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 및 참가인의 지위
원고는 2008. 2. 26. 설립되어 부산 중구 C에서 상시근로자 21명을 고용하여 선내식당 운영업 및 수하물 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이고, 참가인은 2008. 3. 21.부터 원고의 영업기획 차장으로 채용되어 근무하다가 2009. 3. 20. 근로관계가 종료된 사람이다.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근로관계종료 통보 및 그 사유
원고는 2009. 2. 18. 참가인에게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작성된 연봉제 근로계약서상의 근로계약기간 만료일인 2009. 3. 20.자로 연봉계약이 해지된다는 예고통지를 함으로써 사실상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불복절차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09. 6. 3.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참가인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작성된 연봉제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계약기간은 연봉계산을 위한 단위기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고가 위 연봉제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됨을 이유로 참가인과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사실상 해고에 해당하고, 그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2009. 8. 19.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과 이 사건의 쟁점
원고의 주장
원고는 회사 설립 초기에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수 없어서 부득이 선원을 제외한 직원 전원에 대하여 1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1년간 사업진행 결과 자본금이 모두 잠식되고 9천여만 원의 순부채만 남는 등 도산위기에 직면하게 되자 높은 연봉에 비해 업무기여도가 낮은 책임자급 직원인 참가인에 대하여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는바, 이는 계약기간의 만료로 근로관계가 자동 소멸된 것에 불과하여 해고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의 쟁점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작성된 연봉제 근로계약서의 해석과 관련하여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한 기간제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 기간제 근로계약이 아니라면 원고가 피고를 해고하게 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다.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원고는 D 주식회사(이하 'D'라고 한다) 및 그의 경영자들이 출자하여 만든 사실상 D의 자회사로서 2008. 2. 26. 설립되어 D가 운영하던 'E'의 선내식당 운영과 그동안 D에서 직접 맡아오던 E 및 일본선박인 'F'의 수하물 작업과 승용차 통관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였다.
참가인은 1984. 6. 19. D에 입사하여 퇴직 전에는 과장으로서 수하물관리 및 승용차통관 업무를 맡아 왔는데, 위와 같이 원고가 설립되어 그 업무를 맡게 됨에 따라 D 경영진의 전적 요구로 2008. 3. 20. 다른 4명의 근로자와 함께 D에서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을 지급받고 사직하였다.
원고는 2008. 3. 21. D에서 전적한 참가인을 비롯한 5명의 근로자에다가 원고의 설립을 주도한 G 이사 등 추가로 3명의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여 관리직원 총 8명으로 업무를 개시하였고(그밖에 종래 선원으로서 식당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13명도 원고의 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2008. 4. 7. 관리직원들과 연봉제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참가인은 영업기획 차장으로서 연봉은 2007년도 D 급여와 같은 수준인 5,100만 원, 근로계약(고용)기간은 2008. 3. 21.~2009. 3. 20.(12개월간)로 각 기재된 연봉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연봉제 근로계약서'라고 한다).
그런데 원고는 2009. 2. 18. 참가인에게 원고의 취업규칙 제17조 제1호(사업의 운영상 감원이 불가피하게 필요한 때)를 근거로 하여 원고의 적자 누적 및 참가인의 업무능력부족으로 인하여 계약연장이 불가하다는 사유로 같은 해 3. 20. 기준으로 연봉계약이 해지된다는 예고통지를 하였다.
