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사실이 소명된다.
당사자의 지위
채권자는 ‘H’라는 상호로 택배 서비스업 및 택배 대리점업을 영위하는 사람이고, 채무자 B은 ‘I’라는 상호로 택배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며, 채무자 C은 채무자 B의 직원이다.
채권자와 채무자 B 사이의 택배화물 집배송 위탁계약의 체결
채권자는 J 주식회사(이하 ‘J’이라 한다)와 사이에 2018. 1.경 책임배송지역을 부산 연제구 K 중 일부지역으로 정하여 위 지역 내의 J의 배송영업일체를 위탁받는 내용의 택배집배점 계약(이하 ‘이 사건 택배집배점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이후 2020. 1. 2. 위 계약기간을 2020. 1. 15.부터 2022. 1. 14.까지로 정하는 재계약을 체결하였다.
채권자는 2018. 4.경 채무자 B과 사이에 이 사건 택배집배점 계약에서 정한 업무를 채무자 B에게 위탁하되 계약기간은 2018. 4. 16.부터 1년간, 위탁 수수료는 채권자가 J으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 중 82%를 채무자 B에게 익월 15일까지 각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택배화물 집배송 위탁계약(이하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한편 채권자와 채무자 B은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경우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한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기간을 매년 갱신하기로 하였고, 이후 채권자와 채무자 B은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계약기간을 2020. 4. 15.까지 연장하였다.
채권자의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 갱신거절 통지
채권자는 2020. 3. 12. 채무자 B에게 ‘택배화물․집배송 위택계약 해지 통보의 건’이라는 제목으로 ‘채무자 B이 고용보험법을 위반하여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북부지청으로부터 부정수급액 반환 및 지급제한 처분을 받는 등으로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었으므로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계약기간이 만료하면 위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으니 계약기간 만료일인 2020. 4. 15.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마무리 해 달라.’는 의사를 통지하였고, 그 무렵 위 통지가 채무자 B에게 도달하였다.
채권자와 G과의 택배화물 집배송 위탁계약 체결
이후 채권자는 2020. 4.경 G과 사이에 이 사건 택배집배점 계약에서 정한 업무를 G에게 위탁하되 계약기간은 2020. 4. 16.부터 1년간, 위탁 수수료는 채권자가 J으로부터 지급받는 수수료 중 82%를 G에게 익월 17일까지 각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택배화물 집배송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다.
당사자들의 주장
채권자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은 채권자의 2020. 3. 12.자 갱신거절의사의 통지로 2020. 4. 15. 기간만료로 적법하게 종료되었다. 이후 채권자는 G과 새로이 택배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G에게 이 사건 택배집배점 계약에서 정한 업무를 위탁하였는데, 채무자들은 2020. 4. 16.경부터 L 노동조합의 조합원 10여 명과 함께 부산시 동구 D에 소재한 물류센터(이하 ‘이 사건 물류센터’라 한다)에서 G이 채권자의 대리점에 할당된 구역에 택배용 차량을 주차하지 못하도록 미리 다른 차량을 주차해 놓는 등으로 G이 J과 채권자로부터 순차로 배송 위탁받은 택배 물건들을 분류 및 배송하는 업무를 방해하고, 위 택배 물건 중 일부를 임의로 채무자 B의 차량에 적재하였으며, 이를 항의하는 채권자에게 폭행을 가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채무자들이 채권자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하고 있으므로 채권자는 불법행위에 기한 업무방해금지청구권에 기해 이 사건 신청취지 기재와 같은 가처분을 구한다.
