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운영하는 업체에서 감사로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C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임에도, C를 근로자로 보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에서 선고한 벌금 400만 원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피의자는 부산 부산진구 D에 있는 (주)E의 대표이사로 상시 3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시설관리업을 경영하는 사업경영담당자로서의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퇴직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는 위 사업장에서 2009. 6. 4.부터 2014. 7. 15.까지 사무관리 업무를 담당하다 퇴직한 C의 별지 체불금품 내역과 같은 임금합계 59,762,702원, 퇴직금 7,108,460원 등 금품합계 60,381,242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사실 없이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의 각 증거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즉 피해자가 감사로서의 본연의 업무 외에 상가시설관리, 근로자 관리감독, 경리나 회계업무 등을 담당해왔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으며, 업무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보고하거나 피고인으로부터 결재를 받으면서 위와 같은 일을 담당해온 사실에 의하면 피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한편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를 거쳐 임명되고(상법 제382조 제1항), 그 등기를 하여야 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선임된 이사만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상법에서 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이러한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로부터 일정한 사무처리의 위임을 받고 있다(상법 제382조 제2항). 따라서 이사가 상법상 정하여진 이사로서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회사의 경영을 위한 업무를 함께 담당하는 경우에, 그 담당하고 있는 전체 사무의 실질이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한다면, 그 이사는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28228 판결, 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다2259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주식회사의 이사가 정관이나 주주총회의 결의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한 보수를 받는 경우에 원칙적으로 이는 상법 제388조의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그 보수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이라 할 수 없으며, 또한 회사의 규정에 의하여 이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그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한 퇴직금이 아니라 재직 중의 위임 사무 집행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의 일종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 보수 및 퇴직금 지급에 관한 사정을 이유로 하여 이사의 지위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도6537 판결 등 참조).
한편, 감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고(상법 제409조 제1항), 주식회사의 기관으로서 이사의 직무의 집행을 감사하고 이사회·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하는 등 상법에서 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회사와 감사의 관계에는 위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고(상법 제415조, 제382조 제2항), 감사의 보수 역시 정관 또는 주주총회에 결의에 근거한 것(상법 제415조, 제388조)이라는 점 등에서 위와 같은 법리는 감사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판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C가 2009. 6. 4. 주식회사 E(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감사로 선임되어 2014. 7. 15.까지 감사로 근무한 사실, 이 사건 회사는 2009년경부터는 이사 3명, 감사 1명 등 임원 4명과 방재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2명으로 운영되었는데, 이 사건 회사 정관에 감사는 비상임직이고 비상임 임원에게는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C는 감사로 근무하는 기간에 통상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 5일 이 사건 회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 부과, 지출결의서, 일계표, 급여대장 등 회계서류의 작성 등의 업무까지 처리하였고, 2009. 6.경부터 2011. 11.경까지는 월 150만 원 상당의, 2011. 12.