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주식회사 리스피엔씨(이하 '리스피엔씨'라고 한다)는 2009. 9. 1. 주식회사 태영건설로부터 '경주 블루윈리조트 콘도'의 외장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수급하여 시공한 공사업체이고, 피고는 'C'라는 상호로 목재 제재, 수입 및 도·소매업을 운영하면서 리스피엔씨에 이 사건 공사를 위한 목자재를 공급하는 자이며, 원고는 작업반장(일명 '오야지')으로 D 외 6인(이하 'D 등'이라고 한다)을 모집하여 D 등과 함께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목공사를 시공한 자이다.
피고는 원고 및 D 등이 위 목공사를 시공한 이후인 2010. 2. 5.부터 2011. 5. 6.까지 원고에게 원고 및 D 등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였다.
원고 및 D 등은 2011. 12.경 리스피엔씨가 원고 및 D 등의 임금을 체불하였다는 이유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이에 리스피엔씨는 피고로부터 노임직접지급요청서를 제출받은 다음 D 등에게 체불임금 73,440,000원을 지급하였으며, 그 후 D 등은 리스피엔씨에 대한 진정을 취하하였다. 한편 원고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원고를 근로자가 아닌 피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재하수급한 재하수급업자라고 판단함에 따라 체불임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고, 다만 D 등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식비 및 경비에 갈음하여 위 73,440,000원 중 7,600,000원을 수령하였다.
한편, 리스피엔씨가 피고로부터 제출받은 노임직접지급요청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였음에도 2011. 5. 6. 이후 원고의 임금 및 원고가 선 지출한 경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바, 피고는 원고에게 위 미지급 임금 및 경비 합계 125,115,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노무 공급 계약의 당사자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는 2010. 2. 5.부터 2011. 5. 6.까지 원고 및 D 등에 대한 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여 왔다.
원고 및 D 등이 리스피엔씨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한 사건에서 리스피엔씨가 D 등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하면서 피고로부터 제출받은 노임직접지급요청서에는 피고가 "당사의 근로자에게" 노임을 직접 지급하지 못하여 리스피엔씨에게 그 노임을 대신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근로기준법 제44조의3 제1항 제3호는, 공사도급이 이루어진 경우로서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 대하여 지급하여야 할 임금채무가 있음을 직상 수급인에게 알려주고 직상 수급인이 파산 등의 사유로 하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하도급대금 채무의 부담 범위에서 그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가 청구하면 하수급인이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규정하는데, 원고 및 D 등은 본래 리스피엔씨와 피고 모두를 임금 지급 의무자로 하여 진정서를 작성하였으나 담당 근로감독관은 원고 및 D 등에게 하수급업자인 피고를 제외하라고 지도하였고, 이에 원고 및 D 등이 리스피엔씨에 임금을 청구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다시 제출하자 피고는 리스피엔씨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노임직접지급요청서를 교부하였는바, 리스피엔씨의 D 등에 대한 임금 직접 지급은 피고가 리스피엔씨의 하수급인이고 D 등이 피고가 고용한 근로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위 근로기준법 제44조의3 제1항 제3호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하여 피고는, 원고 및 D 등을 고용하여 이 사건 공사를 시공한 주체는 리스피엔씨인데, 리스피엔씨는 세금계산서 발행의 어려움 및 원고의 현금 지급 요구에 따른 회계 처리 문제로 인하여 원고 및 D 등에 대한 임금을 피고에게 형식적으로 입금한 후 피고로 하여금 원고 및 D 등에게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주장과 같이 리스피엔씨가 시공참여자들을 고용하여 직접 시공하는 경우라면 세금계산서 발행이 크게 문제되지 않고, 피고는 원고의 현금 지급 요구가 하도급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는 리스피엔씨의 지침에 어긋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와 같은 임금 지급 방식을 취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원고 및 D 등에게 지급할 금원을 리스피엔씨로부터 어음 교부 방식이 아닌 현금 입금 방식으로 수령하였다고 진술하는바, 피고의 위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피고는, 리스피엔씨 소속 직원들이 이 사건 공사현장을 관리한 점 등을 들어 리스피엔씨가 원고를 고용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는 피고 또한 위 공사현장에서 관리를 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피고의 위와 같은 주장사실만으로는 앞서 인정한 사실을 번복하기에 부족하다.
