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17. 12. 8. 선고 2017노180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내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I, J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은 각 무죄.

이 판결 중 무죄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점

H에 대한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원심에서 증거로 사용하는 데에 동의한 바 없고, 원진술자인 H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 등에 의해 진정성립이 인정된 바 없음에도, 원심은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했으므로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나.

I, J의 근로자성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점

I과 J은 H에게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며, 실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출력일보 기재와 같이 근로를 제공하지도 않았다.

다.

양형부당의 점

원심의 형(벌금 2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주장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의 원심 변호인이 제2회 공판기일 전에 H에 대한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에 관하여 부동의하는 취지의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검사 제출의 증거에 관하여 동의 또는 진정성립 여부 등에 관한 피고인의 의견이 증거목록에 기재된 경우에는 그 증거목록의 기재는 공판조서의 일부로서 명백한 오기가 아닌 이상 절대적인 증명력을 가지게 되는데(대법원 1998. 12. 22. 선고 98도2890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제2회 공판기일에 사경 작성의 H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관하여 동의한 것으로 증거목록에 기재되어 있고(소송기록 제2면), 원심 재판장이 위 공판기일에 검사 측 증인 I에 대한 신문 및 피고인 신문을 위해 변론을 속행한 점(소송기록 제47면)에 비추어 보면, 위 기재는 오기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I, J의 근로자성에 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 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도2122 판결 참조).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을 토대로 ① H은 'I, J 등 11명에게 일급을 주겠다고 하면서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자고 제의했다'고 진술했고, 이는 H과 주식회사 E 현장대리인 사이에 작성된 2014. 12. 8.자 약정서 기재와 부합하는 점, ② I은 원심 법정에서 자신이나 J은 일당을 받기로 했을 뿐 H과 성과금 약정을 한 바 없고, J은 형틀목공 업무를 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③ 피고인이 확인한 출력일보에는 형틀팀장 H 아래 I, J 및 다른 근로자들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I, J과 다른 근로자들 사이에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점, ④ H과 주식회사 E 사이에 작성된 2015. 1. 9.자 약정서에는 I, J에 대한 성과금 지급 취지의 기재가 있으나, 그것만으로 H이 I, J에게 성과금 지급 약정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하면, I, J도 일당을 지급받는 조건 하에 H의 지시에 따라 노무관리, 형틀목공 등의 근로를 제공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든 위와 같은 사정과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I과 J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H에게 근로를 제공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 I은 수사기관에서 자신은 피고인에게 고용된 근로자이고, H으로부터 '임금은 주식회사 E에서 직접 지급할 것'이라고 들었으며, 따라서 H에게 임금 지급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고(증거기록 제65, 68면), H도 자신은 이 사건 공사현장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증거기록 제255면). 즉, 적어도 H과 I 간에 고용 관계가 없다는 점에 관하여는 두 사람의 진술이 일치한다. 이는 H이 I에게 임금에 관한 고소권한을 위임한 점(증거기록 11, 21면), I이 작성한 임금체불 근로자 명단에 H도 포함되어 있는 점(증거기록 제31, 34면)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알 수 있다.

㉡ H은 수사기관에서 '주식회사 E 현장소장인 O으로부터 아파트 신축공사 중 타업체가 하던 철근콘크리트 거푸집 설치, 해체, 정리 작업을 해주면 평당 21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 이를 수락했고, 피고인과도 같은 내용의 약정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증거기록 제253~254면). 피고인도 'H과 물량 단위로 약정했고 시수 단위로 약정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고(증거기록 제268면) O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여(증거기록 제571면) 이에 부합한다. 따라서 주식회사 E과 H은 물량 단위의 도급 계약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I은 자신이 주식회사 E의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도 '입사 당시 서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없으며 다만 주식회사 E P 차장과 현장소장으로부터 일급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증거기록 제30면). 그러나 P과 현장소장 O은 모두 '주식회사 E은 H에게 평당 단가에 따른 공사대금만 주면 되기 때문에 H과 근로자들 간의 임금 조건에 관해서는 아는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증거기록 제572, 574면). 그 밖에 I과 J이 주식회사 E에 직접 고용되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

㉣ J은 2014. 12. 23. 장모 S 명의로 T의 거제시 U 주택을 보증금 2,000만 원, 월차임 50만 원에 임차했고, S는 'J이 데리고 일하는 인부들의 숙소를 마련하기 위해 위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는데, 임대차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T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의 소를 제기하여 조정으로 종결되었다(증제5, 6호증). 이는 J이 단순 형틀목공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다.

㉤ I은 출력일보에 형틀목공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목수 100여 명의 노무관리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고(소송기록 제57~58면), 다른 근로자들의 임금 수령을 위임받거나(증거기록 제74면 등) 앞서 본 바와 같이 미지급 임금에 관한 고소권한을 위임받는 등 다른 근로자들과 구분되는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H이 작성한 2015. 1. 9.자 약정서(증거기록 제58면)에 기재된 '위 사항 불이행시 근로자 노임 2015년 1월 1일부터 투입입된 일일 노무비는 ₩140,000원을 노무자 개인으로 직불 처리한다. 단, H/I/J/K씨 노임(성과금)은 성과금 정산 후 지급 처리한다(성과금 부족시 H씨가 민형사상 책임진다).'는 문구에 비추어 보아도 그러하다.

㉥ I이 원심 법정에서 위 ②에서 본 것과 같은 취지로 진술한 바는 있으나, 앞서 본 사정들에 I은 피고인을 상대로 임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재판 진행 중인 당사자인 점(소송기록 제68~70면)까지 더해보면 I 진술의 신빙성은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 결국, H이 피고인(법률적으로는 주식회사 E)과 물량 단위로 이 사건 공사현장의 철근콘크리트 거푸집 설치, 해체, 정리 등의 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I, J 등과 함께 인부들을 모아 위 공사를 완료하고 그에 따른 성과금(평당 단가로 계산한 공사대금에서 인부들의 노임을 공제한 금액)을 수령하고자 했으나, 과잉 인력 사용 등으로(증거기록 제554면) 성과금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인부들에 대한 임금체불에까지 이르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I, J에 대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각 근로기준법위반죄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고, 위 각 죄와 나머지 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리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한편, 피고인의 변호인은 당심에서 I, J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고소를 취소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고소의 취소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의 철회는 공소제기 전에는 고소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기관에, 공소제기 후에는 고소사건의 수소법원에 대하여 이루어져야 하므로(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7264 판결 참조), 위 근로자들이 민사소송 과정에서 일부 청구취지를 감축한 것만으로는 고소를 취소했다고 할 수 없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