채무자들
채권자의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해지는 택배집배점 내 수수료 문제를 내부 고발한 채무자 B에 대한 보복적 퇴출이자 채권자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임에도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그 교섭상대방인 채무자 B에 대하여 행한 부당노동행위일 뿐, 정당한 해지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그 효력이 없다. 한편 채무자들은 2020. 6. 1. 이 사건 물류센터 내의 지정 주차공간에 차량을 주차하거나 채권자 대리점에 위탁된 택배 물품을 배송하는 행위들을 스스로 중단하였고, 채무자 B은 J의 제안에 따라 채권자가 운영하는 집배점이 아닌 다른 집배점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택배화물 집배송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후 채권자의 배송지역 내 택배 물품은 J의 직영기사가 배송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3. 판단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종료 여부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계약기간이 2020. 4. 15.까지인 사실, 채권자와 채무자 B은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경우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한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기간을 매년 갱신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채권자가 2020. 3. 12. 채무자에게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을 갱신하지 아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여 그 의사표시가 그 무렵 채무자에게 도달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은 채권자의 위 갱신거절의사의 통지로써 2020. 4. 15. 기간만료로 적법하게 종료되었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채무자 B은 자신이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해지는 채무자 B이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음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인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먼저, 채무자 B이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주체라고 명시하고(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본문), 근로자에 관하여 직업의 종류를 묻지 않고 임금ㆍ급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노동조합법 제2조 제1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노무제공계약이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 한편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제1조),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 내용이 다르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병합) 판결, 대법원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체결과정 및 그에 따른 채무자 B의 노무의 제공과 채권자의 보수지급 형태, 채권자와 채무자 B 사이의 지휘․감독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일응 채무자 B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그러나 설령 채무자 B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사용자의 행위가 노동조합법이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전체적으로 심리․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있으므로, 필요한 심리를 다하였어도 사용자에게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존재하였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하여 그 존재 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은 그것을 주장한 근로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인데(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두412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은 계약기간을 1년으로 특정하고 있고, 당사자 사이에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으면 매년 위 계약을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할 것을 약정하였으나, 갱신거절의 의사표시에 특정한 방식이나 사유를 제한하고 있지는 아니한 점, ② 채권자는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계약기간 만료일로부터 1개월 이상이 남은 시점에 채무자에게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갱신거절의사를 서면으로 통지하였던 점, ③ 채무자 B은 그동안 채권자 대리점이 J의 타 대리점보다 높은 비율의 대리점 수수료를 징수해 왔다고 주장하여 2019. 1. 31.경 채권자로부터 그 차액에 해당하는 2,965,861원을 지급받았고, L노동조합은 2019. 4. 12. 채권자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요청을 하였는데, 이와 같은 수수료 차액의 청구와 교섭요청에도 채권자와 채무자 B은 2019. 4.월경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을 갱신하였던 점 등에 미루어 보면, 채권자가 채무자 B에게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지한 2020. 3. 12. 채무자 B이 L노동조합 임원선거에 부산지부 지부장에 입후보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채권자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인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채권자가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의 해지로써 부당노동행위를 하였음을 소명할 자료가 없다. 따라서 채무자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
피보전권리
이 사건 택배 위탁계약이 2020. 4. 15. 기간만료로 종료되었다 할 것임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채무자들이 위 계약 종료일 이후에도 2020. 5.경까지 이 사건 물류센터 내에서 채권자의 택배 운송업무를 방해한 사실은 소명된다.
이에 대하여 채권자는 불법행위에 기한 업무방해금지청구권에 기해 신청취지 기재 가처분을 구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채무자들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가처분의 피보전권리가 될 수 없고, 피보전권리로서 업무방해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이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로 다투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어떤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로부터 바로 그 행위의 금지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불법행위에 대한 금지청구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법률의 근거가 있거나 불법행위로 인해 침해된 권리가 소유권과 같이 절대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거나 인격권 등과 같이 권리의 성질상 일단 침해된 후에는 금전배상 등 사후적 구제수단만으로는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렵고 손해전보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어 사전적․예방적 구제수단으로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21 판결, 대법원 1997. 7. 22. 선고 96다5615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채권자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권리는 영업권으로서 이를 인격권이나 소유권과 같이 배타성을 가진 권리로 보기 어렵고, 그 침해로 인한 손해는 영업 손실로서 궁극적으로 금전으로 전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므로, 채권자에게 직접 채무자들에 대하여 그 침해행위의 금지를 구할 권원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보전의 필요성
보전처분은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의 존재에 관한 소명이 있어야 하고, 이 두 요건은 서로 별개의 독립된 요건이기 때문에 그 심리에 있어서도 상호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심리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8. 19.자 2003마482 결정 등 참조).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신청 제기일 이후 채무자들은 2020. 6.경부터 채권자의 택배화물 집배송 업무 방해행위를 중단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채무자 B은 이후 2020. 6.경 ‘M‘ 택배 대리점을 영위하는 N과 사이에 책임배송구역을 ‘중부산지사 연제구 구역일부(O)’으로, 계약기간을 2020. 7. 1.부터 2020. 7. 31.까지로 하는 내용의 택배화물 집배송 단기위탁계약을 체결하고 2020. 7. 1.부터는 해당 구역의 택배화물 집배송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 ③ 채권자가 채무자들의 업무방해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입은 영업상 손실 등 손해는 추후 본안소송을 통해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음으로써 회복될 수 있는 금전적 손해인 것으로 보이고, 채권자는 위 금전적인 손해 이외에 회복할 수 없는 특별한 손해의 발생 여부나 그 가능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소명하지 못하고 있는 점, ④ 채권자는 채무자들이 현재도 노조원들을 동원하여 J을 압박해서 채권자가 업무를 하지 못하게 방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를 소명할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채권자에게 금전으로 배상할 수 없는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가처분을 명해야 할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소명할만한 자료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0. 7. 6.
판사 김윤영(재판장) 조장현 이명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