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03. 8. 28. 선고 2002누18373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2, 갑3, 4, 5의 각 1 내지 3, 갑6의 1 내지 4, 갑7, 8, 갑9의 1 내지 5, 갑10, 갑 11의 1 내지 5, 갑12, 갑18의 1 내지 4, 갑19, 을8의 1,2, 을9의 1 내지 6, 을 10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참가인은 1978. 10. 7. 원고 은행에 입사한 후 2급 직원으로 승진하여 점포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 은행의 1차 구조조정

원고 은행은 도민들이 출자하여 1969년 설립된 은행으로서 IMF 구제금융 체제하에 놓인 1997년 하반기 이후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어 전년도 70억 원의 흑자에서 1997년에는 581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1998년에는 그 적자규모가 1,64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원고 은행은 독자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1997년 25명, 1998년 363명 등 전체직원의 32%에 해당하는 인력을 감원하였고, 1998년 전체 점포의 35.9%에 이르는 22개 점포를 폐쇄하였으며, 1997년 이후부터 2001년에 이르기까지 노사합의에 의하여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을 동결하고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비를 삭감하였고, 1999년 및 2000년도에는 본봉을 삭감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위와 같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원고 은행은 1999년에 당기순손실 5억 원, 2000년도에는 350억 원 상당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손실을 손익계산서의 영업외비용에 반영하지 아니하고 자기자본을 1,584억 원에서 1,219억 원으로 감액하는 회계처리를 하고서도 겨우 6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사정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다.

원고 은행의 2차 구조조정 합의

위와 같이 원고의 경영상태가 개선되지 아니하자 금융감독위원회는 2000. 8. 11. 원고 은행에 대하여 자기자본 확충, 추가적인 인력감축 등 획기적인 경영개선방안의 수립을 요구하였다.

이에 원고 은행과 노동조합은 2001. 3. 15. 고임금구조의 인력구조가 은행의 수지개선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수지개선을 위하여는 인력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영상의 긴박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여 독자생존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를 하면서 "2001년도 인력구조조정에 관한 단체교섭회의합의서(이하 '합의서'라고만 한다)"를 작성하였다.

(1)

정리인원수 : 비조합원 30명 내외, 조합원 45명 내외

(2)

인사규정 개정 : 인사규정 제42조(당연퇴직) 사유에 "대기발령 후 6개월 경과 시까지 미복직자" 추가

(3)

명예퇴직 권고 대상자 선정기준 12개 항목(3급 이상 부점장 기준)

①

근무성적불량자, ② 징계자, ③ 포상자, ④ 업적부진자, 업적우수자, ⑤ 상각금액(부실여신 과다발생자), ⑥ 역직(대기성)발령 경력자, ⑦ 민원야기자, ⑧ 사생활문란 등 복무규정위반, ⑨ 창구응대불량(2000년 2/4~4/4분기), ⑩ 직급별평균연령상회자, ⑪ 통신연수불량자, ⑫ 건강상태

(4)

추진일정

①

신청기간 : 2001. 3. 16. ~ 같은 달 19.

②

퇴직권고대상자 확정(인사위원회) : 2001. 3. 20.

③

퇴직권고대상자의 명예퇴직신청서 접수 : 2001. 3. 20. ~ 같은 달 22.

④

명예퇴직대상자 및 대기발령자 확정(인사위원회) : 2001. 3. 23.

⑤

퇴직발령 예정일 : 2001. 3. 31.

라.

이 사건 대기발령 및 당연퇴직의 경위

원고 은행은 위 합의서의 추진일정에 따라 2001. 3. 20. 참가인을 포함한 75명의 대상자를 선정하여 그들에게 명예퇴직을 권고하고 만약 명예퇴직을 하지 않으면 대기 발령할 것임을 통지하였고, 원고 은행의 인사위원회는 같은 해 3. 23. 명예퇴직을 신청한 77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의결하는 한편 명예퇴직을 권고받고도 이에 불응한 참가인 등에 대하여는 대기발령 후 퇴직시키기로 의결하였다. 원고 은행은 위 의결에 따라 같은 해 3. 26. 참가인에 대하여 인사규정 제28조 제1항 제2호의 대기발령을 명하고 대기기간 6개월이 경과하자 같은 해 9. 26. 인사규정 제42조 제1항 제14호에 의하여 참가인을 당연퇴직 처리하였다.

마.

이 사건 재심판정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위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고,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01. 11. 22. 대기발령 사유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에 이은 당연퇴직은 무효라고 판단하고, 참가인의 원직복직과 임금상당액의 지급을 명하는 결정을 하였다. 원고가 위 결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자, 중앙노동위원회는 2002. 4. 3. 초심결정을 인용하면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2.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 은행은 명예퇴직을 실시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하여 대상자를 선정하였으며, 명예퇴직을 거부한 감원대상자에게 명예퇴직신청 여부를 재고할 수 있도록 상당기간(6개월의 대기발령기간)의 시간적 여유를 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인사규정상의 대기발령을 내리고 대기발령기간 만료시까지 자발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아니하는 경우 당연퇴직의 형식으로 정리해고를 한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정리해고에 해당하는 참가인에 대한 당연퇴직의 인사조치는 정리해고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 적법한데도 불구하고 단지 당연퇴직의 전제가 되는 대기발령의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부당해고로 인정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이 사건 해고가 정리해고인지 여부

원고 은행은 참가인에 대하여 형식상 인사규정 제28조 제1항에 의한 대기발령을 명한 이후 인사규정 제42조 제1항 제14호에 의하여 당연퇴직 처리하는 형식을 취하였으나, 위 인정사실과 같은 해고의 절차, 사유,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정리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정리해고의 정당한 요건 충족 여부

(가)

