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F(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업무내용 및 사망
망인은 1986. 7. 22. 고무제품 생산업체인 피고(이하 '피고회사'라 한다)에 생산직으로 입사하여 사망일인 2013. 10. 4.까지 고무원료를 섞는 혼련작업을 주로 해왔고, 약 5년 전부터는 중간관리자인 G의 직책으로 망인을 포함한 팀원 8명의 관리 및 지시업무도 병행하여 왔다.
망인은 야간근무를 위해 2013. 10. 3. 20:17경 출근하여 피고회사 내 혼련생산 작업장에서 동료근로자와 한 조를 이루어 야간생산 작업을 하였는데, 다음 날인 2013. 10. 4. 05:16경 위 작업장의 믹싱기계 아래쪽에 설치되어 있는 난방용 스팀파이프에 머리를 기댄 채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되어 인근 병원으로 긴급후송 되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인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관은, 망인의 사인이 '뇌동맥류(뇌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혈관 질환) 파열로 인한 바닥거미막밑출혈'로 판단된다는 감정의견을 밝혔다.
망인의 사망 전 근무형태 및 근무상황
망인의 근무형태는 1주일씩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번갈아하는 주·야간 2교대로서, 주간근무시간은 08:00부터 17:00까지, 야간근무시간은 21:00부터 08:00까지이고, 주간에는 식사시간이 12:00부터 12:40까지, 휴식시간이 10:00부터 10:10까지, 15:50부터 16:00까지, 18:00부터 18:30까지이고, 야간에는 야식시간이 02:00부터 02:40까지, 휴식시간이 00:00부터 00:10까지, 05:30부터 05:40까지이다.
망인은 사망하기 약 1년 6개월 전부터 주간근무 시에는 1시간 30분가량 일찍 출근하여 20분가량 늦게 퇴근하였고, 야간근무 시에도 40분 내지 50분가량 일찍 출근하여 20분가량 늦게 퇴근하였는데, 지문인식기에 의하여 확인된 망인의 사망 전 1주 동안의 평균근무시간은 62시간 37분이고, 사망 전 4주 동안의 1주 평균근무시간은 45시간 41분이며, 사망 전 12주 동안의 1주 평균근무시간은 48시간 27분이다.
한편 고용노동부고시 제2013-32호는「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과 관련하여 근로자의 업무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업무시간에 관하여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망인의 건강상태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만 51세의 남자로서 키 171cm, 몸무게 84kg였다.
망인은 평소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았고, 피고회사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실시한 건강검진결과에 의하면 망인의 건강상태는 정상이었으며, 뇌졸중 위험도는 경도(낮음)이었는데, 조치사항으로 당뇨관리, 간기능 관리, 이상지질혈증 주의, 혈압관리, 비만관리를 위해 운동, 식이요법, 주기적 검사 등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한편 망인의 혈압은, 정상수치가 120mmHg 미만/80mmHg 미만인데, 2008년과 2009년에는 120/80mmHg, 2010년에는 128/80mmHg, 2011년에는 135/85mmHg, 2012년에는 138/88mmHg로서 해마다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망인의 가족관계
원고 A는 망인의 어머니, 원고 B은 망인의 배우자, 원고 C, 원고 D, 원고 E은 망인의 자녀들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8호증, 제9호증의 4, 6, 8, 을 제13호증(갑 제9호증을 제외한 나머지 서증 중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들의 주장
망인은 피고회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지주막하출혈로 사망에 이르렀는바, 피고회사는 작업 중 근로자가 질병으로 쓰러진 경우 곧바로 발견하여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작업장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작업환경을 안전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고,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피고회사는 고용계약에 부수한 근로자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하여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회사는 이 사건 사고발생 직전에 망인에게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지시하여 근로기준법 제53조를 위반하였으므로, 위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에 기하여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의 주장
망인의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사망은 업무와의 관련성이 없고, 피고회사는 망인의 뇌출혈로 인한 사망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으므로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판단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업무관련성 유무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제1심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망인은 피고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느라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과로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그 같은 과로와 스트레스가 망인이 평소 지니고 있던 뇌혈관 질환인 뇌동맥류 파열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는 볼 수 있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일로부터 약 5년 전부터 중간관리자인 G의 직책을 맡으면서 자신의 고무원료 혼련작업을 수행하는 것 이외에도 팀원들의 업무를 지시·관리하는 한편, 작업장의 결원이 생기는 경우 그 작업자의 업무를 맡아하기도 하였는데, 승진에 따른 업무량과 책임감의 증가가 망인에게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망인의 혈압수치는 망인의 G승진 무렵부터 정상수치 범위를 벗어나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망인의 업무량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망인은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1주일 단위로 번갈아하는 주·야간 2교대근무를 함으로써 수면시간과 생리적 리듬이 수시로 바뀌는 불규칙한 생활을 하였고, 사망에 이르기 약 1년 6개월 전부터 주·야간근무시간 전에는 40분에서 1시간 30분가량 일찍 출근하고, 주·야간근무시간 후에는 20분가량 늦게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해왔는데, 이러한 생활환경이 망인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부담을 주었다고 보여 진다.
