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3. 6. 8. 선고 2022나46749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당심에서 추가한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1978. 8. 21. 피고(상호가 ‘주식회사 C’이었다가 2022. 1. 1. 현재의 상호로 변경되었다)의 근로자로 입사하여 방산선각팀, 방산의장팀 등에서 용접 등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8. 12. 31. 퇴직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상당한 시간 동안 작업현장의 기계음 등 소음에 노출되었고,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아래 표 기재와 같은 내용의 건강검진 진단을 받았다.

다.

원고는 2019. 1. 17. 소음성 난청에 대한 치료를 종료한 후 2020. 3. 26.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상병명 ‘감각신경성 난청, 이명’, 장해등급 일반 10급 7호의 장해판정을 받았고, 그 무렵 장해급여일시금으로 62,960,760원을 지급받았다.

라.

한편 피고가 피고의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피고와 노동조합이 2008. 8. 6.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개정 전 단체협약’이라 한다)의 내용 중 재해보상에 관한 것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2)

피고와 노동조합이 2012. 9. 27.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2012년 단체협약’이라 한다)의 내용 중 재해보상에 관한 것은 아래 표 기재와 같고(아래 밑줄 친 부분을 ‘2012년 경과규정’이라 한다), 위 단체협약에는 2012년 경과규정의 난청장해보상 기신청자(21명) 및 D1 판정자(94명)의 명단(이하 ‘이 사건 명단’이라 한다)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 명단에 원고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3)

피고와 노동조합이 2013. 7. 26.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2013년 단체협약’이라 한다)의 내용 중 재해보상에 관한 것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아래 밑줄 친 부분을 ‘2013년 경과규정’이라 한다).

마.

원고는 2020. 9. 1. 피고에게 2013년 경과규정에 따라 장해보상금 94,441,140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였고, 위 내용증명은 2020. 9. 2.경 피고에게 도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주위적 청구

1)

2013년 경과규정에 의해 발생한 장해보상금청구

2012년 단체협약의 [기타부문] 제2항 제3호 및 2013년 단체협약 제70조 제4항 제5호에서 ‘2012년 단체협약 체결일(2012. 9. 27.) 이후 장해판정자에 대해서는 회사지급분(200%)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원고는 그 이전인 2010. 10. 8. 실시한 건강진단에서 D1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으므로 위 각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2012년 경과규정 및 2013년 경과규정에서 ‘기존 회사 지급기준(200%)의 75%를 지급받을 수 있는 대상’을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된 난청장해보상 기신청자(21명) 및 D1 판정자(94명)’로 기재한 부분은 단순한 오기 또는 예시적 열거규정으로 보아야 하는바, 2012년 단체협약 체결 전에 D1 소음성 난청을 진단받았다가 이후 장해판정을 받은 원고에게도 위 각 경과규정에 따른 장해보상금을 청구할 권리가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3년 경과규정에 따라 장해보상금으로 94,441,140원(= 장해급여일시금 62,960,760원 × 기존 회사 지급기준 200% × 75%)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개정 전 단체협약에 의해 발생한 장해보상금청구

한편 개정 전 단체협약 제70조 제4항 제1호에 따라 원고는 2010. 10. 8. 실시한 건강진단에서 D1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을 때 이미 구체적 장해보상금청구권을 취득하였다. 그런데 2012년 경과규정이나 2013년 경과규정에서 ‘기존 회사 지급기준(200%)의 75%를 지급받을 수 있는 대상’을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된 난청장해보상 기신청자(21명) 및 D1 판정자(94명)’로 한정한 것은 사실상 원고가 이미 취득한 장해보상금청구권을 포기하게 하는 내용에 해당하는데, 원고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은 노동조합이 피고와 체결한 단체협약만으로 원고의 위 권리를 포기하는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2012년 경과규정 및 2013년 경과규정의 장해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원고가 제외되어 있는 부분은 원고에 대해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개정 전 단체협약에 의해 발생한 장해보상금지급의무의 이행으로서 최종 개정된 2013년 경과규정에 따른 장해보상금 94,441,140원(= 장해급여일시금 62,960,760원 × 기존 회사 지급기준 200% × 75%)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예비적 청구

