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4. 2. 15. 선고 2023가단325912 판결

주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213,601,787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1. 5. 23.부터 2023. 8. 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근로계약

G(H생, 남,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20. 7. 13. 피고 ㈜D(대표이사 피고 C, 관리이사 피고 E, 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부산 기장군 I 소재 피고 회사의 음식폐기물 재활용 사업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해 왔다.

나.

사고의 발생

(1)

망인은 2021. 5. 23. 23:10경 이 사건 사업장의 반입호퍼 하부 지하 2층에 설치된 폐수저장탱크 위에서 수중펌프 점검 작업을 하였는데, 위 폐수저장탱크는 반입호퍼로 투입된 음식폐기물이 슬러지(고체)와 침출수(액체)로 분리된 후 그 침출수를 보관하던 밀폐된 장소로서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다량 소비되어 산소 결핍이 발생하는 등 질식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

(2)

수중펌프를 점검한 망인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다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지면서 폐수(침출수) 저장탱크 내에 빠진 후 사망에 이르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다.

사고 후의 경과

(1)

원고들은 부모로서 망인을 공동상속하였다.

(2)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사고를 산업재해로 판정하고, 원고들에게 유족급여(일시금)로 각 59,239,405원씩을 지급하였다.

라.

관련 사건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2022. 9. 29.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2022고단1896)에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혐의로 공소제기되었는데, 관련된 공소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피고인 주식회사 D는 부산 기장군 I에서 상시 근로자 8명을 사용하여 음식폐기물 중간처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서 사업주이고, 피고인 C는 위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총괄하는 관리책임자이고, 피고인 E은 위 회사의 관리이사로서 음식폐기물 처리시설 관리업무 담당자이다.

1.

피고인 C, E의 공동범행

피고인 C, E은 2021. 5. 23. 23:10경 위 회사 사업장의 반입호퍼 하부 지하공간에 설치된 폐수저장탱크 위에서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G(남, 39세)로 하여금 수중펌프 점검 작업을 하도록 하였다.

위 폐수저장탱크는 반입호퍼로 투입된 음식폐기물이 슬러지(고체)와 침출수(액체) 로 분리된 후 그 침출수를 보관하던 장소이고,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다량 소비되어 산소 결핍이 발생할 수 있는 밀폐공간이므로, 밀폐공간에서 근로자 에게 작업을 하도록 하는 경우 피고인들에게는 밀폐공간 내 질식 ·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 · 위험 요인의 파악 및 관리 방안 등이 포함된 '밀폐공간 작업프로 그램' 을 수립 · 시행하여야 하고, 근로자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과 작업 중에 해당 작업장을 적정공기 상태가 유지되도록 환기하여야 하고, 작업시작 전에 산소 및 유 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여 적정 공기가 유지되고 있는지 평가해야 하고, 근로자가 밀 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작업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인을 지정하여 밀폐 공간 외부에 배치하여야 하고, 근로자가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로 인하여 추락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안전대나 구명밧줄,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를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다리 및 섬유로프 등 비상시에 근로자를 피난시키거나 구출하기 위하여 필요한 기구를 갖추어 두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밀폐공간 작업프로그램' 을 수립 · 시행하지 아니하고 위 와 같은 안전 · 보건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로 하여금 작업을 하게 하여 피해자가 수중펌프 점검 작업 중 산소결핍 상태에 노출, 질식되어 의식을 잃 은 채 위 폐수저장탱크에 추락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과실로, 동시에 피고인 C는 산업재 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 · 보건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로 하여 금 산소결핍으로 인한 질식사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주식회사 D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대표자인 C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 하여 위와 같은 위반행위를 하였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제1 내지 60호증, 을제2, 3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불법행위만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제3자의 행위 기타 귀책사유 등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손해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면 가해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56734 판결).

(2)