망인의 사망 전 4주 동안의 1주 평균근무시간과 사망 전 12주 동안의 1주 평균근무시간은 고용노동부고시에 의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과의 관련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나, 위 고시에서 정한 사망 전 평균근무시간 기준이 질병과 업무와의 관련성 유무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의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망인의 사망 전 1주 동안의 평균근무시간은 62시간 37분으로서 이전보다 급격히 증가하였는데(식사시간, 휴식시간, 샤워시간, 착탈의시간 등이 위 평균근무시간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상당한 근무량이다), 이러한 평균근무시간의 급증 역시 망인의 신체 상태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장은, '망인의 경우 고혈압, 가족력, 흡연 등의 과거력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망인의 동맥류가 출혈의 가능성이 많은 부분에 위치하고 있어 반드시 고혈압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출혈이 일어날 수 있는 부위인데, 의학적으로는 흥분, 과로 또는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뇌출혈의 촉발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그 원인만으로는 뇌출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하면서도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혈압이 상승될 수 있으며, 특히 혈압의 상승이 순간적으로 일어났다면,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지주막하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피고회사의 업무 이외에 망인이 특별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거나 망인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요인이 있었다고 볼 만한 별다른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일에 가까울수록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과로가 질적, 양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었다.
예측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와 을 제2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H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회사가 망인에게 고무연료 혼련작업과 G으로서의 업무를 계속 부과할 경우 그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를 우려가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에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회사는 이 사건 사고발생 전인 2013. 2.부터 생산직 정기안전보건교육 활동의 일환으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연, 금주를 촉진하기 위한 강연실시 등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실시해오고 있다.
피고회사는 2012. 8.부터 망인을 이상지질혈증 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망인에게 피고회사의 건강관리실을 방문하여 상담을 받도록 안내하거나 주기적으로 산업보건의의 면담 및 혈액검사를 실시하기도 하였는데, 대한산업보건협회는 2012. 10. 피고회사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건강검진결과를 토대로 뇌·심혈관질환 발병위험도평가를 한 후 2013. 2. 작성한 결과보고서에서, 망인에 대한 평가결과는 정상이고, 망인이 치료대상은 아니지만 발병위험인자가 있을 경우 향후 위험군에 속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험인자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였는데, 이는 뇌동맥류 증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조치내용에 불과하다.
망인은 평소 주말과 공휴일에는 대부분 근무를 하지 않았고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별다른 제한 없이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이며, 작업내용도 망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중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뇌동맥류라는 질환이 일반인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질환은 아니다. 그리고 망인이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극심한 두통, 의식 저하, 보행 장애, 기억력 장애 등과 같은 뇌동맥류와 관련된 증상을 보였다거나 위와 같은 증세로 근무를 거부하는 등 업무수행에 지장이 있다는 점을 피고회사에 알렸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으며, 피고회사가 이를 알거나 쉽사리 알 수 있었다고 볼 자료도 없다.
망인의 뇌동맥류는 반드시 고혈압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있다는 원인만으로는 뇌출혈이 발생하지 않으며, 이 사건에 있어서도 망인에게 뇌동맥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뇌출혈이 발생했으리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은 없다.
망인이 쓰러진 후 구호조치에 피고회사의 잘못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피고회사가 작업 중 근로자가 질병으로 쓰러진 경우 곧바로 발견하여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작업장에 CCTV를 설치할 의무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회사에게 모든 작업장에 CCTV를 설치해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볼 근거가 없고, 설사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망인의 사망결과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망인이 쓰러진 후 피고회사의 구호조치에 무슨 잘못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불법행위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본 것처럼 망인의 사망 전 1주 동안의 근무시간은 62시간 37분이었고,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허용하는 한도의 주당 근로시간(연장근로 포함)을 크게 넘어선 것이므로 망인에게 그 같은 근로를 요구한 피고회사의 조치는 위법한 것이다. 또한 그 같은 과다한 근로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도 있음은 앞서 3.가.항에서 보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피고회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같은 과다한 근로로 근로자인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점을 피고회사가 예측하였거나 예측할 수 있었어야 함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앞서 3.나.항에서 본 것처럼 피고회사에게는 망인이 과로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예측가능성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해야 하는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수(재판장) 송재윤 박근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