2012년 경과규정 및 2013년 경과규정에 따라 이 사건 명단에 기재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별하여 이 사건 명단에 기재된 사람들에게만 장해보상금 지급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균등한 처우 원칙’에 위반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2013년 경과규정에 따른 장해보상금 상당액 94,441,14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2013년 경과규정에 의한 장해보상금청구권 발생 여부

1)

관련 법리

법률행위에 따라 작성된 처분문서에 담긴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한편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쳐 체결하는 것이므로, 그 명문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8628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단체협약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문언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문언 내용, 단체협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653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2012년 경과규정 및 2013년 경과규정에서 ‘기존 회사 지급기준(200%)의 75%를 지급받을 수 있는 대상’을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된 난청장해보상 기신청자(21명) 및 D1 판정자(94명)’라고 기재한 사실과 위 대상자에 원고가 포함되지 않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그러나 앞서 본 인정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과 을 제3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2012년 경과규정 및 2013년 경과규정은 ‘기존 회사 지급기준(200%)의 75%를 지급받을 수 있는 대상’을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된 난청장해보상 기신청자(21명) 및 D1 판정자(94명)’로 한정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이를 오기나 예시적 규정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에게 2013년 경과규정에 의한 장해보상금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①

2012년 경과규정 및 2013년 경과규정은 공통적으로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된 난청장해보상 기신청자(21명) 및 D1 판정자(94명)’에 대하여 ‘기존 회사 지급기준(200%)의 75%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2013년 단체협약에는 이 사건 명단이 첨부되어 있지는 않으나 그 대상자를 특정한 내용이나 인원이 동일하다). 특히 2012년 경과규정은 ‘위 해당자들을 제외한 향후의 난청 D1 판정자’에게 보청기 비용 등을 지급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고, 2013년 경과규정은 ‘위 해당자들 중 향후 재해승인을 받지 못한 사람’에 대해 보청기 비용 등 지급하는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러한 문언에 의하면 ‘기존 회사 지급기준(200%)의 75%를 지급받을 수 있는 대상’은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된 난청장해보상 기신청자(21명) 및 D1 판정자(94명)’로 한정된다고 해석함이 자연스럽다.

②

위 각 경과규정은 피고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비용 절감의 방법으로 피고와 노동조합이 개정 전 단체협약에서 정한 장해보상금의 범위를 축소하기로 합의하면서 마련된 것으로서, 2012년 단체협약 체결일을 기준으로 이미 난청 D1 판정을 받았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장해보상청구권에 관한 기대이익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당시에 2012년 건강진단이 모두 진행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2011년 건강진단 결과를 기준으로 이 사건 명단이 작성되었다. 위와 같이 구체적인 명단을 작성하게 된 것에는 피고가 지출하게 될 비용의 범위를 명확히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2012년 단체협약 체결과정에 참여하였던 G(노동조합측 교섭위원), H(피고측 교섭위원)은 ‘당시 이미 난청장해보상을 신청한 사람과 2011년 건강검진시 난청 D1 판정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개정 전 단체협약에 의한 장해보상청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 협의되었고, 그 대상자 명단을 확정하여 그에 대해서만 경과규정을 적용하기로 하였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다.

③

2013년 단체협약은 기본적으로 2012년 단체협약의 내용을 그대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2012년 단체협약 체결일(2012. 9. 27.) 이전 재해가 발생한 3명에 대해서 2013년 경과규정을 적용한다’는 규정도 두고 있는데([기타부문] 제3항 참조), 이 역시도 2012년 경과규정 및 2013년 경과규정이 한정적으로 대상자를 열거하였다는 점에 부합한다.

