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통신시설의 운용상 문제점 발굴 및 우수 기술사례 수집을 위한 지도점검을 앞두고 우울증에 의하여 자살한 사안에 대하여 업무외적 사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2000.11.22, 서울고법 2000누40)
[요 지]
망인의 불안, 초조, 우울증상은 망인의 업무수행 과정이나 지도점검에 따른 정신적 부담감에 기인한 것이라기 보다는 망인 자신의 성격이나 동생의 사업실패 및 부도에 따른 정신적인 충격 등 업무외적 사정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망인의 증상정도, 우울증의 일반적 증상,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망인의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망인의 업무와 위 증상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 사 건 / 2000.11.22 선고, 서울고법 2000누40 판결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 원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1999.12.8. 선고 98구24446 판결
[주 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이 사건 처분의 경위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호증의1, 갑제2호증, 갑제4호증의2, 갑제6호증의2, 을제1호증, 을제3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 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소외 이○○(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소외 한국전기통신공사(이하 "위 공사"라고만 한다) 전북본부 익산전화국 ○○분국에서 근무하여 오던중 1997.10.31. 07:30경 출근한 후 위 ○○분국 청사 6층 옥상에서 약 15미터 아래로 투신하여 12:30경 청사 뒷편 이도횟집 주차장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이에 망인의 처인 원고는 1998.1.6.경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달 20. 망인의 사망은 망인의 자살로 인한 것으로 업무외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인문계 고등학교 출신으로 위 공사에 입사 후 단순 정비업무만을 담당하여 오다가 1995.7.1.부터 교환기술과, 시설운용과 등 기술집약적 전문분야를 취급하는 부서에서 근무하게 됨에 따라 업무적응의 어려움, 책임과중, 신기술 습득에 대한 부담감을 갖게 되었고, 장차 위 공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해 오던중 1997.10.31.로 예정된 본사의 통신망시설 지도점검에 대비하여 같은 달 20.부터 밤늦도록 연장근무를 하여오다가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지적이 있을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지도점검 예정일이 다가오자 극도의 정신적인 압박감으로 불면과 우울, 불안증상이 심화되어 자살을 하게 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인정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제1호증의1 내지 갑제14호증, 갑제17호증, 을제1호증 내지 을제5호증의 4의 각 기재 및 영상(갑제1호증의 2, 갑제3호증의2, 갑제5호증의 2의 각 기재 중 뒤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을 제외), 제1심 증인 조○○, 김○○, 4당심증인 송○○의 각 증언, 제1심의 유명당한약방, 한국전기통신공사 네트워크본부장 및 익산전화국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제1심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모아보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갑제1호증의2, 갑제3호증의2, 갑제5호증의 2의 각 일부 기재 및 당심의 한국전기통신공사 익산전화국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는 위 인정에 방해되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망인의 업무내용, 근무상황 등
망인은 1943.7.25. 생으로 1969.6.2. 이리전신전화건설국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근무하던중 1982.1.1. 조직변경에 따라 위 공사 직원으로 전환되어 주로 선로과, 정비 및 기계계 등의 정비분야에서 근무하여 왔으며, 1995.9.1.부터 위 공사 익산전화국 ○○분국 교환기술과에서 전자교환기 및 반송장비 취급업무를 담당하였고, 1996.6.17.부터 위 ○○분국 시설운용과에서 3급 통신기계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시내교환망의 음성 또는 화상을 변종시켜 시외나 국외로 송출하는 전송시설의 반송보전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망인이 위 시설운용과에서 취급한 업무는 기계고장이 발생하였을 경우 수리를 위한 예산, 인력, 수리기간 등의 일정을 짜고 타부서에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 주로 사무실내에서 근무하며 특별히 육체적 과로를 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업무는 아니었다.
위 공사 네트워크본부, 시설운용실에서는 통신시설의 운용상 문제점을 발굴, 개선하고 우수 기술사례를 수집, 홍보함으로써 지역간, 기관간 평준화된 통신서비스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매년 전국에 걸쳐 통신망시설 지도점검을 실시하여 왔는데, 지도점검결과 지적사상에 대하여는 현지 시정이 가능한 사항은 현지 지도를 하고 별도 지원대책이 필요한 사항은 지역본부 및 본사차원에서 지원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며, 지도점검에서 도출된 문제점은 향후 사업계획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고 우수기관과 개인에 대하여 별도의 포상을 함으로써 사기를 진작시키는 조치를 취하였으나, 지도점검결과 지적을 받은 각 기관 및 개인에 대한 신분상, 재정상 불이익을 가하지는 아니하였다.
망인이 근무하던 위 ○○전화국에 대한 1997년도 지도점검계획이 1997.10.31. 시행되는 것으로 결정되자, 망인은 그동안 수행하였던 서류들을 검토하면서 지도점검에 대비하던중 CGA관리항목에 많은 신경을 쓰면서 위 ○○전화국이 운영하고 있는 TDX-10A의 OMAS자료와 실제 교환기 MESSAGE에 나타난 수치가 상이한 점을 지나치게 걱정하였는데 당시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소외 조00등이 이는 본사에서 하달된 통신망 시설 지도점검계획상 점검항목도 아니므로 감점요인이 아니라고 설득하였으나 망인은 지도점검에서 지적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죽고 싶다는 말을 조○○ 등에게 하기도 하였다.
