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다.
이유
기초사실
채무자회사는 콘테이너 등의 제조ㆍ판매회사이고, 채권자 ○○정공 주식회사 노동조합(이하 "채권자조합"이라 한다)은 채무자회사의 근로자들이 근로조건의 개선 및 경제적, 사회적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설립한 노동조합이며, 채권자 이×진은 채권자조합의 수석부위원장으로서 현재 조합장 직무대리의 직에 있는 자이고, 채권자 이×우, 백×종, 이×용은 그 부위원장, 채권자 강×원은 그 사무국장으로 각 재직중인 조합원들이다.
채무자회사와 채권자조합은 1993년도 임금협약갱신을 위해 교섭위원을 쌍방 11명으로 하기로 하고, 1993.3.29 채권자조합이 기본급 106,824원의 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임금인상 요구안을 채무자회사에 발송하여 같은해 4.13 1차 교섭을 시작함으로써 임금교섭이 개시되었으나 11차 교섭시까지 채무자회사측의 교섭안 미제시로 교섭이 공전되다가 같은해 5.24, 12차 교섭에 이르러 채무자회사가 기본급 3% 인상안을 제시하였고, 같은해 6.4 최종제시안으로 기본급 4.7% 인상안을 제시하였으나 채권자조합과의 교섭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일단 교섭이 결렬되었다.
그런데 채권자조합의 위원장으로서 교섭대표자인 신청외 김×섭은 같은해 6.4 채무자회사의 교섭대표자인 신청외 고×웅과 사이에 임금협상에 관한 채무자회사의 인상안을 수용하여 기본급 27,600원(4.7%)의 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임금협약서를 작성하였다.
채권자들의 주장과 이에 대한 판단
먼저 채권자들은 위 임금협약서는 위 김×섭이 채권자조합의 대표자가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 작성한 것이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 갑 제1호증(임금협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위 김×섭은 임금협약서의 우측하단부에 "○○정공 주식회사 ○○공장 노동조합위원장 김×섭"이라는 문구 옆에 서명 무인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위 문서의 기재내용으로 볼 때 위 김×섭은 채권자조합 위원장의 자격으로서 조합을 대표하여 위 임금협약서를 작성한 것임이 명백하므로 이 주장은 이유없다.
채권자들은 노동조합법 제34조 제1항에 의하면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와 같은 요건을 결한 단체협약은 그 효력을 발생할 수 없는 것이고, 특히 그중 당사자 쌍방의 서명날인은 어음행위에 있어서의 기명날인과 같은 엄격한 요식행위로 해석되어져야 할 것인 바, 이 사건 임금협약서의 작성 당시 위 김×섭은 서명날인 대신 서명무인만을 하였을 뿐이므로 위 임금협약은 그 체결방식이 위 법정요건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위 임금협약서의 작성 당시 위 김×섭이 김×섭이라는 기명 옆에 서명날인이 아닌 서명무인을 한 사실은 위 가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나 단체협약의 체결시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을 하도록 규정한 위 법 조항의 취지는 집단적, 계속적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단체협약의 특성상 체결 당사자를 명백히 함과 동시에 당사자의 최종적 의사를 확인함으로써 단체협약의 진정성과 명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인 반면, 어음행위에서 요구되는 기명날인이란 어음거래상의 고도의 유통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위 법 조항에 규정된 서명날인의 요건을 어음행위에서의 기명날인의 요건과 동일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와 같이 교섭담당자가 임금협약서에 서명날인 대신 서명무인을 하였다 하더라도 위 법 규정의 취지나 우리나라 단체협약체결상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임금협약서가 단체협약으로서 법정방식을 결한 무효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채권자들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
또한 채권자들은 위 임금협약은 그에 관한 노사간의 교섭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노사 쌍방 교섭위원들간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노조위원장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체결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에 의하면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단체협약의 체결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 교섭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여기에서 교섭할 권한이라 함은 사실행위로서의 단체교섭을 할 권한(교섭권한)외에 교섭된 사항을 결정(타결권한)하고 결정된 교섭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한 권한(협약체결권한)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1993.4.7, 대법 91누 12257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 참조). 따라서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조합규약이나 총회의 결의 등에 의하여 당해 단체교섭의 권한이 해제되고 다른 교섭대표에게 따로 단체교섭의 권한이 위임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체협약의 체결과정에서 노동조합으로부터 부여받은 대표권에 기하여 당연히 사용자측과 교섭을 하고 결정된 교섭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 소 갑 제4호증, 소 을 제9호증의 각 기재의 심문의 전취지를 보태어 보면 노조규약 제63조에 "단체협약의 교섭권은 위원장에게 있고 …"라고 규정되어 있고, 단체협약 제85조 제2항에는 "… 쌍방의 대표자는 필히 참석하여야 하며, 대표자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이 불가능할 경우 결정권을 위임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단체교섭의 권한이 당연히 노조위원장에게 있음을 알 수 있고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노사 쌍방의 대표자에 의해 적법하게 작성된 위 임금협약서는 특별히 쌍방 당사자의 합의에 있어서 기망이나 강박과 같은 의사표시의 하자가 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한, 쌍방의 적법한 교섭 및 합의과정을 거쳐 체결된 것으로 추인된다 할 것인 바, 교섭대표자로서 단체교섭의 권한을 가진 신청외 김×섭이 사용자측 교섭담당자인 회사대표자와 사이에 임금인상안에 관한 교섭을 거쳐 합의된 교섭결과에 따라 임금협약서를 체결한 이상, 이같은 교섭담당자간의 임금교섭이 노사간의 교섭이 아니라거나 사실행위에 불과한 교섭과정에서 다른 교섭위원들간의 합의가 없었다 하여(더욱이 단체협약에 교섭위원의 합의를 거치도록 한 규정을 찾아볼 수도 없다) 위 임금협약이 노사간의 교섭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결코 볼 수 없다.
따라서 채권자들의 위 주장도 이유없다.
끝으로 채권자들은 위 임금협약서는 채무자회사의 단체협약에 규정된 교섭위원의 연대서명이라는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소 갑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노사간의 단체교섭 절차를 규정한 채무자회사의 단체협약 제85조 제5항에 "협약이 체결되면 쌍방의 대표자를 포함한 교섭위원 연명으로 서명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단체교섭과 체결권한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행사하는 것이고, 단체협약에 의해서라도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권한을 전면적,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이를 사실상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니 결국 위 단체협약에서 규정한 교섭위원들의 연대서명이라는 것은 단체협약의 효력발생요건이 아니라 단체협약체결의 진정성립을 담보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절차상 요건에 지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이 점은 당사자 쌍방이 참고자료로 제출한 채무자회사 노사간에 1992.11.14 체결된 1992년도 임금협약서상의 "본 협약의 진정한 성립을 입증키 위하여 노사 쌍방 교섭위원 전원은 다음과 같이 연명으로 서명한다"라는 기재내용에 비추어 볼 때 더욱 명확하다).
따라서 노조위원장이 대표하여 작성한 이 사건 임금협약서에 교섭위원 전원의 연대서명을 받지 아니하였다 하여 그 임금협약서가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채권자들의 위 주장도 이유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