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19. 7. 3. 선고 2018나62287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건설장비대여업자로서 피고와 사이에, 부산 부산진구 C 외 6필지 소재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 신축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에서 원고가 위 건물 외부에 있는 하이랜더(high lander, 고층건축자재 운반차)를 이용하여 위 건물 외부에 적재된 벽돌 등의 건축자재를 위 건물 2층과 3층으로 운반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위 계약에 따른 작업 첫날인 2017. 6. 5.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시작하였고, 당일 점심시간 이전에는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의 외부에서 하이랜더를 작동하여 벽돌 등의 건축자재를 올려주고, 원고의 직원인 F이 피고의 직원과 함께 위 건물 2층에서 자재 등을 받는 작업을 하였다.

다.

그런데 원고는, 같은 날 12:43경 신고를 받고 12:50경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하여 이 사건 건물 2층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라.

원고가 부상을 당한 시간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점심시간이었고, 원고 외에 다른 작업자들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 없었으며, 점심을 먹고 돌아온 피고의 직원들이 원고를 발견하고 119 구급대에 신고한 것이다.

마.

원고는 같은 날 E병원으로 이송되어, 경추 MRI 검사결과 경추(목뼈) 3, 4번 응축성척수병증, 경추 3 내지 5번 추간판탈출증, 경추 3번 후종인대골화증 진단을, 흉부 CT 검사결과 좌측 3 내지 6번 갈비뼈 골절 진단을 받고, 2017. 7. 7. 신경검사결과 경추 5, 6번의 신경병증 진단을 받은 후, 2017. 6. 15. 경추 3, 4번에 대하여 후방감압술 및 유합술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6, 7, 9, 11, 12호증의 각 기재, 갑 제10, 13, 14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의 각 영상, 갑 제15호증의 일부 기재, 을 6, 7호증의 각 일부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원고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건축자재를 놓을 곳을 확인하기 위하여 이 사건 건물의 3층에 올라갔다가, 별지 사진과 같은 개구부(이하 '이 사건 개구부'라 한다)에 빠져 2층으로 추락하여 위 상해를 입었다. 피고에게는 위 개구부를 덮어 놓는 등의,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호조치를 취할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의 의무와 공작물의 점유자로서 공작물을 안전하게 설치·보존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피고가 위 각 의무를 위반하여 원고가 위와 같은 상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189,630,23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

피고

피고는 근로자가 아닌 원고에 대하여는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호조치 의무를 규정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건물에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 아닌데, 원고가 아무도 없는 점심시간에 무단으로 위 건물에 출입하여 부상을 당한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는 피고에게 책임이 없다. 뿐만 아니라 원고의 부상은 위 개구부에서 떨어져서 입은 것이 아니다.

3.

판단

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1)

살피건대,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에 의하여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보호조치 의무를 부담하고, 여기에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6다277538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앞서 본 기초사실 및 증거들에 의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루어진 자재 운반 계약이 고용계약의 형식이 아닌 도급계약의 형식을 띠고 있는 점, ②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전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거나, 지속적인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또한 원고는 독립적으로 직원을 고용하여 원고의 책임 아래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게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종속적인 관계의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에게는 원고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의 의무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공작물책임 여부에 대한 판단

1)

살피건대, 공작물책임은 공작물의 점유자 또는 소유자가 공작물을 안전하게 설치·보존하여 타인의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바탕으로,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부작위에 대하여 점유자 또는 소유자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부작위에 대한 책임은 모든 타인에 대하여 무한정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최소한 공작물을 이용 또는 접근할 자격이 있는 자에 대한 작위의무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격이 전혀 없는 무단침입자 내지 무자격자에 대하여는 점유자 내지 소유자에게 공작물을 안전하게 유지할 작위의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한 공작물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1977. 11. 8. 선고 77다1486 판결 참조).

2)

그런데 앞서 본 기초사실 및 증거들에 의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사고 당일 원고와 함께 이 사건 공사현장을 방문한 원고의 직원인 F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인 반면,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독립사업자인 사실, ② 따라서 원고는 당일 오전에는 이 사건 건물 외부에서 하이랜더를 조종하는 작업만 담당하고, 그 피용자인 F이 위 건물에 출입하여 피고의 직원들과 함께 위 건물 내부에서 자재 등을 운반하였던 사실, ③ 또한 원고는 하이랜더를 조종하여 이 사건 건물 밖에서 자재 등을 올려주는 역할을 할 뿐, 자재 등을 내릴 위치를 결정할 권한이 없어 위 건물에 출입할 필요가 없었던 점, ④ 일반적으로 공사 중인 건물은 위험성 때문에 모두에게 접근이 허락된 공간이 아니라 관리자의 통제하에 허락된 사람만이 출입할 수 있는 특수한 장소인 점, ⑤ 그런데도 원고는 최소한의 안전보호조치나 관리자의 관리·감독 없이 무단으로 공사 중인 건물로 출입하여 사고를 당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게는 아무도 없는 점심시간에 관리자의 허락 없이 사고의 위험 요소가 산재하여 있는 이 사건 건물에 출입할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에게는 원고와 같이 무단으로 출입하는 사람을 대비하여, 점심시간 동안 모든 위험한 시설을 차단하고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사고 경위에 대한 판단

1)

설령 원고에게 점심시간 동안 이 사건 건물에 출입할 자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들로부터 알 수 있는 아래 2)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개구부 밑 2층에서 갈비뼈가 부러진 채 발견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개구부에서 떨어졌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① 쓰러져 있는 원고를 최초로 발견한 G과 피고 측 직원인 H은 원고를 발견할 당시 이 사건 개구부가 유로폼으로 덮여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위 개구부는 그 크기가 폭 40cm, 길이 100cm 정도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그 폭이 성인 남성 두 뺨 정도에 불과하여, 사람이 빠질 경우 팔이나 몸이 구멍에 부딪히며 상처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데도, 원고는 발견 당시 팔이나 몸에 별다른 찰과상 등의 상처가 없었던 점, ③ 또한 제1심법원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원고는 2015. 1. 28.부터 2015. 2. 4.까지 하악부(턱)의 열린상처로 총 5회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어, 갑 제6호증(구급증명서)에 기재되어 있는 턱밑 열상도 이 사건 개구부에서 떨어져서 생긴 상처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④ 일반적으로 위 개구부와 같은 크기의 구멍에 빠졌을 경우 하체 쪽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원고에게는 발이나 다리, 골반, 엉덩이 등 하체 쪽 부상은 보이지 않는 점, ⑤ 설령 원고가 위 개구부에서 중심을 잃고 회전하여 상체 쪽으로 떨어졌다고 보더라도, 머리나 손, 팔, 어깨 쪽의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던 점, ⑥ 또한 갑 제12호증(손해사정보고서)에 나타나 있는 부상인 경추(목뼈) 부위의 응축성척수병증, 추간판탈출증, 후종인대골화증은 만성질환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 사고에 의한 외상이 아니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점, ⑦ 나머지 부상 부위인 갈비뼈 골절의 경우에도 추락이 아니라 장애물에 걸려서 넘어지는 등 다른 충격과 요인에 의해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어, 위 골절의 원인을 추락으로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이 인정된다.

라.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으므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성금석(재판장) 강윤진 김유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