지 기본 법리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9>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 여부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 등이 있는 경우그 문서의 생성, 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수거업무의 관련성, 피고인의 현금수거 횟수와 수거액의 규모, 수거한 현금을 다시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 등으로 전달, 교부, 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특히 제3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보수의 정도나 그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6도4003 판결,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등 참조). 아무리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지는 것(대법원 1997. 9. I2. 선고 97도1706 판결 등 참조)이며,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등 참조)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하나의 범죄행위에 관여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인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그 피고인에게 고의가 없어서 죄책을 물을 수 없다는 점에 다른 판단은 있을 수 없다.
한편, 이러한 주관적 요건 또한 그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부연컨대, 형사재판에 있어서 고의와 같은 주관적 요건을 포함한 모든 구성요건요소로서의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바, 이는 증거능력 있고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에 의해서만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을 뜻한다. 나아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어 유죄의 의심이 가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10> 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등 참조).
특히나 고의(객관적 구성요건에 대한 인식)나 범의(犯意)와 같은 주관적 구성요건사실과 관련한 다툼이 있는 사건에서의 사실 인정은, 피고인이 그것을 자백하지 않는 한 직접 증거를 통하여서는 입증이 불가능<11>하다. 법관은 '신(神)'의 일을 하는 '인간(人間)'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서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이 주관적 요건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위와 같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 원칙이고, 그 추정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도2236 판결,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등 참조).
앞서 적시한 것처럼, 사기죄에서의 고의는 미필적 고의만으로 족하기는 하다. 한편, 여기에서의 미필적 고의라 함은 결과의 발생이 불확실한 경우 즉 행위자에 있어서 그 결과발생에 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은 인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음을 요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도7507 판결 등 참조). 그에 따라, 피고인이 경영하던 기업이 과다한 금융채무부담, 덤핑판매로 인한 재무구조악화 등으로 특별한 금융혜택을 받지 않는 한 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는데 피고인이 특별한 금융혜택을 받을 수 없음에도 위 상황을 숨기고 대금지급이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피해자로부터 생산자재용 물품을 납품받았던 경우(대법원 1983. 5. 10. 선고 83도340 전원합의체 판결 또는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2904 판결 등 참조),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 납품을 받은 경우라든가 변제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차용한 경우(대법원 1983. 5. 10. 선고 83도340 전원합의체판결 또는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218 판결 등 참조) 등과 같은 경우처럼, '일정한 조건'이 충족된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당원도 견해를 같이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재판실무에 있어서, 특히나 사기죄의 성립과 관련하여서, 위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은「형사재판을 통한 피해자 보호 내지 피해 회복 방안<12> 마련의 필요」또는「엄벌(嚴罰을 통한 유사·모방범죄의 금압(禁壓과 같은 일반예방적 조치의 밀요성」과 같은 미명(美名) 아래 너무나 광범위하게 애용되어 온 감이 없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때 사용되는 방법 내지 이른바 해석론이 위 '일정한 조건'을 완화하는 것인데, 그 완화의 심각성에 따라서는 사실상 결과불법을 인정함으로써 형사소송법상 제일의 준칙이어야 할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형해화(形정化)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미필적 고의는 말 자체에서 분명하듯이 '고의(故意)'의 한 형태<13>이고, '과실(過失)'과는 차원을 달리하여 존재하는 개념이다. 그 과실(過失)이 아무리 '인식 있는 과실'이라 하여도 다르지 않다<14>. 인식 있는 과실은 여전히 과실이고, 미필적 고의는 본질적으로 고의라는 본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려한 상태에서 그 결과발생의 위험을 감수(甘受)한 경우에 한하여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나 위와 같은 미필적 고의라는 불확정적 개념요소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문제 다시 말하여 특정 사안에서의 사실관계를 위 개념으로 포섭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상황이, 이 사건과 같은 사안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흔히 대두되는 사후과잉확신편향(Hindsight Bias)의 오류<15>와 중첩되는 상황이 되기라도 하면 가 일층 오판(誤判)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위험이 촉발된다. 그리고 이러한 오판이 피고인 스스로가 겪는 사후과잉확신편향의 오류에서 기원(起源)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즉, "피고인이 자초한 일이다"라는 말로, 법관의 오판에 '면죄부(免罪符)'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 피고인 스스로도 사후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재조명(위Hindsight의 'hind는 'behind'에서 유래한다)하면서, 당시의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인식(그런데 이것이 바로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에 공통된 「지적 요소 그 자체이다) 자체를 재평가·재구성하게 된다. 피고인마저도 이러한 사후적과잉확신편향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재평가 결과를 구술·기술함에 있어 사용(동원)된 특정 부류의 몇 마디 말에 과도한 무게를 두어 피의자신문조서 등이 작성된 다음 그것을 토대로, 전후 맥락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사기죄의 구성요건요소 충족 여부를 논하게 되면, 인식 있는 과실로 평가되어야 하는 경우에서마저도 미필적 고의에 기한 소위로 평가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과 관련한 훈련을 받은 법관이라 하더라도 동일한 위험 아래에 놓여 있다. 즉, 법관 역시나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편향(bias)을 일으킬 수 있는, 어쩌면 유기생물체로서의 생래적(生來的) 제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人間)인 이상<16> 그리고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정의(正義)'를 찾아가는 첩경이라는 일종의 편협한 고정관념<17>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에 있어서는 그러한 오판의 위험은 상존한다.
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판단 이하에서는 이 사건 범죄의 성부에 관한 문제 내지는 구성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의 존부-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의 당부-를 살펴볼 것인데, 우선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행위의 구조파악에 있어 명백한 오류가 있는 사항<18>을 아래 (1)항으로 살펴보고 나머지 사정들을 따져 원심판결의 사실오인을 논하기로 한다.
제2금융실명법 위반행위 관련 사실오인·법리오해의 점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피해자 H을 기망하여 그에 속은 위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 명의의 은행계좌로 44만원을 송금하게 한 것을 비롯하여 다른 피해자들을 합하여 총 6회에 걸쳐 합계금 2,465,000원을 송금 받은 다음 그 금원을 위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또는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였다』라고 함에 있다. 요컨대, 피고인이 금융실명법 제6조 제1항, 제3조 제3항을 위반하는 행위, 다시 말하여『피고인이 불법재산의 은닉 · 자금세탁행위 · 강제집행의 면탈 · 그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이러한 공소사실이 모두 증명되었다고 보아서, 이 부분에 있어서도 피고인은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금융실명법은 "실지명의(이하 '실명이라 한다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꾀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제정·시행되고 있는 법으로서(제1조), '금융거래'를 금융회사 등이 금융자산을 수입, 매매, 환매 등을 하는 행위로(제2조 제3호), '실명'을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등으로 각 규정하면서(제2조 제4호), 누구든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등에 관한 법률」제2조 제3호에 따른 불법재산의 은닉, 제4호에 따른 자금세탁행위 또는 제5호에 따른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제3조 제3항), 위와 같은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행위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6조 제1항).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 명의의 I은행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입금된 위 합계금 2,465,000원을 지시받은 위 J 명의의 K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전달한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 피고인 스스로도 이러한 사실 자체는 모두 시인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편취금을 송금받은 I은행 계좌는 피고인 본인 명의의 은행계좌로서 그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 즉 그 계좌로 돈을 송금받거나 여기에 들어 있는 돈을 다른 계좌로 송금하는 행위는 자신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것일 뿐 타인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저질렀다는 제3편취행위를 비롯한 송금행위가 사기죄 및 그 범죄로 인한 범죄수익을 세탁·은닉하는 등의 다른 범죄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이 부분 공소사실에 피고인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로 하여금 범죄수익 은닉 등의 목적으로 타인 명의의 금융계좌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피고인 명의의 위 I은행 계좌를 제공하였다는 금융실명법위반방조의 점이 축소사실로 포함되었는지 살피건대, 이 부분 공소사실 자체에서 『피고인이 "입금한 돈을 인출하여 전해주기로 마음먹고"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피고인 명의의 I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의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라고 하면서, 실제로 『피고인은 ··· 위 피해금을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지정한 J 명의의 K은행 계좌계좌번호 2 생략)로 송금하였다』고 적시하고 있는바, 이것은 이 부분 공소를 제기한 검사마저도 위 I은행 계좌를 직접 관리·인출·이체한 주체가 위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아니라 피고인 본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음을 의미하고, 당원의 사실인정도 그와 다르지 않다. 그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성명불상의 범죄조직원들이 위 I은행 계좌에 접근매체 등을 이용하여 직접 접근하여 현금을 인출하거나 송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이 위 성명불상의 범죄조직원들에게 위 I은행 계좌를 제공하여 위 성명불상의 범죄조직원들이 타인즉 피고인 명의의 금융거래를 하도록 방조하였다고 보기도 어렵고, 단지 피고인 자신이 정범으로서 자신 명의의 계좌로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에 해당할 여지가 있을 뿐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사안의 구조 자체가 그러하다.