원고의 노무 제공 여부
살피건대, 갑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 또한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직접 시공에 참여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대되는 증인 F의 증언은 증인 F과 피고의 관계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에 관하여 피고는, D 등이 리스피엔씨로부터 체불임금 전액을 지급받자 원고가 위 체불임금 중 일정 금원만을 수령한 후 체불노임수령 확인서를 작성한 사실을 들어 원고는 노무 제공 없이 자신이 관리하는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 중 일정 금액을 자신의 이익으로 취하여 온 관리자이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별도로 지급하여야 할 임금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가 주장하는 사실만으로 D 등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원고만 노무 제공을 하지 않았다거나 원고가 자신의 노무 제공 사실이 없음을 인정하고 임금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통상의 경우 '오야지'는 근로자들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관리하는 근로자들과 함께 직접 작업을 한다.
원고는 D 등에 대한 체불임금 중 D 등으로부터 받아야 할 식대 및 경비를 수령하였다는 내용의 체불노임수령 확인서를 작성하였을 뿐인바 위 체불노임수령 확인서가 곧 원고 자신의 임금 및 경비에 관한 채권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원고는 체불노임수령 확인서 작성 이후 근로감독관의 조언에 따라 리스피엔씨를 상대로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가 D 등과 달리 리스피엔씨로부터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 것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담당 근로감독관이 원고를 피고의 재하수급인으로 보아 원고를 체불임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였기 때문인데, 원고가 D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자들의 임금 기타 근로조건을 결정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작업반장의 역할을 맡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의 재하수급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바(피고도 원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위 담당 근로감독관이 원고를 피고의 재하수급인으로 본 것은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 이후 '오야지'의 근로자성에 대한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지 원고의 노무 제공 여부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피고는 D 등을 직접 고용한 고용주임을 전제로 리스피엔씨에 D 등에 대한 임금 직접 지급을 요청한 사실이 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D 등과 같은 근로자에 해당함이 인정되는 이상 원고도 피고에게 고용된 근로자 중 한 사람으로서 D 등과 함께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청구금액에 관한 판단
원고는 총 공사대금에서 피고 및 리스피엔씨로부터 지급 받은 금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의 액수가 125,115,000원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미지급 임금으로서 구하나, 갑 제6호증은 작성 경위 및 작성자가 분명하지 않아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자료로 삼을 수 없고, 달리 총 공사대금 액수를 인정할 자료가 없는바, 원고의 주장과 같이 미지급임금을 산정할 수는 없다. 다만, 원고는 피고와 일당 18만 원으로 하여 노무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공사를 시행하였다고 주장하는데, F 또한 2010. 3.경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을 일당 18만 원으로 계산하여 지급한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의 진정 후 D 등이 지급받은 체불 임금은 각 근로자의 근로일수에 14만 원 혹은 18만 원을 곱한 금액임이 확인되므로, 원고에 대한 미지급 임금은 원고의 근로일수에 18만 원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함이 타당할 것이다. 나아가, 원고의 전체 근로일수를 입증할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근로일수를 모두 인정할 수 없는바, 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는 총 근로일수(2010. 4.부터 2010. 11.까지)에 18만 원을 곱한 금액을 원고의 미지급 임금으로 본다.
피고의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가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임금 채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위 임금 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한다. 살피건대,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임금 채권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49조가 정하는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고, 피고는 원고의 임금 채권에 대하여 D 등이 작성한 체불노임수령확인서(을 제5 내지 11호증)를 통해 인정할 수 있는 노무 제공 종료일인 2011. 7. 3.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는바 이에 관하여 원고가 다투지 않으며, 원고의 이 사건 소가 위 기산점으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인 2014. 8. 5.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임금 채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되었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가 2011. 12. 14. 리스피엔씨에게 노임직접지급요청서를 작성하여 준 것이 원고에 대한 채무승인에 해당하므로 위 임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중단되었다고 재항변한다. 그러나 갑 제2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리스피엔씨에게 공사금액 중 73,440,000원을 D 외 6명에게 직접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음이 인정되는데, 근로계약은 각 근로자가 사용자와 개별적으로 체결하는 것인바 D 등에 대한 임금 직접 지급 요청을 원고에 대한 채무 승인으로 볼 수는 없고, 가사 이를 원고에 대한 전체 채무의 일부 변제로 본다 하더라도 일부 변제가 채무승인으로서 시효중단효를 가지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그 수액에 관하여 다툼이 없어야 할 것인바, 피고가 원고에 대한 미지급 임금 및 경비의 액수에 관한 다툼 없이 위 노임직접지급요청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의 노임직접지급요청서 작성 및 제출로 인해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재항변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준민(재판장) 안희경 백상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