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6. 6. 18. 선고 2026가합40076 판결

주문

1.

원고의 피고 B병원에 대한 소를 각하한다.

2.

피고 C, D, E, F, G, H이 원고에 대하여 한 2025. 11. 11.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3.

피고 C, D, E, F, G, H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2025. 11. 1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3,683,756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4.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C, D, E, F, G, H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피고들이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B병원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5.

제3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

피고 C, D, E, F, G, H, F(이하 '피고 C 등'이라 한다)은 의사로서 공동으로 부산 동래구 I 소재 피고 B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하고, 피고 C 등과 피고 병원을 통칭하여 '피고들'이라 한다)을 개설·운영하기로 하여, 피고 병원에 관하여 공동사업자등록을 마친 다음 이를 공동으로 운영하여 온 사람들이다.

○

원고는 2015. 4. 1. 피고 C 등과 사이에 피고 병원에서 근무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병원에 입사한 이후부터 2025. 8. 31.까지는 행정부 심사과에서 근무하며 보험 심사 및 진료비 청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2025. 9. 1.부터는 행정부 관리과로 전보되어 피고 병원 내 컴퓨터 설치 및 수리, 사무 의료용품 구매 등의 행정 업무를 수행한 사람이다.

나.

원고의 비위행위 및 관련 형사사건 경과

○

원고는 2025. 9. 1.부터 같은 달 9. 25.까지의 기간 동안 총 10회에 걸쳐 피고 병원 1층 원무과에 설치된 업무용 공용컴퓨터로 동료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EMR(전자의무기록) 등 병원 전산시스템에 접속한 후 동료 직원들의 의료기록을 열람하였다(이하 '이 사건 비위행위'라 한다).

○

원고는 2025. 11. 25.경 이 사건 비위행위에 관하여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약식기소되어(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5고약7313호) 2026. 4.16.경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발령되었고, 원고는 2026. 4. 23.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다.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 및 징계해고처분

○

피고 C 등은 2025. 11. 10. 인사위원회(이하 '이 사건 위원회'라 한다)를 개최하여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가 취업규칙 제11조(복무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징계해고(이하 '이 사건 징계해고'라 한다)를 의결하였는데, 이 사건 위원회 회의록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피고 C 등은 2025. 11. 11. 원고에게 징계해고 사유가 기재된 징계의결서 및 해고통보서를 송달하였다. 징계의결서 및 해고통보서에 기재된 징계사유는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 4, 5, 7,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1)

해고 무효확인 청구

가)

징계사유의 부존재

취업규칙에 징계사유가 제한적으로 열거되어 있는 경우 그 외의 사유로 근로자를 징계할 수 없다. 피고 C 등이 이 사건 취업규칙 제11조 제6호(병원 시설 및 물품의 사적사용 금지)를 근거로 원고를 징계한 것은 이 사건 징계사유인 'EMR 등 병원 전산시스템 무단 접속 및 열람 행위'와 무관하여 부당하고, 위 취업규칙 제11조 제17호의 '각 호에 준하는 행위'라는 포괄 규정 역시 제한적 열거 원칙에 반하는 추상적 근거에 불과하므로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

나)

징계양정의 부당

설령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징계해고는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 ·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다)

확인의 이익

피고 C 등이 이 사건 징계해고의 정당성을 다투고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징계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2)

미지급 임금청구

피고 C 등의 이 사건 징계해고는 무효이므로 피고 C 등은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해고 이후부터 원고의 복직일까지의 급여로 월 3,683,756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한다.

나.

피고들

○

피고 병원의 전산 인프라 및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은 피고 병원의 업무 및 의료정보보호 목적으로 구축·운용되는 업무용 시설·기기에 포함되므로 이 사건 비위행위는 이 사건 취업규칙 제11조 제6호가 금지하는 행위에 포섭되는 것이다.

○

근로자에 대한 징계사유는 반드시 징계의결서에 기재된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 소정의 징계근거 사유만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징계위원회 등에서 원고의 어떠한 비위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았는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취업규칙 제58조는 '기타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제22호)',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그 비난가능성이 큰 경우(제24호)'를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로 인하여 피고 C 등과 원고 사이에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훼손되었으므로 이 사건 징계해고는 정당하다.

○

징계양정과 관련하여, 이 사건 징계사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므로, 이 사건 징계해고가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 병원에 대한 소의 적법 여부

피고들은 피고 병원에게 당사자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살피건대, 병원은 일반적으로 법인도 아니고 대표자 있는 법인격 없는 사단 또는 재단도 아닌 의료시설의 명칭일 뿐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에서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 병원의 경우 피고 C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의료시설에 불과할 뿐, 법인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비법인사단이나 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 병원에 대한 소는 부적법하다.