경부터는 월 280만 원 상당의 보수를 지급받기로 하였으며, 이 사건 회사에서는 C를 고용보험 등에 가입하게 하고, 그 보수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것으로 처리하여 온 사실, C가 작성한 일계표, 급여대장, 지출결의서 등에는 감사의 결재 란 외에 대표이사의 결재 란이 있고, 피고인이 C로부터 이를 제출받아 검토한 후 결재를 하여 온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는 그 소재지에 위치한 집합건물인 E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관리업 등을 목적으로 1999. 12. 9. 설립된 회사로서, 그 발행주식은 위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소유면적의 비율대로 인수한 사실, 그런데 개점 당시부터 이 사건 건물에 대한 분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후에도 상가가 활성화되지 않자, 이 사건 건물의 상당 부분을 분양받아 이 사건 회사의 대주주 지위에 있는 주식회사 지엠씨에스는 이 사건 건물의 상가 활성화를 위하여 이 사건 건물의 일부를 분양받은, 각 이 사건 회사의 주주인 피고인 및 C에게 이 사건 회사의 운영 및 상가활성화 조치 등의 업무를 맡기기로 한 사실, 이에 C는 2009. 6. 4. 이 사건 회사의 감사로 선임되기 전인 2006. 11. 10. 이 사건 회사의 이사로 선임되면서 위 회사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후 2006. 12. 15.에는 위 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되었다가 2008. 1. 14. 이사 및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다음, 2009. 6. 4. 위 회사의 감사로 선임되어 2014. 7. 15.까지 감사로 근무하였고, 한편 피고인은 2005. 5. 27. 이 사건 회사의 감사로 선임되어 2008. 1. 14.까지 근무하다가 2009. 6. 4. 위 회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되어 현재까지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회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건물의 상당부분이 공실로 남아있어 입점업체로부터 관리비를 제대로 징수하지 못하는 등의 사정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되어 따로 회계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고 그 관련 업무를 감사인 C가 맡아 처리하였는데, 당시 이 사건 건물에 입점한 업체가 3개 정도에 불과하여 위 업체에 대한 공용부분 관리비 부과업무, 월계표, 급여대장, 지출결의서 등 회계서류 작성업무가 그리 많지 않았던 사실, C는 근무시간, 휴게시간, 휴일 등의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는 사실, 피고인이 C가 작성한 서류에 결재하는 것 외에 C의 근무시간이나 근무내용 등을 지적·지시하거나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한 바 없었고(실제로 C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고, 이 사건 회사에 나오지 않았던 날도 상당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C가 받은 보수는 그 당시의 임원 보수액에 해당하는 사실, C는 평소 이 사건 회사의 법인사용인감을 관리하고 있었고, 이 사건 회사에서 C와 피고인만이 식대 및 차량 주유대금 등을 임원 판공비 명목으로 지급받은 사실, 이 사건 회사의 매장 임대 등 중요한 의결사항이 있는 경우 이사회 등의 임원 모임에 C도 참석하여 의견을 교환한 사실, 이 사건 회사에서는 대표이사 외에 나머지 임원들에 대하여도 고용보험 등에 가입하게 하고, 그 보수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온 사실, 이후 C는 2014. 7. 14. 이 사건 회사 이사회에서 감사를 비상임으로 변경하고 감사에 대한 급여 지급을 중단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자 2014. 7. 15. 이 사건 회사에서 퇴직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① C가 당초 이 사건 회사의 대주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상가 활성화를 위하여 관련 업무를 처리하여 줄 것을 직접 의뢰받아 이 사건 회사에서 이사 및 대표이사로 근무하기 시작한 점, ② C가 이 사건 회사의 감사로서 등기되어 있었고, 이에 따라 상법상 감사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그 보수도 다른 임원의 보수 상당액을 지급받기로 되어 있었던 점, ③ C가 감사로서의 업무 외에 실제로 담당한 업무는 별도의 회계 담당직원을 채용하지 못하는 이 사건 회사의 사정상 그 처리가 불가피한 것에 한정된 것으로 보이고, 그 업무량도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C가 작성한 서류를 피고인이 결재한 것은 위 서류가 원래 회계 담당직원이 일상적으로 기안하여 감사 및 대표이사의 결재도 받아야 하는 종류의 것이었기 때문이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별도의 회계 담당직원이 없는 이 사건 회사의 사정상 C가 위 서류를 작성하여 피고인이 이를 결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C에게 업무상의 지시·감독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⑤ C가 이 사건 회사에 정시에 출근하여 근무하지 않은 날도 상당 수 있었으나, 피고인이 C의 근무시간이나 근무내용 등을 지적·지시하거나 이에 대한 제재를 가한 바 없었던 점, ⑥ 이 사건 회사에서는 C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외에 나머지 임원들에 대하여도 고용보험 등에 가입하게 하고, 그 보수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온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비록 C가 감사로서의 업무 외에 회계 담당직원의 업무를 처리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의 등기 감사로서의 명칭이나 직위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에 불과하다거나 C가 담당한 전체 업무의 실질이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공소사실
판시 이유 제2의 가항 기재와 같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