정리해고의 요건

근로기준법 제31조 제1항 내지 제3항에 의하면,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실시일 6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나)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는지 여부

사용자는 긴급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 정리해고를 할 경우에도 그에 앞서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가능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는데 이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 휴직 및 희망 퇴직의 활용 및 전근 등의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건에 있어, 원고 은행은 당초 감원대상인원을 75명 내외로 정하였는데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권고 대상자로 선정되지 아니하였던 다른 직원들도 명예퇴직을 신청한 결과 총 명예퇴직 인원이 77명에 달하는 등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또 갑2, 28, 을13의 1 내지 13, 을29, 30, 56, 58, 59, 61, 62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참가인을 당연퇴직처리할 당시 원고 은행은 수익성이 호전되어 2001. 1.부터 같은 해 9.까지 당기순이익이 약 49억 원(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93억 원 증가)에 이르렀고, 연말까지는 200억 원 달성을 기대하고 있었으며, 2002년도에는 250억 원의 흑자달성을 목표로 설정하였던 사실, 원고 은행과 노동조합은 2002년도 임금을 4.5% 인상하기로 합의한 사실, 원고 은행은 명예퇴직을 실시한 다음 2001. 7. 10.에 1급 승진 3명, 2급 승진 12명, 3급 승진 18명, 4급 승진 8명 등 모두 41명을 승진시켰고, 참가인의 당연퇴직 직전인 2001. 9. 20.에는 대졸신입사원 채용공고를 한 후 같은 해 10. 25. 모두 26명의 최종합격자를 발표하였으며, 이후 위 26명을 정식임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과 같이 명예퇴직자의 수가 인력구조조정 목표치를 상회한 상황이었고, 참가인을 해고할 당시에는 원고 은행의 경영상태가 호전되어 가고 있었으며, 신규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이었다면, 당초 감원대상이었으나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인을 해고한 것은 정리해고의 요건으로서의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하였는지 여부

참가인은 앞서 본 명의퇴직권고대상자 선정기준 중 '근무성적불량자' 부분에서는 아무런 감점요인이 없었고, 입사 후 명예퇴직권고 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어 '징계자' 부분에서도 감점요인이 없었던 사실, 참가인은 1986. 12. 10. 은행장으로부터 '저축권유실적 우수직원'으로 포상을 받았고, 원고 은행 지점의 점포장이었던 2000. 1. 4. 위 지점이 은행장으로부터 영업점성과평가결과 장려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어 '포상자' 부분에서 3점을 얻은 사실, 참가인은 영업점장 경력기간이 5년 7개월인 자로서 2000. 12. 31. 현재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의 부실여신상각 금액이 7억 7,400만 원이었는데, 이는 5년 이상 7년 미만 영업점장에 대한 상각 여신 인정기준금액 4억 원을 93.5% 초과하는 금액인 관계로 '부실여신 과다발생자' 부분에서 -60점을 얻은 사실, 참가인이 직급별 평균연령을 상회하여 '직급별 평균연령상 회자' 부분에서 -15점을 얻었고, 그 외 '영업점종합평가(업적부진자)' 부분에서 -20점을 얻은 사실, 이에 따라 참가인은 2급 직원 29명 중 명예퇴직 권고 대상자 순위 5위로 평가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면 참가인에 대한 평가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실여신 상각 금액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정기준인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위에 든 증거들에 의하면, 여기에서 부실여신이란 직원들이 은행의 여신규정에 위반하여 대출하는 등으로 발생한 부실채권이 아니라 은행의 여신규정에 위배됨이 없이 제규정에 따라 취급한 여신이 사후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설정한 담보가치가 하락하거나 보증인의 채무부담능력이 없어짐에 따라 은행 입장에서 회수가 의문시되거나 손실이 추정되어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제3, 4조에 의하여 대손 상각한 채권에 해당하는 여신을 말하는 것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이는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책임을 지기 어려운 성격의 것이라고 할 것이다. 더군다나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에는 우리 나라 경제가 외환위기, 국가신인도 추락, 기업의 도산 등으로 IMF 구제금융체제하에 놓이게 되는 등 전반적인 위기상황에 놓여 있어서 부실여신의 발생에 대하여 은행 직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은행직원에게 고의, 과실이 없이 발생한 부실여신금액을 명예퇴직 권고 대상자 선정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위와 같은 원고 은행의 평가방법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도 합리적이거나 공정하지 못하다. 위 평가방법에 의하면 예컨대 참가인과 같은 기간의 경력을 가진 영업점장 중 여신에 관한 영업능력이 뛰어나 100억 원의 여신을 발생시키고 그 중 10억 원의 부실여신을 발생시킨 자의 상각 금액은 6억 원(=10억 원-기준금액 4억 원)인데 비하여 그러한 능력이 부족하거나 여신영업에 소극적이어서 겨우 10억 원의 여신을 발생시키고 그 중 5억 원의 부실여신을 발생시킨 자의 상각 금액은 1억 원(=5억 원-기준금액 4억 원)이 되는데, 이 경우 여신에 관한 영업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상각 금액이 고액이어서 결국 이 부분에서 점수를 잃어 명예퇴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게 된다. 이는 원고 은행을 위하여 열심히 일한 사람이 오히려 불리한 평가를 받는 경우를 낳을 수 있는 점에서 불합리하다고 할 것이다(부실여신 상각 금액을 선정기준의 하나로 삼을 경우에는 그 금액만을 놓고 비교할 것이 아니라 은행 직원이 발생시킨 총 여신금액 중 부실여신 상각 금액의 비율에 따라 평가함이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할 것이다).

(라)

소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정리해고는 해고회피노력 및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이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나머지 요건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무효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참가인에 대한 당연퇴직조치를 부당해고로 인정하여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므로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이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정인진(재판장) 김성곤 임영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