4.

해고무효확인 청구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징계해고사유의 확정

1)

근로자의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로 되어 있느냐 여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하여 징계위원회 등에서 그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반드시 징계의결서나 징계처분서에 기재된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에서 정한 징계근거 사유만으로 징계사유가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두22211 판결).

2)

피고 C 등은 이 사건 소송에 와서 2025. 11. 11.자 징계해고통지서에 언급되지 않았던 이 사건 취업규칙 제58조 제22호의 '기타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 규칙 제24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그 비난가능성이 큰 경우' 등을 이 사건 징계해고 사유로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C 등은 이 사건 취업규칙 제58조 제22호에서 '기타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판단하는 경우'라는 일반적인 포괄규정을 두고 있고, 을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C 등은 징계위원회 당시 이 사건 징계의결서에 기재된 취업규칙 제11조 제6호, 제7호 이외에도 이 사건 취업규칙 제58조 제16호, 제22호, 제24호를 징계해고의 근거규정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C 등은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가 이 사건 취업규칙 제11조 제6호, 제7호, 제58조 제16호, 제22호, 제24호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이 사건 징계해고사유로 삼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관련 법리

1)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등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자유로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정당한 이유라 함은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가 있다든가 부득이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내부규정 등에 해고에 관한 규정이 있는 경우 그것이 위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가 아닌 이상 그에 따른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라 할 것이지만(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다카5451 판결 등),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내부규정 등에 징계해고사유가 제한적으로 열거되어 있는 경우에 사용자가 그와 같이 열거되어 있는 사유 이외의 사유로 징계해고를 한다면 이는 정당한 이유 있는 해고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3. 11. 9. 선고 93다37915 판결 등).

2)

징계 관련 규정이 일반적인 징계사유와 징계해고의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인 징계사유에 관한 규정은 징계해고 이외의 다른 징계에 관하여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징계해고의 당부는 징계해고 사유에 관한 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32329 판결).

다.

구체적 판단

1)

이 사건 징계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취업규칙은 제11조에서 징계사유를, 제58조에서 해고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징계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 취업규칙 제58조가 정하고 있는 해고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 C 등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위원회 당시 이 사건 징계해고 사유의 근거규정으로 이 사건 취업규칙 제11조와 제58조 제16호, 제22호, 제24호를 적용하였음은 위 가 2)항에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 취업규칙 제58조 제16호의 '징계위원회에서 해고처분이 결정된 경우'를 이 사건 징계해고 사유로 인정할 경우, 일반징계사유를 근거로 한 징계위원회의 징계해고결정이 그 자체로 해고사유가 되어, 일반징계사유와 해고사유를 별도로 규정한 취지가 완전히 형해화되므로 위 규정을 징계근거 규정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며, 위 규칙 제58조 제24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하고 그 비난가능성이 큰 경우' 또한 그 기준이 모호하여 이를 징계근거 규정으로 삼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가 이 사건 취업규칙 제11조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면서 이 사건 취업규칙 제58조 제22호(이하 '이 사건 포괄규정'이라 한다)의 해고 사유인 '기타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인정될 때에는 해고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이 사건 취업규칙 제11조 제6호에 따른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는 원고가 자신의 업무용 PC를 이용하여 동료 직원들의 아이디,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피고 병원 내부 전자의무기록에 접속하여 동료 직원들의 의료정보를 무단 열람하였다는 것이다. 이때 원고가 이용한 업무용 PC는 이 사건 취업규칙 제11조 제6호에서 규정하는 '기계·기구 기타 물품'에, 원고가 접속한 피고 병원 내부 전자의무기록은 피고 병원이 업무 목적으로 설치·운영하는 '시설·설비'에 각 해당하는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는 2025. 9. 1.부터 관리과로 전보되어 병원 내 컴퓨터 설치 및 수리, 사무 의료용품 구매 등의 행정업무를 수행하였는바, 원고가 위와 같이 피고 병원 내부전자의무기록에 접속하여 동료 직원들의 의료정보를 무단 열람한 것은 원고의 직무와는 무관한 것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는 '허가 없이 직무 외의 목적으로 피고 병원의 시설·설비·기계·기구 기타 물품을 사용한 행위' 또는 '그에 준하는 행위'로서 이 사건 취업규칙 제11조 제6호, 제17호에 따른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3)

이 사건 포괄규정에 따른 징계해고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앞서 인정한 사실과 을 제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원고가 권한 없이 동료 직원들의 계정으로 피고 병원 내부 전자의무기록에 접속하여 동료 직원들의 의료정보를 열람한 것이 이 사건 징계해고의 주된 근거인 점, 이는 형사상 범죄행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초기에는 비위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그 이후 자신과 관련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제출할 자료 확보를 위해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는 취지로 변명하고 있는 점 등이 인정되고,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원고와 피고 C 등 사이의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 훼손된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

나)

그러나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가 이 사건 포괄규정의 '기타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위 규정에 따른 징계해고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될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 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3.12. 선고 2003다68437 판결 등).

