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 및 관련자들의 지위
C(이하 ‘C’이라 한다)은 1963. 11. 1. D조합 등 5개의 E조합이 출자하여 만든 수산물위탁판매 등 공동사업체이다. C은 2017. 2. 27. 해양수산부장관의 인가를 받고 2017. 3. 10. 조합공동사업법인 설립등기를 마쳤다. 이로써 비영리법인인 피고가 성립하면서 C의 권리의무를 포괄승계 하였다. 피고는 직원의 징계와 이에 대한 재심 등에 관한 의결기관으로서 대표이사 및 대표이사 지명 외부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특별인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원고는 1988. 1. 5. C에 씨름단 씨름선수로 입사한 사람이다. 프로 씨름출범에 따른 선수 수급 부족 및 재정상 어려움으로 위 씨름단이 해체되자, 원고는 1994. 1. 1. 4급 일반직으로 전환 채용되었다. 그 후 원고는 2016. 4.경 일반직 3급갑으로 승진하여 경매사로 근무하다가, 청구취지 기재 징계면직(이하 ‘이 사건 징계’라 한다)으로 퇴직하였다.
F은 2012. 9.경부터 2018. 8.경까지 C의 사장 또는 피고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신규직원의 채용, 승진, 인사발령 등을 비롯하여 제반 업무를 총괄한 사람이다. 그 무렵 G은 총무과장 또는 총무상무 등으로, H은 총무과 대리 또는 총무과장 등으로, I은 총무과 직원 등으로 각각 근무하면서, C 또는 피고의 신규직원 채용, 승진, 근무평정 등의 인사 업무를 담당한 사람들이다.
이 사건 부정행위
C은 3급갑 직원 3명의 결원이 발생하자 이를 충원하기 위하여 C 인사관리규약 제24조(승진절차) 및 같은 규약 시행규칙 제23조(승진고시)에 기하여 2016. 4. 7.부터 같은 달 12.까지 응시원서 접수, 필기고시, 논문, 면접고시를 거쳐 2016. 4. 15. 최종적으로 승진자 3명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F은 2016. 3.경 총무상무 G, 총무과장 H에게 원고가 합격되도록 도와주라고 지시하여, G, H이 원고에게 2016년 3급갑 승진고시의 문제지, 답안지, 논술 주제를 알려주었다. 원고는 이를 숙지한 후 2016. 4. 15. 위 승진고시에 응시하여 필기 78점, 논문 70점 등 총점 401.76점을 얻어 3위로 3급갑 승진자로 결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부정행위’라 한다).
이 사건 징계 및 재심
2019. 5.경 피고의 채용, 승진 비리 사건 관련 특별감사(이하 ‘이 사건 감사’라 한다)에서 이 사건 부정행위가 발각되었다. 피고의 특별인사위원회는 2019. 12. 6. 원고에 대하여 위 부정행위를 이유로 피고의 인사규정 제65조(징계의 사유) 및 징계, 변상 업무처리규정(이하 ‘징계규정’이라 한다) 제12조(징계양정기준) 제1항, 별표 제1호 ‘징계양정기준표’(별지 표 기재와 같다. 이하 ‘징계표’라 한다) 가.항 복무 14)호 등을 근거로 ‘징계면직’을 의결하였다. 피고는 2019. 12. 11.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를 하였다.
원고는 2019. 12. 17. 이 사건 부정행위는 인정하나 징계 수준을 감경해 달라는 취지로 이 사건 징계에 대하여 피고에게 재심을 청구하였다. 피고의 특별인사위원회는 2020. 1. 13. ‘원심판정을 변경할 합당한 사유가 없고, 엄격한 규정 적용으로 법인의 잘못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그러므로 재심 청구를 기각하고 원심판정을 유지한다.’는 취지로 결정하였다.
관련사건 경과
관련 형사사건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는 2018. 11. 28.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정행위로 인한 업무방해 등으로 부산지방법원에 공소제기 하였다. 위 법원은 2019. 11. 15. 원고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원고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판결을 선고하였다(2018고합521, 2019고합205).
원고 등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부산고등법원에 항소하였다. 위 법원은 2020. 5. 13. 업무방해의 공범인 F, H의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여 2016년 3급갑 필기시험과 논문시험의 채점위원은 I이 아니라 총무과장인 H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중 F, H, 원고 등에 대한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에 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다(2019노616).
검사 등은 위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2020. 8. 27.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함으로써(2020도6389), 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관련 가처분
원고는 2020. 1. 28. 피고를 상대로 이 법원에 이 사건 징계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이 법원은 2020. 6. 4. 이 사건 징계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였다는 소명이 부족하여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2020카합10030). 위 결정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관련 노동위원회 판정
원고는 2020. 3.경 피고를 상대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징계의 부당해고 인정 등을 구하는 취지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였다. 위 위원회는 2020. 6. 1. 이 사건 징계는 징계 사유가 인정되고, 징계 양정도 정당하며, 징계 절차도 흠이 없어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J, K, L).
원고는 위 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위 위원회는 2020. 8.경 재심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M, N, O, P).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부터 4호증까지(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생략, 이하 같다), 제6, 7호증, 을 제1부터 12호증까지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청구원인
이 사건 부정행위는 피고의 징계표상 ‘비위의 정도가 극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징계면직’ 처분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피고가 이 사건 부정행위를 이유로 원고에게 가장 중한 징계로서 해고와 같은 징계면직 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 일탈, 남용에 해당하는 위법한 부당노동행위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징계는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일인 2019. 12. 11.부터 2020. 6. 30.까지의 임금 39,665,119원 및 그 다음날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5,940,187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무효의 확인 및 위 임금 지급을 구한다.