한편, 망인의 사망후 실시된 지도점검에서는 TDX-10A의 OMAS자료와 실제 교환기 MESSAGE에 나타난 수치의 불일치여부는 점검항목에 포함되지 아니하였으며, 망인의 업무와 관련한 어떠한 지적사항도 없었고, 오히려 망인이 근무하던 익산전화국이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장려상의 기관포상을 받기까지 하였다.
망인의 건강상태 및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망인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평소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나, 사업을 하던 친동생의 채무를 보증하였다가 1997. 5.경 동생이 사업실패로 부도를 내고 잠적함에 따라 상당한 액수의 부채를 대신 떠안게 되자 이를 고민하여 오던 중, 1997.5.12. 유명당 한약방에서 불안, 초조, 우울증상 등으로 심장이 불안정하다는 진단을 받고, 그 치료제로 신경안정제인 귀비탕과 빈혈치료제인 사물탕의 합방인 귀사탕에 심장보호제를 가미한 한약 10일분을 조제하여 복용한데 이어, 다시 사망 직전인 같은 해 10.27. 에도 위 한약방에서 같은 약을 조제하였다.
망인은 1997.10.27. 밤늦게 술과 농약병을 가지고 자신의 부친 묘소를 찾아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아니하고 다음날 새벽 무단결근한 채로 무작정 열차를 타고 춘천시로 가서 민박집에 1박을 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태를 보이다가, 같은 달 29. 오후 늦게 출근하여 시설운용과장인 소외 김○○에게 "내가 철이 없어 죽으려고 했는데 자식들 때문에 못죽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하였으며, 같은 달 31.에는 07:30경 출근한 뒤로 행방을 감추고 본사의 지도점검에도 불참하였다가 앞서 본바와 같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한편, 우울증은 매우 흔한 정신장애의 하나로 뇌 내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등과 같은 생물학적 요소, 유전적 요소, 일상사와 환경적 스트레스, 이전 성격요인 등 정신사회학적 요소 등의 복합적 작용으로 발병되며,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식욕, 체증, 수면, 정신활동의 변화, 에너지감의 저하, 무가치감, 죄책감, 생각·집중·결정의 어려움 등의 일반적인 증상을 보이고 불안, 초조, 불면상태는 우울증에서 대단히 흔하게 관찰되는 증상이나 이는 우울증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불안장애, 정신분열증, 적응장애, 인격장애 등 광범위한 질환에서 보이는 증상이며, 우울증 환자의 50∼70%가 자살에 대하여 생각하고, 10∼15%의 환자가 실제 자살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반대로 자살을 수행하는 사람중 95%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80%가 우울증, 10%가 정신분열병으로 알려져 있으나 자살로 이르게 하는 과정에 대하여는 명확히 알려진 바 없다.
판단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9.12.31. 법률 제61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므로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상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근로자의 자살은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나, 다만 당초의 업무상 재해인 질병에 기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에 빠져 그 상태에서 자살을 한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사망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며,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르는 사망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중 자살한 경우에는 있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 고려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여야할 것이다(대법원 1996.6.8. 선고 99두3331 판결, 대법원 1993.12.14. 선고 93누9392 판결 참조)
살피건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망인이 위 ○○전화국에 대한 지도점검이 다가오자 점검항목도 아닌 사항에까지 지나친 불안감을 느끼고 동료들에게 이를 토로하기도 하였고, 밤늦게 술과 농약병을 가지고 자신의 부친 묘소를 찾아 갔다가 무단결근한 채로 춘천시로 가서 민박을 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태를 보이다가 지도점검일에 투신, 자살하였으나, 한편 망인은 자살하기 수개월 전부터 동생의 사업실패 및 잠적으로 인하여 적지 않은 부채를 지게 되어 이를 고민하여 오다가 불안, 초조, 우울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여 한약방에서 한약을 조제하여 복용하였으며, 망인의 업무가 특별히 육체적 과로를 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업무도 아니었고, 통신망시설 지도점검의 목적이 통신시설의 운용상 문제점을 발굴, 개선하고 우수 기술사례를 수집, 홍보하는데 있었으며, 지적사항에 대하여는 현지지도나 지역본부 및 본사차원에서 지원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우수 기관과 개인에 대하여 별도의 포상을 함으로써 사기를 진작시키는 조치를 취하였을 뿐, 각 기관 및 개인에 대한 신분상, 재산상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한 실제 지도검사결과 망인의 업무와 관련한 어떠한 지적사항도 없었고 오히려 망인이 근무하던 익산전화국이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장려상의 기관포상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불안, 초조, 우울증상은 망인의 업무수행 과정이나 지도점검에 따른 정신적 부담감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망인 자신의 성격이나 동생의 사업실패 및 부도에 따를 정신적인 충격 등 업무외적 사정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은 망인의 증상정도, 우울증의 일반적 증상,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망인의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망인의 업무와 위 증상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함을 전제로 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 바, 이와 결론을 같이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박송하(재판장), 신동승, 전성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