결국 피고인의 위 행위 즉 이 판결에서 '제2금융실명법 위반행위'라고 지칭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타인 명의의 금융계좌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보이스피싱과 같은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다른 범죄의 정범이 범죄수익 은닉 목적으로 타인 명의의 금융계좌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하는 것을 방조한 것에 해당할 여지도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였다거나, 그와 같은 행위를 방조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결국 『이 부분 원심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그에 대한 법적 평가를 잘못하여 위법한 결론에 이른 잘못이 있다』는 변호인의 위 「약간의 법률적인 문제」라는 제하(題下)의 주장-실질적으로는 사실오인·법리오해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법리오해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이 사건에서의 쟁점 및 검토의 방향 등 피고인은 현재 '자신이 제1,2편취행위와 같이 피해자 B과 F에게서 돈을 받아온 다음 그 일부를 무통장입금 방식으로 송금하는 등으로 전달한 사실은 있다. 그러고 피고인의 }은행 계좌로 입금된 약 246만여원을 지정받은 계좌로 이체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당시 자신의 그와 같은 현금 수령과 송금 등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부라고는 생각도
평가를 잘못하여 위법한 결론에 이른 잘못이 있다』는 변호인의 위 「약간의 법률적인 문제」라는 제하(題下)의 주장-실질적으로는 사실오인·법리오해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법리오해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이 사건에서의 쟁점 및 검토의 방향 등 피고인은 현재 '자신이 제1,2편취행위와 같이 피해자 B과 F에게서 돈을 받아온 다음 그 일부를 무통장입금 방식으로 송금하는 등으로 전달한 사실은 있다. 그러고 피고인의 }은행 계좌로 입금된 약 246만여원을 지정받은 계좌로 이체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당시 자신의 그와 같은 현금 수령과 송금 등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부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피고인이 이 사건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른 다른 범인들 즉 성명불상의 조직원들과 '공모'한 바가 없었다는 주장인데,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도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에 관하여는 뒤에서 다시 보기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통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각 편취행위와 관련한 공모에 관한 부분 즉 "피고인은 2023. 5. 무렵 인터넷에서 고소득 '아르바이트' 자리를 검색하던 중 알게 된 대출중개사무실 직원을 자처하는 'X팀장'이라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연락하였다가 그의 제안을 받고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하여 전달하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는 등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하기로 순차 공모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유일한 쟁점이다. 한편, 원심이 유죄 판단(결론)의 지지증거로,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여러 증거들을 거시하였음은 앞서 본 바<19>와 같다. 그리고 그 증거들 중 대부분은 위에서 본 이사건에서의 유일한 쟁점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것들이라서, 당심에서 실질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제1부류의 증거들 중 피고인의 수사기관(경찰) 진술이 기록되어 있는『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총 5건<20>, 제2부류의 증거들<21>, 제4부류의 증거들, 제5부류의 증거들 중 일부인 『「입건전조사보고서(범행현장 cCm영상 확인:C 카페』와 원심이 지지증거로 거시하지는 않았지만 증거순번 9로 제출되어 채택·조사가 완료된 「입건전조사보고서(피혐의자가 결제한 영수증 첨부)」가 전부라는 점도 앞서 지적한 바와 같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검토의 목적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앞서 거시(지적)한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22> 혹은 대법원 2026. 6. 24. 선고 2026도4003 판결<23> 등이 말하고 있는, 공동정범 해당 여부 판별에 사용되는 인자(因子)들<24>이 이 사건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떠한지를 따져보는 데 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이 바로, 위 대법원 판결들에서 예시한,『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이므로, 위와 같은 인자들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답변)으로 기능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위 다섯 가지의 증거들(위 屬, 鷄, 屬, 屬, _)을 위주로 하되 이 사건 기록을 통하여 확인되는 여타의 사정들까지 모두 포함하여, 이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위 판별인자들이 어떠한지를 따져보기로 한다. 이것은, 대체로, 피고인이 소위 '현금수거책'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아래 (나)항 부분이 그것들에 대한 검토이다), 피고인이 실제로 현금을 '수거'하는 과정(아래 (다)항 부분에서 그것들에 대하여 따져본다), 수거한 현금의 처리 경과 및 체포 이후 피고인이 보인 언동(言動)을 비롯한 기타 사정들(아래 (라)항 부분에서 본다)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인바, 이하에서는 항을 바꾸어 가면서 그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과정에 관한 검토 ❶ 피고인은 이른바 '아르바이트'라고 하는 단기·비정규 '일자리'를 구하려다가 이 사건에 연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본건 수사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재판과정에서도 피고인 본인의 입으로, 그렇게 불안정한 일자리를 구하려 한, 긴급하거나 절박한 사정에 대하여 제대로 말한 적은 없다. 즉, "처음 5월 7일 Y을 통해 카카오톡 아이디가 있길래 바로 연락을 하였습니다. 저는 나쁜 일인 줄 모르고 시작을 했습니다체포 직후인 2023. 5. 12자 피고인의 자필 진술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Y 어플을 봤어요. 같이 일하실 분 구한다, 편한 일이니 언제든 연락을 주세요라는 문구를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카톡 아이디를 올려 놨더라구요. 그래서 그 카톡 아이디로 카톡 메시지를 보냈어요. ··· 일당으로 50만원 벌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을 하기로 했어요(2023. 5. 12,자 광주북부경찰서의 피의자신문조서 제5쪽)", "제가 5월 초에 일자리를 구하던 중 Y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공고를 확인하고 담당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일자리 문의를 하였습니다2023. 10. 17.자 전남나주경잘서의 피의자신문조서 제7쪽)"라고 진술한 것이 전부이다. 그렇지만, '아르바이트' 내지 '일자리'를 구하게 된 동기(動機)는 본건과 같은 사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본적으로 형법 제51조 제3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행의 동기'이므로 중요한 양형의 조건으로 기능<25>할 것이지만, 그에 더하여 그것을 통해서 피고인이 당시 인식할 수 있었던 일자리의 성격이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이러한 점에 관한 피고인의 '인식'은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것에 미필적인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별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선제적·자발적으로 그러한 사정에 관하여 사실상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고, 수사기관은 그에 관하여 묻거나 조사하지 않았다. 공시송달로 진행된 재판의 결과(판결)에 대하여 불복·항소한 이후 피고인은 몇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였는데, 여기에서도 "엄마의 울타리 안에서 세상 힘든 것조차 모르고 살아온 철부지였습니다" 또는 "세상에 대한 무서움 없이 20대를 보냈습니다. 부모님 말씀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못난 딸이었으며, 부모님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못난 딸이었습니다", "인생의 무게를 논하기에 부족하며 아직 어린 사회초년생이지만···", "저희 부모님께서 용돈을 쥐어 주실 때 맛있고 따뜻한 밥을 해주시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생각을 하고···" 등의 말을 한 것이 전부일 정도로 굳이 '구차해 보일 수도 있는' 당시와 현재의 경제형편 등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피고인이 딱 한번 자신의 '형편' 내지 '생활행상'을 말한 적이 있기는 하다. 아직상소권회복을 받기 전 수원구치소 평택지소에 수감되어 있던 피고인이 우편발송하여 당심에 2026. 1. 13. 접수된「항소이유서」제1항에 다음과 같은 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것이다. 여 기에 기재되어 있는 사항을 통해 일부 '사정'을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단순한 양형의 조건이 아니라 현금수거책 일을 하게 된 경위 그 자체 및 그 과정에서 형성된 피고인의 인식을 파악하는 자료로 삼기에는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그리고 많이 부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호인이 당심에 제출한 2026. 1. 12.자 항소이유서에서도 이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위 자필 항소이유서에 기재된 것 이상의 자세한 내용이 나오지 않는바<26>, 아마도 피고인은 변호인 접견 과정에서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그것에 의지하여 이른바 '선처'를 호소해달라는 시도를 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피고인의 경력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자세한 성장환경 내지 살아온 경위가 제대로 당원에 알려진 것은 변호인의 2026. 3. 19.자<27>「변호인의견서」를 통하여서이다. 변호인은 총 18쪽 분량인 그 의견서 제1~4쪽에 걸쳐 상세한 사정을 밝혔던바, 여기에서 확인되는 사항을 간추려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서울에서 태어난 피고인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까지 그곳에서 학교를 다 녔는데, 초·중·고 학창시절은 불우한 일의 연속이었고, 결국 피고인은 고등학 교 1학년 1학기 말 자퇴하였다. 피고인은 23세까지 가족과 함께 생활하였다. · 피고인의 아버지는 일용직으로 건설공사장에서 일하면서 수입이 일정하지 않 아 집안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피고인의 어머니가 3군데 일을 다 니면서 피고인과 피고인의 동생 2명을 먹여 살리는 가장 역할을 하였다. · 학교를 그만둔 후, 피고인은 쌀국수집 서빙을 하거나 웨딩홀 식당 접시 나르는 일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 벌이를 하였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가면 서는 외지로도 진출하여 집에서 떨어진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였다. · 미성년자인 시절에는 피고인 명의의 금융기관 계좌와 캐시카드 정도만을 만들 어 아르바이트 비용을 그 계좌로 받아 피고인이 슬 돈은 캐시카드로 결제하였 으며 그러다가 돈이 부족하면 피고인의 어머니 도움을 받았다. · 피고인이 성년이 되는 2017년부터는 피고인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하여 사용하 게 되면서 그 핸드폰으로 물품대금도 결제하는 등의 금융거래를 시작하였다. · 피고인은 23세부터 집에서 나와 홀로 생활하게 되었다. 당시 여러 가지 아르바 이트를 하였는데, 2023. 5. 무렵 1,200만원을 대출받아 부족한 생활비로 썼다. · 피고인은 생활비 충당을 넘어 대출금 상환으로 돈이 더 부족하였기에, 일자리 를 구하려고 Y 어플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서 「대출중개사무실」 이라고 하면서 "같이 일하실 분을 구한다, 편한 일이니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는 문구를 보고 연락을 하였다가, 위 제1, 2편취범행에 연루되기에 이르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 진술 중 일부는 뒤에서 볼 '기타 사정'의 하나가 될 것이다<28>.그리고 일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아르바이트' 내지 '현금수거책의 일'을 지원하게 된 동기를 보여주는 사정이 될 것인데, 어느 철없는 젊은이가 도박자금이나 유흥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불운하게도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여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형편에 있던 어떤 젊은이가,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생활을 꾸려나가려다 그와 같은 일자리에 지원하였던 것임을 알기에 충분한 것들이라고 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설명이다. 이는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구직(求職)활동의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봄이 상당하다.❷ 다음으로, 피고인이 Y 어플에 올라온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을 하자 그들이 보인 '반응'을 본다. 그 '대출서비스중개사무실'의 X팀장이라고 자칭하는 자는 나중에 함에도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은 그러한 거래 내역을 만들 현금이 없으니, 자신들이 고객계좌에 현금을 보내주고 다시 그 돈을 돌려받는데 이때에는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알바들은 그 고객을 찾아가 현금을 회수하여 알려주는 계좌로 무통장 입금하는 일을 하는데, 보내줄 때 알바 명의가 섞이면 안 되니 카드나 통장없이 계좌번호만 입력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수당이 건당 10~20만원으로서 보통 하루에 1~3건 하면 20~50만원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알바들이 모르는 사람들인데 현금을 보고 욕심이 생겨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증 사진을 받는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었다(증거기록 제77쪽). 위 'X팀장'이라는 자는 마지막 조건인 "알바생의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증 사진을 받는다"는 것과 관련하여서는 "조정이 불가능하다" 즉 "그 일을 하려면 반드시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증 사진을 제출하여야 한다"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것은 『자신들이하는 일은 온전히 정상적인데 반하여 피고인과 같은 '알바 지원생'이 오히려 수거한 현금을 가지고 도망칠 위험이 있어서 그것이 걱정일 뿐이다』라는 의미의 말로서, 이 말을 들은 피고인-그는 일자리를 간구(干求)하는 사람이다-의 입장에서 상대방 즉 'X팀장'이나 그의 회사가 하는 일이 법에 저촉되는 일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기보다는 "내가 수거한 현금을 횡령하고 싶은 유혹을 견뎌낼 수 있는 선량한 사람이라는 점을 X팀장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하는가"라는 조바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언사라고 할 것이다. 위 X팀장을 위시하여 이 사건에 등장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그야말로 간교하기 짝이 없는 자들임<29>을 잘 보여주는 언동이다. 이러한 '설명'을 들은 사람이 그 현금수거행위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와 같은 범죄세계와 무관하게 평이한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이러한 유형의 사기사건을 다루어 본 법조인들<30>이나 수사기관 종사자들이라면 그것을 의심하여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상황을 처음 만난 사람에게 "에 그것을 의심하지 않았느냐"라고 책망하는 것은 별반 온당하지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❸ 피고인이 자칭 'X팀장'이라는 사기꾼이 뿌려놓은 미끼를 물게 되는 과정은, 피고인이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증거기록 제78~93쪽)에 여실히 담겨있다. 불행 중 다행히도 피고인은 그 대화내용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가 광주북부경찰서 경찰관에게 제출하였던바, 그것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별지 「피고인·X팀장 사이 카카오톡 메시지」와 같다. 