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환송 후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고는, 피고가 2010. 1. 13. 원고에 대하여 한 퇴지급여부지급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항소하였고, 환송 전 당심은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위 처분 중 1976. 7. 5.경부터 1999. 11. 5.경까지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급여부지급 부분의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 처분을 취소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는 피고 패소 부분에 불복하여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받아들여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따라서, 환송 후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파기환송된 피고 패소 부분 즉, 위 처분 중 1976. 7. 5.경부터 1999. 11. 5.경까지 근무기간에 대한 퇴직급여부지급 부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에 한정된다.
처분의 경위
원고는 1976. 7. 5. 지방행정서기보시보로 서울 관악구 B에서 근무를 시작하여 1977. 7. 5. 지방행정서기보로 정규 임용되었다.
원고는 서울 동작구에서 근무하던 1999. 10. 28. "고향 선배인 C가 1999. 3. 30. 실시된 제15대 국회의원 D 재선거 후보로 출마하자 그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내용으로 서울지방법원에서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위반죄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이하 '이 사건 형사판결'이라 한다)받았고, 그 판결은 1999. 11. 5. 항소기간 경과로 확정되었다.
원고는 그 후에도 계속하여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하여 오다가 2009. 12. 29. 서울특별시 동작구에서 지방행정사무관(4급대우)으로 퇴직하게 되었다.
한편, 원고는 2009. 12. 24. 피고에게 퇴직급여를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2010. 1. 13.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원고가 1999. 11. 5. 당연퇴직 되었으므로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처분을 하고, 원고가 1999. 12. ~ 2008. 6.까지 피고에게 납부한 기여금에 대하여는 이자를 포함하여 대부금을 공제한 금액인 35,267,248원을 반환할 예정임을 통보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의 1, 2, 3,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① 원고가 이 사건 형사판결을 받은 사실을 동작구청장에 보고하고 이에 동작구청장은 1999. 12. 21. 원고에게 불문경고를 하였는바, 이러한 불문경고는 행정청의 선행조치로서 원고의 신분상 지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공적인 견해표명에 해당하고, 원고는 이를 신뢰하여 10년 이상 평온히 근무하였는데, 이제 와서 신뢰에 반하여 후불임금에 상응하는 퇴직급여를 인정하지 않는 이 사건 처분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써 위법하고, ② 원고는 당연퇴직 사유의 발생 이후에도 평온히 근무하면서 각종 표창을 받았고 해외연수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마쳤으며, 이 사건 판결과 관련하여 동작구청장으로부터 불문경고를 받고 국가로부터 2000. 8. 15.자로 복권, 2003. 8. 15.자로 사면되었고 피고로부터 매년 예상연금내역을 통보받았기 때문에 소멸시효 완성 이전에 퇴직급여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일 뿐이고, 또한 피고는 2010. 1. 12.자 원고의 예상퇴직금 조회시에도 정상적으로 지급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음에도 이제 와서 신뢰에 반하여 원고의 퇴직급여청구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판단
신뢰보호원칙의 위배 여부
지방공무원법 제61조에 규정되어 있는 당연퇴직 제도는 같은 법 제31조 각호에 규정되어 있는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발생하는 것 자체에 의해 임용권자의 하등의 의사표시를 요하지 아니하고, 위 각 결격사유에 해당하게 된 시점에 당연히 그 공무원신분을 상실케 되는 것이며, 당연퇴직 통보가 없다고 해서 위법·부당하다거나 그 공무원이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계속 유지한다고 할 수 없고(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누5905 판결 참조), 공무원 결격사유로 인하여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한 자는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퇴직급여를 청구할 수 없는 것이고, 공무원 결격자가 사실상 공무원으로 근무를 계속하면서 급여를 지급받아 왔고 퇴직급여가 임금으로서의 실질을 가지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달리 볼 수 없는 것이며, 이와 같은 주장이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8. 12. 23. 선고 98두16118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에 대한 당연퇴직의 효력은 이 사건 형사판결이 확정된 1999. 