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2021. 8. 31.경 범행
피고인은 2021. 8. 31. 오전경 부산 북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있는 스타렉스 승합차 안에서, 직장동료인 피해자 D(여, 26세)와 함께 현장점검을 나가던 중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는 피해자를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왼쪽 겨드랑이, 가슴, 옆구리 부위를 1회 쓰다듬어 만지고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배 부위를 1회 찔러 만졌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021. 9. 14.경 범행
피고인은 2021. 9. 14.경 부산 동래구 E에 있는 F학교 주차장에서, 피해자와 함께 건축물 현장 점검을 하던 중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 윗부분을 1회 꼬집어 만졌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강제추행을 한 사실이 없고, 설령 피고인과 피해자간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의 고의가 없다.
판단
관련 법리
성폭력 사건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진술 내용이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이고, 진술 자체로 모순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사정과 모순되지는 않는지, 또는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도3451 판결 참조).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추행의 범의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도3061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2021. 8. 31. 및 같은 해 9. 14.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2조에 정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될 여지는 있어 보이나, 이를 넘어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강제추행죄의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성범죄의 전력이 없는 사람이다. 이 사건 회사에서 피고인과 함께 근무한 동료 직원들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대체로 '피고인이 평소 다른 사람에 비해 스킨십이 잦고, 말을 할 때 어깨나 허벅지 등을 치거나 쓰다듬기도 하지만, 고의로 추행을 한다고 생각되는 정도는 아니다. 피고인이 술을 마시면 스킨십이 심해지고, 남자에 대하여도 스킨십이 잦다. 그러나 피고인이 여직원에 대하여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경우는 보거나 듣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제2회 참고인 조사 시 2021. 8. 31. 자 피해사실 중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 신체의 왼쪽 부분을 만진 것에 관하여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으나, 피고인이 보통 말을 하거나 웃길 때 습관적으로 옆 사람의 몸을 치는데, 그때도 그런 상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습관적으로 하는 행위라서 인지를 못하는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도 '당시에는 실수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인의 신체 접촉이 객관적으로 보아추행인지 여부가 분명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배 중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어떤 태도와 모습으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찌른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2023. 5. 26. 실시된 폴리그래프 검사 시 '피해자의 배를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누른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하였고, 검사 결과 피고인의 위 답변은 진실반응으로 판정되었다. 그리고 피해자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 직후 인 2021. 9. 14. 자신의 친구들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에서 '아니 남의 뱃살은왜 만지냐 조수석에 앉아있는데 설마 이거 뱃살이야? 이러면서 뱃살부분 찌름 조끼 겹친거긴한데 그게 진자 내 살이였음 어쩌려고'라고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비록 피해자가 일관되게 피고인이 배를 찔렀다고 진술하고 있어 그와 같은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보이지는 않으나, 위 폴리그래프 검사 결과와 위 메시지의 내용 및 앞서 본 직장 동료들의 진술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그것을 적절한 행위라고 볼 수는 없더라도 피고인이 특별한 의식 없이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할 목적으로 장난스럽게 피해자의 배를 가리키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입고 있는 작업용 조끼 위로 배 부위를 찌른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2021. 9. 14. 자 피해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이 '어, 머리카락이 있네?'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가슴 위쪽을 꼬집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당시에도 피해자는 현장 근무복인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1>, 피해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 윗부분에 붙은 머리카락을 집는 행위를 가리켜 '가슴을 꼬집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는 점, 피해자가 가리키는 가슴 윗부분이 반드시 성적으로 민감한 젖가슴 부위를 한정하여 가리키는 것인지 다소 의문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피고인의 행위 역시 다소 부적절하기는 하나 객관적으로 보아추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피해자는 2021. 12. 18.부터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초진 진료기록부에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사수(피고인)과 둘이서 현장 갈 때 신체적 접촉하여 자제 요청'이라는 취지의 기재가 있으며,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과거에도 우울 등 정신과적 증상을 겪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앞서 살펴본 바
와 같이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고인의 행위 자체는 어느 정도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적인 모습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상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법률적 평가의 문제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진료기록부의 기재만으로 바로 피고인이 형법상 추행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G의 수사기관 진술 및 법정진술이 피해자의 진술과 일부 부합하는 측면이 있으나, ① 위 G은 피해사실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아니고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들은 것이어서, 위 G의 진술은 전문진술에 해당하여 그 자체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는 점, ② 다른 직원들의 피고인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와 G이 평가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점, ③ 피해자와 G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위 G의 진술 역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한 증거이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용균(재판장) 전우석_. 이래
각주1) 피해자는 제1회 참고인 조사 시에는 2021. 9. 14.에도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가 제2회 참고인 조사에서는 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술하였는데, 제1회 참고인 조사가 시기적으로 앞서는 점, 피해자는 제1회 참고인 조사 시 피고인이 '머리카락이 있네'라는 말을 하며 가슴 윗부분을 꼬집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 제2회 참고인 조사 시에는 피고인이 아무 말 없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진술을 변경하였고, 이 법정에서는 다시 제1회 참고인 조사 시에 하였던 진술이 맞는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을 재차 변경하기도 한 점, 이 사건 회사에는 현장근무용 조끼가 구비되어 있고 피해자는 2021. 8. 31.에도 조끼를 착용하였으므로 2021. 9. 14. 현장 근무 시에만 특별히 조끼를 입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2021. 9. 14.에도 조끼를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