특징적인 부분 몇 군데를 발췌하여 본다. 1> 우선, 위와 같이 'X팀장'의 이른바 대출중개사무소가 무엇을 하는 회사이고, 그 과정에서 왜 현금을 받아와서 무통장 입금하는 아르바이트가 필요한 것인지와 같은 설명(이 판결이유 제31쪽 참조)이 있고나서 피고인이 처음 보인 반응은 "내가 그 일을 하겠다" 또는 "나는 그 일을 할 수 없다"가 아니었다. 기실 X팀장의 위와 같은 설명은 당 데 저도 대출 가능할까요?"라고 질문하였다. 좌측이 그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에게서 '현금수거책' 일자리를 제안받은 것이었음에도 피고인은 정작 그 '제안'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조직원의 기반설명 중 "저희는 대출서비스 중개사무실입니다. ···대출이 필요한데 조건이 안되서 부결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런 분들께 저희는 조건이나 상황다 맞춰드리고 금융권에서 완전히 대출이 성사되면 해당 대출 금액의 일정 퍼센티지 수수료를 받는 사무실이라고 이해하시면···"이라는 부분에만 주목하여 자신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다짜고짜 물었던 것이다. 이것은 이 사건 공소사실이 상정하고 있는 공모(共謀)의 모습<31>과는 구조를 전혀 달리하는 이야기로 둘의 만남 혹은 연락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하간 이러한 피고인의 뜬금없는 문의(요청)에도 노련한 사기꾼인 X팀장은 일단 "얼마 필요하세요?"라고 응대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지금 현재 1200 대출했구요. 전에도 이런 업체를 통해서 진행했었어요. 40% 떼고"라는 대답을 받아낸다. 앞서 밝혔듯이 피고인은 당시 이미 1,200만원을 대출받아 사용한 상태였는데, 문제는 그 대출도 담보제공없이 그리고 직접 대면절차를 거치지 않는 대신, 무려 40%의 고리(高利) 선이자라는 명목의 수수료를 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32>이었다는 데에 있다. 즉, 위 X팀장이 말한 '대출중개'라는 일이 우리 사회 한편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 피고인은 불행히도 그것을 직접 경험한 경우이었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겪은 일과 일치하는 구조의 설명을 들었으니 피고인이 그 설명을 신뢰하였을 것임은 지당(至)하다. > 이와 같이 갑자기 나온 대출 요청에 그야말로 순발력있게 응대를 한 위'X팀장'은 노련한 사기꾼답게 재차 "하루 50만원은 쉽게 버는데, 저희랑 일해 볼 생각은 없느 고의가 있었다고 말해도 괜찮은 것일까?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그러한 '의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피고인은 위와 같은 X팀장의 감언이설에도 완전히 의심을 내려놓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는 위와 같은 대화의 마무리로 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나서 상호간에 " 늦은 시간에 감사합니다", " 데, 연락드릴께요. 좋은 밤 되세요. ●"라 월요일에 연락주세요"라는 말로 그날의 대화를 일단 매듭짓고 있다. 이것이 왼쪽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23. 5. 7. 일요일 새벽 00:41까지 두 사람 사이에서 오고간 카카오톡 대화이다. 여기에서 X팀장은 "저희회사 및 직원들은···"이라는 말로 피고인이 이미 회사 직원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바, 이러한 대접을 받은 사람이 그들을 의심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에 따라 피고인도 위와 같이 "네~ 알겠습니다. 월요일에 연락주세요"라는 발랄한 말(문구)로 응대를 마무리하고 있다. 위와 같이 일요일 꼭두새벽에 월요일부터 '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얘기를 마친 X팀장은 그로부터 약 24시간이 거의 다 지난 그날 23:56경에 다시 한 번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내일부터 근무 가능하신거죠?"라고 물어 피고인으로부터 그렇다는 답변을 듣고 나서 "네. 10시까지 서류 준비해서 연락주세요"라는 말로 마지막 쐐기를 박아두기까지 한다. 가히 치밀하기가 끝이 없는 사기꾼의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피고인은 그 다음날인 월요일 오후 3시가 넘도록 연락을 하지 않았고(증거기록 제82쪽), "지금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를 뗄 수 있는지" 묻는 X팀장에게 "정부24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내주겠다"고 말하고는(증거기록 제83쪽) 연락을 두절하였다가 다음날인 2023. 5. 9. 화요일 오후6시 55분에서야 "오늘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피고인은 그 다음날인 수요일 오후 6시가 넘도록 그 서류를 보내지 않았다(증거기록 제85쪽). > 그러자 급기야 위 X팀장은 2023. 5. 10. 수요일 18:33경에 피고인에게 "돈이 급한거 아니군요ᄏᄏ", "다른 일자리라도 구하셨어요?"라는 등의 문자를 보냈다. 그에 른바 고용교섭이 종결되었다. 그러자 피고인은 바로 그날 22:55경 인터넷 '정부24'로 자신의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 촬영하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도 가리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촬영하여 그 사진들을 위 'X팀장'이라는 인물에게 그대로 전송하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가족관계증명서는 위 정부24를 통하여 발급이 되지 않는다고 고 하였는데, X팀장은 "우선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을 보내라"고 지시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피고인은 위 X팀장이라는 사기조직원에게 사실상 '가스라이팅(Gaslighting)<33>'을 당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도 보인다. 즉, 피고인은 위 X팀장과 카카오톡 대화를 하면서 어느 순간「돈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데에는 열의(熱意)를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나태하고 무절제하며 불성실하기 짝이 없는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듯한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고, 그러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 제공되는 일자리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열과 성의를 다하여 시키는 일을 완수해내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듯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결과 피고인은 바로 그 자리에서 주민등록등본을 인터넷으로 발급받아 촬영 33) Z의 연극을 원작으로 한 1944년 미국의 영화 에서 유래한 말로, 뛰어난 설득을 통해 타인 마음에 스스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킨다. 영하여 보내주었다. 좌측이 그 사진인데, 한눈에 보아도, 잠옷 차림의 젊은 여성인 피고인이 왼손에 주민등록증을 든 상태로 오른팔을 뻗어 휴대전화기를 들고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여 전송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면전(面前)에 상대방이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성인남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X팀장'에게 이런 사진을 함부로 보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바, 이성보다는 감성의 지배가 더 강력한 야심한 시간대인 데다가 위와 같이 X팀장의 언변에 농락당한 피고인이 합리적인 숙고 없이 사진을 보낸 것일 여지가 많다. ❷> 이로써 피고인은 다른 서류는 다 보내주었지만 온라인으로 집에서 발급이 안되는 가족관계증명서는 보내지 않은 상태였다. 기실 보이스피싱 조직원 즉 위X팀장이라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증명서가 꼭 필요한 서류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그것을 가지고 새로운 사기범행을 계획하거나 하였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위 X팀장은 집요하게 피고인에게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증거기록 제90쪽). 아래가 X팀장이 그것을 보내라고 채근하는 대목을 발췌한 것이다. 왜 이처럼 꼭 필요하지 된 태도를 보임으로써 피고인을 완벽하게 속여 넘기기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요구를 받는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정상적으로 취직을 하기 위해서는 동사무소까지 직접 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피고인에게 자신이 그런 수고 아닌 수고를 베풀어야만 얻을 수 있는 극히 '정상적인 일자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좋은, 의도된 '번거로움'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 된다. 위와 다른 측면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통하여 피고인의 부모, 형제가 드러난다는 점이 고려되었을 여지가 크다. 즉, 위 증명서는 피고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일 수 있는 가족들의 기본 신상내역을 담고 있는 문서인바, 이러한 서류를 상대방에게 보내 준 피고인으로서는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런 문서들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시키는 일이 무언가 중요한 일일 것이라는 추측을 유발하게 될 것이고, 그런 공적인 문서들까지 제출해야만 차지할 수 있는 일자리가 이 상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34>. 여하간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피고인은 동사무소에 가서 본인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은 다음 그것을 촬영하여 'X팀장'에게 보내주었다. 아래가 카카오톡 대화 중 그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그런데 이때에도 피고인은 먼저 "믿고 보내드려도 되는 거 맞정?ᅲᅲ"이라고 물어서 "네 저희가 알바분 개인정보 갖고 장난치는 일은 없습니다", "저 면 저히가 즉각 조치 취해드려야 하는 부분이라. 따로 연락하는 일은 없습니다. 비상상황일때만 연락 드립니다"라는 설명을 붙이기는 하였지만 그 정보를 제출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엄연히 사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자신을 완전히 '노출'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일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심리적 저항선이 해체된 상태에 있던 피고인은 순순히 그 요구에 응하여 부모와 지인들의 연락처 등 정보를 보내주었다(증거기록 제92쪽). 이와 같은 일련의 교섭 내지 제출서류 구비 등 채용과정을 보면, 고용주인 X팀장 내지 그의 회사에 대한 검증이나 확인·설명을 요구하기보다는 전적으로 피고인의 신분이나 자격·자질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는 일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X팀장이 맡기는 일을 피고인이 정상적으로 처리할 것인지 즉, 넘겨받 V> 피고인과 X팀장이 일(알바)자리 문제로 주고받은 문자대화의 마지막 대목(증거기록 제93쪽)은 아래와 같다. 즉, 여태껏 '국민메신저'라는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하여 온 X팀장은 모든 사항이 정리되고 난 후에 갑자기 'AA<35>'이라는 채팅어플 내지 메신저앱으로 업무지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네준-실질적으로는 탈취당한-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비로소 "업무는 AA으로"라는 말을 꺼내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뉴스 혹은 유튜브로 대변되는 사이버세계의 정보채널 등을 통해, AA이라는 프로그램(어플)이 강력한 보안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많이 이용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즉,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사적(私的)인 대화는 카카오톡으로 공적(公的)인 업무처리는 AA으로"라는 일종의 고정관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렇게까지 하고 있지 않지만 뉴스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즉, 공개되면 곤란한 대화는 AA으로 주고받는다고 하더라"는 말 정도는 흔히들 한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피고인도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을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즉, 위 대화내용을 보면, X팀장이 "업무배정은 카톡으로 안하구요 저희 회사에서 쓰는 AA이라는 채팅어플이 있는데 다운받고 로그인하고 알려주세요"라고 말하고, 그 말에 피고인이 곧바로 "AA 깔려 있어요"라고 응대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X팀장은『아직 직원으로 채용되기 이전 단계에서 피고인과 대화는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아 왔지만 이제 피고인이 직원이 되어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는 AA이라는 소위 '공식(公式)' 어플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고, 피고인도 이에 부응하여 『나도 '카카오톡'이라는 사적(私的) 어플로 대화를 하여 왔지만, 내 전화기에도 공적(公的)인 용도에 주로 쓴다는 AA 정도는 이미 설치되어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피고인이 "지인이 필리핀에 여행 갔던 적이 있어서 AA으로 연락해 본 적이 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지만(증거기록 제179쪽), 자신도 이미 공적인 영역의 대화 즉 업무처리를 할 기본적인 준비는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은연중에 과시해 보고 싶은말로 들리기도 한다. 여하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두 사람은 이제 상호간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제93쪽의 '페이스톡' 참조). 앞서 본 대법원 판결들에서는, 본건과 같은 사안에서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여부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할 간접사실<36>의 한 부류로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예시사항의 하나로 들고 있는 「피고인과 조직원 간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즉, 피고인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X팀장은 '카카오톡' 이라는 채팅 어플로 대화를 하고 취업에 필요한 서류 사진을 주고받았을 뿐 대면하여 채용에 관한 협의를 한 적은 없다. 당연히 면접과 같은 절차도 진행된바 없으며, 그 과정에서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작성된 적도 없다. 이러한 의사연락의 내용과 수단, 채용경위와 과정 등은 아마도 위 사례에서 「비정상적인 취업 또는 업무위탁이 아닌지 의심해볼 만한 경우」로 상정한 바로 그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렇다면, 그대로 본건에서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나 과정이 통상적이지 않다고 보아야만 하는가? 다음과 같은 점들에 비추어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당원의 판단이다. 1> 가장 기본적인 문제로, 피고인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에 기망당한 피해자의 한 명일 여지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 있다. 통상 보이스피싱 범행을 벌이는 범죄조직들은,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취업이 절실한 사회초년생 등의 구직자나 경제사정이 어려워 대출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마치 정상적인 금융회사의 대출 및 금원회수 관련 업무나 대출을 위한 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망하면서 위 사람들을 범행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이 점은 재판실무상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사실<37>이고, 본건의 경우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들이나 범행의 도구로 이용되는 사람들 모두 객관적으로 보면 상식에 맞지 않는 범죄자들의 말에 속아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지시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그 중 금전적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사건에서 B, F이 그들이다)만 피해자로 분류하고, 결과적으로 범행의 도구로 이용된 사람들-본건 피고인과 같은 이른바 현금수거책-에 대해서는 그 결과가 중대하고 그 경위에 비난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주관적 범죄구성요건인 '고의(故意)'를 쉽게 인정할 수는 없다<38>. 그들 현금수거책 역시나 간교하기 짝이 없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노동력을 편취당한 '또 다른 측면에서의 피해자'에 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더구나 위에서 본 것(이 판결이유 제31~43쪽 참조)과 같은「현금수거책인 피고인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X팀장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취업 과정에서 사실은 '베풀 수 있고, 베풀어야 할 것으로 요구받기에 충분한 정도의 주의'를 베풀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常識)과 조리(條理)에 맞는다. 사실 이러한 시각에서의 사건 해석(규명)을 시도하는 것은 「과실(過失)에 의한 사기죄는 존재하거나 상정할 수 없다」는 법적 명제와 상충(相衝)하는 면이 있다. 베풀어야 하고 베풀 수 있는 주의를 다 베풀지 않아서 즉, 부주의(不注意) 내지 과실(過失)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에 의해 이용당한 경우는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가담'한 경우가 아니다. 그러므로 원래부터 사기죄의 성부를 논하면서 주의를 제대로 기울였는지를 따질 필요 자체가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측면에서의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대개의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인식 가능성'이라는 요소에 대한 평가가 매우 중요하게, 사실상 결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환언컨대, 이것은 본질적으로 고의라는 것을 어떻게 파악하는가와 관련이 있는 문제(이에 관하여는 이 판결이유 제15~17쪽 참조)이겠지만,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이라는 결과발생의 위험에 대한 '감수(甘受)'라는 것이 워낙 추상적인 개념이라서 이것만으로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을 명확히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에서 유래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거칠게
