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5. 11. 21. 선고 2025노1857 판결

근로기준법위반, 사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6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각 공소사실 중 원심 판시 2024고단2132 사건의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인만이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위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 · 확정되어 이 법원의 심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원심 판시 2024고단940 사건의 각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창고 신축공사의 경우, 피고인이 매월 말일 근로자들의 일보와 신분증 사본, 통장 사본을 도급인 ㈜Q에 제출하면 ㈜Q이 발주자 한국어촌어항공단 동남해지사가 지정한 감리에게 위 서류들을 제출하고, 이후에 감리가 위 공사 현장에 방문하여 확인 과정을 거친 후 발주자에게 서류를 제출하면, 발주자가 내부 결재절차를 거친 뒤 근로자들의 계좌로 직접 임금을 입금하는 직불 구조로, 임금이 지급되기까지 통상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임금 직불 구조로 인하여 근로자들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근로자들 또한 이러한 임금 지급 구조에 대하여 알고 있으므로, 이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서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금품 청산 기일을 연장한 때에 해당한다.

2)

원심 판시 2024고단2544 사건의 각 사기의 점에 대하여

피해자들에 대한 물품대금 및 공사대금은 원청사인 ㈜Q이 직접 지급하기로 한 것이고, 피해자들 또한 위 사실을 통지받아 알고 있었다. 피고인은 위 피해자들에 대한 물품대금 및 공사대금을 편취할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6개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 판시 2024고단940 사건의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한 판단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근로자 총 15명의 임금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이 되고, 거기에 어떠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근로자들 중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1) 연번 8을 제외한 근로자들은 그 근무기간이나 근무 종료 시기와 무관히 2023. 10. 25.경 일괄적으로 체불 임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는바(공판기록 137 내지 139면), 각 근로자들의 퇴직일로부터 임금 지급기일까지 3개월 내지 5개월가량이 소요된 것으로 이해된다. 설령 피고인의 변소와 같이 매월 말일 ㈜Q에 일보 등을 제출하고 한국어촌어항공단측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직불할 때까지 2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는 지급 구조 및 절차에 대하여 위 근로자들이 인지하고 동의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수개월 간의 임금 지급 지연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임금 직불 구조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각 근로자들 사이에 명시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바는 없다.

2)

피고인 주장과 같은 임금 직불 절차 및 구조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한국어촌어항공단, 근로자들 사이에 피고인의 임금 지급 채무를 소멸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은 여전히 위 근로자들에 대하여 1차적으로 임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닌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근로자들과 지급기일 연장에 대한 합의를 한 사실이 없고, 기성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여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을 뿐이고(2023년 형제25537, 31473호 사건의 증거기록 제1권 42면), 피고인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청산을 위하여 최대한의 변제노력을 기울였다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근로자들과 지급기일 연장에 대하여 성실히 협의하였다고 인정할 별다른 자료도 없는바,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임금 체불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3)

나아가,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1) 연번 8 기재 근로자 W은 2023. 1.경 이전까지 피고인이 운영하던 ㈜D로부터 직접 임금을 지급받았던 것으로 확인되고(2023년 형제25537, 31473호 사건의 증거기록 제1권 22 내지 23면), 피고인 역시 근로자 W의 경우 임금 지급이 직불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음을 자인하고 있다. 이 사건 기록을 면밀히 살펴보아도 피고인과 W 사이에 임금 지급 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가 있었다고 볼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

원심 판시 2024고단2544 사건의 사기의 점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민사상의 채무불이행 사실을 가지고 바로 차용금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기는 하나, 피고인에게 확실한 변제의 의사가 없거나 또는 약속한 변제기일 내에 변제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변제할 것처럼 가장하여 금원을 차용하거나 물품을 구입하는 등의 경우에는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048 판결, 대법원 1986. 9. 9. 선고 86도1227 판결 등 참조).

나)

재물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그 재물을 교부받았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1. 20. 선고 97도2630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물품대금 및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각 물품납품 및 공사를 이행하도록 하여 각 물품대금 및 공사대금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피고인과 ㈜Q 측 사이에, ㈜Q이 2023. 12. 29.까지 부산 영도구 AF 공사 관련 하도급 공사대금 78,624,070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서가 작성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합의서는 이 사건 이후인 2023. 12. 15. 자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들과의 물품공급 및 공사도급 계약 체결 당시인 2023. 9.경에도 ㈜Q이 피해자들에게 직접 물품대금 및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거나, 피해자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명시적인 자료는 없다.

나)

피해자 O은 '피고인은 당초 발주자 한국어촌어항공단이 물품대금을 직불할 것이라고 설명하였으나, 이후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아니라 시공사 ㈜Q에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고 말을 바꾸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S 역시 '피고인은 당초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인테리어 필름 공사대금을 직불할 것이라고 설명하였다가, 이후 ㈜Q에서 위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 합의서를 전송하며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하였다'는 등의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또한 수사기관에서 '피해자 O에게 ㈜Q이 아니라 한국어촌어항공단에서 직접 물품대금을 지급할 것이니 돈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 공사를 진행하도록 하였다가, 이후 ㈜Q에서 물품대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을 번복한 사실이 있다'는 등으로 자인한 바 있다(2024년 형제17542호의 증거기록 70면). 이에 의할 때, 피해자들은 ㈜Q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것이라고 인식하며 각 물품공급 및 공사대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D 앞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도록 하였고(2024년 형제17542호의 증거기록 11면, 2024년 형제19216호의 증거기록 16면),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들에게 ㈜Q 부장이라고 기재된 명함을 교부하면서 물품공급 및 공사도급 계약을 각 체결한 사실은 있으나, 실제 계약 당사자는 ㈜Q이 아니라 피고인 측이고, ㈜Q이 피고인 측에게 하도급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더라도 피고인 측이 피해자들에게 물품대금 및 공사대금을 지급하였어야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2024년 형제17542호의 증거기록 69 내지 71면).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피해자들로부터 위 물품대금 및 공사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도 ㈜Q이 아닌 피고인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라)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들과의 물품공급 내지 공사도급 계약이 체결된 2023. 9.경 피고인 및 ㈜D이 피해자들에게 물품대금 및 공사대금을 변제할 능력이 없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2024년 형제17542호의 증거기록 69, 71면), 마치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직접 위 대금을 지급할 예정이라는 등으로 채무 이행에 문제가 없을 것처럼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기망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는바, 피고인에게는 확실한 변제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들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 단지 ㈜Q로부터 일부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등의 사후적인 사정 변화로 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4.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동종 근로기준법위반으로 수차례 처벌을 받고도 다시 이 사건 각 근로기준법위반 범행에 이른 점, 근로자들의 생계와 직결되어 있는 임금을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지급하지 아니하여 근로자들에게 큰 고통을 준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은 점, 피고인이 여러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물품대금 내지 공사대금 등을 미지급하는 행위를 반복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다만, 피고인이 일부 범행에 대하여는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근로자들은 이후에 대체로 미지급 임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심에서도 사기 범행의 피해자들과 추가로 합의하는 등으로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여 온 점, 피고인에게는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는 점 등의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과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게 되었다고 인정된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