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이 근로자 D과 체결한 포괄임금계약은 근로기준법에 위반하여 무효이므로, 피고인이 연차수당을 미지급하는 데 있어 지급의무가 없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항소심 심리과정에서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도14645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 요지
원심은, 피고인이 대표로 있는 C의 취업규칙에서 "연봉의 내역에 기본급(월 209시간, 주휴수당 포함),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D이 2017. 8. 1. C과 사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에 "월급: 2,950,000원[연봉제를 기본으로 이를 12개월로 분할하여 매월 1/12씩 월급을 지급하고 연봉의 내역에는 기본급(월 209시간, 주휴수당 포함), 연장근로·휴일근로·연차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D뿐만 아니라 C의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월급 외에 별도의 연차수당이 지급되지 않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근로자도 없었던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여러 구체적인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연차수당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제36조 위반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발견되지 않고, 당심에서 이 법원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났다거나 원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뒤집을 만한 근거가 발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D의 연차수당을 D의 퇴직일인 2023. 12. 31.로부터 14일 안에 지급하지 않은 것에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D이 C과 사이에 임금으로 연차수당 등 모든 수당을 포함하여 확정된 금액<1>의 월 급여를 지급받는 포괄임금제 방식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D은 피고인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라고 하여 내용을 잘 모른 채 작성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근로계약서는 1장으로 된 간단한 양식의 서면이고, 근로계약서를 출력하여 다른 근로자들로부터 서명을 받는 업무는 D의 업무였으며, D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자필로 자신의 이름, 주소 등을 직접 기재하고 서명하였으므로(녹취록 3쪽), 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D이 근로계약서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D은 급여대장 및 급여명세서 작성 업무도 담당하였는데 급여명세서에 별도의 연차수당 항목이 계상되어 있지도 않았고(증거목록 순번 10번), C의 취업규칙 제24조 제5항에서는 "연차수당은 매월 임금지불시 분할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증거목록 순번 11번, 107쪽).
결국 그 유효성 여부는 별론으로 D과 피고인 사이에 포괄임금제 방식의 근로계약 자체는 체결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D은 2011. 1. 1. 입사하여 근로를 개시한 이래 2023. 12. 31. 퇴사하기까지 13년간 C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어도, 연차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것과 관련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녹취록 9쪽).
D은 2023. 12. 31. 퇴사 당시 피고인에게 연차수당의 정산 또는 지급을 요구하지 않았고, 퇴사 이후 2024. 3. 19.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피고인이 연차수당을 미지급하였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에도 피고인에게 연차수당의 지급을 요청한 사실이 없었기에(녹취록 11쪽), 피고인은 2024. 4. 18.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비로소 D에게 미지급한 연차수당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36조는 본문에서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단서에서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여 미지급된 수당을 14일보다 장기로 지급을 유예할 수 있는데, 피고인은 D으로부터 연차수당 지급을 요청받지 못하였으므로 지급기일의 연장을 합의할 기회가 없었다.
D은 피고인의 배우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로 C에서 퇴사하게 되었는데, 퇴사 당시 피고인에게 퇴직금의 지급을 요청하여 퇴직금으로 약 5,000만 원을, 퇴사 위로금으로 1억 5,000만 원을 지급받았으므로, 만약 D이 피고인에게 연차수당의 지급을 요청하였거나 혹은 피고인이 연차수당 8,931,808원이 미지급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피고인이 그 지급을 거부하였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임금지급방법으로서 포괄임금제가 예외적으로 유효하기 위해서는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이어야만 하고, 그 같은 방법의 임금지급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여야 하며,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근로계약의 경우 D의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였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포괄임금제 방식으로의 유효성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그로 인해 사후적으로 사용자인 피고인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형철(재판장) 이진아 김혜림
각주1) 이 사건 근로계약서 작성 당시인 2017년에는 월 295만 원 이었고, 점차 인상되어 2021년 365만 원, 2022년 395만 원, 2023년 425만 원이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