아니다. 그러므로 원래부터 사기죄의 성부를 논하면서 주의를 제대로 기울였는지를 따질 필요 자체가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측면에서의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대개의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인식 가능성'이라는 요소에 대한 평가가 매우 중요하게, 사실상 결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환언컨대, 이것은 본질적으로 고의라는 것을 어떻게 파악하는가와 관련이 있는 문제(이에 관하여는 이 판결이유 제15~17쪽 참조)이겠지만,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이라는 결과발생의 위험에 대한 '감수(甘受)'라는 것이 워낙 추상적인 개념이라서 이것만으로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을 명확히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에서 유래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미필적 고의에 인식 있는 과실과 다른 차별성을 부여하는 의(意)적 요소 즉,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려한 상태에서 그 결과발생의 위험을 감수(甘受)하였다는 점을 명확히 판별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라는 본래부터 존재할 수 없는 것인바, 역설적이게도<39> 이것과 관련된 지(知)적 요소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양자가 구분되는 양상을 보이게 되고,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충분한 주의를 베풀기만 하였더라면 그것이 범죄와 관련된 행위라는 점을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지적요소의 충족을 인정하게 되고, 이것은 내쳐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미필적 고의라는 것 자체가 원래부터 의(意)적인 요소도 약하지만 지(知)적인 요소도 미약한 경우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건에서 피고인은 X팀장이라는 사기꾼으로부터 아주 조건이 좋은 일자리 제안을 받았음에도 곧바로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행동 즉 서류 등의 제출에 나서지 않고 그 일을 하여도 괜찮은 것인지를 검토하는데 필요할 수 있는 얼마간의 시간이라도 벌어 보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며(이 판결이유 제35~36쪽 참조), 나아가 중간 중간 자신이 지원하려고 하는 일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려는 시도를 하였던 바(이 판결이유 제35, 40쪽 참조) 있다. 물론, 이 사건 피고인과 같이 시간을 끌면서 수락을 며칠 늦춘 것이 반드시 신중한 검토를 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을 것이고, 결국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인 'X팀장'에게 그런 것들을 묻는 것이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것이 과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증좌가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X팀장의 일자리 제안을 수락하여 구비서류를 보내는 데까지 며칠이 소요되었다는 것은, 해야 하는 일에 비하여 현저하게 후한 보수를 제시하는 일자리라고 하여 피고인이 그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 나름대로 고민한 것 아니겠는가", "그 일자리가 어떠한 것인지 등을 제안자인 위 'X팀장'이라는 사람에게 묻지 않고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도대체 그 누가 있어서 그 일이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히려 일을 제안하는 상대방X팀장)을 떠보기 위해서라도 바로 그에게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도 할 수 있는 것이고 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보여준 행태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그 일자리 제안이 진정 믿을 만한 것인지를 확인해보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보지 못할 이유도 없다<40>. 위와 같은 사정과 관련하여,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서 흔히 관찰되는 관련자 내지 당사자의 반응이 본건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즉, 변호인이 당심에 제출한 2026. 1. 12.자 항소이유서 제3쪽과 제5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물론 이것들은 모두 'III. 이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여, 공소장에서 말하는 것처럼 피고인이 악질적인 「보이스피싱범」으로서 이 사건 사기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히기 위한 의도로 제시된 의견들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본건 재판절차에서 그 누구보다도 충실하게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이 분명한 변호인마저도 "피고인이 보다 사려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처신한 결과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게 되었다"는 말, 다시 말하여 "피고인이 실수(과실)로 이 사건 사기범행에 가담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상황이 연출되어 버렸다. 실수로 사기범죄를 저질렀다, 다시 말하여 '과실사기죄가 성립되었다'는 것이니,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말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하지 않은가? 기실 변호인만 이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피고인 스스로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41>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의, 너무나 비법률적이고 비논리적이라서 심지어 허망하기까지 한 진술이 나올 수 있는 것은, 피고인이나 변호인마저도 앞서 지적한 '사후과잉확신편향(Hindsight Bias)'의 오류에 빠졌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피고인은 체포 직후 자필로 작성하여 제출한 2023. 5. 12.자 진술서에 "저는 나쁜 일인 줄 모르고 시작을 했습니다. 이렇게 큰 범죄인줄 알았으면 안했을 겁니다"라고 적어 놓았고(증거기록 제19쪽), 이것은 아마도 다른 사람의 의견이 개입되지 않은, 피고인의 고유한 인식과 생각이 서툴지만 인식 그대로 기술(記述)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피해자 B에게서 받은 돈을 무통장입금하다가 현장에서 지나가던 경찰관에게 체포된 직후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Y에서 연락을 받고 돈을 받아 입금했을 뿐이다"라고 말하였던 사실이 확인된다(공판기록에 편철되어 있는 현행범인체포서」 기재사항 참조). 피고인은 2023. 5. 12. 이 사건 제1편취행위 관련으로 광주북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처음에는 "피의자가 타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후 이런 일을 지시한 사람에게 돈을 보내주는 일이 보이스피싱인 것은 알고 시작했는가요"라는 질문에 분명하게 "처음에는 몰랐어요"라고 대답하였다(증거기록 제30쪽). 이러한 초기의 진술은 아직 피고인이 위 사후과잉확신편향에 사로잡히기 이전에 수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태도를 보이고 있었던 피고인은 조사가 거듭되면서 사건의 얼개를 이해하게 되었고, 급기야 조사관으로부터 "피의자는 이 일이 보이스피싱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졌음에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일을 진행한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자 그대로"네"라고 선선히 결과 감수(甘受)의 점을 수긍하는 답변을 하기에 이르고 있다(증거기록 제31쪽). 나아가 피고인은 2024. 4. 23. 이 사건 제3편취행위 관련으로 대전대덕경찰서에서 다시 한 번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관으로부터 "피의자는 피의자 I은행 계좌로 2024. 3. 15.부터 2024. 3. 16.까지 총 6차례 별지일람표와 같이 입금된 돈이 어떤 돈이라는 생각이 드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지금에 와서는 범죄에 이용된 피해금이라 생각이 됩니다"라고 대답하였다(증거기록 제263쪽). 경찰수사가 진행되면서 피고인은 이제 확연하게 자신이 한 행동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였다는 점을 '시인' 내지 '자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위 사후과잉확신편향을 가지게 된 사람이 보이는 언동이다. 그리고 법정에서 변호인이나 피고인이 하고 있는 말들은 그러한 편향적 사고의 연장선 끝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술을 통하여 확인되는 사항 혹은 사정을 일차원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앞서 지적한 바(이 판결이유 제17~19쪽 참조)와 같은 이유로 극히 위험하다.앞서 본 피고인과 X팀장 사이의 의사연락의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소위 X팀장이라는 사람이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를 보면, 피고인이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만나 현금을 수금한 다음 이를 송금하는 이유가 그럴듯하여 통상의 일반인이라면 누구라도 현혹되지 않을 수 없고, 충분히 속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변호인의 주장(위 「변호인의견서」제10쪽 참조) 즉, "피고인이 베풀어야 할최선의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이스피싱범들의 범행수법이 워낙 정밀하고 간악하여 피고인으로서는 그러한 사정을 도저히 간파할 여지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 당심에서의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위 사후과잉확신편향에서 이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이는 변호인이 심지어 다음과 같이 고백 내지 주장(위 「변호인의견서」 제12~13쪽)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원이 양형부당 내지 양형과중만을 항소이유로 제출하는 변호인의 항소이유서보다 하루 뒤늦게 제출된 피고인 자필 항소이유서 제1항의 "···아무런 의심도 하지 못한 채 범죄에 가담하게···" 및 제2항의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게 된다는 사실조차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습니다" 등의 기재를 근거로 당심 제1회 공판기일에 법정에서 『피고인 및 변호인은, 2026. 1. 13.자 피고인의 항소이유서를 진술하고,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이 사건 항소에 이르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정리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변호인의 고백 내지 주장은, 자신이 제출한 항소이유서와 달리 사실오인의 점을 주위적 항소이유로 제출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의 형사재판실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사후과잉확신편향의 폐해<42>를 실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법률가로서의 정교한 논리전개보다는 최종적으로 의뢰인인 피고인의 현실적인 이익에 봉사하여야 하는 변호사가 현실의 법정에서 마주하여야 하는 공판절차의 부적절한 단면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논의의 본류로 다시 돌아와 정리하건대, 앞서 이 부분 논의의 모두에서 지적하였듯이, 이 사건에서 현금수거책으로 일한 피고인과 그를 그 일로 끌어들인 보이스피싱 조직원 X팀장 사이에서 주고받은 의사연락의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은 충분하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 취업 교섭과정에서 구직자가 베풀 수 있고 베풀어야 할 것으로 요구되는 수준 이상의 주의를 기울이고 베풀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설령 그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일부 경솔하거나 신중하지 못하게 행동한 데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윤리적인 또는 도의적인 차원에서의 비난을 넘어, 그와 같은 '과실' 내지 '부주의'에 근거하여 피고인에게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으로서의 행위를 분담한다는 것 혹은 그와 같은 행위지배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아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우에서마저도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것은, 사실의 인식이라는 심리학적 토대를 가지고 고의를 인정 내지 확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처벌의 필요성이라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고의(&意)를 부과(賦課)하거나 귀속(歸屬)시키려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형사법원 내지 형사법관이 그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법(法)은 그와 같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들의 사술(詐術)에 속지 않은 사람만이 사기죄의 형벌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로, 어떤 국선변호인(변호사)이 실제 상고사건<43>에서 주장한 바를 아래와 같이 원문 그대로 옮겨두는 것으로 이 부분에서의 검토를 마치기로 한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하여 엄벌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 지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선 량한 피해자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일으켜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합니다. 또한 피해자들로 하여금 사회와 타인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극대화하여 불행한 심리를 가지도록 만드는 폐해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이스피싱 범죄자들 은 엄벌하여 더 이상 사회를 불신으로 물들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범죄자를 업벌하여야 한다는 것이 범죄를 인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아 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범죄자를 엄벌하여야 하기에 누구도 억울한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됩니다. 범죄자를 중형으로 다스릴수록 죄를 인정하는데 있어서는 그만큼 신중하여야 합니다. 무고한 피고인들이 엄벌을 받는 것은 사법의 정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 재판실무상 많은 경우에서, 위와 같은 취업 내지 업무위탁 과정에서 '대면'이나 '면접'이 없었다는 점을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주요한 근거로 들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가 또 다른 주요근거가 된다고도 한다. 