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4. 7. 10. 선고 2024나42819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보통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택시 회사이고, 피고는 원고 소속의 택시기사이다.

나.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호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정액사납금 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다.

원고와 피고는 2020. 9. 22.경 위 전원합의체 판결 결과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각서(이하 ‘이 사건 합의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아래의 합의금액 3,000,000원을 지급하였다.

라.

피고는 2023. 3. 3. 원고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23가소520896호로 임금청구

의 소를 제기하면서 이 사건 합의각서 이후에 발생할 임금, 퇴직금의 지급을 구한다

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주위적 청구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에 위반하여 원고를 상대로 위와 같은 임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바, 이 사건 합의각서 제4항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3,000,000원의 5배인 15,000,000원을 위약벌로 지급하여야 한다.

나.

예비적 청구

만일 이 사건 합의각서 중 합의일 이후의 장래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한 부분이 무효라면 민법 제137조 본문에 따라 이 사건 합의각서 전체가 무효가 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각서에 따라 지급받은 합의금 3,000,000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합의각서의 효력

(1)

이 사건 합의각서는 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합의금 3,000,000원을 지급하고, ② 2020. 9. 22. 합의일 또는 2020. 8. 31. 합의기준일 당시 이미 발생한 임금 등뿐만 아니라, 그 후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임금 등에 대하여도 부제소합의 및 소제기시 합의금의 5배에 상당하는 위약벌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2) 장래 발생할 임금이나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반면에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져 있으므로 근로자가 이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이상(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4다27807 판결 참조) 이에 관한 부제소합의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합의각서 제2항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임금 등 포함)” 문구는 이 사건 합의각서 이후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임금 및 퇴직금에 대해서도 부제소합의 및 소제기시 위약벌의 대상으로 삼은 것인바, 이는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다. 다만, 이 사건 합의각서 이전에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 및 퇴직금은 근로자인 피고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 이 사건 합의각서가 근로자인 피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작성된 이상 이 부분에 대한 부제소합의 및 소제기시 위약벌 규정은 유효하다.

(3)

한편,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한 부제소합의 및 소제기시 위약벌 규정이 무효일 경우 일부무효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합의각서 전체가 무효가 되는지 살펴본다.

법률행위의 일부가 강행법규인 효력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는 경우 그 부분의 무효가 나머지 부분의 유효·무효에 영향을 미치는가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개별 법령이 일부 무효의 효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고, 그러한 규정이 없다면 민법 제137조 본문에서 정한 바에 따라서 원칙적으로 법률행위의 전부가 무효가 된다. 그러나 당사자가 위와 같은 무효를 알았더라면 그 무효의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같은 조 단서에 따라서 그 무효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여전히 효력을 가진다. 이때 당사자의 의사는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임을 법률행위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를 가리키는 것이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9068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은 근로기준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개별적 노사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저지함으로써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유지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다261084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34조의 퇴직금제도에 관하여도 위 근로기준법 제15조가 적용되며, 최저임금법도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 이러한 근로기준법 등의 개별 규정의 취지를 감안하면,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한 부제소합의 및 소제기시 위약벌 규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 부분만 무효가 될 뿐 이 사건 합의각서 전체가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이 사건에서 당사자의 가정적 효과의사를 살펴보더라도,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임금 및 퇴직금까지 모두 위약벌의 대상으로 삼기로 합의하였다고 주장하나, 정작 장래의 어느 시점까지 산정한 것인지 여부나 그 근거 등에 대해 제대로 특정하지도 못하는 점, ② 이에 반해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상 기준일(2020. 8. 31.) 이전 3년(임금채권의 소멸시효)의 재직기간에 대해 합의금 상한을 3,000,000원으로 설정한 후 피고의 재직기간 중 3년에 해당하는 합의금으로 3,000,000원을 산정하였다고 구체적으로 소명하였는바, 이 사건 합의각서상 합의금은 사실상 기발생한 임금 등 부분만 그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에 대해 원고는, 장래의 임금 등 부분도 그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보다 합의금 상한을 대폭 올렸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만한 근거가 부족한 점 등을 감안하면, 결국 원고와 피고는 장래 발생한 임금 등 부분에 관한 위약벌 규정이 무효임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합의각서를 작성할 가정적 효과의사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4)

결론적으로 이 사건 합의각서 중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임금 및 퇴직금 부분은 무효이고, 이 사건 합의각서 기준일(2020. 8. 31.) 이전에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 및 퇴직금 부분은 유효하다.

나.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임금청구의 소를 제기하면서 이 사건 합의각서 이후에 발생할 임금, 퇴직금의 지급을 구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다.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합의각서 중 장래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한 부분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합의각서 전체가 무효라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가 합의금 3,000,000원 상당을 법률상 원인 없이 부당이득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 법원에서 추가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준민(재판장) 이미경 이효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