④

2012년 단체협약의 [기타부문] 제2항 제3호 및 2013년 단체협약 제70조 제4항 제5호는 ‘2012년 단체협약 체결일(2012. 9. 27.) 이후 장해판정자에 대해서는 회사지급분(200%)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앞서 본 이 사건 명단의 작성 취지, 2012년 경과규정이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향후의 난청 D1 판정자’에게 보청기 비용 등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위 각 규정은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된 난청장해보상 기신청자(21명) 및 D1 판정자(94명)’를 제외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향후 새롭게 장해판정을 받게 되더라도 2012년 경과규정 및 2013년 경과규정에 따른 장해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없음을 확인하는 의미라고 봄이 타당하다.

⑤

나아가 2012년 단체협약의 [기타부문] 제2항 제2호 및 2013년 단체협약 제70조 제4항 제5호는 “개인소송자는 노사간 동 합의사항에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규정 바로 앞부분에 2012년 경과규정 및 2013년 경과규정이 위치해 있는바, 여기서 ‘노사간의 동 합의사항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개인소송자에 대해서 2012년 경과규정 내지 2013년 경과규정이 전부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원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명단에 포함된 사람이 아니더라도 향후 업무상재해로 판정을 받아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자에 대해서도 위 각 경과규정에 따른 장해보상금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보는 것은 위 문언의 의미를 넘어서는 해석이다.

다)

따라서 원고의 2013년 경과규정에 기한 장해보상금청구는 이유 없다.

나.

개정 전 단체협약에 의한 장해보상금청구권 발생 여부

1)

개정 전 단체협약 제70조 제4항 제1호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완치 후 장해가 남아 있을 때’ 피고로 하여금 해당 근로자에게 장해보상금(장해급여액의 300%)을 지급하도록 규정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더 이상 치료에 의하여 부상 또는 질병의 호전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치료가 진행되어 장해가 고착된 상태’에 이르러야 장해보상금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2)

그런데 앞서 본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2010년에 우측에 대해서는 소음성 난청주의 C1 진단을 받고 좌측에 대해서만 소음성 난청 D1 진단을 받았으나, 이후 2011년, 2012년에는 양측 모두에 대해 소음성 난청주의 C1 진단을 받았던 점에 비추어 좌측에 대한 소음성 난청증상은 위 기간 동안 다소 호전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가 2010년에 좌측 소음성 난청 D1 진단을 받은 이후 그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거나 그러한 증상이 고착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제출되지 않은 점, ③ 원고는 2013년 이후에야 소음성 난청이 심해져서 결국 양측 소음성 난청 D1 진단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게 발병한 소음성 난청의 질병이 2010. 10. 8.경 ‘더 이상 치료에 의하여 호전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치료가 진행되어 장해가 고착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따라서 개정 전 단체협약 제70조 제4항 제1호에 따른 장해보상금청구권이 이미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개정 전 단체협약에 기한 장해보상금청구도 이유 없다.

4.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헌법 제11조 제1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는바, 여기서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1995. 2. 23. 선고 93헌바43 전원재판부 결정).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으로 인한 차별금지는 위 헌법 규정을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화한 것인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는 경우 같은 법 제114조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사회적 신분의 의미는 형벌규정의 적용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국민에게 불리할 여지가 없도록 명확하고 예측가능성이 있도록 해석하여야 하고, 확대하여 해석하여서는 안 된다.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차별금지사유로 정하고 있는 성별, 국적, 신앙은 모두 사용자의 의사나 사업장에서의 근무 형태 등과 관계없이 당해 근로자가 비교적 오랜 기간 이를 유지하면서 쉽게 변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자가 선택하여 취득할 수 없는 요소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위의 요소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이를 기준으로 평가한 사회적 지위에 따라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고정성 내지 선택불가성’과 ‘사회적 평가 수반’이라는 요소가 전제되어야 한다.

나.

구체적 판단

원고가 주장하고 있는 ‘이 사건 명단에 기재된 사람들’이라는 것은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합의하여 마련한 단체협약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고 그 내용이 변경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근로자의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명단에 기재된 사람들’인지 여부는 근로기준법 제6조가 말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당심에서 추가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윤성(재판장) 김아름 이순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