위 대법원 판결례 등이 지적하고 있듯이, 채용과정에서 대면이나 면접 등을 거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등이 요구하는 근로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는 것 또한 그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그것이었음을 드러내는 징표가 되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건 피고인처럼,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그 일을 맡기는 고용주 측과 직접 대면하지 않았다거나 따로 면접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그리고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따위의 서면이 작성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이지 않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지금도 이른 새벽 전국 도처에서 열리는 소위 일당제 '인력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근로계약서는 고사하고 대강의 형식만이라도 갖추어진 근로계약서 조차 작성하지 않은 채로 '봉고차'라는 승합차에 태워져서 일터로 향하는 많은 이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사람을 태우러 온 '반장' 혹은 '팀장'이라는 사람에 의하여 즉석에서 선택 내지 간택(棟擇)될 뿐, 따로 고용주와 면접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그 일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 비정규직 구직자들이나 고용주 모두에게 있어서 이러한 일들은 번잡스럽고 시간을 축내기만 하면서 별 쓸모는 없는 '형식'에 불과할 뿐이다. 그 일자리의 고용안정성이 낮으면 낮을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맡은 '알바' 자리라는 것도 바로 그런 경우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고 보인다. 사실 그 실질(實質)이 어떠하였건 상관없이 적어도 피고인은 그 일자리를 그러한 것으로 인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면, 면접, 근로계약서 등의 존부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요즘 세상에서는 이미 현실세계에서의 '대면(對面)'이라는 요소에 과거와 같은 무게가 실리지 않는다. 사기업체나 국가·공공기관을 가릴 것 없이 화상으로 회의를 열고 있다. 심지어 직접주의 혹은 공판주의의 원칙이 지배하는 재판절차에서마저도 '대면'이라는 요소가 갖는 의미가 급변한지 이미 오래이다. 변호사나 당사자가 굳이 현실의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화상통화장비를 이용하여 변론을 진행한다. 심지어 증인신문은 민사재판뿐만 아니라 형사재판에서도 온라인 화상신문제도가 도입되어 운용되고 있다. 증인의 호흡이나 표정, 몸짓, 말(증언)의 고저완속에 담긴 뉘앙스와 같은 비언어적 정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44> 증인신문절차에서도 재판당사자와 증인 사이의 대면이 과거와 같은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저간의 세태(世態)나 사정 변화를 감안한다면, 'Y'이라는 인터넷 구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교섭이 이루어진 본건의 채용과정에서 대면이나 면접이 없었다는 점이 생각보다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고인이 'AA'이라는 메신저 프로그램(앱)으로 전해지는 지시에 따라 이 사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로부터 각각 2,000만원과 600만원을 현금으로 수령하여 100만원 단위로 쪼개서 송금하는 등의 업무방식이 다소 이례적이라서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의 불법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피고인이 업무지시를 받으면서 사용한 'AA'이라는 프로그램은 피고인이 평소에 사용하고 있던 프로그램도 아니다. 피고인 본인 설명에 의하더라도, 그 AA이라는 프로그램은 피고인이 과거에 필리핀에 여행을 간 지인과 연락을 하려고 자신의 휴대전화기(스마트폰)에 설치하여 두었지만 그때 일회성으로 사용하고는 그것을 사용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언론보도<45> 등에서는 위 AA을 이용하여 범죄자들이 여러 가지의 범행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광주북부경찰서 형사과 경찰관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현대 사회에서 인편으로 거액을 전달 받고, 타인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다수 입력해서 돈을 보내는 행위들은 납득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일반상식"으로도 알 수 있는데, 피고인만 그것을 몰랐다고 보기가 어려울 수 있다. 실상이 그러하기에 피고인 역시나 위와 같은 조사관의 질문에 "맞는 말인데, 제가 돈이 필요해서 일당을 받기 위해서 진행을 하게 되었어요"라는 대답 외에 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증거기록 제33쪽)일 것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금전 거래는 도박 자금, 탈세, 불법 환전 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금전 거래 과정에서 현금을 운반하는 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항상 범죄를 구성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채무변제 명목의 금전교부를 가장하여야 하는 경우 또는 주금(株金)을 가장납입(假裝納入)하여야 하는 경우에 금융계좌로 당해 금원을 송금한 다음 현금으로 인출하여 인편에 되돌려주는 일, 일종의 뇌물 혹은 소위 리베이트라는 명목의 금원지급을 위해 교부금이나 대출금 자체는 은행계좌로 보내주고 그렇게 보내진 교부금·대출금 중 일부를 현금으로 인출하여 되돌려주는 일 등이 다반사(茶板事)이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위 X팀장이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 거래실적 생성용 자금을 계좌송금하였다가 그것을 되돌려받아야 한다"는 설명 즉 소위 '작업대출'을 한다는 말을 들은 피고인만이, 자신이 장차 받아올 현금이 보이스피싱 사기로 편취한 금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 일을 맡을 것인지를 고민하였어야 했다고 비난하거나 형사책임을 추급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대난망(期待難望)의 일에 대한 사실상의 결과책임을 문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보이스피싱 범행이 사회적으로 만연하여 수년간 정부와 언론에서 비정상적인 금융거래 업무가 보이스피싱에 해당할 수 있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알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행은 조직원 등에게 돈을 직접 전달하거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관리하는 계좌로 돈을 송금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지, 돈이 바로 전달되지 않고 번거롭게 현금수거책을 보내서 현금을 직접 받게 한 후 다시 이를 전달하거나 입금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건을 접해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알기 어렵다<46>. 피고인이 실제로 언론 등을 통해서 자신이 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의 일종이라는 것을 전해 듣거나 접해보았다는 어떤 증거도 제출된바 없다. ❻ 원심 판결이유 중 「양형의 이유」부분을 보면, 원심은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선불 유심을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로 벌금형의 약식명령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인정사실을 기반으로 이 사건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심이「증거의 요지」에서 거시한 지지증거 중 '2023고단4890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기록 제29쪽) 및 '2025고단50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기록 제254쪽)'가 위와 같은 처벌전력 즉 전과를 뒷받침하는 증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증거들을 보면, 피고인은 "벌금 200만원 낸 사실이 있고, 선불 유심 판매로 형사 처벌 받았어요" 또는 "대포폰 판매로 전기통신사업법위반으로 벌금이 나왔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을 뿐 '이 사건 각 범행 전에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선불 유심을 제공한 일로 벌금형을 받았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이대로라면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 원심은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물론, 양형의 조건은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사건에 대한 이해 혹은 판단이 다른 측면 즉 구성요건요소인 미필적 고의와 관련한 일종의 간접사실로 기능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분명히 간과하기 어려운 흠결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살피건대, 위 2025고단50 사건에서 증거순번 29로 증거 제출된 약식명령(증거기록 제228~229쪽)에 의하면, 피고인이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47>의 범죄사실은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 11. 13.에서 같은 달 14.경 사이에 성명불상자로부터 "선불 유심을 대리개통의 방법으로 제공해주면 대가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에 응하여, 카카오톡을 통해 성명불상자에게 피고인의 얼굴을 촬영한 사진, 신분증 등을 전송하여 주어 선불유심을 개통하게 하는 방법으로 피고인 명의 선불 유심2회선을 개통하여 성명불상자에게 제공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였다』는 것이다. 그 범죄사실에서는 피고인에게서 선불유심을 받아간 '성명불상자'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라는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위 2025고단50호 사건을 수사한 대전대덕경찰서 경찰관이 공람받아 기록에 편철하여 둔 충남보령경찰서의 2019년도 수사기록(증거기록 제107~127쪽)에 의하면, 당시 경찰은 다음과 같은 일종의 보이스피싱 범죄<48>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던 사실은 확인된다. 아래에 나오는 사기범행에 피고인 명의의 유심 즉 선불폰 내지 대포폰이 이용되었던 사정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피고인을 조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조사과정에서 위 사기사건에 관한 설명을 들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정작 그 사건 조사과정에서 작성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증거기록 제120~127쪽)나 의견서(증거기록 제111~119쪽)를 보면, 조사경찰관은 그 어디에서도 그리고 단한 번도 '보이스피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위 편취범행을 피고인이 한 것인지를 물어 "아니요. 없습니다"라는 피고인의 대답(증거기록 제123쪽)을 들은 후곧장 "선불폰을 개통해 주고 돈을 받았으면, 그것은 범죄가 된다"는 취지에서의 조사만을 진행(증거기록 제124~125쪽)하였을 뿐이다. 피고인은 그 조사가 끝나고 나서 그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확인하였을 것이지만 그 복사본이나 등본을 교부받지는 아니하였을 것이다. 그 얼마 뒤에 피고인은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부터 위와 같은 범죄사실이 기재되어있는 약식명령을 송달받았을 것이며, 그 얼마 뒤에는 거기에 나오는 200만원의 벌금을 아마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민원실에 납부하고 사건을 매듭지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제1,2, 3 편취행위가 벌어졌을 당시인 2023. 5.부터 2024. 3.까지의 시점에 피고인이 위 2019년도 사건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선불 유심을 제공하고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피고인이 경찰에서 말한 것처럼 "선불 유심 판매로 벌금 200만원을 낸 사건" 또는 "대포폰 판매로 벌금을 낸 사건"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심이 설시한 것처럼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선불 유심을 제공하고 벌금형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전혀 실체에 부합하지 않는다. 즉, 피고인이 이러한 과 거의 형사처벌 경험(전과)을 토대로, 자신이 현금을 받아다 계좌로 송금하는 행위가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의 일부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자신의 형편상그와 같은 행위로 촉발되는 위법상황을 그대로 감수하겠다는 태도로 그 현금수거행위에 나아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당원이나 본건 수사경찰관들에게는 그 상황이그렇게 보일 수 있다하여 피고인도 그런 심리상태에 있었다고 볼 것은 아닌 것이다. 재삼 강조하건대, 다소간 이상한 거래라고 하여 곧바로 보이스피싱의 가능성을 떠올리는 것은 자신이 보이스피싱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일반인에게는 지난(至難)한 일일 수 있다. 아무리 정부와 금융기관이 나서서 홍보를 계속하고 예방책을 강구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수많은 피해자들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이라고 하여 다르게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할 것인바, 위에서 살핀 여러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건대, 이 사건에서 확인되는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이지 않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그 실질에 있어서,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사건 X팀장'이다)에 기망당하여 노동력을 편취당한, 또 다른 의미에서의 '피해자'인 경우<49>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50>. (다) 현금수거과정 자체에 대한 검토 ❶ 이제부터는 이 사건에서 확인되는 사실관계 중 위 대법원 판결의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등이 있는 경우 그 문서의 생성, 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수거 업무의 관련성···』이라는 판시사항과 관련된 사정들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❷ 살피건대, 피고인은 2026. 1. 13.자 자필 항소이유서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게 하고 AA 업무연락을 하게 하였으며 고액의 돈을 현금으로 받아 타인의 인적사항으로 송금하라는 지시에 조금 이상하다 생각하여 업무지시를 하는 사람한테 여러 차례 물어보았으나 문제없다며 피고인을 안심시켰습니다. 돈이 필요한 피고인의 어리석은 행동과 판단력을 잃어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위 항소이유서 제3항)<51>. 여기에서 피고인이 하고 있는 말이 사실 그대로이고, 만약 피고인이 그 '지시'에 그대로 따랐더라면, 피고인은 피해자 B이나 F을 만났을 당시 당연히 그들에게 자신을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소개하였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분 사칭' 사실이 없었음이 이 사건에 제출된 여러 증거들을 통하여 명확하게 확인된다. ❸ 피고인은 X팀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2023. 5. 12. 아침에 기차를 타고 광주로 내려갔고, 상대방(위 X팀장과는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다시 나주로 가라고 하자 그 지시에 따랐다. 피고인은 10:29경 나주시에 있는 'G' 카페에서 피해자 F을 만나서 그녀에게서 현금 600만원을 수령하였다. 본건 제2편취행위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와 같이 피해자 F에게서 돈을 받은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설명 내지 주장은 변호인의 위 2026. 3. 19.자「변호인의견서」제6쪽에 상세히 정리되어 있다. 즉, 피고인 내지 변호인은 『이 때 전화를 받고 있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현금을 받으러 온 분이 맞느냐'라고 물어보았을 뿐이고, 피고인에게 업무지시를 한 사람도 피고인에게 '금감원직원이라고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기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금감원'이라는 단어는 전혀 사용한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실 피고인은 체포영장으로 체포<52>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위와 동일한 취지로 진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즉, 2024고단1322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증거기록 제 172-183쪽)」를 보면, 경찰관의 "피해자와 어떤 대화를 하였는가요"라는 물음에 피고인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다(증거기록 제177쪽). 