판단
이 사건 징계의 법적 성격
을 제4,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기록상 명백한 다음 사실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징계는 피고가 원고의 복무규율(복무규정) 위반을 이유로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겠다는 의사표시로서, 징계에 해당하는 동시에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성격을 가진 이른바 ‘징계해고’에 해당한다.
피고의 인사규정은 면직을 의원면직, 자연면직, 정년면직, 명예면직, 징계면직, 직권면직의 6종으로 구분하고 있다(인사규정 제51조). 그 중 징계면직은 제9장(포상 및 징계)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피고의 일방적인 처분으로써 해당 직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인사규정 제56조, 제67조 제1항)으로 정하고 있다.
피고가 이 사건 징계를 한 2019. 12. 11. 원고에게 원고가 복무규정들을 위반하였다는 사유로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 및 인사규정 제58조(면직의 예고 및 서면통지)에 의거 ... 2020. 1. 10.부터 징계면직 됨을 예고합니다.’라고 통지하기도 했다.
원고는 이 사건 징계 무렵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징계의 효력을 다투며, 피고와의 근로관계 계속을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 징계의 위법 여부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를 할 때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뚜렷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뚜렷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116864 판결 참조).
해고 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여기서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116864 판결 참조).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 사규에 해고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가 아닌 이상 그에 따른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대법원 1991. 3. 27. 선고 90다카25420 판결 참조).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관련된 형사사건이 아직 유죄로 확정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다. 징계혐의 사실의 인정은 형사재판의 유죄확정 여부와는 무관하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두1042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다음 사실들에 이 사건 징계 사유가 된 이 사건 부정행위의 내용과 성질을 종합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징계는 피고의 인사규정, 복무규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갑 제4, 6, 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C에 입사한 이래 계속해서 3급갑 승진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원고는 시험 전날인 2016. 4. 14. 당시 대표이사였던 F의 지시를 받은 총무과장 H으로부터 2016년 3급갑 승진고시 시험 문제지를 미리 받고, 논술 시험 주제가 C의 현대화 사업, C 위판 사업이라는 것을 들어 이를 숙지하고 승진고시를 치러 합격하였다.
피고의 징계규정은 인사규정이 정한 징계의 처리절차와 방법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규정하고 있다(징계규정 제1조). 징계 양정을 운용할 때에는 행위의 고의, 중과실, 경과실 여부(징계규정 제13조 제1호), 사회적으로 중대한 물의를 야기하여 피고의 명예를 훼손하여 공신력을 실추하였는지(같은 조 제5호)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부정행위는 고의에 의한 행위이다. 이 사건 감사에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장기간 동안의 신규 채용시험, 정규직 전환 채용시험, 승진 시험의 비리가 드러나 원고를 포함하여 17명이 업무방해죄로 공소제기 되었다.
징계규정의 양정 기준을 구체화한 징계표 나.항 인사관리 9)호는 ‘고시부정행위’에 대해 징계면직 또는 견책을 할 수 있는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징계기준이 ‘상’인 경우 징계면직을, ‘하’인 경우 견책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견책은 피고의 인사규정이 정한 가장 가벼운 징계 방법으로, 그 사유는 과실로 인하여 피고에 손해를 끼치게 하거나 질서를 문란케 한 경우(제66조 제1항 제4호 가.목) 또는 감봉 행위를 한 자로서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있는 경우(같은 호 나.목)로 정하고 있다. 견책 다음으로 가벼운 징계 방법은 감봉인데, 그 사유조차도 사안이 경미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피고의 손실을 전액 보전한 경우(같은 항 제3항 가.목)로 정하고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부정행위는 고의에 의한 행위이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은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설령 원고가 먼저 부정행위를 제안하지 않았고 금품을 교부하지 않았으며 승진고시 제도는 불합리하여 나중에 폐지되었다는 원고 주장을 받아들여 이를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한 징계 방법으로 징계면직을 선택한 것이 재량 범위를 넘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본 것처럼 원고는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 판결을 받기는 하였다. 그러나 위 판결의 취지는 ‘시험 당시 I이 H의 지시에 따라 응시자들의 점수를 집계하여 그 순위를 보고한 것으로 보이고, 설령 I이 H과 함께 필기시험을 채점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채점위원인 H의 지시에 따라 H의 채점 업무를 보조한 것에 불과하므로, 채점위원은 I이 아니라 총무과장인 H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법리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 사건 부정행위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고 스스로도 자신이 일반직 3급갑으로 승진할 때 이 사건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비록 원고가 응시한 승진고사에 응시한 직원은 5명으로 응시자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러나 그 중 2명이 탈락하여 승진하지 못한바, 원고의 이 사건 부정행위에 따른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피고의 인사규정 제38조 제1항 제2호는 ‘3급을에서 3급갑으로의 승진은 인사고과 평정결과에 따라 작성된 승진후보자 중 대표이사 또는 전무가 승진 임용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제3호에서 ‘제2호에 따른 승진은 승진고시에 합격한 자 중에서 승진 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설령 이 사건 부정행위가 비록 당시 피고의 인사권자인 대표이사의 지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인사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고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피고로서도 고질적, 구조적 인사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보다 엄정한 징계가 필요했다.
소결
이 사건 징계가 재량권 일탈, 남용으로 위법하여 부당노동행위라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소결
이 사건 징계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청구는 이유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임금 청구도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임효량(재판장) 김해마루 정예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