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주식회사 ○○○에서 근무하다가 구음장애, 쉰목소리, 균형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났는데 2017. 6. 30. 퇴사하였고, 2017. 7. 12.경 파킨슨증후군에 대하여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거쳐 2019. 5. 8. 원고에게 파킨슨증후군이 있고 트리클로로에틸렌(trichloroethylene, 이하 'TCE'라고만 한다)을 포함한 복합유기용제 노출이 확인되나, 그 노출기간과 신청상병의 발생까지의 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단기간이어서, 파킨슨증후군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9. 5. 8.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내지 13호증, 을 제1 내지 11호증(가지번호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또는 영상,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 법원의 ○○○○○○○ 학회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말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위와 같은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 증명책임은 여전히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두13055 판결, 2001. 4. 24. 선고 99두12137 판결,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6두10580,2006두10597(병합)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TCE 노출로 파킨슨증후군이 발병되었다거나, 그 노출이 원고의 기왕증을 자연경과적 속도보다 현저하게 악화시켜 파킨슨 증후군을 발병하게 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TCE가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지러움, 피로감, 두통, 중추신경계 억제 증상, 인지 및 기억력 저하, 졸음, 환각, 인지 이상, 근긴장저하, 근육경련, 건반사의 감소, 시각-운동 협조의 장애와 급격한 혼수 및 사망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근긴장저하나 시각-운동 협조의 장애 증상이 원고의 증상과 유사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파킨슨증후군의 증상이기도 하며, 종합병원에서 임상적 판단(소뇌기능장애, 자율신경계장애)과 영상학적판단(뇌자기공명영상에서 소뇌위축)을 근거로 원고를 파킨슨증후군 중 다계통위축증 소뇌형으로 진단하였다. 원고에게 이와 같이 소뇌의 기질적 변화가 관찰된 이상, 구음장애나 균형장애는 원고의 다계통위축증에 의한 파킨슨증후군으로 야기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TCE의 단기 노출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신청상병 역시 '파킨슨증후군'이었다.
사업장에서 원고에게 적절한 보호장비를 제공하거나 정기적으로 환기를 하지 않아, 원고가 다소 높은 농도의 TCE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원고는 구음장애, 균형장해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사업장에서 2개월 정도만 TCE틀 취급하였다. 현재 산업안전보건공단의 TCE에 대한 관리지침이나, 이 법원의 감정의의 견해에 의하면, TCE의 단기노출이 파킨슨증후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역학조사나 의학적 근거는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고는 소뇌위축이 동반된 파킨슨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2개월 정도의 단기 노출이 신경계의 교란을 가져오는 정도를 넘어, 뇌의 기질적 변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거나 이를 촉발했다고 볼만한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였다.
사업장의 생산공정상 원고가 TCE를 취급하기 이전에도 동일 공정의 작업자가 있었다. 그런데 사업장에서 원고 이외에 파킨슨증후군이나 유사 신경증상을 보인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요양을 받은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화학제품의 건강영향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역학조사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TCE는 단순 제조업이나 피혁가공업부터 자동차부품 생산업까지 광범위한 업종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고, 그 위험성이나 건강영향에 대한 조사가 외국에서는 194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이미 이루어져, 현재에는 허용한계나 취급 지침까지 이미 마련된 상태이다. 아울러 유기용제의 고농도, 단기폭로에 의한 영향은 장기적 영향보다는 상대적으로 규명하기 쉬운 것인데도, TCE와 파킨슨증후군에 관한 유의미한 연구결과가 없다면, 그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아울러 사업장의 생산제품이 의료기기로 단순화되어 있어 그 공정도 복잡하지 않고, TCE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도 상당히 축적된 것으로 보이며, 신청상병인 파킨슨 증후군도 희귀병이라고 볼 수는 없어서, 원고가 주장 하는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두1066판결이나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판결과는 그 사안을 달리한다.
원고는 파킨슨증후군으로 진단받기 5년 전부터 렘수면행동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1년 전에는 이를 확진받기까지 하였다. 이 법원의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렘수면행동장애(RBD)와 파킨슨증후군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였으나, 피고의 주장과 같이 렘수면행동장애 환자가 파킨슨증후군 등의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신경과의 의학논문 등이 상당히 존재한다. Ronald B. Postuma etc.(2019)는 전 세계 11개국, 24개 센터의 수면 및 신경전문가들이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환자(iRBD) 1,280명을 대상으로 추적조사한 결과[나이 평균 66.3세±8.4, 82.5%가 남성, 추적기간 평균 4.6년(1년~19년)]를 발표하였다. 위 연구결과에 의하면,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환자는 연간 약 6.3%, 12년 후에는 무려 73.6%가 파킨슨병, 루이소체치매와 다계통위축증 등 신경 퇴행질환으로 이행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원고가 이 사건 당시 약 59세의 나이였고, 렘수면행동장애를 수년간 앓아 왔던 것으로 보아, 원고의 기왕증이 자연경과적으로 진행되어 파킨슨증후군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TCE가 렘수면행동장애가 신경퇴행질환으로 전환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볼만한 증거도 제출된 바 없다.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1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