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E과 이 사건 근로계약 당시 퇴직금을 일당에 포함하여 지급하되 계약 종료 후에는 일체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약정하였는데, ① 피고인은 위 약정이 유효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도 무방하다는 취지의 변호사의 자문을 받았으며, ② 나아가 퇴직금 액수 등에 관하여도 최근까지 E과 민사상 다툼이 있어 지급할 퇴직금을 특정할 수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 범행에 관한 범의가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책임이 조각되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선고형(벌금 7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퇴직금지급청구권은 퇴직이라는 근로관계의 종료를 요건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한 퇴직금지급의무는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매월 지급받은 월급이나 매일 지급받는 일당 속에 퇴직금이란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그것은 근로기준법 제34조에서 정하는 퇴직금의 지급으로서의 효력은 없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은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제34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211 판결,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0다2767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사용자가 사법상의 효력이 없는 '매월의 월급이나 매일의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내세워 퇴직한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이를 퇴직금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12조, 제36조 소정의 임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171 판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에게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 범행에 관한 범의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되고, 달리 피고인에게 E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한 데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은 2004. 11. 20.부터 2010. 8. 21.(사직서 제출일)까지 E을 피고인이 운영하는 D 공장의 창호제작 및 설치공으로 고용하였는데, 피고인은 공사마다 E과 노임공사 내지 노무비 하도급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일당은 대체로 8만 원으로 정하였으며, E으로부터 'D 일용공으로 일당에 상여금, 퇴직금, 기타 수당이 포함되었으므로 일당 이외 금액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 서약서 등을 작성하여 교부받았다. E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한 뒤 2010. 9. 20., 2010. 10. 3. 2차례에 걸쳐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은 위 각서 내용 및 E이 피고인 공장의 직영 근로자로서 계속 근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였다.
피고인과 E 사이의 퇴직금 포함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34조에 반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은 일당을 약정하면서 퇴직금 액수를 특정하지도 아니하였고, E이 피고인에게 적극적으로 퇴직금 중간 정산 등을 요구한 바도 없으므로, 일당 지급만으로 퇴직금 중간 정산이 인정되지도 아니한다. 또한 피고인은 E 등 10여명을 고용한 사업주로서 마땅히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특히 근로자에 대한 금품청산의무의 경우 신중을 기해 알아보아야 함이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E의 연이은 퇴직금 지급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변호사의 자문만을 토대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이 정당하다 볼 수도 없다.
E은 피고인 공장에서 일정한 근로시간 동안 계속 근로하였고, 피고인이 E에게 지급하는 보수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고 나아가 E을 퇴직연금에 가입시키기도 하였던 이상 피고인이 E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 역시 불가피한 사정이었다고 보기 어렵다[E은 피고인을 상대로 퇴직금 지급청구의 소(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1가단49 퇴직금 사건)를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E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도 쟁점이 되었으나, 1심 법원은 같은 이유로 E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면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퇴직금 액수가 확정되지 아니하여 지급하지 못하였다고도 주장하나, E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계산한 내용증명을 보내고 피고인과 퇴직금 액수 합의를 하려고 시도하였던 점, 피고인은 E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합의 자체에 응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역시 불가피한 사정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이 관련 민사 소송에서 패소하여 E에 대한 정당한 퇴직금 지급이 완료된 점, 피고인에게 동종 범행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인정되나, 원심에서도 위와 같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들을 두루 참작하여 약식명령(벌금 200만 원)보다 감경한 형을 선고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환경, 직업, 가족관계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량이 무거워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진수(재판장) 김덕교 장원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