11. 5.에 원고가 그러한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나 퇴직발령을 받았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당연히 발생하고, 원고가 그 후 지방공무원으로서 사실상 계속 근무하였더라도 이는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이 유지되는 것은 아닌 점, 임용권자가 위와 같이 불문경고를 하였다고 하여 이를 두고 당연퇴직 사유가 있는 원고로 하여금 계속 공무원으로 근무토록 하였다는 내용의 공적인 견해표명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가사 공적인 견해표명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당연퇴직된 원고가 위 공적 견해표명을 신뢰한 데 대하여 귀책사유가 없다고 할 수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처분이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할 수 없고, 정부에서 원고와 같은 처지의 당연퇴직공무원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임용결격공무원 등에 대한 퇴직보상금지급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 한시적으로 시행한 바 있었다는 등의 사유만으로 이를 달리 볼 것도 아니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권리남용 여부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형사판결이 1999. 11. 5. 확정됨으로써 원고는 당연퇴직하여 그 때 원고에게 공무원연금법상의 퇴직급여지급청구권이 발생하였고,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2009. 12. 24.에서야 원고가 퇴직급여 청구를 하였으므로 1999. 11. 5. 이전까지의 재직기간에 대한 퇴직급여지급청구권은 공무원연금법 제81조 제1항에서 정한 5년의 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
한편,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 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으나, 위와 같은 일반적인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614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2, 3, 6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① 원고는 이 사건 형사판결을 받은 사실을 동작구청장에게 보고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동작구청장은 1999. 12. 21. 원고에게 불문경고를 하였고, 그 후 원고는 2000. 8. 15. 이 사건 형사판결에 대하여 복권되고, 2003. 8. 15. 위 불문경고에 대하여 사면을 받았으며, 성실한 근무태도를 인정받아 2009. 7. 1.부터 6개월간 공로연수를 다녀온 점, ② 원고는 피고로부터 1991. 3.경부터 2002. 5.경까지의 퇴직금 개산액을 통보받아 왔고, 2008. 3. 11.경부터 2009. 10. 29.까지 피고 운영의 인터넷사이트에서 예상퇴직금을 확인하여 온 점, ③ 임용결격공무원 등에 대한 퇴직보상금지급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어 공무원으로 재직 중 임용결격사유로 인한 당연퇴직사유가 발생한 이후에도 사실상 공무원으로 근무한 자로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퇴직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의 경우에는 특례법의 적용기간 이후에 사실상 근무기간이 종료하였기 때문에 특례법이 정하는 퇴직보상금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된다.
그러나, ① 원고는 위 형사판결의 확정으로써 당연퇴직한 것이고 그 후에 행하여진 불문경고 처분은 당연무효이며, 원고가 소속 기관장으로부터 불문경고 처분만을 받고 계속 근무하였다고 하여 묵시의 재임용이 이루어졌다거나 당연퇴직 사유의 하자가 치유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사유로 공무원으로서의 적법한 신분을 갖지 아니한 원고에 대하여 퇴직급여의 지급을 거부한 것이 부당하거나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피고가 원고에게 퇴직금 개산액을 통보하거나 피고의 인터넷사이트에서 예상퇴직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원고가 공무원으로서의 적법한 신분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고, 이로써 원고의 퇴직급여 지급청구권이 확정적으로 발생하거나 금액이 확정되는 것도 아닌 점, ③ 원고와 특례법의 적용을 받는 다른 당연퇴직 공무원 사이에 다른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특례법이 한시법의 형태로 제정되었고, 원고도 특례법의 적용 대상이었으나 원고가 법령 규정을 통하여 쉽게 알 수 있는 당연퇴직사유의 범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스스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함을 알지 못하여 구제받지 못한 것에 불과하며, 다른 당연퇴직 공무원이 특례법에 의하여 수령하는 퇴직보상금을 퇴직급여 지급청구권의 변제수령이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로서는 당연퇴직 이후의 근로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상당 금액을 부당이득으로서 반환 청구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의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민구(재판장) 전우진 정재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