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환갑에 가까운 나이로 1년중 6일밖에 쉬지 못하면서 매일 13시간씩 일해 온 음식점 주방실장이 아침에 집에서 세수하다 갑자기 척수허혈성 경색증으로 하체가 마비된데 대해 업무와 무관함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2001.04.06, 서울고법 2000누4431)
[요 지]
환갑에 가까운 나이로 1년중 6일밖에 쉬지 못하면서 매일 13시간씩 일해 온 음식점 주방실장이 아침에 집에서 세수하다 갑자기 척수허혈성 경색증으로 하체가 마비된데 대해 근로복지공단측이 업무와 무관함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
* 사 건 / 2001.4.6 선고, 서울고법 2000누4431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고(항소인) / 오○○
* 피고(피항소인) / 근로복지공단
[주 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1999.6.19.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총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처분의 경위
기초사실
원고는 1996.10.21.부터 서울 동작구 ○○○동에 있는 일반대중음식점인 "○○○회관"의 주방실장으로 근무하던 중, 1998.10.2. 07:30경 집에서 세수하다가 갑자기 척수허혈성 경색증("이 사건 질병")이 발병하여 하체가 마비된 상태이다.
원고는 이 사건 질병을 치료하던 중 1999.3.29.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1999.6.19. 이 사건 질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갑 1호증의 1, 2, 갑 3호증, 갑 4호증의 1, 2, 을 9호증과 변론의 전취지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한지에 관한 판단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회관에 입사할 당시 아무런 질병 없이 건강한 상태였다가 그 후 열악한 근무환경 아래에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데 따른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 사건 질병이 발병하게 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이 사건 질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인정사실
원고의 업무내용과 근무상황
○○○회관은 크린포크{돼지고기(pork)를 재료로 한 음식의 상품명}, 생등심, 생갈비, 양념갈비, 불고기 등 육류와 갈비탕, 선지탕 등 탕류, 함흥냉면, 함흥회냉면 등 냉면류 등을 조리,판매하는 한식점으로, 바닥면적이 약 100평이고 한번에 약 15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원고는 ○○○회관의 주방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육부장(肉部長), 냉면과장(冷麵課長)과 찬모, 밥모, 설거지하는 사람, 불판 닦는 사람 등 약 10명의 주방종업원들을 지휘,감독하면서 매월 220만원의 임금을 받았는데, 원고가 직접 담당하던 주방업무는 다음과 같다.
갈비양념 : 육부장이 가로 80~100cm, 세로 60~70cm인 쇠갈비짝을 칼로 13등분하면, 원고가 각 덩어리를 다시 골절기로 폭 5cm 정도로 자르고, 육부장이 칼로 힘줄과 기름기 등을 제거하면, 원고가 갈비를 그릇에 담아 2시간 정도 쪼그리고 앉아서 골고루 양념을 한 후 약 30kg의 갈비통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골절기를 다루는 일은 위험하기 때문에 원고가 도맡아서 담당한다. 보통 2, 3일에 한번씩 6, 7시간에 걸쳐 갈비 2짝으로 130인분(260대)을 준비한다.
불고기 : 20~30kg의 고기 덩어리가 들어오면 원고가 육절기에 대고 약 1mm의 두께로 썰어서 양념을 한 후 냉장고에 넣어둔다.
갈비탕과 육개장 : 원고가 갈비탕을 끓이는 가마솥(지름 60cm, 높이 80cm 정도)에 물을 붓고 잡뼈 약 3kg을 넣어서 7, 8시간을 끓인 다음, 고기 약 4kg을 넣고서 삶는다. 삶은 국물을 작은 솥에 옮겨서 매일 판매할 만큼 간을 맞추어 준비한다. 육개장도 갈비탕과 유사한 과정을 거쳐서 준비하는데 재료가 조금 다르다.