망인이 H생 남자인 사실은 앞서 보았고, 갑제5 내지 58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사업장에는 송기마스크, 가스측정기, 산소농도 측정기 등이 비치되어 있지 않았던 사실, 이 사건 사업장에 반입되는 음식폐기물은 많은 날에는 80~100톤 가량, 적은 날에는 10~20톤 가량인데, 이 사건 사고 당일에는 평소보다 많은 폐기물이 반입되었던 사실, 이 사건 사업장의 음식물처리시스템은 2021. 5. 22. 09:00경 가동을 중지하였다가, 2021. 5. 23. 23:10경 망인에 의해 다시 가동되었는데, 폐수저장탱크 내의 수중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폐수가 흘러 넘쳤던 사실, 이에 망인은 종전부터 피고 E에게 지시받은 대로 2021. 5. 23. 23:10:11경이 사건 사고 장소에 내려간 후 탱크 내 수중펌프의 펌프선을 잡아당겨 수중펌프를 외부로 꺼내 점검한 후 23:10:40경 다시 탱크 내로 집어넣었던 사실, 망인은 23:10:51경 갑자기 이송로(빔)를 잡으며 경련을 일으킨 후 온몸을 떨다가 23:12:04경 의식을 잃으며 탱크 내로 쓰러졌던 사실, 망인의 인두, 식도 및 기도 내에서 울혈 외에 이물질 등이 발견되지 않았던 사실, 망인의 심장 등 내부 장기에서 사망에 이를 만한 다른 질병적 특이 상태가 발견되지 못하였고, 혈액 내에서도 특이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평소 주변에 알려진 특별한 지병도 없었던 사실, 노동청의 재해조사 결과 감전에 의한 재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던 사실, 부검 결과, 혈액과 허파조직 내에서 메탄, 황화이온, 암모늄이온,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는 유의미한 정도로 검출되지 않았고 해부학적으로 직접사인이 불명이나, 이산화탄소나 질소농도 증가 등에 따른 산소결핍성 질식 등은 사후검사나 부검소견만으로 증명하기 어렵고 산소결핍으로 인한 질식사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소견인 사실, 부산과학수사연구소의 현장검증 결과 오물 등의 유기물 부패로 인한 지속적인 산소 소비와 이산화탄소 등 기체 발생 및 누적이 사고 현장 내 일시적 산소부족 상태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던 사실, 피고 E은 평소 직원들에게 '협착된 폐기물이 나오는 지하 1층에는 폐기물 자루(톤백)를 치우기 위해 가야 하지만, 날씨가 흐리면 공기가 밑으로 가라앉아 냄새가 심하니 지하 2층 입구에는 가지 말라'고 지시해 왔던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① 망인의 사망 원인과 관련하여, ㉮ 망인이 탱크 내 침출수에 빠져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으나, 부검 결과 호흡기 등에 이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탱크 내 침출수에 빠질 당시 이미 자발적인 호흡이 상실된 상태였던 것으로 판단되는 점, ㉯ 그렇다면 망인은 침출수에 빠지기 직전 모종의 원인으로 급작스런 경련을 보이며 자발호흡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 경련 현상의 원인과 관련하여, 심장질환, 질식 등이 있을 수 있는데, 부검 결과 사망에 이를 정도의 다른 기저질환이 존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점, ㉱ 반면, 수사기관의 현장검증 결과에서는 질식에 이를 정도의 산소부족 등이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음식폐기물의 특성상 그 구성이 균질적이지 않아 당시의 돌발적인 공기 구성 비율은 이를 재현하기가 극히 곤란하다고 할 것인데, 망인이 사망 직전 수중펌프를 꺼내 점검한 후 다시 침출수 탱크 내에 집어넣었으므로, 그 과정에 침출수가 휘저어지면서 질식의 원인이 되는 기체가 과도하게 분출되었거나 일시적으로 산소결핍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점, ㉲ 달리 망인의 사인을 설명할 수 있는 합리성 있는 원인을 상정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일시적 산소결핍 등에 따른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함이 상당한 점, ② 피고 C, E은 이 사건 사업장의 안전관리책임자 또는 관리업무 담당자로서 밀폐된 폐수저장탱크 설치 공간에서 작업할 경우 산소결핍으로 인한 질식의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전 산소측정, 환기, 공기호흡기의 지급, 감시인 배치 등의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위와 같은 사고예방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한 과실이 인정되므로, 위 사고에 대해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인 점, ③ 또한 피고 회사와 관련하여, ㉮ 이 사건 사고는 피고 회사에 의해 고용된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 내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 발생한 것이므로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 점, ㉯ 이 사건 사업장 내 폐수저장탱크는 밀폐된 공간에 설치된 탱크로서 산소 결핍에 따른 질식사고의 발생 위험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사용자인 피고 회사는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보호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인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공동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 및 그 유족들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위 증거들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실에,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에 관한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은 아래와 같고, 그 계산 근거는 별지 '손해배상계산표'의 기재와 같다(아래에서 별도로 판단하거나 인정한 것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한 각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소극적 손해 : 456,131,130원(도시일용노임을 적용하여 계산하였다)

(2)

공적보험의 공제

(가)

산업재해가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됨은 위와 같다. 따라서 공단은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고 재해근로자를 위해 위 금액을 종국적으로 부담한다. 재해근로자가 가입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불법행위를 원인으로 가입 사업주나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때에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80조 제1항, 제2항 전문, 제3항 본문, 제87조 제1항 본문, 제2항 규정의 취지는 산업재해로 인하여 손실 또는 손해를 입은 근로자는 재해보상 청구권과 산재보험급여수급권을 행사할 수 있고, 아울러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사용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들 청구권 상호 간의 관계와 손실의 이중전보를 방지하기 위한 보상 또는 배상액의 조정문제를 규율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법 제80조 제3항에서 말하는 '동일한 사유'란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의 대상이 되는 손해와 근로기준법 또는 민법이나 그 밖의 법령에 따라 보전되는 손해가 같은 성질을 띠는 것이어서 산재보험급여와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두724 판결).

(나)

유족급여

원고들이 수령한 유족급여 합계 118,478,810원(59,239,405원 × 2)을 망인의 소극적 손해 456,131,130원에서 공제하면, 망인의 소극적 손해는 337,652,320원(456,131,130원 - 118,478,810원)이 남는다.

(3)

책임제한

다만, 망인도 이 사건 사고 당시 산소측정으로 안전을 확인하거나 환기 등 최소한의 사고예방 조치마저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한 잘못이 인정되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측 책임을 90%(원고측 과실 1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4)

위자료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매우 이른 나이에 사망한 점, 이로 인해 부모인 원고들도 큰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러함에도 피고들이 피해 회복을 위하여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원·피고들의 관계, 원고들의 연령, 지위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위자료로 망인에게 1억원을, 원고들에게 각 2,000만원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7)

상속 : 원고들 각 221,943,544원[{337,652,320원 × (1 - 10%) + 100,000,000원} × 상속분 1/2 + 2,000만원]

다.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각 위 221,943,544원의 범위 내에서 원고들이 구하는 213,601,787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21. 5. 23.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최종 송달일인 2023. 8. 4.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따라서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이를 각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도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