원고는 참가인뿐만 아니라 G 영업총괄이사와 H 영업부장과도 기간만료를 이유로 2009. 3. 20.자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고, 나머지 5명의 근로자들과는 다시 1년간을 근로계약기간으로 하는 연봉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2 내지 26, 35호증, 을 제1 내지 3, 6 내지 1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기간제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 경우 근로계약기간이 끝나면 그 근로관계는 사용자의 해고 등 별도의 조처를 기다릴 것 없이 당연히 종료함이 원칙이고, 다만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예컨대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됨으로써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 등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채용 당시 계속근로의사 등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근무기간의 장단 및 갱신 횟수,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며, 이 경우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다3147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자신이 약 24년여 동안 근무하였을 뿐만 아니라 취업규칙에 따라 58세의 정년이 보장되었던 D에서 사직하고 만 47세의 나이로 원고에 입사하였던바, 비록 참가인이 종래 맡았던 업무가 D에서 원고로 이관되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존속조차 불확실한 소규모 신설회사에서 차장으로 승급되고 D의 2007년 임금수준의 급여를 받는 근로조건만으로 참가인의 처우가 현저히 향상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참가인이 위와 같은 근로조건의 대가로 그 당시 약 10년여의 기간이 남아있던 D의 정년을 포기한 채 고용기간이 1년밖에 안되는 기간제 근
로계약을 받아들였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②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이 사건 연봉제 근로계약서가 작성된 시기도 입사와 동시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약 보름 동안을 근무한 이후에 비로소 작성되었던 점, ③ 참가인의 업무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이어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합당한 필요가 있다고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사실상의 직원 전부(식당에서 일하는 선원들은 선원관리사업자가 인력관리를 한다)에 대하여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 할 합당한 필요가 있다고도 보이지 않는 점, ④ 통상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근로계약서 자체나 취업규칙에서 기간만료의 효과나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비하여 이 사건 연봉제 근로계약서나 원고의 취업규칙에 그러한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은 점, ⑤ 이 사건 연봉제 근로계약서의 명칭이 '기간제' 근로계약서가 아닌 '연봉제' 근로계약서인데다가, 이 사건 연봉제 근로계약서에서는 근로조건 중 일부 및 계약조건에 관하여 원고의 취업규칙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원고의 취업규칙에서는 사원을 원고 회사에 상시 근무하는 자라고 정의하면서 사원의 취업조건에 관하여 취업규칙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사원의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면서 정년에의 도달을 당연퇴직사유로 정하고 있으며, 기간제 근로자의 해고와 관련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연차유급휴가의 가산에 관련된 규정을 두고 있으며(제1조, 제2조, 제15조 내지 제17조, 제46조), 또한, 원고의 연봉제규정에서도 그 적용대상을 사원 이상의 직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연봉의 계산기간을 매년 3. 21.에서 다음 해 3. 20.까지로 정하고 있으며, 연봉개정은 매년 4. 1. 시행하되 전년도 연봉을 기준으로 정해진 연봉 인상률을 곱하여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밖에 1년 이상 근무자에 대한 퇴직금 중간정산 규정을 두고 있는바(제2조, 제6조, 제11조, 제3장), 원고의 취업규칙과 연봉제 규정은 원고 직원들의 근무형태로서 고용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무기근로계약을 전제로 규율하고 있을 뿐 기간제 근로계약를 전제로 규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원고의 주장과 같이 사실상의 직원 전부에 대하여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적용될 여지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⑥ 원고가 참가인에게 연봉계약의 해지 예고통지를 하면서 근거규정으로 적시한 취업규칙 제17조 제1호는 '사업의 운영상 감원이 불가피하게 필요한 때'로서 정리해고의 필요가 있는 경우를 의미할 뿐 기간제 근로계약에 있어서 기간만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인 점, ⑦ 이 사건 연봉제 근로계약서 제3항은 '근로계약(고용)기간 : 2008. 3. 21.~2009. 3. 20.(12개월간)'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연봉제 근로계약서에 별도로 연봉의 계산기간을 두고 있지 않아서 이 부분을 연봉계산을 위한 단위기간이나 연봉과 같은 약정 임금의 유효기간으로 충분히 볼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연봉제규정 제6조도 동일한 기간을 연봉의 계산기간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이사인 G과 D의 이사인 I가 2008. 4. 2.과 같은 해 4. 7.을 비롯하여 이 사건 연봉제 근로계약서 작성 전후로 참가인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근로계약기간이 1년이고 계약이 다시 갱신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설명하였다는 취지의 갑 제6 내지 12, 27, 30, 31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G의 증언, 당심 증인 H의 증언은 믿기 어렵고, 비록 이 사건 연봉제 근로계약서 제3항에 근로계약기간이 명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여 그 문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해고의 정당성 여부(정리해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려면 근로기준법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하여야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은 원고가 도산위기에 직면하였다는 주장이나 원고가 참가인에게 통지하였던 연봉계약 해지 예고통지서의 내용 등을 고려해 보면, 원고의 연봉계약 해지통보를 근로기준법 제24조 소정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규정에 따라 참가인을 해고한 것으로 선해할 수 있어 이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구 근로기준법(2010. 6. 4. 법률 제1033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1항 내지 제3항에 의하여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하며, 한편 위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하여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위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바(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53949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부채 및 손실의 증가로 인하여 원고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나아가 원고는 그 외의 나머지 요건을 갖추고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주장·입증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건 해고가 정리해고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없다.
소결
따라서,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하므로, 이 점을 지적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대경(재판장) 정재오 김재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