선지탕 : 원고가 뼈국물을 작은 솥에 담은 후 우거지, 콩나물, 파, 대파 등을 넣고서 1시간 정도 끓인다. 여기에 선지를 넣고 간을 맞추어 준비한다.
된장찌개 : 원고가 작은 솥에 재첩조개를 넣고 끓인 후 국물에 된장을 풀고 양파, 호박, 감자, 고추 등을 넣어서 30분 정도 끓여서 준비한다. 판매할 때는 1인분씩 뚝배기에 담은 다음 데워서 내놓는다.
수정과 : 가마솥(지름 60cm, 높이 80cm 정도)에 물을 붓고 계피, 생강을 넣고 6시간 정도 끓인다. 여기에 흑설탕을 넣고 다시 끓인 후 후식으로 제공한다.
고기무게 측정 : 고기를 사러 오는 손님에게 무게를 저울에 달아서 판매한다.
찬모와 냉면과장 보조 : 찬모가 반찬을 만들어 간을 하면 원고가 맛을 본다. 2주일에 한번씩 찬모가 쉬는 날에는 원고가 직접 반찬을 만든다. 2주일에 한번씩 냉면과장이 쉬는 날에는 원고가 직접 밀가루반죽, 국수빼기 등의 작업을 한다.
원고의 근무시간은 09:30부터 22:30까지 하루 13시간인데, 손님이 드문 11:00부터 12:00까지와 15:00부터 17:00까지 합계 3시간 동안 원고는 이틀에 한번씩 시장에 가는 일 외에는 외출하여 개인적인 일을 하거나 휴게실에서 휴식 또는 수면을 취하였다. 원고는 1년에 설날연휴 3일, 추석연휴 3일 합계 6일을 제외하고는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하여 쉬지 않고 일하였다.
○○○회관의 주방 안에서는 대형개스판 5개, 소형개스판 10개에서 열기가 발생하고, 밥솥에서도 열기가 나오며, 물이나 수정과를 끓일 때 열기와 습기가 많이 발생한다. 대형 냉장고의 압축기 및 방열장치에서도 상당한 열기가 발산되고 특히 식기자동세척기에서 나오는 열기가 심하다.
주방에 선풍기가 설치되기는 하였으나 냉장고 모터의 열기를 식히기 위하여 냉장고 쪽으로 향하여 바람이 불도록 하였다. 주방의 열기와 습기가 손님들이 있는 홀쪽으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주방과 홀을 연결하는 문은 열어 둘 수 없었고, 창문 2개와 환풍기 4대가 가동되었지만 열기와 습기를 제거하기에는 몹시 부족하였다. 주방 안에는 원고를 비롯하여 육부장, 냉면과장, 찬모, 밥모, 설거지하는 사람, 불판 닦는 사람 등 10명 정도가 좁은 공간에서 일하였고, 특히 여름에는 열기와 습기로 말미암아 주방 안에서 일하기 힘들었다.
원고의 평소 건강상태와 이 사건 질병의 진단경위
원고는 1940.6.10.생으로 이 사건 질병 발병일로부터 약 10년 전에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적이 있고, 1993.11.에는 5박 6일간 ○○대학교 의과대학부속 ○○병원에 입원하여 좌서혜부 탈장수술을 받았으며, 과거병력에 당뇨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질병 발병일로부터 4개월 17일 전인 1998.5.15. ○○의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 혈당, 간기능에 관한 사항 등으로 구성된 모든 검사항목에서 아무런 이상소견이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회관에 근무하는 기간 중 저녁식사에 곁들여 소주 2홉들이 1병 정도의 술을 마시고, 1일 반갑~1갑 정도의 담배를 피웠다.
원고는 1998.10.2. 07:30경 집에서 세수하다가 갑자기 하반신 마비증세가 발생하자 ○○○방사선과의원과 ○○대학교부속 ○○○○병원을 거쳐 1998.10.12.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이 사건 질병으로 진단되었다.