피해자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였고 "현금을 받으러 오신 분이 맞냐"고 물어봤 습니다. 그래서 현금을 전달받은 후 피해자는 어딘가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조사경찰관은 조사 마무리 단계에서 다시 한 번 피고인이 피해자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였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던졌는데,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서도 아래와 같이 기왕의 답변과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반복하였다(증거기록 제179~180쪽). 문제는 피고인이 그와 같이 대답을 하였음에도 경찰관은 마치 피고인이 "당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사실이 있다"라고 대답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전제하고 질문을 던져서 피고인으로부터 "그것이 올바른 일처리가 아니었다"는 대답을 얻어냈다는 데에 있다. 상술컨대, 위 조서상의 진술을 보면, 경찰관은 분명히 피고인에게 『피해자는"금융감독원 측으로부터 연락받고 오신 분이 맞으시냐"고 물어봤다고 진술하였는데 맞는가요』라고 물었고, 피고인은 "그렇게 들었다"라고 답하고 있다(위 직색 밑줄 표시 부분). 요컨대, 피고인은, "피해자가 그와 같이 진술하였다는 말을 전해 들어서 알고 있다<53>"고 대답한 것<54>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간 직후 조사경찰관은 난데없이 "피의자는 금융감독원을 사칭하고 현금을 받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고, 그에 대하여 피고인이 "아니다" 즉 "그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답변하고 있다(위 청색 밑줄 부분). 그 조사절차는 피고인이 벌인 '일' 또는 피고인이 경험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 피고인의 '의견(견해)' 내지 '생각(당부소견)'을 듣는 절차가 아니다. 따라서 위 질문이 "누군가 금융감독원 직원이 아닌 자가 금융감독원 직원신분을 사칭하여 현금을 받는다면, 피고인 생각에는 그것이 정당한가(이하 '제매문'이라 한다)"라는 취지의 질문이 아니라 "피고인이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면서 돈을 받은 것이 정당한 것이었는가이하 '제四문'이라 한다)"를 묻는 질문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짐작컨대, 그 질문을 위 제█문과 같은 취지의 것이라고 이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 경찰관의 질문은 충분히 그와 같은 오해 - 제2문의 질문임에도 제를문처럼 들리게 만드는 착오-를 유발하기에 족한 구조
, 피고인의 '의견(견해)' 내지 '생각(당부소견)'을 듣는 절차가 아니다. 따라서 위 질문이 "누군가 금융감독원 직원이 아닌 자가 금융감독원 직원신분을 사칭하여 현금을 받는다면, 피고인 생각에는 그것이 정당한가(이하 '제매문'이라 한다)"라는 취지의 질문이 아니라 "피고인이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면서 돈을 받은 것이 정당한 것이었는가이하 '제四문'이라 한다)"를 묻는 질문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짐작컨대, 그 질문을 위 제█문과 같은 취지의 것이라고 이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 경찰관의 질문은 충분히 그와 같은 오해 - 제2문의 질문임에도 제를문처럼 들리게 만드는 착오-를 유발하기에 족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조사경찰관의 입장에서는 나중에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얼마든지 "아까 내가 그렇게 물었고, 당신이 아니요라고 대답하지 않았는가"라고 강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소위 피의자신문조서의 형식적·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기에 피고인과 변호인이 그것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기 어려웠겠지만<55>, 내용이 진술한 것과 다르게 되어 있는 전형적인 경우라서, '내용부인'으로라도 증거능력을 배척하였어야 하는 경우이었던 것이다. 여하간 이러한 방식의 피의자 조사가 진행되면서 일종의 사후적과잉확신편향을 유발·강화시키는 과정을 거치자 피고인은 경찰관의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설의적(設疑的) 질문 전부(그중 하나는 위에서 이미 살펴본 그것이다)에 대하여 아무런 저항 없이 즉 순순히"아니요"라고 대답하여 조사경찰관의 의견에 그대로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 피의자는 금융감독원을 사칭하고 현금을 받는 것이 올바른 일 처리라고 생각 하는가요? · 피의자는 피해자에게 현금을 수거한 후 AA으로 다른 사람에게 주민등록번호 를 전달받아서 무통장으로 이체하는 등의 일 처리 방식이 정상적인 방식이라 고 생각하는가요? · 피의자는 본인이 일자리를 구하는 곳이 금융감독원이라고 생각하는가요? 위 질문에 담긴 경찰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조한다고, 쉽게 말해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것이 틀림없다"고 사실상의 형사재판의 '판단' 내지 '결론'을 말한 피고인은 마지막으로 "피의자는 평소 보이스피싱 범죄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금융감독원 이야기가 나오는데 보이스피싱을 의심하지 않았는가요?"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을 내놓는 지경에 이르 고 있다. 여기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금융감독원이라고 사칭하여 피해자를 속인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고 있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답변'이 정말 피고인의 입(口)에서 나온 것인지, 경찰관이 그와 같이 묻고(이른바 장문) 피고인이 부인하지 못하자(소위 단답) 그렇게 기재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시점에는 피고인은 "자신이 금융감독원이라고 사칭하였다"는 것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만을 근거로 피고인이 위 경찰조사 당시 위와 같은 사칭사실을 자백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다. 피고인 본인이 그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 사실이 위 피의자신문조서에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56> 피해자 F의 다음과 같은 진술에 비추어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만나서 "내가 연락을 받고 돈을 받으러 나온 금융감독원 직원이다"라는 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피해자 F은 본건 제2편취행위가 있고 나서 4일째 되는 2023. 5. 16. 우선112신고를 한 다음 그날 바로 전남나주경찰서에 출석하여 "L은행 및 금감원 직원이라는 분들과 계속 통화를 하였고, 대출상담을 하면서 총 3회에 걸쳐서 2400만원을 전달해서 피해를 보게 되었다"라고 사건개요를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8~19쪽). 당시 작성된 것이 2024고단1322 사건에서 증거순번 7로 제출된 2023. 5. 16.자 「경찰 진술조서」이다(증거기록 제17-32쪽). 위 피해자의 진술 중 피고인과 관련이 있는 부분만 보기로 한다. 즉 위 피해자는 총 3번에 걸쳐서 600만원, 1,100만원, 700만원을 두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에게 전달하여 합계금 2,400만원을 편취당하였다는 것이고, 그 중 처음 사기를 당한 600만원을 받아간 이가 바로 피고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던바, 그 부분에 관하여만 보기로 한다. 우선, 위 '첫 번째 피해사실' 즉 이 사건 피고인의 제2편취행위와 관련하여 조사경찰관으로부터 "그 날 어떻게 하여 만나게 된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받고, 위 피해자는 "하여간 저는 며칠 동안 위 두 사람(자칭 L은행 AM 대리 및 금응감독원 AL 과장,이랑 몇 번 통화를 했어요. 그러던 중에 금융감독원에서 직원을 제 쪽으로 보낼테니 그 분한테 돈을 전달하라고 해서 만났어요"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무슨 이유로 돈을 전달하라고 하던가요"라는 경찰관의 물음에는 "갑자기 제가 원래 대출하였던 600만원 상환하지 않으면, 대출이 실행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자신들이 보낸 직원한테 600만원을 건네주면, 대신 받아서 이전의 대출금을 갚아준다고 해서 줬어요"라고 대답하였으며, 이어진 "진술인이 직접 대출금 600만원을 변제하면 됐을 것인데 에 그 사람에게 돈을건네준 것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제가 직접 작업을 하면 전산상으로 반영이 느려져서 빠른 대출이 어려워지니까 자기들이 바로 해주겠다며 접근을 해서 저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사기꾼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답하였다<57>.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을 통하여, 피해자는 여기저기서 차용한 600만원을 가지고 그 카페에 나갈 당시 이미 '금융감독원 직원이 600만원을 받으러 올 것이다'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바로 그 '직원'에게 그 돈을 전해주어야 한다는 유일한 목적으로 그곳에 간 것이니 피해자가 다른 생각을 하였을 여지는 사실상 전무하다. 이렇게 "카페에 오는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600만원을 건네주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위 'G' 카페에 도착한 피해자는 어렵지 않게,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피고인을 발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이 자신이 피고인을 카페에서 만났을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피해자는 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래와 같이 설명하였다(위 증거기록 제22쪽). 즉, 피해자는『'낮고 점잖은 남자 목소리였고, 연령은 40~50대 정도로 느꺼졌으며, 전라도 말투가 약간 섞여 있었던 것 같은' 금융감독원의 AL 과장을 자처하는 어던 남자와 통화를 계속하느라고 정작 카페에서 만난 눈 앞의 피고인과는 거의 대화를 하지 못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는 당시 피고인과 만나던 그 순간, 거의 대화도 해 보지 못하고 현금 600만원을 건네주던 그 순간에 관하여 경찰관과 다음과 같이 문답하였다(위 증거기록 제22-23쪽). 문 그 여성(피고인)이 진술인(피해자)에게 무엇이라고 하던가요. 답 그 여자가 먼저 와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한테 하는 말이 '혹시 금융감독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오신 분이 맞으실까요'라고 웃으면서 상냥하게 물어보길래 저도 "네 맞아요 지금 과장님이랑 전화 중입니다"라고 대답을 했죠. 그랬더니, 바로 금감원 과장이라는 남자가 저한테 "직원을 만나셨나요" 하면서 "저히 직원 신분 확인을 해야 한다"며 전화를 바꿔주기를 원해서 바꿔줬어요. 문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은 무엇이었나요. 답 그냥 그 여자분(피고인)이,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별 말 없이 자기 이 름을 말한 뒤에 저를 바꿔 주었고 남자 직원이 "신분 확인이 되었으니까 그 여자분한테 돈을 전달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문 돈은 어떠한 형태로 전달하였나요. 답 5만원 다발로 종이가방에 넣어서 전달했어요 그리고 그 때 전화를 끊지 말고 자기가 녹음을 해야된다면서 '자금을 전달했습니다"라고 말하라고 해 서 그렇게 했지요 그랬더니 그 여자도 "확인했습니다"라고 전화상으로 들 리도록 대답을 한 다음 카페 밖으로 나가 헤어졌습니다. 이상과 같은 피해자 진술에 의하더라도, 그날 피고인이 피해자를 만나 피해자에게 한 말은 『혹시 금융감독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오신 분이 맞으실까요』라는 말과 『녹음을 해야 되니 전화를 끊지 말고 "자금을 전달했습니다"라고 말하라』는 말이 전부였고, 반면에 피해자가 바꿔준 전화기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남자에게도, 돈을 받기 전에는 자신의 이름(피고인이 말한 그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피해자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하였다)을 말하였고, 돈을 받은 후에는 "확인했습니다"라는 말을 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될 뿐이다. 요컨대, 피해자의 진술 어디에도 "피고인이 자신을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금융감독원 직원에게서 연락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을 하였을 뿐이라는 것<58>이다. 오히려, 이것은 "피해자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밝힌 적이 없다"는 피고인의 진술에 온전히 부합한다. 위와 같은 현금수령의 과정은 그날 오후 광주에서 벌어진 위 제1편취행위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었다. 현재 시점에서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는, 위 나주에서의 현금수거행위 즉 제2편취행위에서의 그것과 거의 동일한바, 우선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경위와 내용을 본다. 피고인은 무통장 입금을 하던 중 지나가던 경찰관에 의하여 체포되었고, 자필로 한 장짜리 진술서를 작성하여 제출(2023고단4890 사건의 증거기록 제19~20쪽)한 다음 약 5시간 뒤인 19:56경 광주북부경찰서 형사2과로 옮겨서 두 차례에 걸쳐 피의자 조사(위 증거기록 제27~42쪽 및 제39~42쪽)를 받았다. 자필 진술서와 두 번째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고인이 피해자 B을 만났을 당시의 상황 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 경위 설명 등은 처음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에만 나오는데, 특이한 것은 피고인은 경찰관이 묻지도 않은 제2편취행위에 관하여 먼저 진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피고인은 조사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가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경위를 자세히 진술해보세요"라는 요구를 받고(증거기록 제31쪽), 그 일자리를 구하게 된 경위부터 시작해서 다음과 같이, 그날 오전에 나주에서 벌어진 제2편취행위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런데 피고인은 제1편취행위로 받은 돈<59>을 무통장 입금하던 중 지나가던 사복경찰관에게 검거되었던바, 경찰 측에서는 나주에서 그날 오전에 벌어진 제2편취행위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다음과 같이 그에 관하여 먼저 진술하였고, 경찰 측에서는 피해자(F)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부분 피고인의 진술을 그대로 기록에 남겨 놓았다. 여기에서 보다시피 피고인은 묻지 않은 사항<60>에 대하여서도 순순히<61> 진술하고 있다. 위 진술에 연이어 피고인은 다음과 같이 제1편취행위에 관하여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제32쪽), 여기에는 피고인이 피해자 B을 만났을 당시 어떠한 대화를 나누었는지등이 일언반구(一言半句)도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조사경찰관은 현행범 체포되어 변호인 내지 변호사의 조력도 없이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피고인을 상대로 "그러면 AP에서 1,800만원을 받았을 때 액수가 커서 보이스피성 범죄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는 건가요"또는 "현대 사회에서 인편으로 거액을 전달 받고, 타인 이름과 주민번호를 다수 입력해서 돈을 보내는 행위들은 납득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일반상식으로도 알 수 있는데, 피의자는 왜 끝까지 이 일을 하게 된 것인가요" 등의 '사후적이고 평가적인 의견'에 대한 일종의 '동의'를 요구하였을 뿐 사실관계에 관한 추가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에서의 피고인 진술 중에는 제1편취행위 과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그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입장)은 위 2026. 3. 19.자「변호인의견서」에 나온다. 즉, 변호인은 위 의견서 제7쪽 <8>에서 『피고인도 피해자에게 "AR 과장으로부터 전화받으신 분인가요"라고 물었을뿐 금융기관 이름은 말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바··· 』라고 주장하고 있다. 요컨대, 피고인은 제1편취행위 당시 피해자를 만나서 자신이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거나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가장하거나 사칭한 바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❻ 한편, 피해자 B은 돈을 편취당한 그날 20:14경 광주북부경찰서에 출석하여 먼저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56~57쪽). 