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 A에게 301,481,490원, 원고 B, C에게 각 4,000,000원, 원고 D에게 2,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9. 9. 27.부터 2023. 2. 2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5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친족 및 고용관계
원고 B, C은 원고 A(F생, 남)의 부모이고, 원고 D은 원고 A의 누나이다.
원고 A는 2019. 7. 17.경 육가공 업체인 피고(대표이사 G)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부산 사상구 H에 있는 피고의 사업장 내에서 육류 가공 및 포장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사고의 발생
G은 2019. 3.경 육가공 기계인 '양면칼집기'(이하 ‘이 사건 기계’라고 한다)를 구입하여 위 사업장 건물 4층 육고기 가공작업장에 설치하였는데, 근로자들이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작업자의 부상 방지를 위한 칼날 회전부 안전커버를 제거한 채 작업함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였다.
원고 A은 2019. 9. 27. 13:50경 위 육고기 가공작업장 내에서 이 사건 기계의 선반에 묻은 핏물을 손으로 닦던 중, 왼쪽 팔이 칼날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바람에, ‘좌측 전완부 및 수부 중증 압궤 불완전 절단상 및 골절’ 등의 상해를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사고 후의 경과
원고 A은 이 사건 사고 후 519일간(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519일째가 되는 날은 2021. 2. 26.이다)의 입원치료를 받은 것을 비롯하여 2022. 4. 1.까지 치료를 계속하였으나, ‘좌측 전완부 절단’(맥브라이드장해평가표 절단-Ⅰ-3)으로 인한 영구적인 장해(노동능력상실율 49%)가 남았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사고를 산업재해로 판정하고, 원고 A에게 요양급여로 179,600,710원, 휴업급여로 63,555,120원, 장해급여(일시금 환산액)로 30,512,041원을 각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내지 10호증, 을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감정인 I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 변론의 전취지]
주장 및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원고 A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원고 A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위 인정사실에, 이 사건 사고는 피고에 의해 고용된 원고가 피고 사업장 내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점, 이 사건 기계는 회전하는 칼날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핏물제거 등의 작업이 필요한 기계의 특성상, 피고로서는 그 작업 과정에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그러함에도 피고는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커버조차 제거한 상태에서 작업하도록 방치함으로써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과실이 있고, 관련 형사사건의 결과도 이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의 사용자로서 그 보호의무위반의 결과로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손해배상의 범위
위 증거들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실에,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에 관한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은 아래와 같고, 그 계산 근거는 별지 ‘손해배상계산표’의 기재와 같다(아래에서 별도로 판단하거나 인정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한 각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소극적 손해 : 394,123,334원(도시일용노임을 적용하여 계산하였다)
휴업급여 기간 68,894,743원(다만, 입원기간 중의 일실수입은 계산의 편의상 이 사건 사고일로부터 입원기간인 519일째가 되는 날까지 연속하여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보아 현가하였다)
장해급여 기간 325,228,591원(휴업급여 기간 익일인 2022. 4. 2.부터 병역기간 18개월이 되는 2023. 10. 1.까지는 병역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여, 그 익일인 2023. 10. 2.부터 가동기한까지의 일실수입을 계산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일실수입 산정시 월 평균 가동일수를 18일을 초과하여 인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① 주 5일 근무제를 기준으로 할 경우 월 평균 가동일수는 21.726일[365일 × 5/7 × 1/12]이 되는 점, ② 일용노동자의 경우 휴일이나 야간까지 연장근로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점, ③ 통계수치인 일용노임 단가조차도 실제 노동현장의 노임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일용노임은 피해자가 장래 소득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인 경우가 대부분인 점(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학생, 취업준비자인 경우, 종전 법리에 따라 일용노임을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는 피해자가 실제 입은 피해를 전보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⑤ 무엇보다, 종래 손해의 공평한 분담, 법리적인 제약 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인정하는 손해배상금이 실제로 피해자가 입은 유·무형의 다양한 손해를 전보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고, 이로 인해 불법행위 피해자는 불법행위 자체로 인한 불행과 불충분한 손해배상으로 인한 경제적인 궁핍을 모두 감수하여야 하는 처지에 내몰려 왔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피해의 전보 가능성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배상기준을 정립해 가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한 점(피고는 월평균 22일의 가동일수 인정으로 인해 과다배상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극히 예외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⑥ 달리 월 평균 가동일수 인정에 관한 종전 법리가 위법하다고 볼 근거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주장은 가해자측의 이익에 지나치게 경도된 주장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적극적 손해 : 14,295,690원
기왕치료비 1,250,640원(요양급여로 전보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본인부담금 부분)
보조구 비용 13,045,050원[의수 비용(단가 90만원, 수명 2년)을 이 사건 사고일부터 여명까지 지출하는 것으로 보아 현가하였다]
공적보험의 공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으며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재해근로자를 위해 공단이 종국적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본다면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80조 제1항, 제2항 전문, 제3항 본문, 제87조 제1항 본문, 제2항 규정의 취지는 산업재해로 인하여 손실 또는 손해를 입은 근로자는 재해보상 청구권과 산재보험급여수급권을 행사할 수 있고, 아울러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사용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들 청구권 상호 간의 관계와 손실의 이중전보를 방지하기 위한 보상 또는 배상액의 조정문제를 규율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법 제80조 제3항에서 말하는 ‘동일한 사유’란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손해와 근로기준법 또는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보전되는 손해가 같은 성질을 띠는 것이어서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두724 판결).
요양급여
원고는 기왕치료비 중 요양급여 상당액을 제외한 본인부담금만을 청구하고 있으므로, 요양급여(179,600,710원)는 따로 공제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휴업급여
휴업급여액 63,555,120원을 휴업급여 기간의 일실수입 68,894,743원에서 공제한다.
장해급여
장해급여(일시금 환산액) 30,512,041원을 장해급여 기간의 일실수입 325,228,591원에서 공제한다.
책임제한
다만 원고 A도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기계가 작동 중임에도 무리하게 핏물 제거 작업을 함으로써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인정되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측 책임을 80%(원고측 과실 2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위자료
이른 나이의 원고 A이 이 사건 사고로 좌수를 절단함으로써 향후 영구적인 장해를 안은 채 살아가야 하는 점, 이로 인해 원고 A을 간병하게 된 원고 A의 부모 등 가족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러함에도 피고가 원고들의 피해 회복을 위하여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원·피고의 관계, 원고들의 연령, 지위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위자료로 원고 A에게 5,000만원, 원고 B, C에게 각 400만원, 원고 D에게 200만원을 각 인정함이 상당하다.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 A에게 301,481,490원(251,481,490원 + 5,000만원), 원고 B, C에게 각 4,000,000원, 원고 D에게 2,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19. 9. 27.부터 이 판결선고일인 2023. 2. 23.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위 각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각 일부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