척수허혈성 경색증
척수허혈성 경색증(脊髓虛血性 梗塞症)은 척수로 통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혈액순환이 불충분하여 척수의 괴사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동맥경화(혈전증), 대동맥 박리, 동맥색전증(고지혈증에 의한 색전증), 혈관염, 외상, 수술(심장과 대동맥), 혈관기형(동정맥기형), 혈압저하나 결정성다발성 동맥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병할 수 있는데, 수년전의 척수 디스크 수술이나 탈장수술과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고, 기존질병의 악화와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은 없으며, 발생빈도가 매우 낮다.
원고를 치료한 담당의사는 다른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병력에 당뇨가 있으며, 흡연을 하는 환자이고, 혈관조영검사상 혈관 폐색이 관찰된 점으로 미루어 원고의 척수허혈성 경색증이 동맥경화에 의한 혈류감소에 의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동맥경화에 관하여는 흡연이나 당뇨가 그 위험인자가 될 수 있으며, 과도한 스트레스가 그 자체로 위험인자로 거론되고, 당뇨의 조절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과로 등 전신적 신체기능 약화가 혈류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인정근거) 갑 1호증의 1, 갑 2, 7호증, 을 1호증의 1, 2, 을 2호증의 1 내지 4, 제1심증인 박○○, 제1심 및 당심증인 채○○, 제1심법원의 ○○○○ 병원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산재의료관리원 ○○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와 변론의 전취지
판단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9.12.31. 법률 제61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호가 정한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발병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대법원 2000.5.12. 선고 99두11424 판결 등 참조), 재해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라도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에 의거하여 경험법칙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추론에 의하여 업무기인성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하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1999.1.26. 선고 98두10103 판결 등 참조), 업무상 과로가 업무상 재해인 질병의 원인이 된 이상 그 발병장소가 사업장 밖이었고 업무수행 중 발병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업무상의 재해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1.10.22. 선고 92누4751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환갑에 가까운 58세의 나이에 1년 중 6일밖에 쉬지 못하면서 근무시간 13시간 중 휴식이 가능한 3시간을 빼더라도 매일 10시간씩 고온고습(高溫高濕)의 작업환경 속에서 위험한 주방기구를 다루고, 육부장, 냉면과장, 찬모, 밥모, 설거지하는 사람, 불판 닦는 사람 등 10명 정도의 주방종업원들을 감독하면서 100평정도의 음식점 주방을 책임지는 주방실장의 일을 2년 동안 하는 과정에서, 업무로 말미암아 육체적으로 과로(過勞)하고 정신적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할 것이고, 한편, 다른 발병원인이 발견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원고가 당뇨의 과거 병력을 가지고 있으며, 흡연을 하고 있고, 혈관조영 검사상 혈관폐색이 관찰된 점으로 미루어 이 사건 질병은 동맥경화에 의한 혈류감소에 의하여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요양제도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목적으로 하는 손해배상과 달리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실시되는 점, 과로와 스트레스가 구체적으로 특정질병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밝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점 등을 고려하는 한편, 원고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사정과 특히, 원고가 업무로 말미암아 받은 과로와 과도한 스트레스가 동맥경화의 촉발 내지 유발인자 중 하나라고 인정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흡연이나 당뇨 등 다른 유발인자와 함께 과로와 과도한 스트레스 또한 이 사건 질병의 원인이 된 동맥경화를 유발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고, 이와 달리 과로와 과도한 스트레스가 동맥경화를 유발하였다고 볼 수 없다거나 또는 원고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흡연이나 당뇨 등 다른 유발 인자들만으로 동맥경화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피고가 입증하지 아니하고 있는 만큼, 원고가 업무로 말미암아 받은 과로 내지 누적된 피로 및 과도한 스트레스와 이 사건 질병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이 사건 질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위 질병으로 인한 요양신청을 불승인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것인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이홍훈(재판장), 박상훈, 이정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