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와 피고는 부산 사상구 C 소재 D 주식회사에 택시기사로 근무하면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이다.
원고는 2020. 4.경 실시될 예정이었던 노동조합 조합장 선거에 후보자로 출마하면서 피고와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이하 ‘이 사건 협의’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1>
원고는 2020. 4. 실시된 선거에서 노동조합의 조합장으로 당선되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D 주식회사의 노동조합규약, 노동조합 선거관리규정, D 주식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갑 제1[피고는 2023. 4. 21. 준비서면에서부터 피고가 이 사건 협의서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면서 그 진정성립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이 법원의 감정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협의서의 하단에 기재된 피고의 서명은 피고 본인의 필적으로 추정되므로 이 사건 협의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한편 피고는 2023. 12. 4. 준비서면에서 이 사건 협의서가 진정하게 성립된 이후 임의로 변조되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문서의 변조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하는데(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다4674 판결 등 참조), 이 법원의 감정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협의서의 글자 ‘근’이 ‘권’<2>으로 4회 수정된 사실, ‘오천만원’의 ‘오’와 ‘50,000,000’의 ‘5’자<3>에 가필흔적이 존재하는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가 아닌 제3자에 의하여 위 부분이 임의로 수정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국 이 사건 협의서에 관한 피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6호증, 을 제2,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협의서의 내용에 따라 원고에게 상근을 주는 등 이 사건 협의서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협의서에 기하여 5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협의는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원고는 조합장 후보에서 사퇴하였을 뿐 피고의 선거운동을 돕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협의서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 사건 협의서에 기재된 손해배상예정액은 과도하다. 피고는 손해배상예정액에 관한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협의서에 서명한바, 피고는 착오를 이유로 이 사건 협의를 취소한다.
판단
이 사건 기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협의서의 내용은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협의가 유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더 이상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한편 피고의 반사회적 법률행위 관련 주장을 받아들인 이상 피고의 나머지 주장은 살펴보지 않는다).
노동조합은 헌법상 보장된 제도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함에 있어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우리 법은 노동조합법을 두고 있는데, 노동조합법 제11조는 노동조합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을 강조하면서 제16조에서 노동조합 임원의 선거는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노동조합규약 제27조 제1항은 조합장의 포괄적인 권한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조합장의 위와 같은 지위와 역할에 비추어 보면 조합장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절차에 따라 선출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구조 하에서 선출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노동조합 임원선거 전반에 걸쳐 선거권, 피선거권의 불가매수성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선거부정 방지를 통한 조합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공공의 이익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사건 협의서의 내용은 후보단일화를 진행하면서 피고가 피선거권을 포기하고 이후 원고가 조합장으로 당선되면 피고에게 2020. 5.부터 2023. 4.까지 3년간 월 3회의 상근을 부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는 결국 피고의 피선거권 포기의 대가로 월 3회의 상근 부여라는 경제적 이익을 지급하는 것인바 피선거권의 불가매수성에 반하고 조합민주주의의 실현에도 역행한다.
원고는 이 사건 협의에 의하여 피고가 원고를 노동조합 간부로 임명하여 원고로 하여금 근로시간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노동조합법 제24조, 단체협약 제9조에 의하면 조합장이 임명하는 노동조합 간부의 경우 근로시간 면제를 받을 수 있으나, 피고의 피선거권 포기의 대가로 노동조합 간부의 지위를 약속하는 행위 역시 노동조합에 대한 배임죄 성립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 행위로서 피선거권의 불가매수성에 반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동현
각주1) 상근의 오기인 것으로 보이며, 상근이란 근무일의 수입을 회사에 입금할 필요 없이 택시기사가 다 가져갈 수 있는 날을 의미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