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원고들의 주장
2008년도 임금협정과 그 후에 체결된 각 임금협정은 원고들의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므로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미 지급한 임금 등과 법정최저임금의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2007. 12. 27. 신설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제출된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2008년도 임금협정과 그 후에 체결된 각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에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소정근로시간의 단축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회피하려고 했던 의도가 일부 보이기는 한다(임금협정상의 통상시급이 최저임금 준수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여겨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통상시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액시키고 그에 따라 최저임금을 상회하도록 할 의도가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실제 택시운전근로자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법인 택시의 경우, 택시회사는 유류비, 보험료 등을 부담하여 택시라는 물적 설비를 택시운전근로자에게 제공하고, 택시운전근로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여 승객을 운송하여 수익을 얻는 구조이다. 그 과정에서 택시운전근로자가 일단 기준운송수입금을 달성하게 되면 택시회사에 대하여 더 이상 근로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그 이상으로 택시를 운행하여 초과수익을 얻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그 택시운전근로자의 선택에 달려 있게 된다. 그러므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택시운전근로자는 운행을 시작할 때부터 차량을 반환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사업장 밖에서 보내고, 정해진 노선이 없는 상태에서 운행 여부와 시간 등을 스스로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운행기록장치 등에 기록된 입·출고 시간, 영업시간, 빈차시간, 정차시간 등만으로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D노동조합과 E사업조합은 근로기준법 제58조 제2항에 따른 서면 합의로서 임금협정을 체결하여 업무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D노동조합과 E사업조합의 합의에 따라 정해진 소정근로시간은 기준운송수입금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과는 다르다.
택시운전근로자들은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그에 따라 초과운송수입금을 더 얻을 수 있고, 그 초과운송수입금의 증가액이 소정근로시간의 단축에 따른 기준운송수입금의 감소액을 대체하거나 오히려 상회할 수 있으므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반드시 불이익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택시운전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기준운송수입금을 낮추는 것이 오히려 본인의 수익증대를 위하여 더 유리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2005년도 임금협정부터 2019년도 임금협정까지 무려 14년이 경과했는데, 그 사이 부산 지역에서는 2006. 1. 1. 부제가 기존의 10부제에서 6부제로 변경되었고, 2007. 10. 1.에는 종전 06:00~24:00(18시간)이던 부제 운영시간이 04:00~익일 04:00(24시간)로 변경되었으며, 2008년경부터는 택시의 콜서비스가 도입되었고, 2008년과 2013년, 2017년에는 택시요금이 인상되었으며, 2017년경 복합 1차제가 도입되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택시 호출 서비스가 시작되어 대기시간이나 빈차시간이 감소되는 등 부산 지역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로시간과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정변경이 있었다.
2008년 이후의 각 임금협정 중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2008년과 2013년, 2018년의 임금협정인데, 그 때는 모두 택시요금이 인상된 때로서, 그와 같은 소정근로시간의 단축합의는 택시요금 인상에 따라 예상되는 기준운송수입금의 증액을 원하지 않았던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이에 따라 기준운송수입금은 택시요금 인상비율보다 훨씬 낮은 비율로 인상되었다).
부산광역시도 D노동조합과 E사업조합의 임금협정 체결 과정에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입장에서 E사업조합에게 기준운송수입금 인상의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나아가 원고들이 주장하는 나머지 사정들만으로는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변경된 소정근로시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영갑
각주1) ※ 소액사건의 판결서에는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에 따라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습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