당시는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고인에 대한 1차 조사가 진행되고 있던 시점<62>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진술만 보아서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별다른 말을 나누지 않고 돈을 주고받은 것처럼도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한 광주북부경찰서에서는 여기까지만 조사를 한 상태에서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검사는 『피의자에 대한 사기 부분 범죄사실에 피의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카드사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어 당시 피의자가 피해자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 등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는 취지로 보완수사요구를 하였고(위 증거기록 제11쪽), 경찰은 2023. 12. 20. 14:26부터 14:34까지 약 7분 동안 전화로 피해자에게 그 부분에 관한 추가진술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전화조사 당시 피해자는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여기에서 피해자가 하고 있는 말은『피고인이 피해자 자신에게 한 말은 "AR 과장님 소개로 왔다"이 전부였다. 피해자로서는 AR 과장이라는 N은행 직원과 통화를 한 상태라서, 그렇게 말하는 피고인도 N은행 직원인 줄 알았다』는 것<63>으로서, 이것은『자신은 피해자에게 "AR 과장으로부터 전화받으신 분인가요"라고 물었을 뿐 금융감독원 직원이나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적이 없다』라는 피고인의 위 주장에 사실상 부합한다. 물론 피고인이 위와 좀 다르게, 『자신이 피해자에게 "AR 과장으로부터 전화받으신 분인가요"라고 물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그러한 피고인의 진술(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피해자의 위와 같은 말 즉 『피고인이 피해자 자신에게 "AR 과장 부탁으로 왔다"라고 말하였다』는 진술이 사실이라고 보더라도 「피고인이 N은행 직원을 사칭한 적은 없다」라는 판단에 영향이 없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AR 과장 부탁으로 왔다"라는 말은 "저는 N은행 직원이다"라는 말과는 전혀 다른 말임에도, 당시 피해자는 AR이 금융기관 즉 N은행의 과장으로 알고 있었던 까닭에 "AR 과장 부탁으로 왔다"라는 말을 그런 의미라고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피고인이 피해자에게서 현금을 수거할 당시 피고인이 보인 행태와 언동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고 할 것도 아니다. 최근 일부 사건들에서 보면, 보이스피싱범들은 피해자에게 교부할 '대출 분납 증명서', '부채상환 증명서', '금융범죄 계좌 추적 민원서', '완납증명서' 따위의 문건들을 위조하여 그 파일을 피고인과 같은 현금수거책에게 전송하여 주고, 그로 하여금 근처 피시방이나 프린트카페 등지에서 그것을 인쇄하여 가지고 가서 피해자에게 교부하여 주고 현금을 받아오게 시키는 경우들이 흔히 발견된다. 그 서면들은 통상 대출을 해준 은행 명의의 문서이거나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청과 같은 공공기관 명의로 위조된 것들인바, 그 문서의 생성·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수거업무의 관련성이 피고인의 공동정범 해당성을 가림에 있어 판별인자가 될 가능성<64>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두 차례의 현금수거 과정에서 그러한 문서가 작성·교부된 적이 없다<65>. 그리고 피고인이 현금을 수거하기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에도 피고인은 사전에 지시받은 사람 예컨대, 'N은행 AR 과장'의 지시에 따라, 그의 연락을 받은 피해자들을 만나러 왔다는 사실을 말한 정도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만났을 때 보인 행태와 언동」의 전부인 실정이다. 요약컨대, 이 사건에서 확인되는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를 비롯하여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이나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나서 보인 행태와 언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수거하는 현금들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으로 편취하는 돈이라는 점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거한 현금과 사후처리 등 기타 사정들에 대한 검토 ❶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편취행위는 3건인데, 제1,2 편취행위만이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소위 '현금수거책'으로 돈을 받아온 것이다. 즉, 피고인은 2023. 5. 12. 단 하루 동안만 현금수거책의 일을 하였는데, 하나는 그날 오전 10:29경 전남 나주에서 피해자 F으로부터 현금 600만원을 받은 것 즉 제2편취행위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로부터 약 2시간 반 뒤인 13:10경 광주에서 피해자 B에게서 2,000만원을 받은 것 즉 제1편취행위이었다. 피고인이 수거하였다는 600만원과 2,000만원은 5만원권<66>으로는 120매와400매에 불과하여 각각 한 묶음과 네 묶음 분량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렇게 받은 현금을 장시간 가지고 있게 하지 않고, 인근 은행의 자동화기기를 이용하여 곧바로 무통장입금하게 하였던바, 그러한 지시를 기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사람<67>의 입장에서는 그 수거한 '현금'의 '현금성' 내지'고유한 가치'를 제대로 체감(體感)하기 어려웠을 소지가 없지 않다. ❷ 대전에 살고 있던 피고인은 2023. 5. 12. 아침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를 받고 열차편으로 일단 광주로 갔고, 상대방이 다시 나주로 가라고 하여 그 지시에 따라 나주로 이동하였으며(증거기록 제17쪽. 아래 AA창 캡쳐사진 중 좌측의 것 참조), 10:29경 그곳 카페에서 피해자 F을 만나 그녀가 건네주는 현금 600만원을 받았다(제2면취행위). 피고인은 다시 상대방이 지시하는 대로 광주로 이동한 다음 AO에 있는 D은행으로 가서 상대방이 지시하는 은행계좌(M의 D은행 계좌)로 위 600만원 중 570만원<68>을 무통장 송금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 보내주는 누군가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100만원마다 하나씩 사용하여 입금하였다(증거기록 제18쪽. 아래 AA4창 캡쳐사진 중 중앙과 우측의것 참조. 이들 캡쳐사진 전부를 별지 「AA 메시지창 캡쳐」로 첨부한다). 이후 상대방이 대기를 지시하여 피고인은 식사를 하고 대기하던 중, 다시광주 C아파트로 가라는 지시를 받고 그곳으로 가서(증거기록 제20쪽. 아래 가장 좌측 사진 참조) 같은 날 13:10경 피해자 B을 만나 2,000만원을 받은 다음(제1편취행위), 조직원의 지시대로 광주 광산구 AQ 소재 D은행으로 가서 100만원씩 400만원을 입금한 직후 경찰관에 의하여 검거되었고, 가지고 있던 1,600만원은 그 자리에서 경찰관에게 압수당하였다. 이때에도 피고인은 현금수거를 지시한 위 조직원이 보내준 누군가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증거기록 제21쪽. 아래 두 번째 사진 참조)를 사용하였다. 여기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 중의 하나는, 피고인이 그와 같은 무통장 입금을 하면서도 상대방 즉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이거 잡혀가는거 아니져... 갑자기 겁나서"라고 물어서<69> 상대방으로부터 "아니에요. 그런 일 없어요", "저희 회사 돈을 회수하는 겁니다", "편하게 하심되요. A씨 너무 신경쓰시는 거 같은데"라는, 지극히 평온하고 일응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는 듯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위 3, 4번째 사진 참조) 입금행위를 계속하였다는 것이다. 앞서도 지적하였지만, 위와 같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상대방'에게 질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하는 것은 사건의 실상이 모두 밝혀진 다음에 하는 말이다. 아직 그 사람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이라는 사실이나 그가 시키는 일이 무슨 일인지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질문을 하여 상대방의 태도나 대응을 보는 외에는 사실상 별다른 검증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위 피고인의 언동이 갖는 의미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질문은, 그 자체로 상대방의 선의(善意)를 심각하게 의심하는 상황에서나 나오는 것인 만큼 일감을 받은 피용자의 입장에서 고용주 측에 쉽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정도로 상대방의 불쾌감을 촉발하기에 충분한 의문의 제기라고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니, 그런 질문을 하였다가 당장 다음 일을 배정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닌지라는 심각하고 근본적인 걱정(염려)을 하지 않고서는 제기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위와 같은 질문을 하였다는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위와 같이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100만원씩 입금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인식하였는지에 관한 조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사하는 경찰관들은 "그것은 불법 내지 범죄행위이고, 당시 피고인은 당연히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전제한 상태에서 피고인에게 그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지를 추궁<70>하는 형태의 질문을 던졌을 뿐이다. 그에 따라 피고인도 당시에 무슨 생각을 하면서, 또는 어떤 이유로 그와 같이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100만원씩 분할 입금을 하였는지를 설명하거나 변명하지는 않고, 그야말로 "죽을 죄를 지었다"는 태도<71>만 취하면서 그 '조사'라는 것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즉, 피고인은 광주북부경찰서에서 제1편취행위와 관련한 조사를 받으면서 조사경찰관으로부터 "현대 사회에서 인편으로 거액을 전달 받고, 타인 이름과 주민번호를 다수 입력해서 돈을 보내는 행위들은 납득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일반상식으로도 알 수 있는데, 피의자는 에끝까지 이일을 하게 된 것인가요"라는 질문을 받고 "맞는 말인데, 제가 돈이 필요해서 일당을 받기 위해서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증거기록 제33쪽). 그리고 피고인은 제2편취행위와 관련하여 나주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경찰관으로부터 "피의자는 피해자에게 현금을 수거한 후 AA으로 다른 사람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전달받아서 무통장으로 이체하는 등의 일 처리 방식이 정상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는가요"라는 질문(추궁)을 받고, 그저 "아니요"라고만 대답하였다(증거기록 제181쪽). 그 외에 "AA 대화 상대방이 무슨 이유로 입금자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보내준다고 설명하였는가" 또는 "피고인은 그렇게 전달받은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가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였는가" 따위의 기초적인 조사도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이 부분 즉 피고인이 수거한 현금을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로 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등과 관련하여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그리고 위와 같이 경찰의 장문 형태의 행위평가적 질문에 피고인이 단답으로 대답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피고인의 진술은, 피고인이 부인하고 있는「보이스피싱 조직원 등과의 공모사실이나 그 사기범행의 고의」를 인정함에 별반 도움이 되는 증거(자료)로 기능할 수 없다. ❸ 피고인은 2023. 5. 12. 오전에 제2편취행위로 현금 600만원을 받아 송금하고, 몇시간 뒤에 제1편취행위로 현금 2,000만원을 받아 그 중 400만원을 100만원씩 나누어 무통장 입금한 상태에서 현장에서 검거되었다. 그 결과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약속한 하루 30만원의 '일당'은 받지 못하였던 것(증거기록 제33, 180쪽)으로 보인다(이 상황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당을 받지 못하였다'라고 하기보다는 "그날 일당을 받기도 전에 경찰에 체포되고 그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는 연락이 끊겼다"라고 표현하여야 하는 것일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은 위 제2편취행위로 나주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제가 AT 택시 요금을 확인하고 캡쳐를 해서 AA으로 알려주면 택시비를 보내주었고, 점심시간이 될 때쯤 점심 먹고 일하라고 식비 2만원을 보내주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180쪽), 위 제1편취행위로 광주북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AA으로 연락이 와서는 나주로 가라고 그러더라고요. 택시비를 보내줬어요. 10만원 정도 보내줬는데 계좌이체로 받았어요<72>"라고 진술하였던 점(증거기록 제31~32쪽)에 비추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서 이른바 '실비변상' 명목으로 합계 12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AU생으로서 이 사건 범행 당시 25세 정도였다. 피고인은 미용특성화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자퇴하고 별다른 교육의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가족과 함께 살면서 쌀국수집 서빙이나 웨딩홀 식당 접시 나르는 일 등의 이른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 벌이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피고인은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외지로도 진출하여 집에서 떨어진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는 집을 떠나 있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피고인은 23살부터는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데다가 또 집에서 떨어진 외지에서 일자리가 정해지게 되는 등의 이유로 본격적으로 집에서 나와 생활하게 되었고, 그렇게 혼자 살면서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 일을 하면서 자신의 생활비를 충당하여 오던 중 1,200만원 가량을 대출받은 상태에서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그외에 피고인이 정규직으로 일하거나 본격적인 사회·경제활동을 하였다고 볼 만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미성년자인 시절에는 피고인 명의의 금융기관계좌와 캐시카드<73> 정도만을 만들어 아르바이트 비용(보수)을 그 계좌로 받아 피고인이쓸 돈은 그 캐시카드로 결제하였고, 그러다가 돈이 부족하면 피고인의 어머니가 피고인의 계좌로 돈을 넣어 주어 부족한 돈을 메꾸어 주는 방식으로 생활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피고인이 성년이 되는 2017년부터는 피고인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하여 사용하게 되면서 그 핸드폰으로 물품대금도 결제하는 등 보통사람들이 하는 금융거래를 시작하였다는 것인바, 이러한 휴대전화를 이용한 결제과정에서 비로소 소액, 단기(통상 휴대전화 요금은 1개월 단위로 결제를 진행함)의 '신용거래'를 경험해 보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도의 사회생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이스피싱'이라는 비교적 신종범죄를 한 눈에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혹자는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라고 말하지만, 모방범죄가 창궐할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언론보도에서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을 상세하게 보도하는 일은 없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범행의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라고 하는 것은 몰라도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은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語m2)가 있다. 게다가 그 언론보도라는 것은 각자가 접하는 정도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평소 뉴스를 거의 보지 않고 살아가는 이가 허다하다. 함부로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라고 말할 것이 아니다<74>. 돌이켜 이 사건을 보건대, 피고인은 2023. 10. 17. 전남나주경찰서 수사과 형사2팀 사무실에서 경찰관(순경 AV)으로부터 "피의자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요"라는 직설적인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 물음에 대한 피고인의 대답은 뜻밖에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금융기관을 사칭하거나 휴대폰 액정이 깨졌다고 돈을 요구하는 것 등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는 것이었다(증거기록 제176쪽). 