다)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아울러, 갑 제3, 4, 9, 10호증, 을 제4, 7, 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위에서 든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C 등이 이 사건 징계해고 사유로 내세운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C 등 사이에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가 이 사건 포괄규정에 따른 징계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징계해고 사유로 삼은 이 사건 징계해고는 무효이다.

○

피고 C 등의 이 사건 취업규칙에 규정된 징계종류 중 해고는 가장 무거운 징계에 해당한다. 피고 C 등은 이 사건 취업규칙 제58조에 비난가능성이 큰 사유들, 가령 출근성적 불량이나 계속하여 3일간 또는 연간 5일 이상 무단 결근(제1, 2호), 형사상 금고 이상의 1심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제7호), 감봉 이상의 징계처분을 2회 이상 받고도 개선의 정이 전혀 없다고 인정된 경우(제10호), 병원 공금 횡령 또는 과실로 병원에 경제적 또는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힌 경우(제11호) 등을 해고사유로 규정하면서, 그와 별도로 제11조에 그보다 비난가능성이 적은 사유들을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 체계에 비추어 보면, 위 제11조의 징계사유를 이유로 원고를 해고하는 것은 그 위반의 정도가 위 제58조 해고사유에 규정된 위반행위와 동일시할 정도에 이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보이나, 피고 C 등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가 위 제58조 해고사유에 규정된 위반행위와 동일시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

○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와 같이 동료 직원들의 진료기록 등 내밀한 개인정보를 열람한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으로 원고가 취득한 위 개인정보의 민감도나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여부에 대하여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전혀 제출되지 않았고, 원고가 위 개인정보를 별도로 저장하거나 이를 외부에 유포하는 등의 후속 행위로 나아갔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위 정보를 무단 열람하는 데에 그치고 유출 행위까지 나아가지 않은 경우에 가장 무거운 수준의 징계인 해고 처분을 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겁다.

○

의료정보 등 내밀한 정보를 관리하여야 하는 주체인 피고 C 등은 피고 병원 내부전자의료기록 등 전산시스템에 대한 접근 권한을 엄격히 제한하고 권한 없는 자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강구하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갑 제9, 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권한 없는 자인 원고가 비교적 손쉽게 비밀번호를 지득하거나 이를 추론하여 위 전자의료기록에 접속할 수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피고 C 등이 위와 같은 접근 통제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은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가 발생하게 된 데에는 피고 C 등의 관리 소홀도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징계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한다.

○

그 밖에 원고는 이 사건 비위행위로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된 후 정식재판을 청구한 점, 원고가 이 사건 이전에 피고 병원에서 10년가량 근무하면서 별다른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가 사회통념상 원고와 피고 C등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라.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비위행위만으로는 이 사건 취업규칙 제58조에 따른 징계해고 사유인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징계해고는 그 징계사유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아 무효이다. 또한 피고 C 등이 이 사건 징계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는 위 징계해고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5.

임금지급 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 되고, 근로자가 그간 근로의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 할 것이니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

나.

피고 C 등의 임금 지급 의무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징계해고가 무효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와 피고 C 등 사이의 근로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고, 이 사건 징계해고 이후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피고 C 등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피고 C 등은 이 사건 해고 이후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원고가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전부를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그 지급할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원고가 2025년도에 피고 C 등으로부터 매월 합계 3,683,756원(= 통상시급 17,625.63원 × 월 209시간, 원 미만 버림)의 급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 C 등은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해고가 이루어진 2025. 11. 11.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3,683,756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피고 C 등이 이 사건 징계해고의 유효를 주장하면서 현재까지도 임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이상 원고는 이 사건 변론종결 이후의 임금청구 부분에 대하여는 장래이행의 소로서 이를 미리 청구할 필요도 있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피고 B병원에 관한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원고의 피고 C 등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인용한다.

판사 이상윤(재판장) 정희림 민지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