이러한 대답은 피고인이 자신의 죄책을 감추기 위해 즉각적으로 지어낸 말로 보기는 어렵다. 이것이 전부인 것도 아니다. 즉, 위 경찰관은 그날 조사를 마치는 시점에 피고인에게 다시 한번 "피의자는 평소 보이스피싱 범죄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금융감독원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 보이스피싱을 의심하지 않았는가요"라고 질문하였다. 이 질문이 제2편취행위에 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나왔다는 것이 일정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그날 09:10부터 시작된 경찰의 조사과정에서 그 사건이 왜 보이스피싱 범행인지를 무려두 시간 가까이 얘기한 다음에그날 조사는 10:52에 끝났고, 피고인은 11:00부터 11:10까지 10분 동안 조서를 열람한 다음 서명·무인하였다. 증거기록 제184쪽 참조) 정리하는 차원에서 위와 같은 질문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러한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은 그 행위의 범죄부합(犯罪符合) 접점(接點)을 충분히 깨달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질문 내지 추궁에 대한 피고인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이 부분 경찰관의 질문과 피고인의 답변(증거기록 제181쪽)을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여기에서 보다시피, 경찰관은 두 가지를 묻고 있다. 적색 밑줄을 그어 표시한 사항 즉 "피고인이 평소 알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무엇인지(이하 '제 문'이라 한다)"와 청색밑줄을 그어 표시한 "왜 제2편취행위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관련 얘기가 나오는데 보이스피싱을 의심하지 않았는가(이하 '제매문'이라 한다)" 하는 점이 그것들이다. 피고인도 두 가지의 대답을 하고 있다. 적색 밑줄을 그어 표시한 사항 즉 "금융감독원을 사칭하여 피해자를 속이는 것이 평소 알고 있는 보이스피싱이다(이하 '제이라 한다)"와 "단순업무임에도 일당을 30만원을 준다고 하는 부분들과 비정상적인 일 처리 방법들이 범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심하였으나이 부분까지 의 답변을 이하 '제回답이라 한다) 돈이 급하기도 하였고 업무지시를 내리는 사람에게 범죄가 아닌지에 대해 여러차례 물어봤었는데 문제없다고 해서 심적으로 안심을 하고 보이스피싱을 의심하지는 않았다"는 부분이 그것이다. 요컨대, 조사를 모두 마치면서 사건에 대한 경찰관의 추궁과 설명을 모두들은 상태에서도 피고인은 여전히 제1답과 같은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제월답은 제횡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제 █문에 대한 답변이라서, 결국제답뿐만 아니라 제횡답까지도 모두 제 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본다고 하여 사정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보더라도 피고인은 『금융감독원을 사칭하여 피해자를 속이고, 피고인과 같은 현금수거책에게는 단순업무임에도 30만원의 일당이라는 고액 보수를 제시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일처리 즉 현금수거와 입금을 시키는 것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알고 있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보이스피싱 금융사기범
. 요컨대, 조사를 모두 마치면서 사건에 대한 경찰관의 추궁과 설명을 모두들은 상태에서도 피고인은 여전히 제1답과 같은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제월답은 제횡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제 █문에 대한 답변이라서, 결국제답뿐만 아니라 제횡답까지도 모두 제 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본다고 하여 사정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보더라도 피고인은 『금융감독원을 사칭하여 피해자를 속이고, 피고인과 같은 현금수거책에게는 단순업무임에도 30만원의 일당이라는 고액 보수를 제시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일처리 즉 현금수거와 입금을 시키는 것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알고 있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보이스피싱 금융사기범행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와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종범죄이다. 수사기관이 따라가는 것이 심히 버거울 정도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고, 피고인이 그와 같은 변화의 추세를 따라잡을 만한 경험이나 경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사정도 엿볼 수 없다. 결국 위와 같은 피고인의 답변은 극히 추상적인 단어들을 나열한, 그야말로 설명 아닌 설명을 하고 있을 뿐이지만 피고인과 같은 정도의 사회생활 내지 경제활동 경험을 가진 이가 흔히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의 그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기실 이러한 답변도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야기(조성)된 '사후과잉확신편향'에 의하여 왜곡된 진술일 가능성이 많지만, 피고인이 평소 가지고 있던 보이스피싱에 관한 인식이, 위 제엘답과 제엠답을 모두 포함한 위 답변들에 나오는 것과 같다고 보는 경우에도, 이 사건에서 확인되는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75>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가담하여, 금원을 편취할 고의를 가지고, 이 사건 제1,2 편취행위를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 제3 편취행위는 공소사실 자체가 제1, 2 편취행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즉, 여기에서는 각 사기행각을 벌인 본범들이 여러 피해자들에게 모바일 상품권이나 백화점 상품권, 콘서트 티켓 등을 판매하겠다고 기망하였고, 그에 속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계좌로 보낸 돈을 피고인이 지시받은 계좌로 이체해 줌으로써 그 사기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공소제기 되었다. 당시 위와 같은 일종의 물품판매사기 범행을 저지른 범인(들)은 피고인에게 "신용점수가 낮아도 대출이 가능하다. 계좌번호를 보내주면 그 계좌로 돈을 입금시켜주겠으니 입금받은 돈을 우리가 지정하는 계좌로 보내주면 대출금과 수고비를 주겠다"고 제안하였고, 그렇게 피고인의 계좌로 돈을 보내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원들이라고 거짓말을 하였다는 것인바, 피고인의 입장에서 송금되어 오는 금원들이 위와 같은 물품판매사기 범행을 통한 편취금임을 알아챌 특별한 사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말대로, 그렇게 돈을 송금한 사람들 중 한 사람<76>이 송금적요란을 이용하여 항의를 하고 그에 따라 피고인이 그 돈을 반환하면서야 비로소 그 금원들이 편취금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피고인은 그런 일이 있고나서 곧바로 위 사기범<77>들과의 연락을 차단하고 더는 그 요구대로 돈을 이체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이 사건에 제출된 자료들을 보더라도 그와 배치되는 사정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바, 결국 제3편취행위와 관련하여서는 그 범행이 어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원)에 의하여 자행된 것인지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거기에 가담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제출되어 있지 아니한 셈이다. 오히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이 사건 제3편취행위에 연루된 경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는바(위 2026. 3. 19.자 「변호인의견서」 제8쪽), 이러한 주장 내지 변소(변명)는 이 사건에 제출된 그 어떤 자료와도 상충되지 않을 뿐더러 경험칙에 의하더라도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합리성과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 위와 같은 일-즉 제1,2편취행위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은 일-이 있은 후, 피고 인은 경각심을 가지게 되어 위와 같은 일에 연루되지 않게 조심하면서 살고 있 었다. 약 10개월이 지난 2024. 3. 15.경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와 받 았더니 신용점수가 낮아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솔깃한 말을 하여 피고인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였다. · 그랬더니 상대방은 "조회를 해 보니 지금 당장은 어렵고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하면서 "그걸 해 보겠느냐"고 하여, 피고인은 그것을 하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상대방은 '장외거래' 또는 '예치금' 식(式)이라고 하면서 자기네 직원들이 피고인 계좌로 돈을 송금하면 그 돈을 J이라는 사람에게 송금하면 된다고 하였는데, 전 화한 사람 카카오톡 프로필에 상대방 사진과 가족사진도 올려놓은 것을 보고 피 고인은 믿음이 가서 이에 응하게 되었던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살피기로 한다. 즉, 피고인은 본건 현금을 수거하러 다니면서 자신의 흔적을 도처에 남겼던바, 만약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라도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금융사기범죄에서 현금수거책의 임무수행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 행위로 인한 결과발생의 위험을 감수한 것이었다면, 이는 결코 해서는 아니 될 행동을 한 셈이 된다. 1> 우선,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아침 대전에서 기차로 광주로 간 다음 다시 지시를 받고 기차로 나주역까지 이동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제31~32쪽, 제177쪽). 그런데 피고인은 나주역에서 피해자 F을 만난 'G' 카페까지 AT택시를 이용하여 이동하였고, 돈(600만원)을 받은 다음 다시 AT택시를 이용하여 지시받은 대로 인근의 D은행 ATM 자동화창구로 가서 무통장 입금을 하였는데, 그와 같은 이동과정에서도 다시 AT택시를 이용하였다(증거기록 제32, 177쪽). 그리고 그 이후 다시 두 번째 피해자 B을 만나러 C아파트 앞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피고인은 휴대전화로 AT택시를 불러서 타고 갔고, 위 피해자에게서 돈(2,000만원)을 받아서 송금할 또 다른 D은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AT택시를 이용하였다. 요컨대, 피고인은 그날 돈을 받으러 다니거나 그것을 송금하러 다니면서 최소한 4회에 걸쳐 자신의 휴대전화기(스마트폰)로 AT택시를 호출하여 이용하였다.AT택시 요금은 통상 그 앱(App)에 연결된 신용카드나 은행결제계좌를 이용한 자동결제 방식으로 지불된다. 기본적으로, AT택시는 그 서비스를 호출하기 위한 휴대전화접속기록을 남기므로, 설령 택시를 호출하기만 하고 요금을 현금으로 별도로 지불하였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호출기록조차 남기지 않을 수는 없다. > 뿐만 아니라, 증거기록 제35쪽에 있는 경찰의 아래 「입건전조사보고서(범행현장 CCmv 영상확인:G 카페」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 F보다 17분이나 먼저 약속장소인'G' 카페에 도착하여, 음료를 주문하여 마시고 있었던 사실이 확인된다. 즉, 피고인은 10:11경 카페에 도착하여 주문한 음료를 받아 창가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다음 카페 앞으로 나가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10:28경 카페에 도착한 피해자와 대면하여 10:29경 카페 안 테이블에 앉아서 상호 대화를 하던 중 돈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고인은 돈을 받고 바로 카페를 떠난 것이 아니라 무려 5분이 지난 10:34경에야 불상지 즉 어딘가로 이동하였다고 한다. 이런 모습이 카페 CCTV에 녹화되어 남아 있었고, 경찰관이 나중에 그 영상을 확보하여 그 모든 사실을 확인하였다는 것인바, 그저 시키는 대로 돈을 받아다 지시하는 계좌로 무통장입금하는 '알바'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자가 범죄수익인 '현금'을 받으러 가서 그와 같은 행동을 하였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렵다. > 더욱 가관인 것은, 먼저 위 G 카페에 도착한 피고인이 자신이 마실 음료인 4,900원 짜리 바닐라라떼를 주문하면서 자신의 신용카드(AX카드)를 사용하였다는 록번호와 주소지, 휴대전화번호 등 사실상 일체의 신상(식별)정보가 경찰에 제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❶> 크던 작던 가리지 않고 자신이 범죄에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고 여기면대개의 경우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자신의 연루사실을 감추는 것이다. 이것은 거의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범행에 가담한 자가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면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일은 좀체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본건의 경우 피고인은 버젓이 자신의 신용카드가 결제수단으로 등록되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자신의 휴대전화기를 이용하여 호출하는 AT택시를 수시로 이용하였다. 그리고 현금을 받기로 한 약속장소에 20분 가까이 미리 도착하여 상대방을 기다리면서 매장의 CCTV에 자신이 여과 없이 노출되도록 하였는가 하면, 버젓이 자신의 신용카드(AX카드)를 꺼내 들고 가서 바닐라라떼를 주문·결제하여 그것을 받아들고 맡아둔 자리로 돌아와서 한가롭게 그것을 마시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카페에 도착한 상대방 피해자에게서 현금을 받은 상태에서도 제법 오랜 시간을 머무르면서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하였다. 이런 모든 행동들은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행조직에 가담하여 전화금융사기를 저지르고 있는 사람, 그 행위가 구성요건 실현(특히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구성요건이 실현될 위험을 감수<78>한 사람이 보일만한 것이 아니다. 사실 여기에서 따져보고자 하는 미필적 고의의 존부는 원래부터 직접 증거를 통한 증명이 불가능하고 간접증거 내지 정황증거를 통한 증명이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인바, 위와 같은 '행동'이 표상하는 피고인의 심리상태는 그것의 존부를 판별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정들이 인정되는 이상, 본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여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한 점과 관련하여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소결론 이상의 여러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판단하건대, 이 사건 제1,2편취행위에서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이른바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 아니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에서 드러나는 여러 사정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피고인이 하루 동안 두 번에 걸쳐서 현금을 받아왔고, 그렇게 받아온 돈을 지정된 계좌에 송금하였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다른 보이스피싱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의 현금수거 즉 이 사건 각 편취행위에 이러한 공모사실이나 범의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그렇게 받아온 돈을 송금한 행위를 가리켜「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공모하여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또는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 경우』라고 볼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부족함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결론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이 판결이유 제3쪽의 '3.직권판단의 필요성' 부분 참조)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79>은 이유 있으므로,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에 나아갈 것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및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5항에서 살펴본 것처럼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구창모(재판장) 이도훈 송용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